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훤의 작업은 2000년대 후반 사진 저널리즘에서 출발해 사진, 전시 기획, 아카이브, 영화와 웹 프로그래밍으로 범위를 넓혀왔다. 매체와 활동 방식은 지속적으로 변했지만 사회적 사건을 둘러싼 이미지의 역할을 의심하는 태도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다.
재개발과 국가 폭력의 흔적을 기록한 초기 사진에서 출발해 제주와 오키나와, 밀양과 후쿠시마, 세월호,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아카이브를 거쳐 최근의 집회와 시각 권력에 관한 작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다시 호출되는지를 향해 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입장을 확정하기보다 이미지와 사건 사이에 남은 거리와 누락을 드러내는 방식 또한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이러한 지속성은 그를 전통적인 의미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라는 범주에만 머물지 않게 한다. 홍진훤은 현실과 직접 접촉한 사진의 기록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그 기록이 진실을 독점하거나 사건을 대표하는 순간을 경계해왔다.
풍경의 정적인 화면에서 시작된 이러한 문제는 이후 사진의 재분류와 전시 구성, 아카이브 영상의 재사용, 인터뷰와 푸티지의 몽타주, 분할 화면으로 이어졌다. 작업의 중심이 사진 한 장의 재현 능력에서 이미지가 선택되고 배열되며 유통되는 구조로 이동하면서, 그의 실천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계보와 동시대 영상미술의 방법론을 동시에 가로지르게 되었다.
작가와 기획자의 역할을 병행해온 경력도 이러한 확장과 밀접하다. 공간 지금여기와 docs의 운영, 《더 스크랩》을 비롯한 전시·프로젝트 기획을 통해 그는 이미지를 만드는 일과 그것이 관객에게 제시되는 조건을 함께 다뤄왔다.
《랜덤 포레스트》에서 기존 연작을 해체해 사진을 다시 조합하거나, 〈멜팅 아이스크림〉에서 서로 다른 시대의 기록과 증언을 충돌시키는 방식은 이러한 경험이 작품 내부로 스며든 사례다. 사진가, 영화감독, 프로그래머, 기획자라는 서로 다른 역할은 별개의 경력으로 흩어지기보다 이미지의 생산과 분류, 저장, 전시, 유통 전반을 살피는 작업 방식으로 연결된다.
최근 홍진훤의 작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보다 넓은 제도적·사회적 맥락으로 확장하고 있다. 2021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24년 부산비엔날레, 2025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타이틀 매치와 2026년 《올해의 작가상》으로 이어지는 활동은 그의 작업이 사진을 기반으로 출발해 한국 동시대 미술의 주요 담론과 접속해온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에는 현실과 온라인 공간이 겹쳐지는 환경에서 집회와 투쟁이 스스로 이미지가 되고 다시 정치적 힘을 획득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사건을 기록하는 카메라에서 시작한 그의 작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미지를 생산하고 기억하는 사회적 구조 자체를 다루는 방향으로 확장되었으며, 그 변화 속에서도 이미지가 현실에 행사하는 힘을 의심하고 관성에 균열을 내려는 태도는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