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NAMI BLUE Mushroom - K-ARTIST

AYANAMI BLUE Mushroom

2016
레진, 아야나미 블루, 나무받침
14.5 x 6.5 x 6.5 cm

About The Work

돈선필은 소위 ‘서브컬처’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캐릭터와 구조에 주목하며, 이를 동시대 사회와 공유된 미적 감각을 살펴보는 단서로 삼아왔다. 작가는 비주류이자 변방의 것으로 여겨지는 요소들을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보고, 서브컬처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주류 제도권의 체제 및 방식과 교차시키며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미와 관계를 탐구한다.

돈선필의 작업은 동시대의 언어와 사회를 ‘구현화(Materialization)’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데서 출발한다. 감정과 생각, 개념과 느낌처럼 추상적인 영역이 구체적인 사물로 구현되는 방식에 관심을 두며, 특히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이미지를 물질적 형태로 옮긴 ‘피규어’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작가에게 피규어는 단순한 수집품이나 소비재가 아니라, 원본의 이미지와 데이터가 물질적 형태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조형물이며, 그 제작과 유통,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와 누락, 변형은 원본과 파생물의 관계를 드러낸다.

이처럼 돈선필은 캐릭터와 사물이 탄생하고 변형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는 가능성을 탐구하며 사회적 현상과 사건을 ‘피규어’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해왔다. 하나의 원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와 의미가 파생되는 피규어처럼 그의 작업 역시 하나의 확정된 의미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가능성으로 확장된다. 입체 조형물과 서사적 영상을 통해 현실과 가상, 원본과 파생물 사이를 가로지르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감각, 보이지 않는 관계와 경로를 탐색한다.

개인전 (요약)

돈선필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음울한 귤》(페리지갤러리, 서울, 2025), 《Electronic Tomb Raider》(국제전자센터, 서울, 2024), 《인더스트리얼 미소녀》(아라리오갤러리, 서울, 2023), 《괴 • 수 • 인》(YPC 스페이스, 서울, 2022)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돈선필은 《리버스 캐비닛》(코엑스, 서울, 2025), 《키치 앤 팝: 한국적 팝아트의 현재》(주상하이한국문화원, 상하이, 2025), 2024 아트스펙트럼 《드림 스크린》(리움미술관, 서울, 2024), 《언박싱 프로젝트 3: 마케트!》(뉴스프링프로젝트, 서울, 2024), 《Fake it Real》(대만디지털아트센터, 타이베이, 2022), 《땅속 그물 이야기》(아르코미술관, 서울, 2022), 《조각충동》(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돈선필은 2023년 제1회 서울예술상 시각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작품소장 (선정)

돈선필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아라리오컬렉션 등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동시대 언어와 사회의 ‘구현화’

주제와 개념

돈선필의 작업은 감정이나 생각, 이미지와 설정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구체적인 형태로 옮기는 ‘구현화(Materialization)’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그가 오랫동안 주목해온 피규어는 이 과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상이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속 2차원 캐릭터가 수많은 사람의 노동과 기술을 거쳐 입체적인 사물이 되는 과정에서는 원본의 정보가 그대로 복제되지 않는다. 일부는 생략되고, 다른 부분은 과장되거나 새롭게 추가된다.

돈선필은 이 차이를 오류나 실패로 보지 않고, 하나의 이미지가 다른 매체와 현실의 조건을 통과하면서 새로운 존재가 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민메이 어택: 리-리-캐스트》(시청각, 2016)에서는 완성도가 낮은 피규어를 불량품으로 판단하는 대신 특정 캐릭터를 알아보게 하는 최소한의 기호와 변형된 형태에 주목하며, ‘열화-복제’를 원본과 복제의 관계를 읽는 방법으로 발전시켰다.
 
이후 피규어는 특정한 수집문화의 소재를 넘어 시간과 기억, 사회적 약속을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으로 넓어진다. 《METAL EXP: 외톨이의 움직이는 시간》(취미가, 2018)은 RPG 게임 『드래곤 퀘스트』의 ‘하구레 메탈’을 레벨업에 필요한 시간이 응축된 형상으로 해석하면서 형태 없는 시간과 우연을 사물의 모습으로 바꾼다. 《끽태점 喫態店》(아라리오뮤지엄, 2019)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전시 전체로 확장된다.

피규어와 피규어를 닮은 조형물, 진열장과 상점 구조가 뒤섞이면서 전시장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피규어’처럼 작동하고, 각 사물은 특정 시대의 기억과 생활양식을 담은 형태가 된다. 이 시기부터 돈선필에게 피규어는 단순한 축소 모형이라기보다 사회가 공유하는 이미지와 취향, 기억이 구체적인 물질로 굳어진 상태에 가까워진다.
 
《포트레이트 피스트》(아트선재센터, 2020)는 이 관심을 ‘얼굴’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이미지로 옮겨간 작업이다. 실제 인물의 초상과 달리 애니메이션의 ‘캐라’ 얼굴은 단순화된 이목구비만으로도 얼굴로 인식되며, 캐릭터의 정체성은 오히려 머리 모양이나 색, 의상 같은 얼굴 바깥의 요소에 분산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무엇이 얼굴을 얼굴로 인식하게 하는지, 그리고 이미지가 사람이나 캐릭터를 대신하는 과정에서 어떤 힘을 획득하는지 묻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정동현상표본(SAP) Error+Conservation〉(2022)과 《괴·수·인》(YPC 스페이스, 2022)을 거치며 다시 추상적인 감정과 현실의 관계로 이어진다. 특히 《괴·수·인》에서는 완벽한 CG 이미지보다 물리적 한계와 제작상의 제약을 품은 특촬의 방법론에 주목하며, 현실의 불완전함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리얼리티를 보존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이러한 흐름은 《인더스트리얼 미소녀》(아라리오갤러리, 2023)와 《음울한 귤》(페리지갤러리, 2025)에서 한층 구조적인 질문으로 발전한다. 전자가 소비자가 완성된 피규어를 바라보는 단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생산자와 원형사, 금형과 도색, 반복되는 산업 관습에 관심을 돌렸다면, 후자는 피규어를 넘어 특촬 전체를 하나의 구현화 시스템으로 본다. 가면과 슈트, 괴수의 몸체와 미니어처 세트는 허구를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지지만 촬영이 끝난 뒤에도 실제 사물로 남는다.

돈선필에게 중요한 것은 이처럼 가상과 현실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서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어긋남과 잔여물이다. 초기의 ‘열화-복제’가 원본과 복제물 사이의 차이를 다루었다면, 최근에는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기술적·경제적·물리적 조건 자체가 작업의 핵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

돈선필은 조각을 중심에 두면서도 레디메이드 사물, 피규어, 영상, 글, 출판물, 진열 구조와 전시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 초기부터 기존 피규어를 자르고 결합하거나 새로운 형태를 덧붙이고, 이미 존재하는 산업 제품의 크기와 표면을 변형하는 방식이 중요했다. 《민메이 어택: 리-리-캐스트》의 재가공된 피규어에서 출발한 이러한 방법은 《끽태점 喫態店》에서 보다 적극적인 혼성 형태로 발전한다.

피규어와 유사하지만 피규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합성수지 조형물, 기존 사물과 조각적 형태가 같은 진열장 안에 놓이면서 무엇이 상품이고 무엇이 조각인지, 제작과 창작의 기준이 어디에서 갈리는지를 흐린다. 〈디버깅 스테이션 (6/1 스케일)〉(2019)처럼 실제 산업 장비를 확대해 관객과 비슷한 크기로 만드는 방식 역시 피규어의 ‘축소 재현’이라는 관습을 역전시키며, 사물의 기능보다 형태 자체를 앞세운다.
 
전시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도 작품의 중요한 일부다. 《METAL EXP: 외톨이의 움직이는 시간》에서는 소파와 TV, 게임 콘솔, 로봇청소기 같은 공산품을 배치해 건조한 안방과 같은 환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우연히 움직이는 ‘메탈’의 모습을 통해 시간과 운을 경험하게 한다. 《끽태점 喫態店》에서는 유리 진열장과 상점의 구조를 빌려 관객이 실제 상품을 구경하듯 조각 사이를 이동하게 했으며, 2024년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Electronic Tomb Raider》는 전시를 실제 상업 공간 안으로 옮겼다.

이처럼 돈선필은 작품을 독립된 조각으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물이 원래 유통되고 소비되는 환경까지 작품의 형식으로 끌어들인다. 개인의 수집과 소비, 전시와 판매, 작업실과 상점의 경계가 겹치는 구조는 피규어가 미술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최근 개인전이 제도적 전시장뿐 아니라 국제전자센터와 같은 장소에서도 이어졌다는 점은 이러한 공간적 관심과 맞닿아 있다.
 
영상은 조각이 가진 형태를 설명하는 보조 수단이라기보다 사물의 배경에 있는 시간과 제작 과정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축으로 사용된다. 《포트레이트 피스트》에서는 영상과 조각을 통해 얼굴, 캐릭터, 현실의 인물 사이의 차이를 살폈고, 《괴·수·인》에서는 ‘하카세 박사의 과학방송’이라는 형식을 통해 추상적인 상태가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나는 과정을 다뤘다.

《인더스트리얼 미소녀》에서는 영상 속 엔지니어 J가 미학적 취향과 산업 규격,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제작 방식 사이에서 고민하는 반면, 전시장에는 완성된 피규어보다 머리가 제거된 바니걸, 동일한 형태를 다르게 도색한 조각, 생산 과정에서 분리된 듯한 파편들이 놓인다. 영상이 제작 과정의 사고와 시간을 담당한다면 조각은 그 과정에서 나온 물질적 결과를 담당하는 셈이다. 특히 완제품보다 제작 중간단계의 형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기존 피규어 문화에서 잘 보이지 않던 원형사와 생산자의 노동을 드러낸다.
 
《음울한 귤》에서는 이러한 매체 간 관계가 더욱 느슨하고 순환적으로 구성된다. 개인의 경험과 취미에서 나온 이야기가 글이 되고, 영상과 조각으로 옮겨졌다가 다시 사물의 형태로 돌아오며, 서로 다른 시기에 제작한 작업들이 하나의 전시 안에서 재결합한다. 〈FFWS_Dreary Tangerine〉(2025)처럼 광경화성 수지, 레진, 목재, 플라스틱 키트와 도색 재료를 함께 사용한 조각에서도 하나의 재료적 순수성보다 산업 제작물과 수작업, 기존 부품과 새로 만든 형태의 결합이 중요하다. 표면의 균열이나 재료 간 이질감도 매끄럽게 감추지 않는다. 이는 완벽한 재현을 목표로 하기보다 현실의 조건을 통과하면서 생긴 차이와 흔적을 작품의 일부로 인정해온 그의 태도와 연결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돈선필의 독창성은 피규어와 일본 서브컬처를 단순히 취향이나 도상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데 있지 않다. 그는 피규어를 하나의 완성된 캐릭터 상품으로 보기보다 이미지, 노동, 기술, 자본, 팬덤의 욕망과 사회적 약속이 모여 만들어낸 복합적인 사물로 다룬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 ‘오타쿠 문화’는 재현해야 할 특수한 세계라기보다 동시대 이미지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인정받으며 유통되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축소된 사회에 가깝다.

인터넷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미술 안으로 옮기는 여러 포스트인터넷·팝 계열 작업과 비교할 때에도, 돈선필은 이미지의 내용보다 그것이 어떻게 3차원 사물이 되고, 그 사물을 만들기 위해 어떤 규격과 노동과 실패가 필요한지를 끝까지 추적한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만든다. 최근 《키치 앤 팝: 한국적 팝아트의 현재》(주상하이한국문화원, 2025)에서 그가 포스트인터넷 환경 이후의 한국 팝아트를 살피는 작가군과 함께 소개된 것도 이러한 위치를 보여준다.
 
이 같은 관심은 상당히 일관되면서도 범위가 계속 넓어져 왔다. 《민메이 어택: 리-리-캐스트》에서는 피규어의 불완전한 복제에서 시작했고, 《METAL EXP: 외톨이의 움직이는 시간》에서는 게임의 규칙을 통해 시간과 운을 형태화했으며, 《끽태점 喫態店》에서는 하나의 상점과 전시 전체를 피규어와 같은 상태로 확장했다. 《포트레이트 피스트》가 얼굴이라는 사회적 기호를 다루었다면, 《괴·수·인》과 《인더스트리얼 미소녀》에서는 현실적 제약과 산업적 제작 구조가 본격적인 연구 대상이 되었다.

《음울한 귤》에 이르면 피규어는 특촬, 코스프레, 캐릭터, 사물과 정동을 연결하는 더 넓은 ‘구현화’의 사례 가운데 하나로 자리한다. 특정 취미의 대상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작업은 우리가 추상적인 개념과 이미지를 어떻게 현실의 형태로 만들고 다시 믿게 되는가라는 보다 넓은 질문으로 이동해 온 셈이다.
 
이러한 방식은 해외에서도 비교적 직접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기반을 갖는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 피규어와 특촬은 특정 지역에서 출발했지만 이미 글로벌한 시각문화와 산업 체계 안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언어이며, 원본과 파생물, 2D와 3D, 가상과 현실 사이의 번역 문제 역시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실제로 돈선필은 쿤스트할 오르후스의 리틀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타이베이의 대만디지털아트센터 《Fake it Real》(2022), 리크리트 티라바니자가 기획한 리움미술관 2024 아트스펙트럼 《드림 스크린》(2024), 주상하이한국문화원의 《키치 앤 팝: 한국적 팝아트의 현재》 등에 참여하며 이러한 작업을 서로 다른 문화권의 맥락에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드림 스크린》이 인터넷·게임·영화 등 스크린을 통한 경험이 물리적 세계에 대한 감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다룬 아시아 11개국 규모의 전시였다는 점은 돈선필의 작업이 다루어온 가상과 사물의 관계가 보다 넓은 세대적·지역적 논의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작업 역시 새로운 이미지를 발명하는 것보다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미지와 사물의 생성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는 방식에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피규어에서 특촬로 관심의 범위가 넓어진 것처럼, 캐릭터와 가상 이미지가 현실의 몸과 공간을 획득하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은 그가 다뤄온 ‘구현화’의 문제를 계속 변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특정 기술을 좇는 것보다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번역의 차이와 그 뒤에 남는 물질을 관찰해온 태도의 지속일 것이다. 피규어라는 작은 사물에서 시작된 연구가 조각과 영상, 출판, 전시장과 산업의 구조까지 넓어졌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이 앞으로 어디까지를 하나의 ‘형태’로 다룰 수 있을지가 오히려 지속성을 가늠하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Works of Art

동시대 언어와 사회의 ‘구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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