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룸 - K-ARTIST

그린룸

2026
세마 퍼포먼스 《호흡》의 모든 참여자들을 위한 휴식공간, 그린룸에서 발효시켜 만든 먹거리와 마실거리, 발효감물로 염색한 커튼, 가구와 조명 설치

About The Work

감동환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경계와, 그 경계를 이루는 둘 이상의 대상 사이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며 작업해 왔다. 그는 경계의 크기와 범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형태, 그리고 이러한 경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장소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경계가 지닌 모호성과 가변성을 살펴보고, 서로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경계가 내포하는 모순과 오류를 사유해 왔다.

감동환의 작업은 사진, 출판, 조각, 설치, 퍼포먼스, 요리, 발효, 돌봄 등 서로 다른 형식과 매체가 겹쳐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는 하나의 매체 안에서 완결된 결과물을 만드는 데 머무르기보다, 사물이 놓이는 장소와 그것을 둘러싼 관계,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변화를 작업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이분법적 세계관을 넘어 무생물과 미생물을 포함한 제3의 행위주체를 발견하고, 이들을 작업의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감동환의 작업은 작가 중심적·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작품과 작가, 관객,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나아가 이질적인 존재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히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공간적 맥락을 형성하며, 고정된 경계와 관계의 의미를 끊임없이 재구성한다.

개인전 (요약)

감동환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비버의 집으로》(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24), 《cook or hoop》(BOOST, 암스테르담, 2023), 《Kitchen has escaped, kimchi’s earthing is done, I feel like making pancakes》(이스트윙 프로젝트 스페이스, 암스테르담,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감동환은 《호흡》(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서울, 2026), 《말하는 머리들》(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5),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성산아트홀, 창원, 2024), 《Buro Stedelijk Manifestation》(스테델릭 미술관, 암스테르담, 2023), 제7회 싱가포르 비엔날레 《나타샤》(싱가포르 아트 뮤지엄, 싱가포르,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감동환은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24), 유-재즈도우스키 캐슬 현대미술관 레지던시(2022), 라익스 아카데미 레지던시(2019-2021),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레지던시(2018) 등에 입주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Works of Art

관계가 만들어내는 경계의 가변적 형태

주제와 개념

감동환의 작업은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람, 장소와 장소 사이에 생겨나는 ‘경계’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어떤 대상을 하나의 이름이나 기능, 영역 안에 고정하기보다, 그것이 다른 존재들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지 살핀다. 초기 작업에서부터 그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태, 서로 다른 두 조건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에 주목해왔다.

〈Smallest Units〉(2010)가 서울 곳곳에 숨겨진 가장 작은 주거 단위를 유형학적 사진 아카이브로 다루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스 재팬〉(2014)이 타인의 필름에 남은 익명의 장면들을 실버 모노크롬 오프셋 프린트로 엮어낸 작업이라면, 이 시기의 감동환은 이미 사물과 이미지, 기록과 익명성,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애매한 위치를 탐색하고 있었다.
 
이후 작업은 수집과 재맥락화에서 참여와 돌봄, 공동체적 관계의 실험으로 확장된다. 라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 기간에 시작된 〈공용부엌〉(2019-2021)은 서로 다른 사회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요리하고 먹고 마시는 공간을 통해 ‘우리’라는 감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묻는다.

작가는 이 부엌을 직접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고, 휴가 이후 방치된 주방에서 발생한 부패와 곰팡이의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한 뒤, 그 이미지를 벽에 붙이고 긁어내며 상처와 흉터처럼 남겼다. 이 과정에서 부엌은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관계가 생성되고 흐트러지며 다시 새겨지는 장소가 된다.
 
감동환의 작업에서 시간은 사건을 기다리는 조건이자, 사물과 생명체가 함께 변형되는 매체로 작동한다. 〈Fermentation Garden〉(2020-2021)은 라익스아카데미 정원에서 기른 배추를 김치로 담그고 발효시킨 뒤, 그 결과물을 김치전으로 만들어 동료들과 나누어 먹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Plants〉(2021)는 버려진 식물들을 수집해 햇볕이 잘 드는 공간으로 옮기고 돌보는 긴 시간을 작업의 내용으로 삼는다.

제7회 싱가포르 비엔날레 《나타샤》(싱가포르 아트 뮤지엄, 싱가포르, 2022)에서 선보인 ‘Fermentation House’(2022) 연작 역시 소형 주택 안에서 간장을 발효시키고, 전시 후반에 만두와 함께 관객에게 나누는 방식으로 완성되었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작가가 일방적으로 형태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과 미생물, 재료와 관객이 함께 결과를 만들어가는 구조에 가깝다.
 
《비버의 집으로》(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24)는 감동환의 경계에 대한 사유가 문학, 조각, 설치, 아티스트북으로 결합된 중요한 전환점이다. 전시는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에서 출발하며, 육지와 물 사이에 사는 비버의 몸을 통해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 존재의 불안과 가능성을 다룬다. 〈소금과 후추〉(2024), 〈벽 모양의 벽〉(2024), 〈터전을 불태우거나 이빨을 쑤실 수 있는 작은 수수께끼의 몸뚱어리〉(2024), 〈늦게까지 불을 피워 놓고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던 인간들〉(2024)은 모두 소설 속 문장과 사물에서 파생된다.

여기서 사물은 이야기의 삽화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둘이 하나로 붙어 있거나 하나의 이름으로 분리되지 않는 상태를 보여주는 조각적 장치가 된다. 감동환은 이 작업을 통해 경계가 대립을 나누는 선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와 잠재성이 생겨나는 자리임을 보여준다.

형식과 내용

감동환의 작업은 사진, 출판, 조각, 설치, 퍼포먼스, 요리, 발효, 돌봄의 형식이 서로 겹쳐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는 하나의 매체 안에서 완결된 결과물을 만들기보다, 사물이 놓이는 장소와 그것을 둘러싼 관계, 시간이 지나며 발생하는 변화를 작업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Balls〉(2011)는 길에서 발견한 공들을 모아 제시하고, 〈Cement wishes〉(2012)는 시멘트와 스티로폼을 통해 사물의 물질감과 임시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초기 작업들은 작가가 일상의 사소한 물건을 기존의 용도에서 떼어내고, 그 안에 잠재된 다른 관계와 의미를 관찰해왔음을 보여준다.
 
출판과 책 역시 감동환에게 중요한 형식이다. 동묘에서 발견한 1,500여 대의 카메라 속 필름을 현상하고 스캔해 만든 『들어있던 필름』 프로젝트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스 재팬〉은 사진의 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를 작업의 중심에 놓는다. 사진을 찍은 사람도, 사진 속 인물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이 이미지들은 기록이면서 동시에 익명적 사건의 흔적이 된다.

작가는 초상권의 문제를 고려해 빛의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보이거나 사라지는 실버 모노크롬 인쇄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는 이미지의 가시성과 비가시성, 소유와 노출의 문제를 물질적인 방식으로 다룬 사례다. 이후 독립출판 프로젝트 데렉 하트필드의 공동 운영자로 활동하는 점 역시, 그가 책을 단순한 기록 매체가 아니라 작업이 놓이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다뤄왔음을 보여준다.
 
〈cook or hoop〉(2021-2023)은 감동환의 참여적 작업 방식이 사회적 장소와 만난 사례다. 작가는 라익스아카데미에 설치했던 이동식 공용 부엌을 암스테르담의 난민 배경 이주민을 위한 문화교육센터 BOOST로 옮기고, 그곳에서 요리 수업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BOOST의 참여자들은 각자의 출신 국가에서 즐겨 먹던 집밥 레시피를 가르치는 강사가 되고, BOOST 직원과 자원봉사자, 라익스아카데미 작가들은 수강생이 된다.

수단, 에티오피아, 팔레스타인, 이란의 레시피와 이야기는 요리책 『cook or hoop』으로 엮였고, 부엌은 음식을 만드는 장소를 넘어 기억과 이주, 환대와 배움의 관계가 오가는 장으로 확장되었다.
 
최근 작업인 〈그린룸〉(2026)은 발효와 돌봄의 형식을 보다 보이지 않는 관계의 차원으로 밀고 간다.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개관전 세마 퍼포먼스 《호흡》(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서울, 2026)에서 발표된 이 작업은 모든 참여자를 위한 휴식공간으로, 발효시켜 만든 먹거리와 마실거리, 발효 감물로 염색한 커튼, 가구와 조명 설치로 구성된다.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는 이 공간에서는 효모와 균이 자라고, 참여자들이 먹는 음식과 음료를 통해 미생물이 사람들의 몸속으로 이어진다.

피부처럼 공간을 감싸는 염색 천은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이지만, 그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발효는 오히려 서로 다른 몸들을 보이지 않게 연결한다. 감동환은 여기서 조각을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쉬고 먹고 돌보고 발효되는 시간 속에서 작동하는 생태적 장치로 확장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감동환은 경계, 공동체, 돌봄, 발효 같은 개념을 상징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사람들이 모이고, 음식을 나누고, 식물이 자라고, 균이 증식하며, 사물이 다른 이름과 기능을 얻는 상황을 직접 구성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 사물은 완결된 조형물이 아니라 사건의 매개체가 되고, 전시는 작품을 보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관계가 잠시 머무르고 변형되는 환경이 된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조각, 사회적 실천, 출판, 퍼포먼스, 생태적 과정 사이를 유연하게 오간다.
 
작업의 흐름을 보면, 감동환은 초기의 수집된 사물과 익명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공동의 부엌과 발효, 식물 돌봄, 소설과 설치,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관계망으로 관심을 넓혀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스 재팬〉이 누가 찍었는지 알 수 없는 이미지의 불분명함을 다뤘다면, 〈공용부엌〉과 〈Fermentation Garden〉은 함께 먹고 돌보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실험했다.

〈cook or hoop〉은 이러한 부엌의 형식을 이주민 커뮤니티와 연결했고, 《비버의 집으로》는 경계의 문제를 소설적 상상력과 조각적 사물로 확장했다. 〈그린룸〉에 이르면 작가는 인간의 관계를 넘어, 미생물과 효모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까지 작업의 행위자로 포함한다.
 
유사하게 사회적 실천이나 참여적 퍼포먼스를 다루는 작가들과 비교할 때, 감동환의 작업은 공동체를 직접적인 메시지나 프로그램으로 제시하기보다, 부엌, 식물, 발효, 책, 소설 속 사물처럼 작고 구체적인 매개를 통해 관계의 형태를 천천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그는 참여를 단순히 관객의 행위로 환원하지 않고, 사람이 자리를 비운 사이 썩고 자라는 것, 기다려야만 변하는 것, 아직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는 것까지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태도는 인간 중심의 관계뿐 아니라 무생물, 식물, 미생물, 시간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조각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감동환은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유-재즈도우스키 캐슬 현대미술관 레지던시, 라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레지던시 등을 거치며 암스테르담과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업은 앞으로도 경계를 지우거나 통합하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잠시 함께 놓이고 변화하는 조건을 섬세하게 조직하며, 조각과 사회적 실천의 접점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Works of Art

관계가 만들어내는 경계의 가변적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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