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신은 일상에서 포착한 이미지를 작업의 기본 재료로 삼는다. 소형 디지털 카메라로 주변의 사물과 풍경을 촬영하고, 축적된 사진을 다시 선별하거나 조합하면서 새로운 화면을 만든다. ‘Entropy’에서는 식사를 마친 식탁, 겹쳐진 식기, 건축 자재, 공사장의 가림막처럼 특별할 것 없는 대상을 가까이 촬영하거나 일부만 프레임에 담아 원래의 크기와 용도를 쉽게 짐작할 수 없도록 한다. 화면을 채우는 색과 반복되는 선, 표면의 질감이 강조되면서 구체적인 사물은 점차 형태와 색의 관계로 읽히기 시작한다.
‘Equation’에서는 촬영 이후의 디지털 작업이 본격적인 제작 과정으로 들어온다. 여러 이미지를 크기와 위치를 달리해 병치하는 ‘Equation’, 동일한 크기의 사진을 겹친 뒤 RGB의 특정 색을 추출하거나 삭제하는 ‘Cacophony’, 두 이미지를 일정한 픽셀 단위로 분할해 교차시키는 ‘Arithmetic’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복잡한 합성 기술을 사용하는 대신 몇 가지 제한된 규칙을 반복적으로 적용한다. 이미지의 선택과 조합에는 우연이 개입하지만, 최종 화면의 밀도와 균형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작가의 감각과 직관이 작용한다. 최근에는 세 방식의 구분을 엄격하게 유지하지 않고 서로 교차 적용하면서 화면의 변형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변형은 인화 과정에서 다시 물질적인 표면을 얻는다. 서동신은 주로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를 사용하며, 미세한 잉크 입자가 인화지 위에 고르게 형성하는 색과 표면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넓게 펼쳐지는 색면과 세밀하게 분할된 이미지, 겹쳐진 형상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 접근했을 때 서로 다른 시각적 경험을 만든다. 멀리서는 추상적인 색과 형태가 먼저 감지되지만, 가까이에서는 분할된 선이나 원래 사진의 흔적이 드러난다. 이러한 거리의 변화로 이미지의 구상성과 추상성이 동시에 유지된다.
최근의 ‘Malfunction of Functional Function’에서는 작가가 직접 기능적 사진의 형식을 제작하고 변형하는 방식으로 작업 범위를 확장한다. 케이블 타이, 모서리 보호대, 미끄럼 방지 커버처럼 용도를 분명하게 전달하도록 만들어진 상품 사진의 구도와 설명 방식을 차용하면서도 프레임을 바꾸거나 이미지를 재배치해 그 기능적 명료함을 흔든다.
‘Entropy’에서 축적한 일상의 이미지, ‘Equation’에서 발전시킨 분할과 중첩의 방식은 이 작업에서도 다른 형태로 이어진다. 촬영된 대상, 디지털 조작, 인화된 표면을 연속적으로 다루는 그의 작업은 사진의 제작 과정 전체를 조형적 선택의 대상으로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