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기 - K-ARTIST

부스러기

2013
스티로폼에 혼합재료, 나무토막 위에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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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김지은은 도시의 외형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해 그 풍경을 만들어낸 법과 제도, 개발 정책, 자본의 흐름을 추적한다.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방음벽, 도로의 선, 전봇대, 건축물의 형태와 위치에는 사회가 정한 규칙과 구조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새겨져 있다. 작가는 이러한 도시의 흔적을 조사하며 눈앞의 풍경과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제도와 욕망을 연결한다.

그에게 그리기는 관찰한 공간을 조사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질서와 구조를 화면 위에 다시 구축하는 과정이다. 수직과 수평의 선, 그리드, 정면에서 바라본 건축물의 모습은 도시를 감정적으로 재현하기보다 구조적으로 파악하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동시에 법과 제도의 경직성을 보여주면서도 그것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김지은의 회화는 익숙한 도시의 표면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 뒤에 놓인 제도와 욕망, 역사적 조건을 가시화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상의 풍경이 어떤 힘과 논리에 의해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개인전 (요약)

김지은은 인사미술공간(2005), 대안공간 루프(2011), 두산갤러리 뉴욕(2014), 갤러리 시몬(2016, 2021), 블루메미술관(2017), 우민아트센터(2023)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김지은은 서울시립미술관(2007), 일민미술관(2010), 삼성미술관 리움(2012), 에스파스 루이 비통 홍콩(2012),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13, 2014), 갤러리 론 만도스(2015), 경기도미술관(2016), 수원시립미술관(2020) 등에서 열린 단체전 및 2인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김지은은 2010년 AHL재단 제7회 시각예술 공모 1등상, 2012년 제3회 두산연강예술상, 2013년 제13회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2022년 제21회 우민미술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김지은은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2009), 산타페 아트 인스티튜트(2010),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2011),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1–2012),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3), 두산 레지던시 뉴욕(2014)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김지은의 작품은 63아트, ING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및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송은문화재단, 두산연강재단, 전북도립미술관, 서울특별시, 경기어린이박물관, 포항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집단적 욕망이 물질화된 사회적 풍경으로서의 도시

주제와 개념

김지은은 도시의 외형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해 그 모습을 만들어낸 법과 제도, 개발 정책, 자본의 흐름을 추적해왔다. 2005년 첫 개인전 《제도화된 풍경》과 ‘무지개떡 프로젝트’ 연작에서 공사장의 방진막이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해 규정된 시설이라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방음벽, 도로의 선, 전봇대, 건축물의 형태와 위치에는 사회가 정한 규칙이 구체적인 모양으로 새겨져 있다.

김지은은 이러한 흔적을 조사하며 눈앞의 풍경과 그 배후에서 작동하는 제도를 연결한다. 도시를 개인의 감상이 투영된 풍경으로 다루기보다 누가, 어떤 필요와 논리에 따라 현재의 환경을 만들었는지 되묻는 태도가 작업의 출발점이다. 초기부터 작가는 법과 제도의 경직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것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두었다. 

미국 유학과 여러 지역에서의 레지던시는 이러한 관심을 서로 다른 도시와 주거환경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계획된 진부화》와 《소라게 살이》에서 작가는 미국의 교외 주택, 디트로이트의 쇠퇴, 개발과 소비의 주기에 따라 빠르게 교체되는 건축 환경을 자신의 이동 경험과 결합했다. 특정 지역에 머무를 때마다 그곳의 역사와 주거 형태, 공동체가 형성된 방식을 조사하는 과정도 이 시기에 작업의 중요한 방법으로 정착했다.

지역마다 외형은 다르지만 대량생산된 주택과 대규모 아파트, 도시 외곽의 확장과 재개발에서 반복되는 구조를 발견하면서, 장소에 고유한 특징과 현대 도시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조건을 함께 살피게 된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건축은 사람 없이도 삶의 방식과 집단적 욕망을 보여주는 기록이 된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개발과 철거가 반복되는 한국의 도시 풍경, 특히 콘크리트 건축과 ‘땅’의 문제가 더욱 뚜렷해졌다. 고층 아파트와 가건물, 공사 현장, 컨테이너와 지붕 등은 압축적 근대화와 부동산 중심의 개발이 남긴 시각적 증거로 등장한다. 김지은에게 도시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상태에 가깝다.

오늘 세워진 건물이 머지않아 철거될 수 있다는 시간성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으며, 개발이 생산하는 것은 새로운 주거 공간만이 아니라 폐허와 이동, 삶의 불안정성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가는 도시를 연구하면서 경제적 효율성과 개발의 논리가 사람의 생활 방식과 감각, 장소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함께 질문한다. 콘크리트 건축의 흥망성쇠를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와 연결해 읽는 관점은 이 시기 작업을 관통하는 중요한 문제의식이다. 

최근 화성 봉담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한 작업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제도화된 풍경’에서 ‘제도화된 일상’으로 더욱 가까이 이동한다. 《화성N지구에서》에서 김지은은 신도시와 아파트 단지, 모델하우스와 이케아 쇼룸, 토지이용계획도와 평면도 등을 통해 장소성이 제거되고 기능과 상품 논리에 따라 조직되는 주거생활을 살핀다. ‘한국형 서버비아’와 ‘비장소’라는 개념은 개발 정책과 자본, 주거에 대한 개인의 욕망이 결합해 오늘날의 생활환경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설명한다.

여기에 거리뷰와 위성사진, 화성 탐사 로봇의 이미지까지 결합하면서 현실의 장소와 가상의 이미지가 뒤섞이는 동시대의 공간 경험도 작업 안으로 들어온다. 초기부터 이어진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상의 풍경은 어떤 힘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그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김지은의 작업은 눈에 익은 도시의 표면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 뒤에 감춰진 제도와 욕망, 역사적 조건을 가시화해왔다는 점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갖는다.

형식과 내용

김지은은 회화를 전공했고 스스로도 페인터로서의 정체성을 꾸준히 유지해왔지만, 그의 회화는 도시를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옮기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작가에게 그리기는 관찰한 공간을 조사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질서와 구조를 화면 위에 다시 구축하는 과정이다. 수직·수평의 선, 그리드, 정면에서 바라본 건축물의 모습은 도시를 감정적으로 묘사하기보다 구조적으로 파악하려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콘크리트의 생애〉처럼 건축물의 생성과 철거가 동시에 감지되는 작품에서도 화면은 특정 순간을 포착하면서 그 풍경이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시간성을 함께 품는다. 이러한 방식은 도시를 ‘그릴 대상’으로 선택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배열해야 도시를 움직이는 원리가 드러나는지 탐색하는 회화적 방법으로 이어진다. 

시트지, 알루미늄, 플라스틱 골판지, 방수포처럼 실제 건축 현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들은 김지은의 회화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다. 〈콘크리트-안과 밖〉에서는 플라스틱 골판지와 시트지를, 〈만능 컨테이너 프로젝트〉에서는 알루미늄 판과 시트지를 사용하며, 〈수상한 지붕들-위장〉에서는 위장무늬 방수천 위에 공장 지붕과 도시의 구조를 펼쳐 보인다. 이러한 재료는 도시 풍경을 묘사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그 풍경을 실제로 구성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화면 속 건축 이미지와 현실의 건축 재료가 직접 맞닿으면서 평면의 환영과 물성이 동시에 강조되고, 도시의 임시성·표준화·반복성이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에 정면 시점과 구글 지도, 드론, 위성사진에서 비롯된 수직 시점이 함께 사용되면서 사람이 직접 걷고 바라보는 도시와 기계적 시선으로 포착된 도시가 교차한다. 

회화의 논리는 설치 작업에서도 계속 확장된다. 김지은은 각목, 시트지, 포장용 끈, 버려진 물건처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조합해 비계나 망루와 같은 구조물을 제작해왔다. 〈어떤 망루〉처럼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설치는 그림의 프레임을 벗어나 전시장 전체의 높이와 폭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방법은 주어진 재료와 환경을 적극적으로 전용하는 브리콜라주다.

작가는 완성된 설계에 맞춰 재료를 선택하기보다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사물의 기능과 형태를 새롭게 조합하며, 이미 쓰임을 가진 사물에서 또 다른 구조를 만들어낸다. 그림에서 사용해온 배치와 구축의 감각이 실제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회화와 설치 사이의 경계도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최근 작업에서는 회화와 설치에 사진 콜라주와 디지털 이미지가 한층 적극적으로 결합된다. 모델하우스와 아파트 실내, 이케아 쇼룸처럼 표준화된 주거 공간에 거리뷰, 위성사진, 화성 탐사 로봇이 전송한 이미지 등을 삽입하면서 실제 생활 공간과 매개된 이미지 환경을 충돌시킨다. 창문이나 텔레비전, 벽면의 그림이 외부 풍경과 다른 장소의 이미지로 치환되고, 내부와 외부, 실제 장소와 가상 공간의 경계가 흔들린다.

이때 콜라주는 이미지를 단순히 겹쳐 붙이는 기법에 그치지 않고, 제도와 자본에 의해 정돈된 실내와 그 바깥의 불균질한 현실을 한 화면 안에 병치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회화에서 출발한 구축과 배치의 감각이 재료, 설치, 사진, 디지털 이미지까지 이어지면서 김지은의 작업은 동시대 도시를 감각하고 분석하는 복합적인 시각 언어를 형성해왔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지은의 작업은 2005년 첫 개인전 《제도화된 풍경》에서 설정된 문제의식을 장기간 밀고 왔다는 점에서 뚜렷한 연속성을 보인다. 당시 작가는 방진막과 도로 시설, 건축물처럼 너무 익숙해 쉽게 지나치는 도시의 요소들을 법과 제도의 결과물로 읽어냈다.

이후 작업의 대상과 매체는 여러 차례 달라졌지만, 눈앞의 풍경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생산한 사회적 구조를 역추적하는 태도는 지속되었다. 특히 도시를 자연스럽게 형성된 배경이 아니라 규범과 이해관계, 집단적 욕망이 물질화된 사회적 풍경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김지은의 초기 작업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핵심 축이다. 

이러한 지속성은 작가의 이동 경험과 결합하면서 지리적으로 확장되었다. 미국 유학과 여러 레지던시를 거치는 동안 김지은은 머무는 지역의 건축과 주거 방식, 개발의 역사, 공동체의 형성 과정을 조사한 뒤 이를 작업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정착시켰다.

디트로이트의 교외화와 쇠퇴, 난지도의 사라진 생활사, 재개발 지역의 갈등처럼 각 지역의 조건은 서로 달랐지만, 작가는 그 차이 속에서 현대 도시가 반복해서 생산하는 구조를 발견했다. 특정 장소의 세부를 충분히 조사하면서도 대량생산과 소비, 개발과 철거, 이동과 정착이라는 공통된 문제로 연결하는 방식은 그의 작업을 장소 특정적인 기록에 머물지 않게 한다. 

회화에서 출발해 설치와 콜라주, 건축 재료를 활용한 작업으로 범위를 넓혀온 과정 역시 단절보다는 확장으로 읽힌다. 김지은은 도시를 그리는 일을 화면에 이미지를 재현하는 행위에 한정하지 않고, 조사한 구조를 다시 만들고 배치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왔다. 이 때문에 시트지와 방수포, 각목, 알루미늄처럼 도시를 실제로 구성하는 재료가 화면과 전시장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왔고, 비계와 망루 같은 대규모 설치까지 이어졌다.

브리콜라주와 구축의 방식이 강조된 이후에도 회화에서 형성된 정면성, 그리드, 공간 배치의 감각은 계속 유지된다. 매체가 변화해도 도시를 읽고 재구성하는 조형적 사고가 작업 전체를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작업은 신도시와 아파트, 모델하우스, 쇼룸 등 개인의 생활에 더 가까운 공간으로 시선을 이동시키며 기존의 연구를 이어간다. 《화성N지구에서》에서 작가는 개발 정책과 자본의 논리가 도시의 외형뿐 아니라 주거 방식과 실내 공간, 개인이 집을 욕망하는 방식까지 조직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초기의 ‘제도화된 풍경’이 도시의 공공적 외관에 새겨진 제도와 규범을 드러냈다면, 최근의 ‘제도화된 일상’은 그 영향이 사적인 생활공간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었는지를 살핀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도시화와 재개발을 다루는 작업은 폭넓게 이어져 왔지만, 김지은은 자신이 실제 거주하고 이동한 장소를 장기간 조사하고 회화적 구축과 설치, 사진 이미지를 함께 사용해 그 구조를 추적해왔다는 점에서 고유한 궤적을 형성한다. 20여 년 동안 작업의 반경은 거리에서 건축으로, 도시에서 주거 내부와 가상 이미지 환경으로 넓어졌지만, 우리가 사는 공간이 누구에 의해 어떤 논리로 만들어지는지를 묻는 질문은 일관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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