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의 작업은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사건이 일상의 공간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추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 작업에서 그는 미아리 집창촌, 지하 벙커, 군사시설, 미군기지와 기지촌처럼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점차 기능을 잃거나 사회적 시야에서 밀려난 장소를 지속적으로 기록했다. ‘미완의 프로젝트_섬’, ‘언더쿨드’, ‘타운하우스’ 등에서 등장하는 장소들은 한국전쟁과 분단, 군사독재, 급속한 도시개발이 서로 다른 시대의 과거로 정리되지 않은 채 현재의 공간 안에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최원준에게 냉전은 이미 끝난 역사적 사건이라기보다 도시의 구조와 사람들의 생활 조건 속에서 형태를 바꾸며 지속되는 현실이다. 그는 버려지고 폐쇄된 공간을 통해 공식적인 역사 서술에서 쉽게 누락되는 시간과 기억을 다시 가시화하고, 한국의 근대화가 남긴 풍경을 현재의 관점에서 재검토한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반도의 경계를 넘어 아프리카와 북한의 관계로 확장된다. 최원준은 만수대창작사가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건설한 기념비와 건축물을 조사하며 냉전기의 외교 관계, 국가의 이미지 생산,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기념비 문화가 국경을 넘어 이동한 경로를 추적했다.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와 ‘International Friendship’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북한을 아프리카에 남겨진 물질적 흔적을 통해 바라보면서, 한반도의 냉전을 국제정치와 탈식민주의의 역사 속에 다시 위치시킨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는 북한을 관찰하기 위한 우회 경로인 동시에, 반둥회의 이후 형성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정치적 연대와 외교 경쟁, 권력의 표상이 교차하는 지역으로 부상한다. 이어 〈나의 리상국〉은 적도기니와 북한 사이를 오간 개인의 삶을 통해 국가와 이념의 관계를 국적, 인종, 언어, 디아스포라와 같은 정체성의 문제까지 연결한다.
2021년 동두천으로 이주해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를 공동 설립한 이후에는 지정학적 관계에 대한 연구가 현재 그 장소를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로 이어졌다. 미군기지와 기지촌 경제의 역사가 남아 있는 동두천에는 오늘날 서아프리카 출신 이주민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으며, 최원준은 이 서로 다른 시간들이 같은 도시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 살펴본다. 《캐피탈 블랙》의 초상 작업, 이구웨 오시나치와 함께 제작한 〈Made in Korea〉와 〈No Pain No Gain〉, 다큐멘터리 〈동두천 뉴타운〉에서는 이주와 노동, 자본, 인종적 정체성, 문화적 번역이 구체적인 삶의 경험을 통해 드러난다.
최근의 〈배영화성〉에서는 과거 기지촌 사진관의 아카이브와 현재의 기술을 연결해 기록되었으나 충분히 말해지지 않았던 개인들의 존재를 다시 호출한다. 작가는 장소를 조사하는 위치에 머물지 않고 지역에 거주하며 공동체와 관계를 맺고 협업함으로써 리서치의 범위를 사회적 실천으로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최원준의 작업에서 ‘한국’은 고정된 국경 안에서 완결되는 정체성이 아니다. 식민지 경험과 분단, 미군 주둔, 북한의 대외 관계, 아프리카 이주민의 이동이 중첩되면서 한국의 현대사는 끊임없이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 왔다. 작가는 그 연결을 국가적 거대 서사에서 설명하기보다 벙커와 기념비, 폐쇄된 클럽, 이주민의 초상처럼 구체적인 장소와 이미지에서 찾아낸다.
작업의 범위가 한반도에서 아프리카를 거쳐 다시 동두천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지속되는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역사 속에서 보이게 되고 누가 보이지 않게 되는지, 정치적 구조가 사람과 장소의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남겨진 흔적을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읽을 때 기존의 역사와 어떤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최원준 작업의 핵심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