시퀀스 타입: 3 - K-ARTIST

시퀀스 타입: 3

2020
합판, 방수도장, 스테인리스 스틸, 인테리어 필름, 실리콘
450 x 450 x (h)220 cm 

About The Work

김동희는 전시장, 비전시장, 상업 공간 등 다양한 건축적 구조에 반응하며, 공간에 진입하고 이를 관람하는 이들이 경험하는 감각에 개입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공간에 중첩된 다양한 맥락을 하나의 레이어로 보고, 이를 체현한 유무형의 구조물을 제작·설치함으로써 기존의 공간을 비워내고 그 안에서 새로운 건축적 경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탐색해 왔다.

김동희는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변형하고, 또 다른 예술적 작업이 펼쳐질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환해 왔다. 한편 제도권 미술공간에 초대받아 기존 공간의 설계도면과 물리적 현전감을 비틀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작업은 자신이 개입하는 물리적·공간적 조건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주어진 공간을 예술과 인간의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으로 변형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김동희는 서로 다른 맥락의 공간을 경유하며 자신이 설계한 구조물을 덧붙이고 덧씌우는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하고 인식하는 다양한 방식을 실험한다. 그의 작업에서 공간은 고정된 배경이 아니라 작가의 개입과 관객의 움직임, 주변의 환경적 조건이 교차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장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작가와 기획자, 관람자는 하나의 일시적 공동체를 이루고,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하며 그 안에 중첩된 보이지 않는 여러 레이어를 신체적으로 감각하게 된다.

개인전 (요약)

김동희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다시 도착한 집》(운경고택, 서울, 2026), 《Hide Edges》(YPC 스페이스, 서울, 2025), 《Hall 2》(Hall 1, 서울, 2023)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김동희는 《오프 더 화이트: 주름과 망루》(일민미술관, 서울, 2026), 《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24), 《극장》(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23), 2022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부산시 일대, 2022), 《각》(하이트컬렉션, 서울, 2022), 《아트스펙트럼2022》(리움미술관, 서울, 2022), 《숏서킷》(취미가, 서울, 2021), 《다른 곳》(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김동희는 제2회 서울예술상 시각 부문 포르쉐 프런티어상을 수상한 바 있다. 

Works of Art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장으로서의 공간

주제와 개념

김동희의 작업은 공간을 비어 있는 배경으로 보지 않고, 사람과 사물, 제도와 프로그램, 시간과 동선이 겹쳐 작동하는 구조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첫 개인전 《나열된 계층의 집》(마포구 일대, 2014)에서는 다리 밑 폐선부지, 아파트 쉼터, 비상구, 주차장처럼 도시에서 방치되거나 잘 인식되지 않는 장소를 찾아 일시적인 전시와 공연의 플랫폼으로 바꾸었다. 〈House of Dispersed Layers_Garage〉(2014) 등의 작업에서 공간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기보다 다른 창작자와 관객이 들어와 사건을 만들어내는 ‘지지체’에 가까웠다.

이후 2015~2016년 ‘오페라코스트’, ‘웨스트웨어하우스’, ‘23층’, ‘아시바비전’ 같은 임시 플랫폼을 운영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김동희는 공간을 직접 소유하거나 영구적으로 바꾸기보다, 일정한 시간 동안 다른 쓰임과 관계를 투사함으로써 장소의 가능성을 잠시 열어두었다. 이 시기부터 그의 작업에서 공간, 플랫폼, 협력은 서로 분리하기 어려운 핵심 축으로 자리 잡는다.

《3 Volumes》(시청각, 2017)에 이르면 관심은 장소를 운영하는 것에서 장소 자체의 구조를 조형적으로 분석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기존 한옥을 개조한 시청각에 벽, 계단, 발코니, 거울, 통로, 창틀 같은 요소를 새롭게 덧붙이고, 관객이 걷고 멈추고 올라가며 공간을 경험하도록 했다. 공간을 지우고 새로 만드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구조와 흔적 위에 또 다른 레이어를 씌우는 방식이다. 이때 김동희가 말하는 ‘지지체’는 물리적인 구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협업자의 작업을 조율하고 일정 기간 운영하며 관객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시간까지 포함한다. 작가가 설치미술가, 공간 디자이너, 기획자, 테크니션, 운영자와 관객의 역할을 동시에 오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작업에서 공간은 하나의 고정된 형식이라기보다 여러 역할과 사건이 잠시 만나는 조건이다.

2020년대에 들어 이러한 질문은 관객의 시선과 이동을 보다 세밀하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시퀀스 타입’(2020) 연작에서 김동희는 기존 건축의 창문, 채광, 통로와 같은 요소를 바탕으로 관객이 특정 장면을 차례로 통과하도록 새로운 공간적 시퀀스를 만든다.

〈시퀀스 타입: 1〉(2020)은 세 개의 창과 구조물의 위치를 어긋나게 배치해 서로 다른 외부 풍경을 선택해서 볼 수 있도록 했고, 〈시퀀스 타입: 3〉은 《다른 곳》(아뜰리에 에르메스, 2020)에서 내부와 중정, 구조물의 안과 밖을 교차해 이동한 끝에 하늘을 올려다보도록 구성했다. 작가는 실제 제작 전 동선과 시야를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하지만, 현장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풍경과 계절, 빛의 변화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정교한 설계와 우연한 환경 조건을 함께 두는 이러한 태도는 이후 작업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최근에는 공간을 구성하는 레이어가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 사이를 이동하기 시작한다. 〈리버스 마운틴〉(2022)은 리움미술관의 가려진 천장과 검은 구조체, 가벽, 자연광, 블라인드, 온라인 정보를 작업의 일부로 끌어들여 전시장의 기존 조건을 새롭게 읽게 했다. ‘포터블 창고’(2022) 연작에서는 Hall 1의 일부를 떼어 다른 전시장에 이식했고, 《Hide Edges》(YPC 스페이스, 2025)에서는 이전 작업 〈도킹스〉(2024)의 디지털 도면과 새로운 전시공간을 중첩시켜 서로 다른 장소가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만나는 방식을 실험했다.

이러한 흐름은 《다시 도착한 집》(운경고택, 2026)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흰 계단 1, 2〉(2026), 〈육분원을 위한 굴토〉(2026), 〈뒤집힌 다락〉(2026) 등은 고택의 지형과 구조, 과거의 소리와 현재의 시선을 다시 연결한다. 이제 공간은 한 장소에 고정된 물리적 조건을 넘어, 이전의 작업과 기억이 다른 시간과 장소에 다시 도착해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장으로 확장된다.

형식과 내용

김동희의 초기 형식은 이미 존재하는 장소를 최소한의 구조물과 운영 방식으로 변환하는 데 가까웠다. 《나열된 계층의 집》에서는 잡초가 자란 공터에 가설무대를 만들거나 아파트 쉼터에 자갈을 깔고, 주차장에 전시와 공연을 위한 구조물을 설치했다. 중요한 것은 구조물 자체의 조형적 완결성보다 그것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가였다.

인스타디오무브먼트, 음악가, 영상작가, 무용가 등 서로 다른 창작자가 들어오면서 하나의 구조물은 공연장, 전시장, 휴식처로 계속 성격을 바꿨다. 작가가 같은 시기 임시 플랫폼들을 직접 명명하고 운영한 것도 물리적 설치와 프로그램 운영을 하나의 작업으로 본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간과 시간, 제작과 운영이 처음부터 하나의 매체처럼 결합되어 있었던 셈이다.

《3 Volumes》 이후에는 구조물의 자체적인 조형성이 선명해진다. 김동희는 기존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를 분류하고, 도면 위에서 여러 레이어를 쌓고 병합한 뒤 실제 구조물로 구현했다. 흰색 면과 단순한 기하 형태, 홀수의 반복, 격자와 좌대, 창문과 통로 같은 건축 요소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과정과 관련된다. ‘시퀀스 타입’에서는 이러한 설계가 더욱 정밀해져 관람객이 어디에서 멈추고, 무엇을 바라보며, 어떤 통로를 선택할지까지 시뮬레이션한다.

그러나 관객을 하나의 동선으로 강제하기보다 여러 방향을 열어두고, 실제 몸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장면을 만나게 한다. 김동희의 구조물은 그래서 조각과 건축 사이에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 감상되기보다 주변 공간을 새롭게 보도록 만드는 프레임에 가깝다.

2022년 전후로는 구조물뿐 아니라 기존 공간의 일부를 이동시키고 재사용하는 방식이 중요해진다. ‘포터블 창고’ 연작은 〈시퀀스 타입: 4〉의 구조를 여러 조각으로 절개한 뒤 다른 장소로 가져가 새로운 공간의 벽이나 표면에 연결했다. 원래 Hall 1에서는 기능을 가진 건축 요소였던 것이 다른 장소에서는 공간의 외관을 바꾸는 조각이 된다.

같은 해 〈리버스 마운틴〉에서는 실제 구조물을 새로 세우는 것뿐 아니라 천장을 드러내고 가벽의 각도를 조정하며, 자연광과 블라인드, SNS와 영상 정보까지 작품의 일부로 구성했다. 작업이 물질적인 구조물 하나에 머물지 않고 빛, 시간, 정보, 동선처럼 비물질적인 조건까지 포함하는 ‘공간적 조각’으로 넓어진 것이다.

《Hide Edges》에서는 도면과 실제 공간의 관계가 다시 역전된다. 김동희는 〈도킹스〉의 SketchUp 파일에 YPC 스페이스를 동일한 비율로 겹쳐 놓고, 실제 창문의 크기와 위치에 대응하는 가상의 창을 만들었다. 그 창을 통해 보이는 장면을 선택한 뒤 목재, 철판, 하이그로시 표면 등을 사용한 부조로 다시 출력했다. 여기에서 도면은 앞으로 지어질 공간을 예고하는 설계도가 아니라 이미 완결된 하나의 공간이 되고, 실제 건축은 그 도면이 잠시 물질화된 상태로 이해된다.

《다시 도착한 집》에서는 이런 논리가 과거 작업의 재배치와 장소의 역사까지 포함한다. 계단, 굴토, 선, 다락, 지도와 사운드는 모두 관람객의 위치와 시선을 바꾸면서 고택이라는 한 장소에 여러 공간과 시간의 층을 동시에 나타낸다. 김동희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덧붙이기’와 ‘덧씌우기’가 이제 물리적 구조뿐 아니라 기억과 시간에도 적용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동희의 작업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공간을 하나의 완성된 건축이나 독립된 조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간은 늘 누군가가 들어오고 나가고, 특정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계절과 빛이 변하면서 잠시 성립하는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구조물은 스스로를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기존 장소의 특징을 확대하거나 감추고, 동선을 바꾸고, 보이지 않던 풍경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방치된 도시 공간을 예술 플랫폼으로 만드는 방식이었다면, 이후에는 기존 전시장 안에 또 하나의 공간을 덧입히고, 공간의 일부를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고, 최근에는 도면과 과거의 장소까지 하나의 레이어처럼 가져오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주어진 공간에 어떤 다른 사용과 인식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일관되게 남아 있다.

이 점에서 김동희의 작업은 일반적인 장소특정적 설치와도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다. 특정 장소의 역사나 건축을 해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공간을 실제로 운영하고 사용할 수 있는 조건까지 함께 설계하기 때문이다. 초기 프로젝트에서 협업자의 공연과 전시를 직접 조율했던 경험, PROP SEOUL을 통해 전시 디자인과 시공을 병행해온 실무적 경험은 그의 작업에서 기술과 개념이 쉽게 분리되지 않는 배경이 된다.

건축가처럼 도면을 그리고, 전시 디자이너처럼 동선을 계산하며, 조각가처럼 물성과 형태를 다루고, 기획자처럼 사람과 프로그램을 연결한다. 이 여러 역할이 하나의 작업 안에서 동시에 움직이는 점이 김동희의 공간 작업을 특징짓는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사라지는 공간’을 다루는 방식이다. 초기 설치들은 전시가 끝나면 대부분 철거되었고, 작가는 도면과 기록을 통해 작업이 다시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조립식 구조를 만들고, ‘포터블 창고’처럼 기존 구조를 이동시키며, 《Hide Edges》에서는 아예 도면 자체를 실재하는 구조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공간이 물리적으로 없어져도 도면, 이미지, 구조의 일부, 관객의 기억을 통해 다른 장소에서 다시 작동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다시 도착한 집》이라는 제목 역시 이런 흐름과 잘 맞닿는다. 과거의 장소와 형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장소에 다시 도착하며, 그때마다 현재의 환경과 결합해 다른 경험을 만든다. 이 반복과 변형의 구조는 특정 건물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매번 장소의 조건에 긴밀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작업에도 넓은 확장성을 제공한다.

김동희는 《다른 곳》(아뜰리에 에르메스, 2020), 《아트스펙트럼 2022》(리움미술관, 2022), 2022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부산 일대, 2022), 《극장》(부산시립미술관, 2023), 《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4), 《오프 더 화이트: 주름과 망루》(일민미술관, 2026) 등 주요 기관과 프로젝트에서 공간에 대한 실험을 이어왔고, 《Hall 2》(Hall 1, 2023)로 제2회 서울예술상 시각 부문 포르쉐 프런티어상을 수상했다. 초기 서울의 작은 유휴 공간에서 출발한 작업이 미술관의 건축, 디지털 도면, 역사적 고택으로 점차 범위를 넓혀왔다는 점은 그의 작업이 특정 규모나 유형의 장소에 묶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소마다 새로운 구조를 덧붙이면서도 그 안에서 관객이 어떤 장면을 만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끝까지 세밀하게 살피는 태도는 여전히 작업의 중심에 있다. 공간을 ‘짓는’ 일과 ‘보는’ 일을 동시에 다룬다는 점에서, 김동희의 작업은 서로 다른 도시와 건축, 제도 안에서도 계속 새로운 변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열린 구조를 가지고 있다.

Works of Art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장으로서의 공간

Articles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