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널 - K-ARTIST

리미널

2022
멀티 채널 영상과 사운드 (모니터, 미디어 플레이어, 형광등, 스피커, 우퍼)
영상: 14분 51초, 가변크기

About The Work

김다움은 ‘인터페이스’ 개념을 바탕으로 물리적 공간과 가상 환경, 사적 경험과 사회적 맥락 사이의 경계를 가시화해왔다. 특히 자신이 살아가는 자리에서 마주하는 사람과 장소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흔적과 감각에 주목하며, 이를 영상, 사운드, 설치 등의 매체를 통해 탐구한다. 작가에게 이러한 경계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교차하며 다양한 관계가 형성되는 장소이자, 서로 다른 물질과 감각이 만나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나는 공간이다.

김다움은 현대인이 살아가며 맺게 되는 다양한 ‘관계망’을 이미지와 데이터, 사운드 등의 요소를 통해 감각적인 형태로 구현한다. 그의 작업 안에서 기호와 정보는 서로 연결되고 교환되며 때로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안내자처럼 기능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촉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사건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한편, 끊임없이 소멸하고 변화하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사적 경험에서 출발한 김다움의 작업은 개인의 기억과 감각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의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공유될 수 있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러한 이야기는 매체와 전시 공간, 관객의 신체와 시선, 동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더욱 공감각적인 경험으로 구현된다. 서로 다른 요소들이 관계를 맺고 감각을 교환하는 구조를 통해 작가는 관객이 익숙한 일상 속 관계망을 새롭게 인식하고 경험하도록 한다.

개인전 (요약)

김다움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dazzled & muddled》(프라이머리 프랙티스, 서울, 2023), 《눈먼 길》(팩토리2, 서울, 2019), 《대나무숲 옆에서》(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15), 《RSVP》(아트선재센터, 서울, 2014)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김다움은 이마프 2026 《천만은죽: 기후의 시간》(이화여자대학교, 서울, 2026), 《멜랑콜리아》(프라이머리 프랙티스, 서울, 2025), 《경계 그리기, 경계 흐리기.》(MO BY CAN, 서울, 2024), 《프리즈 필름 2023》(아트스페이스 보안1, 서울, 2023), 《기록하는 기억》(SeMA 벙커, 서울, 2022), 《완벽한 최후의 1초 – 교향곡 2번》(백남준아트센터, 용인, 2022),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김다움은 캔파운데이션 명륜동작업실(2025),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23), 금천예술공장(2022)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김다움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이 교차하는 인터페이스

주제와 개념

김다움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개인과 사회가 접촉하는 ‘사이’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바라본다. 초기에는 특히 인터넷과 SNS에서 형성되는 비대면 관계에 주목했다. 〈리카〉(2009-2010), 〈프랜져〉(2010), 〈정일〉(2012) 등에서 그는 채팅 기록과 SNS 타임라인을 장기간 수집하고 분류하며, 물리적으로 만나지 않은 사람들이 텍스트와 데이터만으로 관계를 만들고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을 살폈다.

이때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기술 장치라기보다 보이지 않는 타자와 개인을 연결하는 관계의 공간이었다. 개인적인 채팅에서 출발한 관심은 빠르게 집단적 정보가 흐르는 SNS로 넓어졌고, 사적인 대화 속 사회적 징후와 사회적 사건 속 개인의 흔적을 교차해 읽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2013년경부터 이 ‘사이’에 대한 관심은 온라인 환경을 벗어나 실제 전시장과 사회적 관계의 구조로 이동한다. 〈여기는 언제나 월요일/차가운 친밀성〉(2013)에서는 전시장 벽에 새긴 문장을 다시 메워 작가의 흔적을 거의 보이지 않게 남겼고, 《RSVP》(아트선재센터, 2014)에서는 전시장을 환대와 관계가 작동하는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다뤘다.

이 시기 중요한 변화는 작가가 관계의 내용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자신을 최대한 감추고 사물의 배열과 분류, 흔적을 통해 간접적으로 존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인터페이스는 누군가와 소통하는 화면에서 벗어나 전시장, 책, 벽, 관람객의 동선처럼 관계를 조직하는 물리적 조건으로 확대된다.
 
《대나무 숲 옆에서》(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5)와 〈맹지〉(2016)를 거치며 이러한 관심은 개인이 사회의 불완전한 조건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이동하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전자에서 익명의 사용자들이 노동과 생활의 고민을 토로하는 온라인 ‘대나무숲’은 목소리를 감추면서 동시에 증폭하는 인터페이스로 읽혔고, 후자에서는 도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아 타인의 땅을 거쳐야만 접근할 수 있는 ‘맹지’가 사회적 관계의 구조를 설명하는 모델이 되었다.

서울, 홍콩, 대만의 화자들이 공간을 점유하거나 떠나고, 남겨진 장소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관계의 문제를 개인 간 소통에서 공간의 소유와 점유, 이동, 기억으로 확장했다. ‘사이’는 이제 추상적인 관계가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살아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사회적·물리적 조건으로 구체화된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 작업의 중심은 이러한 관계 구조가 개인에게 남기는 감각과 정서 쪽으로 점차 이동한다. 돌봄의 경험을 작업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잠걸음〉(2021), 〈리미널〉(2022), 《dazzled & muddled》(프라이머리 프랙티스, 2023)를 거치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생겨나는 불안, 무력감, 희망, 긴장과 같은 붙잡기 어려운 감정에 관심을 둔다.

이전 작업에서 관계의 흔적을 수집하고 분류했다면, 이 시기부터는 그 관계를 통과하며 몸에 남은 진동과 기억을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꿀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최근 'Measure'(2024-) 연작에서는 ‘측정’이라는 개념을 통해 내면의 소리와 감정을 선, 색, 질감으로 옮기며, 인터페이스에 대한 오랜 관심을 외부 관계의 구조에서 내면과 세계가 만나는 감각적 경계로 다시 확장한다.

형식과 내용

형식적으로 김다움의 초기 작업은 수집, 분류, 재편집의 과정을 기반으로 한다. 채팅 대화와 SNS 타임라인처럼 빠르게 생성되고 사라지는 데이터를 기록해 영상으로 다시 구성했으며, 텍스트가 화면에 남았다가 흐려지고 겹쳐지는 방식으로 관계와 기억의 축적을 시각화했다. 이후 이러한 편집의 원리는 전시장으로 옮겨진다.

《RSVP》에서는 책과 자료를 선형적·비선형적으로 분류하고 그 사이에 카드와 영상을 숨겼으며, 〈속삭임과 두 번의 눈짓〉(2014)에서도 수집한 자료와 인터뷰를 분류하고 재조합했다. 매체는 영상에서 설치로 달라졌지만, 이미 존재하는 정보와 흔적을 다시 배열하여 그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유지되었다.
 
2015년 이후에는 이 구조가 더욱 물리적이고 감각적인 형태로 바뀐다. 〈어쿠스틱 디퓨저〉(2015)와 〈무향실〉(2015)은 익명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온라인 대나무숲의 구조를 소리를 차단·흡수·분산하는 음향 장치와 연결했다. 책과 파일함, 흡음판과 같은 익숙한 물건이 사회적 소통의 방식을 번역하는 설치물이 되었고, 흩어진 개별 요소를 관객이 이동하며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도록 만들었다.

이후 〈인체연성〉(2017)과 같은 다채널 사운드 설치에서 소리는 더욱 독립적인 매체로 자리 잡는다. 초기의 텍스트와 데이터가 관계를 기록하는 재료였다면, 이때부터 소리와 공간 자체가 관계를 신체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재료가 된 것이다.
 
〈맹지〉와 《눈먼 길》(팩토리2, 2019)에서는 영상, 다채널 사운드, 설치가 하나의 공간적 경험으로 결합한다. 한 편의 서사를 화면 안에 완결하기보다 여러 화자와 장소, 소리의 방향을 분산시키고 관객이 그 사이를 이동하면서 관계를 조립하도록 한다. 이러한 방식은 이후에도 이어져, 〈리미널〉에서는 모니터와 형광등, 스피커와 우퍼를 함께 사용하고, 《dazzled & muddled》에서는 가사에서 출발한 텍스트가 선과 이미지로 분해되고 다시 영상과 사운드에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김다움의 작업은 ‘데이터를 편집하는 영상’에서 ‘서로 다른 감각과 매체가 연결되는 환경’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동했다. 하나의 이미지보다 이미지 사이의 충돌, 소리와 화면 사이의 시간차, 관객이 공간을 통과하며 경험하는 진동이 더 중요해진다.
 
최근 회화로의 확장은 이러한 흐름에서 단절된 변화라기보다 그간 축적한 감각 언어를 평면으로 압축하는 과정에 가깝다. 〈Measure〉(2024)와 이후의 'Measure' 연작에서 물감은 균일한 색면이 아니라 고이고 솟으며 표면의 높낮이를 만들고, 선과 색의 농도는 감정의 강도와 진동을 나타내는 시각적 장치가 된다. 따라서 그의 회화는 고정된 장면을 재현하기보다 이전의 사운드와 설치가 다뤄온 파동, 거리, 기억의 잔향을 평면 안에서 다시 작동시킨다.

《Shadow Index》(파이프갤러리, 2025)에서 이 연작이 감각과 기억의 흔적을 다루는 작업으로 제시된 것처럼, 매체가 회화로 이동했어도 관계의 흔적을 포착하고 서로 다른 상태 사이의 경계를 드러내려는 방법론은 이어지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다움의 작업에서 가장 지속적인 것은 특정 매체가 아니라 ‘인터페이스’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는 인터넷, 전시장, 익명 커뮤니티, 부동산의 구조, 사운드, 회화까지 서로 다른 대상을 다루면서도 그것을 두 영역이 맞닿는 경계로 해석해왔다. 초기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 사이에 오가는 텍스트가 인터페이스였다면, 이후에는 책의 배열과 전시장, 소리를 차단하는 장치, 타인의 땅을 통과해야 하는 맹지, 현실과 이상 사이의 정서적 간극까지 같은 개념 안으로 들어왔다. 이 때문에 그의 작업세계는 소재가 계속 바뀌면서도 느슨해지지 않는다. ‘관계는 어디에서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남는가’라는 질문이 매번 다른 형태를 통해 갱신되어 왔다.
 
디지털 환경이나 사회적 관계를 다루는 작업이 온라인 이미지와 화면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면, 김다움은 그보다 매체가 사람 사이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더 오래 머문다. SNS에서 중요한 것은 화면의 미학보다 익명성과 거리, 기억의 축적이었고, 사운드에서는 음악 자체보다 목소리가 차단되거나 전달되는 조건이 중요했다. 최근 회화에서도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 소리와 진동, 감정을 물감의 밀도와 표면으로 번역한다.

즉, 영상·설치·사운드·회화를 각각 독립된 장르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감각 체계 사이를 오가며 같은 질문을 변형해왔다는 점이 그의 작업을 구별한다. 이러한 태도는 사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사회적 구조와 연결하면서도 개인을 거대한 담론의 사례로 환원하지 않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이 흐름에서 최근의 정서와 회화에 대한 관심은 작업의 방향을 좁히기보다 오히려 인터페이스의 범위를 넓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온라인의 타인, 전시장의 관객, 익명의 노동자와 도시의 공간을 다루던 시선이 이제는 돌봄의 경험이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 미디어를 통해 전염되는 우울과 같은 내밀한 감각으로 들어왔다.

《Melancholia》(프라이머리 프랙티스, 2025)에서는 미디어가 우울을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공유되고 유통되는 사회적 감각으로 만드는 과정이 다뤄졌고, 'Measure' 연작에서는 그처럼 외부와 내부가 뒤섞여 만들어진 감정을 ‘측정’ 가능한 흔적처럼 화면에 남긴다. 여기서 개인과 사회의 경계라는 초기의 질문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외부의 관계가 어떻게 몸과 감정 내부에 침전하는지를 살피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김다움은 제12회 광주비엔날레의 《생존의 기술: 집결하기, 지속하기, 변형하기》(아시아문화전당, 2018), 백남준아트센터와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Frieze Film 2023 등에 참여했고, 금천예술공장과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를 거쳐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작업이 국제적 맥락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은 특정 한국 사회의 사례 자체보다, 디지털 관계와 이동, 돌봄, 감정의 유통처럼 여러 사회에서 공유되는 경험을 ‘사이’와 ‘인터페이스’라는 구조로 다뤄왔다는 데 있다. 영상에서 소리로, 설치에서 회화로 매체를 바꾸면서도 관계의 흔적을 다른 감각으로 번역해온 방식은 앞으로도 새로운 매체나 생활의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변주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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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이 교차하는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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