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Was Written On the Wall - K-ARTIST

It Was Written On the Wall

2012
종이 상자, 고무장판, 인조식물, 환기구, 가습기
290 x 275 x 180 cm

About The Work

박나라는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세계와 그 안에 남겨지는 흔적, 그리고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는 조각을 매개로 신체와 사물, 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를 살펴보며, 자연과 인공, 실재와 모방의 경계를 오간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은 무엇으로 구성되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진정성과 본질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박나라의 작업은 몸과 사물, 자연이 무엇을 통해 ‘진짜’로 인식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가족의 죽음과 출산을 직접 경험하며 겉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생명이 사라진 몸, 혹은 하나의 몸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순간을 마주한 작가는 존재와 비존재, 표면과 본질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그의 작업에서 생명과 물질의 경계, 그리고 변화하는 존재의 상태를 탐구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그는 자연을 모방한 인공 재료와 의인화된 가구, 움직이는 사물 등을 활용해 생명과 물질, 실재와 환영, 자연과 인공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조형적 실천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존재의 조건과 현실의 기준을 되묻게 한다. 결국 박나라의 작업은 물리적 표면에 드러난 형상을 넘어, 그 이면에 자리한 내면과 본질을 탐색하며 ‘진짜’라는 감각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질문한다.

개인전 (요약)

박나라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완전한 당신》(THEO, 서울, 2026), 《제스처들》(아트스페이스 보안2, 서울, 2025), 《I Live》(Plain Sight, 워싱턴 D.C., 2021), 《Presence》(VisArts, 락빌, 메릴랜드,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박나라는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성산아트홀, 창원, 2024), 《Highlights From The Permanent Collection》(필립스 컬렉션, 워싱턴 D.C., 2023-2022), 《There, There》(IA&A at Hillyer, 워싱턴 D.C., 2021), 《Mapping the Future World》(Transformer Gallery, 워싱턴 D.C.,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박나라는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4)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박나라의 작품은 필립스 컬렉션 및 DC Commission on the Arts and Humanities (DCCAH)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과 그 이면의 진정성

주제와 개념

박나라의 작업은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세계와 그 안에 존재하는 몸, 사물, 자연이 과연 무엇으로 ‘진짜’가 되는지를 묻는 데서 출발한다. 가족의 죽음과 출산을 직접 경험하면서 작가는 겉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생명은 사라진 몸, 혹은 하나의 몸이 급격히 변화하는 순간을 마주했고, 이를 계기로 존재와 비존재, 표면과 본질의 관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초기 작품 〈It Was Written On the Wall〉(2012)은 돌 표면이 인쇄된 종이 상자로 거대한 무덤 같은 구조를 만들고, 내부의 가습기로 종이가 서서히 무너지게 한다. 견고한 석조 기념물처럼 보이는 외형과 실제로는 가볍고 쉽게 훼손되는 재료 사이의 차이를 통해, 박나라는 우리가 표면만으로 사물의 실체를 판단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이 문제는 이후 자연과 인공, 영속성과 일시성의 관계로 확장된다. 〈Waterfall〉(2013), 〈Believe〉(2013), 〈Disillusioned I - V〉(2017) 등에서 작가는 플라스틱, 인쇄된 돌과 나무의 무늬, 합성재료를 이용해 자연의 외관을 재현한다. 그러나 목표는 완벽한 모조품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자연처럼 보이는 인공물이 분명하게 인공적인 재료임을 드러낼 때, 실제와 가짜의 경계가 흔들리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생명성이 발생한다.

《Believe》(Kohl Gallery, Washington College, 2016)와 《표면 아래에》(워싱턴 한국문화원, 2017)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시기로, 작가는 인공적인 완벽함과 영속성을 향한 욕망을 인간의 불멸에 대한 욕망과 연결한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질문의 중심이 자연의 모방에서 신체 자체의 물질성으로 이동한다. ‘Mediation’(2020~) 연작에서는 눈, 코, 입 같은 감각기관과 돌을 3D 스캔과 3D 프린팅으로 동일한 층위에 놓으며, 인간이 세상을 인지하는 기관조차 죽음 이후에는 하나의 물질적 잔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Mediation IV〉(2023)에서는 신체 조각과 돌이 모래 위에 흩어져 발굴된 유물처럼 보이고, 〈기다림〉(2023)은 임신과 수유를 거치며 부풀고 늘어지고 움직임이 제한되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발효되는 빵의 몸으로 옮긴다. 여기서 인간의 몸은 정신을 담는 고정된 중심이 아니라 변화하고 부풀고 분해되는 물질적 존재로 다뤄진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다시 사물과 사회적 표면으로 확장된다. 《제스처들》(아트스페이스 보안2, 2025)에서는 기능을 잃은 의자와 침대, 식탁 같은 사물들이 뼈대를 드러내거나 진동하며 마치 신체처럼 행동한다. 이전에 ‘사물처럼 다뤄지는 인간의 몸’을 보았다면 이제는 ‘몸처럼 감각되는 사물’로 시선이 뒤집힌다. 이어 《완전한 당신》(Gallery THEO, 2026)에서는 비누, 화장품, 위생용품을 통해 현대인이 자신의 표면을 끊임없이 관리하고 최적화하도록 요구받는 상황을 다룬다.

삶과 죽음에서 출발한 존재론적 질문이 신체와 사물의 경계, 그리고 소비사회가 관리하는 몸의 표면으로 이어지면서 박나라의 작업은 ‘무엇이 살아 있고 무엇이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다른 층위에서 갱신해왔다.

형식과 내용

박나라는 조각을 하나의 단단한 덩어리로 만드는 대신, 보이는 외형과 실제 물성 사이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초기에는 종이, 스티로폼, 플라스틱, 비닐, 인조식물, 합성 패널처럼 가볍고 일회적인 재료를 사용해 돌, 벽돌, 나무, 폭포 같은 자연물이나 건축적 구조를 재현했다.

〈It Was Written On the Wall〉은 종이를 돌처럼 보이게 하고, 〈Waterfall〉은 플라스틱 포장 상자로 자연 풍경을 구성한다. 이처럼 시각적으로는 무겁고 영속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볍고 빈 구조를 만드는 방식은 ‘부피감 안의 비어 있음, 시각적 무거움 안의 물리적 가벼움’이라는 작가의 조각적 언어를 형성한다.
 
돌은 이러한 형식적 실험을 오래 이어온 핵심 모티브다. ‘Presence’(2019) 연작은 스티로폼 비즈와 폴리스티렌 패널로 묘비나 기념비를 연상시키는 형태를 만들고, 표면에 연노랑이나 하늘색 같은 인공적인 색을 입혀 자연석의 모방이 완벽하게 닫히지 않도록 한다. 《I Live》(Plain Sight, Washington D.C., 2021)에서는 〈Presence V〉와 ‘Promises’ 연작, 시 낭독 오디오가 함께 놓이며 조각이 기념비의 이미지뿐 아니라 소리와 기억까지 포함하는 환경으로 확장된다.

〈The Beginning of Everything〉(2021)과 〈Parallels IV〉(2021)에서는 운석을 3D 프린팅과 PVC, 반사 유리 비드 같은 산업 재료로 재구성해 자연의 역사와 첨단 제작 방식이 한 화면에 겹친다.
 
2023년 이후에는 재료의 변화 자체가 작품의 중요한 내용이 된다. 〈기다림〉은 밀가루와 효모, 설탕, 계란 같은 식재료가 실제로 발효되고 냄새를 만들어내며, 전시 장소의 공기와 시간에 따라 상태가 달라진다. 〈Mediation IV〉에서는 3D 프린트된 나일론으로 만든 감각기관과 돌, 모래, 스테인리스 트레이가 수평적으로 배치된다.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성산아트홀, 창원, 2024)에서 두 작품은 관객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주변을 서성일 수 있는 낮은 환경으로 구성되었다. 이때 조각은 하나의 완결된 형상을 세우는 방식보다 분절된 사물과 신체가 놓이고 변하는 상황 자체를 만드는 쪽으로 이동한다.
 
《제스처들》 이후에는 기성 가구와 모터, 생활용품이 적극적으로 들어온다. 의자의 시트를 벗겨 척추와 갈비뼈 같은 구조를 드러내고, 잘려 기능을 잃은 매트리스를 기계적으로 진동시키며 사물에 어색한 생명감을 부여한다. 의료용·미용용 도구와 공구를 한 장식장 안에 놓거나, 바디케어 제품과 청소용품을 같은 색의 체계로 묶는 방식도 신체와 사물이 관리되는 방식의 유사성을 드러낸다.

〈운명 소독〉(2024)은 구강청결제와 병원 카트, 펌프, 밀랍, 데오드란트 등을 사용해 냄새와 순환, 소독의 이미지를 조각 안에 끌어들인다. 〈The Cult of the Surface〉(2026)와 〈변화한 몸으로 걷기〉(2026)에 이르면 화장품, 비누, 크롬 파이프 같은 물질이 신체의 표면을 관리하고 규격화하는 사회적 장치로 기능하면서, 조각은 몸을 직접 만들기보다 몸을 둘러싼 산업과 소비의 환경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박나라의 작업에서 가장 일관되게 이어지는 특징은 ‘모방’과 ‘진짜’를 단순한 대립으로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처럼 보이는 플라스틱, 돌처럼 보이는 종이, 신체처럼 보이는 가구, 살아 있는 듯 움직이는 매트리스는 모두 가짜이지만, 작가는 그것을 폭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인공물이 실제 감각과 기억을 만들어내는 순간에 관심을 둔다. 그래서 그의 조각에서 표면은 본질을 가리는 허위인 동시에,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장치다.

〈The Clock Store〉(2018)에서 어린 시절 그린 시계와 바위 이미지를 디지털로 합성한 것처럼, 실제 돌과 이미지 속 돌, 손으로 만든 조각과 디지털 출력은 서로 다른 현실의 층위로 연결된다.
 
이러한 태도는 신체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독특하게 이어진다. 동시대의 신체 작업이 몸 자체를 직접 재현하거나 퍼포먼스의 주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면, 박나라는 신체를 둘러싼 사물과 물질을 통해 몸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Mediation’ 연작의 감각기관, 〈기다림〉의 발효되는 빵, 《제스처들》의 의자와 침대, 《완전한 당신》의 비누와 화장품은 모두 인간의 몸을 직접 묘사하지 않으면서 신체의 취약성, 변화, 관리, 소멸을 이야기한다. 특히 몸과 사물을 위계적으로 나누지 않고 동일한 물질적 조건 속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인간과 비인간을 둘러싼 논의를 일상의 촉각적이고 익숙한 사물로 풀어내는 것이 박나라 작업의 강점이다.
 
미국 활동기와 귀국 이후의 변화도 하나의 단절이라기보다 질문의 초점이 이동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자연환경과 돌, 운석, 기념비를 조사하며 구축한 자연과 인공의 관계는 귀국 이후 신체와 생활사물, 위생과 미용 산업으로 이동했지만, 표면과 내부, 영속성과 소멸, 실재와 모방이라는 문제는 그대로 이어진다.

《Seeing Differently- The Phillips Collects for a New Century》(The Phillips Collection, Washington D.C., 2021)와 같은 주요 기관 전시와 The Phillips Collection 소장, 2024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참여는 이러한 작업이 미국과 한국의 서로 다른 미술 환경을 오가며 축적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Works of Art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과 그 이면의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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