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 한림 공원, 제주 - K-ARTIST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 한림 공원, 제주

2016
About The Work

홍진훤은 사진과 영화, 웹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미지와 권력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사진과 이미지가 현실을 기록하고 증명할 수 있다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진기자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집회와 재개발, 노동 투쟁의 현장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그는 카메라가 사건의 진실을 투명하게 전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왔다.

이후 작가로 활동하면서도 사회적 사건을 지속적으로 다루어왔지만, 당사자의 목소리를 대신하거나 사건의 의미를 미리 규정하는 태도와는 거리를 두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촬영했는가에 그치지 않고, 무엇이 이미지로 남고, 누가 그것을 보이게 하며, 그 과정에서 이미지가 어떤 권력을 획득하는지를 질문하는 일이다.

홍진훤의 작업은 오랫동안 ‘사진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이어오는 동시에, 점차 ‘무엇을 볼 수 있게 만드는가’, ‘그 시각적 권력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문제로 관심을 확장해왔다. 사건을 기록하는 카메라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시간이 흐르며 이미지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기억하는 사회적 구조 자체를 다루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며, 그 과정에서도 이미지가 현실에 행사하는 힘을 의심하고 익숙한 인식과 관성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태도를 지속해왔다.

개인전 (요약)

홍진훤은 2015년 스페이스 오뉴월, 2018년 아트 스페이스 풀, 2021년 d/p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홍진훤은 2016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8년 아르코미술관,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2021년 서울시립미술관, 2024년 부산비엔날레, 2025년 국립타이베이교육대학교 미술관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홍진훤은 2009년 제11회 사진비평상을 수상했으며, 2022년 이미지 포럼 페스티벌 테라야마 슈지상,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름다운 기러기상, 제13회 부산평화영화제 평화상(대상)을 수상했다.

Works of Art

사진 이미지에 내재한 현실 추동의 힘

주제와 개념

홍진훤의 작업은 사진과 이미지가 현실을 기록하고 증명한다는 믿음을 의심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진기자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집회와 재개발, 노동 투쟁의 현장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그는 카메라가 사건의 진실을 투명하게 전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왔다.

이후 작가로 활동하면서도 사회적 사건을 지속적으로 다루지만, 당사자의 목소리를 대신하거나 사건의 의미를 미리 규정하는 태도에는 거리를 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촬영했는가와 함께 무엇이 이미지로 남고, 누가 그것을 보이게 하며, 그 이미지가 어떤 권력을 획득하는가를 묻는 일이다.

초기 사진 연작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현장’과 ‘풍경’ 사이의 거리로 나타난다. ‘임시풍경’, ‘붉은, 초록’, ‘마지막 밤(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에서 그는 재개발 지역, 제주와 오키나와, 밀양과 후쿠시마, 고속도로 휴게소, 세월호 희생자들이 도착하지 못한 제주 곳곳을 촬영했다. 극적인 사건이나 충돌의 순간은 화면에서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대신 비어 있는 장소와 식물, 도로와 건축물처럼 무심해 보이는 풍경이 사건의 흔적을 품는다. 작가가 ‘낙차’라고 표현해온 이미지와 사실 사이의 간극은 관람자가 사진 속 풍경과 그것이 가리키는 역사적 현실을 스스로 연결하도록 만들며, 부재한 사람과 사건을 역설적으로 더욱 선명하게 환기한다.

이후 홍진훤의 관심은 개별 사진의 지시성을 넘어 이미지가 분류되고 연결되며 기억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랜덤 포레스트》에서는 기존 연작의 질서를 해체하고 사진을 각각의 데이터처럼 다시 조합하면서, 하나의 이미지에 고정된 정보와 윤리적 판단이 따라붙는 방식을 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서로 다른 이미지가 충돌하고 연결되며 새로운 해석을 낳도록 유도한다. 사진 촬영과 전시 기획, 아카이브와 프로그래밍이 그의 작업에서 긴밀하게 연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상 작업으로 영역을 넓힌 뒤에는 누가 역사를 복원하고 기록하며 가시화할 권리를 갖는가라는 질문이 더욱 전면에 등장한다. 〈멜팅 아이스크림〉에서는 민주화운동의 훼손된 필름을 복원하는 과정과 이후의 비정규직·이주노동자 투쟁 기록을 교차시키며 기억되는 역사와 밀려난 역사의 관계를 살피고, 〈더블 슬릿〉에서는 분할된 화면을 통해 관객의 시선이 한곳으로 수렴하는 것을 방해한다.

최근에는 집회와 투쟁이 현실과 디지털 공간을 오가며 스스로 이미지가 되어가는 과정까지 추적하고 있다. 이처럼 홍진훤의 작업은 오랫동안 ‘사진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이어오면서, 점차 ‘무엇을 볼 수 있게 만드는가’, ‘그 시각적 권력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문제로 그 범위를 넓혀왔다.

형식과 내용

홍진훤의 사진은 사회적 사건에서 출발하면서도 사건을 즉각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시각적 장치를 의도적으로 절제한다. 사진기자 활동을 그만둔 뒤 그는 초광각과 초망원 렌즈를 피하고, 걸으며 촬영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수직과 수평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등의 원칙을 세웠다. 흐린 날의 평평한 빛, 정적인 구도, 사람이 사라진 장소와 뒷모습, 화면 안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는 사물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선택은 사진의 극적인 효과를 낮추는 동시에 관람자가 이미지의 세부를 천천히 살피게 한다. 식물과 도로, 건물, 휴게소의 불빛처럼 평범한 대상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정보를 곧바로 전달하지 않은 채 미세한 이질감과 부재의 감각을 남긴다.

사진을 연작으로 구성하고 다시 해체하는 방식 역시 그의 작업에서 중요하다. 초기에는 특정 장소와 사건을 따라 촬영한 이미지들을 하나의 연작으로 묶었지만, 《랜덤 포레스트》에서는 기존 연작의 경계를 풀어 서로 다른 시기와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을 다시 배열했다. 색과 형태가 유사한 이미지가 인접하기도 하고,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사진들이 한 공간에서 충돌하기도 한다.

사진 한 장의 의미를 제목과 사건에 고정하지 않고 주변 이미지와의 관계에 따라 계속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촬영 이후의 선택, 분류, 출력, 배치까지 작업의 일부로 다루면서 홍진훤에게 전시는 사진을 보여주는 마지막 단계라기보다 이미지를 새롭게 읽기 위한 편집과 재구성의 과정으로 기능한다.

영상에서는 이러한 편집의 감각이 시간의 구성으로 확장된다. 〈멜팅 아이스크림〉은 수해를 입은 민주화운동 관련 필름의 복원 과정, 당시 사진가들의 인터뷰, 2000년대 비정규직·이주노동자 투쟁의 아카이브 푸티지, 현재의 풍경을 교차시킨다. 서로 다른 출처와 시대의 영상은 하나의 역사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매끄럽게 이어지기보다 서로의 의미를 흔들고 질문하도록 배치된다.

손상된 필름과 디지털 글리치 또한 제거해야 할 오류로만 취급되지 않으며, 기록이 보존되고 소실되는 물질적 조건을 화면 위에 그대로 드러낸다. 인터뷰와 기록영상, 풍경 가운데 어느 하나가 다른 요소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도록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그의 영상 편집에서 중요한 특징이다.

최근에는 화면 자체를 조직하는 방식까지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더블 슬릿〉에서는 시네마스코프 화면을 둘로 나누고 서로 다른 영상을 동시에 제시해 관객이 어느 쪽을 얼마나 바라볼지 선택하도록 했다. 한 번의 상영을 본 관객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이미지와 순서를 기억할 가능성이 생긴다.

사진, 영화, 아카이브, 웹 프로그래밍을 오가며 이어지는 홍진훤의 형식적 실험은 결국 이미지가 생산되고 배열되고 유통되는 조건을 작업 안으로 끌어들인다. 카메라로 장면을 포착하는 행위만큼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를 선택하고 연결하고 다시 보게 만드는 과정이 그의 작업 형식을 구성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홍진훤의 작업은 2000년대 후반 사진 저널리즘에서 출발해 사진, 전시 기획, 아카이브, 영화와 웹 프로그래밍으로 범위를 넓혀왔다. 매체와 활동 방식은 지속적으로 변했지만 사회적 사건을 둘러싼 이미지의 역할을 의심하는 태도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다.

재개발과 국가 폭력의 흔적을 기록한 초기 사진에서 출발해 제주와 오키나와, 밀양과 후쿠시마, 세월호,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아카이브를 거쳐 최근의 집회와 시각 권력에 관한 작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다시 호출되는지를 향해 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입장을 확정하기보다 이미지와 사건 사이에 남은 거리와 누락을 드러내는 방식 또한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이러한 지속성은 그를 전통적인 의미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라는 범주에만 머물지 않게 한다. 홍진훤은 현실과 직접 접촉한 사진의 기록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그 기록이 진실을 독점하거나 사건을 대표하는 순간을 경계해왔다.

풍경의 정적인 화면에서 시작된 이러한 문제는 이후 사진의 재분류와 전시 구성, 아카이브 영상의 재사용, 인터뷰와 푸티지의 몽타주, 분할 화면으로 이어졌다. 작업의 중심이 사진 한 장의 재현 능력에서 이미지가 선택되고 배열되며 유통되는 구조로 이동하면서, 그의 실천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계보와 동시대 영상미술의 방법론을 동시에 가로지르게 되었다.

작가와 기획자의 역할을 병행해온 경력도 이러한 확장과 밀접하다. 공간 지금여기와 docs의 운영, 《더 스크랩》을 비롯한 전시·프로젝트 기획을 통해 그는 이미지를 만드는 일과 그것이 관객에게 제시되는 조건을 함께 다뤄왔다.

《랜덤 포레스트》에서 기존 연작을 해체해 사진을 다시 조합하거나, 〈멜팅 아이스크림〉에서 서로 다른 시대의 기록과 증언을 충돌시키는 방식은 이러한 경험이 작품 내부로 스며든 사례다. 사진가, 영화감독, 프로그래머, 기획자라는 서로 다른 역할은 별개의 경력으로 흩어지기보다 이미지의 생산과 분류, 저장, 전시, 유통 전반을 살피는 작업 방식으로 연결된다.

최근 홍진훤의 작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보다 넓은 제도적·사회적 맥락으로 확장하고 있다. 2021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24년 부산비엔날레, 2025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타이틀 매치와 2026년 《올해의 작가상》으로 이어지는 활동은 그의 작업이 사진을 기반으로 출발해 한국 동시대 미술의 주요 담론과 접속해온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에는 현실과 온라인 공간이 겹쳐지는 환경에서 집회와 투쟁이 스스로 이미지가 되고 다시 정치적 힘을 획득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사건을 기록하는 카메라에서 시작한 그의 작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미지를 생산하고 기억하는 사회적 구조 자체를 다루는 방향으로 확장되었으며, 그 변화 속에서도 이미지가 현실에 행사하는 힘을 의심하고 관성에 균열을 내려는 태도는 지속되고 있다.

Works of Art

사진 이미지에 내재한 현실 추동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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