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 8 - K-ARTIST

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 8

2017
About The Work

전명은은 대상을 향한 다층적인 시선과 감각의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낸다. 그의 작업은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시각만으로는 온전히 확인할 수 없는 세계를 사진을 통해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지 탐색한다. 작가는 시각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사진 매체의 특성 안에서 오히려 시각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며,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이해하려는 행위 자체를 중요한 주제로 삼는다.

전명은의 사진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은 종종 아직 닿지 않은 곳을 향한 열망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세계를 “아무리 손을 뻗어도 만져지지 않는 먼 풍경”에 비유하며, 도달할 수 없는 저편을 향하는 방향성을 작업 전반을 이끄는 태도로 설명해 왔다. 이러한 관심은 움직임을 정지된 이미지로 포착하는 사진의 특성과 맞물리며, 멈춰 있는 화면 안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움직임과 이어질 다음 순간을 상상하게 한다.

따라서 전명은의 작업을 관통하는 태도는 사진을 통해 확실한 대상을 소유하거나 포착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쉽게 보이지 않거나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오래 바라보며, 그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과정에 가깝다. 작가는 사진을 매개로 사람과 사물, 풍경 사이에 놓인 거리를 좁혀가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다양한 감각과 장면을 포착한다.

개인전 (요약)

전명은은 2010년 파리시립 샵탈도서관을 시작으로, 2017년 아마도예술공간,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 SeMA 창고, 2020년 갤러리2, 2022년 페리지갤러리, 2024년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전명은은 2015·2016·2020년 경기도미술관, 2017년 프랑스 몽펠리에의 파비옹 포퓰레르, 2018·2023년 두산갤러리, 2019년 뮤지엄 산, 2020년 서울시립미술관, 2022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3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19년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안규철과 2인전을 개최했다.

수상 (선정)

전명은은 2017년 아마도예술공간의 아마도사진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송은문화재단의 송은미술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레지던시 (선정) 

전명은은 2014·2015년 서울문화재단 성북예술창작센터,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2020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21년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전명은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구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 OCI미술관, 경기문화재단, 송은문화재단,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및 정부미술은행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하는 사진

주제와 개념

전명은의 작업은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시각으로 곧바로 확인할 수 없는 세계를 사진으로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지 탐색한다. 초기에는 청각장애인의 수화, 시각장애인의 감각과 상상, 아마추어 천문가의 관측처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인지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나는 본다〉, ‘사진은 학자의 망막’, 〈블랙박스레코더〉, 〈어떤 사람의 사진〉 등에서 이미지는 눈앞의 대상을 기록하는 데 머물지 않고 소리와 촉각, 언어, 기억과 지식이 결합해 형성되는 인식의 과정으로 제시된다. ‘새와 우산’에서는 폴리 아티스트가 일상의 사물로 전혀 다른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통해, 익숙한 사물도 감각의 방향에 따라 새롭게 인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은 시각 중심의 사진 매체 안에서 오히려 시각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며,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이해하는 행위 자체를 중요한 주제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전명은이 지속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특정한 직업이나 정체성 자체보다 그 사람이 세계를 보고 이해하는 고유한 방식이다. 천문가에게 망원경은 먼 별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는 도구이고, 폴리 아티스트의 소품은 소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며, 조각가가 남긴 사물과 손의 흔적은 부재한 사람의 시간과 감각을 불러온다. 작가는 자신이 궁금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오랜 시간 관찰하며 그가 살아가는 세계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을 작업의 중요한 일부로 여겨왔다.

실제로 전명은은 사람 한 명을 알아가는 일을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는 것”과 연결하며, 피사체가 사진가에게 자신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이런 태도는 대상에 대한 존중과 적절한 거리에서 비롯되며, 타인의 삶을 작가의 서사에 종속시키지 않고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는 관계를 사진 안에 남긴다. 
 
전명은의 사진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은 종종 아직 닿지 않은 곳을 향한 열망으로 이어진다. 아마추어 천문가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천체를 보기 위해 망원경을 만들고, 시각장애인이 언어와 촉각으로 이미지를 구성하며, 체조선수가 정지된 자세에서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는 순간에는 모두 현재의 조건을 넘어 다른 곳을 향하려는 힘이 깃들어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세계를 “아무리 손을 뻗어도 만져지지 않는 먼 풍경”과 연결하며, 도달할 수 없는 저편을 향하는 방향성을 작업 전반의 태도로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관심은 사진이 운동을 정지시키는 매체라는 사실과 맞물리면서, 멈춘 이미지 안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움직임과 다음 순간을 상상하게 한다. ‘글라이더’의 체조선수와 ‘안내인’의 나뭇가지, ‘새와 우산’의 사물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비상과 움직임의 이미지는 그 열망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계절과 빛, 주변의 인물과 동식물, 오래 간직한 사물 등 작가 자신의 일상 가까이까지 확장된다. 《내가 안고 있는 겨울》에서 겨울은 고정된 계절의 이름을 넘어 시간이 머무르고 다음 변화를 기다리는 상태로 다뤄지며, 작가는 계절을 지나며 만난 사람과 동물의 사진을 통해 자신과 타자가 함께 공유한 시간을 바라본다. 2024년 《북쪽창문으로》에서는 희미한 빛, 반딧불이의 깜박임, 나비와 해파리의 움직임, 시각장애 학생들이 만든 얼굴처럼 작고 연약하거나 쉽게 사라지는 것들이 주요한 관심 대상으로 등장한다.

이때 빛은 물리적 현상이면서 멀리 있는 존재를 기다리고, 미약한 생명력을 발견하고, 서로 다른 감각으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함께 품는다. 따라서 전명은의 작업을 관통하는 정체성은 사진을 통해 확실한 대상을 소유하는 데 있지 않고, 쉽게 보이지 않거나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오래 바라보며 그쪽으로 다가가려는 태도에서 선명해진다. 

형식과 내용

전명은은 사진을 중심 매체로 삼으면서도 개별 이미지가 전달할 수 있는 정보만으로 작업을 완결하지 않는다. 여러 사진을 연작으로 구성하고 서로 다른 대상을 병치하거나, 사진을 촬영하게 된 과정과 대상의 이야기를 함께 제시하면서 한 이미지의 앞뒤에 존재하는 시간을 드러낸다.

‘사진은 학자의 망막’에서는 아마추어 천문가가 직접 만든 망원경과 그 장비를 통해 촬영한 천체 이미지를 연결하고, ‘안내인’과 ‘글라이더’에서는 나뭇가지, 손, 팔, 어깨와 같은 신체와 사물의 부분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강한 명암과 선명한 윤곽, 대상의 표면에서 감지되는 질감은 사물의 물성과 힘의 방향을 강조하며, 정지된 사진 안에서도 다음 움직임을 예감하게 한다. 

사진은 전시장 안에서 사운드와 오브제, 관람자의 움직임을 만나며 감각의 범위를 넓히기도 한다. ‘새와 우산’에서는 폴리 도구를 촬영한 사진과 실제 사물, 효과음을 결합하고, 관람자가 발소리가 증폭되는 통로를 지나 작품을 만나도록 구성했다. 눈으로 본 사물의 형태와 귀로 들은 소리가 서로 다른 대상을 떠올리게 하면서 시각과 청각 사이의 대응 관계가 흔들린다.

〈그 사진은 어디로 갔을까?〉에서도 아버지의 흑백사진을 벽과 공중에서 회전하는 유리판에 투사해 고정된 사진을 공간 속 움직이는 이미지로 변환했다. 이처럼 전명은은 사진의 평면성을 유지하면서도 그것이 놓이는 위치, 주변의 사물과 소리, 관람 방식까지 작업의 구성 요소로 활용한다. 

글쓰기도 전명은의 작업에서 사진과 긴밀하게 맞물린다. 〈어떤 사람의 사진〉에서는 한 장의 사진을 설명하는 글을 시각장애인에게 전달하고 그들이 다시 작성한 편지를 기록했으며, 『금곡의 기억』에서는 중도 실명한 사람들의 기억을 일반 문자와 점자로 옮겨 사진과 함께 구성했다. ‘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에서는 조각가의 작업실과 남겨진 석고 모형을 촬영하는 동시에 사라진 사람과 정지된 사진, 지속되는 시간에 관한 글을 썼다.

이때 텍스트는 사진에 정답을 덧붙이는 해설보다 사진 바깥의 사건과 기억을 다시 불러들이는 역할을 맡는다. 작가는 전시와 함께 책과 인쇄물을 꾸준히 제작해왔으며, 이미지와 글을 오가면서 사진 한 장이 담지 못한 시간과 관계를 서사적으로 이어간다. 

최근의 사진에서는 이러한 세밀한 구성과 함께 이미지 자체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한층 두드러진다. 《글라이더》에서는 이전 전시에서 자주 함께 사용했던 텍스트와 오브제 등의 요소를 줄이고 체조선수의 자세와 신체가 만들어내는 형태를 사진 자체에 집중해 보여주었다. 《북쪽창문으로》에서는 프레임 없이 인화지를 걸거나 일부 장면을 필름카메라로 촬영해 우연성과 즉흥성을 받아들였고, 반딧불이와 나비, 해파리, 식물처럼 희미하게 빛나거나 움직이는 대상을 섬세한 색과 질감으로 포착했다.

빛이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는 순간과 작은 움직임을 기다리는 촬영 방식은 사진의 정지성과 작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운동감을 한 화면 안에서 긴장시키며, 기술적 완결성 못지않게 피사체와 만나고 기다리고 바라보는 시간을 사진의 형식에 스며들게 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전명은의 작업은 2000년대 초 장소와 시간을 기록한 사진에서 출발해, 타인의 시선과 감각을 탐구하는 프로젝트, 신체의 움직임과 사물의 물성을 다루는 연작, 최근의 빛과 계절에 관한 작업으로 꾸준히 확장되어 왔다.

초기 사진에서는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사물을 특정한 위치에 놓고 풍경을 기록하는 방식이 두드러졌고, 이후에는 아마추어 천문가, 시각장애인, 폴리 아티스트, 조각가, 체조선수처럼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감각하는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향했다. 소재와 인물은 달라졌지만, 카메라를 통해 자신과 대상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고 타인의 시선에 접근하려는 태도는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움직임’은 전명은의 여러 시기를 연결하는 중요한 축이다. 움직임은 체조선수의 신체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멀리 있는 별을 바라보는 천문가의 시선, 소리를 만들어내는 폴리 아티스트의 제스처, 정지된 사진 속에서 지속되는 시간처럼 보다 넓은 의미로 나타난다.

‘안내인’에서 ‘플로어’와 ‘글라이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신체와 사물의 선, 무게, 힘의 방향이 더욱 선명해졌고, 사진이 순간을 멈추는 매체라는 조건 안에서 정지 이전과 이후의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작업을 “모든 형태의 움직임”에 대한 탐구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 관심은 초기의 감각 연구와 최근 작업을 잇는 핵심적인 지속성을 이룬다. 

전명은의 작업은 사진을 중심으로 하면서 연구와 기록, 글쓰기, 책, 사운드, 설치와 퍼포먼스를 유연하게 오간다는 점에서도 독자적인 위치를 갖는다. 조각을 전공한 이력은 사물의 표면과 부피, 신체의 구조와 힘을 바라보는 방식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으며, 사진은 고정된 결과물인 동시에 작가가 낯선 세계에 접근하기 위한 도구로 기능해왔다.

윤원화는 그의 작업에서 사진을 명시적인 목표나 유일한 수단이라기보다 작가의 이동과 경험이 축적되는 “기억 장치 또는 지도”에 가깝게 설명한다. 이 때문에 전명은의 작업은 인물과 사회를 관찰하는 기록사진의 성격, 지각과 이미지의 조건을 탐구하는 개념적 접근, 공간과 사물을 조직하는 설치적 감각을 함께 품는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작가의 시선은 주변의 계절과 빛, 동식물, 개인적인 기억과 가까운 사물로 이동하지만 이전의 문제의식은 단절되지 않는다. 《북쪽창문으로》에서는 2012년경부터 이어온 시각장애인과의 작업이 다시 등장하고, 희미한 빛과 불완전한 시각 경험을 사진의 조건과 나란히 놓으며 ‘어떻게 보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이어간다.

타인의 세계를 관찰하던 시선이 자신의 일상과 기억 가까이 이동하면서 작업의 범위는 넓어졌고, 보이지 않는 것에 다가가려는 태도, 멈춘 이미지 속에서 시간을 감지하는 방식, 대상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오래 바라보는 자세는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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