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맵핑 141003-150405 - K-ARTIST

셀프 맵핑 141003-150405

2015
트레이싱지, A4 인쇄물 6권, 연필 드로잉
가변설치

About The Work

김정은은 도시와 그 안의 공간이 지닌 혼종성과 유동성에 주목하며, 사라진 시간과 장소의 흔적을 이동과 맵핑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시각화해 왔다.

작가에게 ‘이동의 맵핑’은 도시를 직접 걷고 신체로 경험하며 포착한 감각과 기억을 공간적 형태로 옮기고, 이를 실제로 이동 가능한 부피를 지닌 사물로 치환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수치와 좌표로 환원하기 어려운 신체의 경험과 도시의 잔여적 요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가시화한다.

일반적인 지도는 공간을 체계적으로 배열하고 효율적인 이동 경로를 제시하기 위해 불필요한 요소를 소거하지만, 김정은은 오히려 지도 바깥에 남겨진 무목적적인 움직임과 우회, 반복, 비정형적인 감각에 주목한다. 작가는 이러한 요소를 새로운 지도의 범례로 삼아 기존의 지도 체계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도시의 경험과 기억을 감각적인 지도로 재구성한다. 

그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 물리적 현실과 가상 현실 사이를 오가며 이동과 사건을 따라 시간과 장소가 도시 공간 안에서 어떻게 얽히고 중첩되는지를 조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김정은의 ‘지도 그리기’는 도시 환경에서 삭제되거나 간과된 경계와 지형, 추적하기 어려운 감각을 다시 조직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을 고정된 좌표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의 장으로 바라보게 한다.

개인전 (요약)

김정은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스핀-스팟》(씨알콜렉티브, 서울, 2025), 《prototype overlay mapping》(킵인터치, 서울, 2024), 《도르르 도르르르_Dorr dorrr》(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2), 《교차맵 프로젝트: Walk On The Water_01》(인스턴트루프, 서울,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김정은은 《우리의 여름에게》(경기도미술관, 안산, 2026), 《흐르는 풍경》(우손갤러리, 대구, 2025), 《퍼블릭아트 뉴히어로》(K&L 뮤지엄, 과천, 2024), 창원조각비엔날레 《채널: 입자가 파동이 될 때》(성산아트홀, 창원, 2021),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금호미술관, 서울, 2017)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김정은은 인천아트플랫폼(2026, 2022), 금천예술공장(2025),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2020),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9) 등의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작품소장 (선정)

김정은의 작품은 인천문화재단, OCI미술관, 코오롱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신체의 경험과 기억에 남은 흔적의 지도화

주제와 개념

김정은은 도시를 하나의 고정된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몸의 이동과 기억, 시간의 변화가 계속 겹쳐지는 유동적인 장소로 바라본다. 작가는 2014년부터 자신의 이동 경로를 습관적으로 기록하며 ‘매핑(mapping)’을 작업의 핵심 방법으로 발전시켜왔다. 초기 개인전 《Self;mapping_이동의 기억, 기억의 이동》(OCI미술관, 2015)에서는 실제 지도와 좌표를 출발점으로 삼되, 자신의 보폭과 동선, 특정 장소에서 경험한 감정과 기억을 겹쳐 객관적인 지도와 주관적인 경험 사이의 틈을 드러냈다.

〈셀프 맵핑 141003-150405〉(2015)은 일상에서 걸었던 길과 그곳에서 겪은 소소한 사건들을 여러 장의 트레이싱지에 축적하고, 〈부유하는 섬-불안한 좌표〉(2015)는 실제 지도에서 추출한 도시의 블록을 임의로 다시 배치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낸다. 김정은에게 지도는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도구라기보다, 한 사람이 세계를 지나며 경험한 시간과 감각을 다시 구성하는 장치에 가깝다.
 
이후 작가는 개인의 이동 기록을 도시가 지닌 시간의 층위와 역사로 확장한다. ‘교차맵 프로젝트’(2020)에서는 서울에서 사라진 하천과 길을 조사하고, 과거 물길이었던 현재의 도로를 직접 걸으며 도시 공간에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을 추적했다. 현재의 도시를 걷는 행위 안에 과거의 지형을 중첩시키면서, 하나의 장소가 여러 시대의 기억과 사건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매핑은 자신의 기억을 기록하는 방식에서 도시가 삭제하거나 덮어버린 기억을 다시 읽어내는 방법으로 넓어진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것, 이미 사라진 것, 현재의 풍경 아래 숨어 있는 장소의 역사가 작업의 중요한 대상이 되기 시작한다.
 
《도르르 도르르르》(인천아트플랫폼, 2022)는 이동에 대한 관심이 팬데믹이라는 사회적 조건과 만나 변화한 지점을 보여준다. 물리적 이동의 범위가 좁아지자 김정은은 멀리 이동하는 대신 일상의 동선에서 우연히 마주친 돌, 보도블록 사이의 식물, 화분, 바퀴 같은 사물과 그 주변의 소리에 주목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수집한 돌을 레일 위에 굴려 마찰음을 만들고, 사물이 놓였던 환경의 소리를 전시장 안으로 옮기면서 이동은 더 이상 출발지와 목적지를 잇는 경로에만 머물지 않는다. 몸이 사물과 만나고, 우연한 접촉이 운동을 만들며, 서로 무관했던 장소들이 하나의 관계망으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형태의 지도화가 된다.
 
최근 개인전 《스핀-스팟》(씨알콜렉티브, 2025)에서 이러한 관심은 감시와 통제, 데이터와 시선이 작동하는 도시 환경으로 한층 확장된다. 〈드리프트 서킷 PM 110-2〉(2025)는 CCTV의 블롭 트래킹 알고리즘을 차용하지만 사람의 움직임을 정확히 식별하는 대신 파란 점들이 흐릿하게 떨리고 나타났다 사라지도록 만든다. 〈스피닝 어라운드〉(2025)는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을 가진 정보와 시간을 한 화면에 겹쳐 비동기적인 경험을 드러낸다.

초기 작업에서 개인의 이동과 기억을 지도 위에 덧씌웠다면, 최근에는 도시가 인간의 움직임을 어떻게 감지하고 구획하며 데이터화하는지까지 질문한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의 지도는 공간을 설명하는 이미지에서, 몸과 도시, 기술과 기억 사이에서 계속 생성되고 어긋나는 관계를 읽어내는 구조로 변화해왔다.

형식과 내용

조소를 전공한 김정은은 지도를 평면 이미지로만 다루지 않고 지속적으로 물질과 공간의 문제로 확장해왔다. 초기에는 지도책, 모눈종이, 트레이싱지, 연필 드로잉, 에폭시, 라이트박스 등을 이용해 기존 지도의 수치와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이를 오리고, 겹치고, 쌓는 방식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Floating Place; mapping〉(2015)과 〈Flowers Map 1〉(2015)에서 반투명한 트레이싱지를 여러 겹 포개는 방식은 특정 장소에 관한 기억이 겹치고 흐려지며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구성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특히 지도 자체의 정확한 비례와 좌표를 유지하면서 개인의 감각을 개입시킨다는 점에서, 객관성과 주관성을 어느 한쪽으로 기울이지 않는 것이 초기 작업의 중요한 형식적 특징이다.
 
‘BLUE DOT’ 시리즈에서는 이동의 기록이 보다 추상적인 조각과 키네틱 설치로 전환된다. 《BLUE DOT :37’35’02.8”N 127”01’21.6”E》(SeMA 창고, 2018)에서 약 3년에 걸친 이동 기록은 월별로 하나의 입체 형태가 되고, 위성을 통해 수집된 이동 데이터는 서로 다른 크기와 강도의 푸른 원으로 변환된다.

《BLUE DOT 36”》(온그라운드2, 2018)에서는 영상과 사운드, 움직이는 구조물이 공간 전체에 결합하면서 기록의 시간성이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서 지도는 더 이상 눈으로 읽는 평면적 정보가 아니라, 움직이고 회전하며 소리를 내고 관객의 동선을 변화시키는 공간적 장치가 된다. 도시의 정보가 작가의 신체와 기억을 통과한 뒤 조각적 구조로 번역되는 것이다.
 
2020년 이후에는 실제 도시에서 발견한 사물과 소리가 작품의 주요 재료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교차맵 프로젝트’에서는 사라진 물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물과 인공물을 수집해 시간의 층위를 하나의 설치 안에 축적했고, 《도르르 도르르르》에서는 돌과 레일, 움직임, 마찰음이 결합된다.

움직이지 않는 사물이 작가와 접촉하는 순간 잠시 운동성을 갖는다는 관찰은 김정은이 ‘이동’을 이해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이동은 단순히 사람의 신체가 공간을 통과하는 일이 아니라 사물, 환경, 힘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적 사건으로 확장된다. 이 시기부터 사운드와 운동은 도시의 흔적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지도 언어가 된다.
 
최근에는 키네틱 조각, 영상, 모터, LED, 편광필름, CCTV 알고리즘 등 기술적 매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결합된다. 〈트레이서 III〉(2025)는 스틸 구조와 LED 손전등, 모터를 결합해 시선과 빛의 이동을 공간에 만들어내고, 〈드리프트 서킷〉은 감시 기술의 외형을 사용하면서도 정확한 추적 기능을 실패하게 만든다.

《prototype overlay mapping》(Keep in Touch, 2024)에서부터 나타난 움직이는 조각과 지도 이미지의 중첩은 《스핀-스팟》에서 전시장 전체의 동선과 바람, 빛, 회전하는 화면까지 연결되는 환경으로 발전한다. 관객이 정해진 길을 따라가거나 벗어나고 다시 돌아오는 행위까지 작품의 일부가 되면서, 김정은의 매핑은 지도 위의 선을 그리는 것에서 실제 공간 속 움직임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정은은 실제 지도에 기록된 수치와 비율, 좌표를 존중하면서 그 위에 자신의 걸음과 기억, 머문 시간, 우회와 반복을 덧붙인다. 그래서 그의 지도에는 객관적 데이터와 개인적 오차가 동시에 남는다. 일반적인 지도 제작이 효율적인 이동을 위해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한다면, 김정은은 오히려 지도 밖으로 밀려난 우회, 지연, 흔들림, 잔여를 다시 불러온다.

〈Self Mapping_공간의 기억, 시간의 조각들(2015.09-2018.08_3year)〉(2019)처럼 장기간 축적된 이동을 하나의 구조로 만드는 작업은 이러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그의 매핑에서 오차는 수정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장소를 실제로 경험한 몸이 남긴 구체적인 흔적이다.
 
이러한 특징은 도시와 데이터를 다루는 다른 작업들과 비교할 때 더 분명해진다. 도시 데이터나 지도에 기반한 작업이 통계의 시각화나 사회적 구조의 분석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면, 김정은은 데이터와 좌표를 신체적 경험에서 분리하지 않는다.

걷고, 멈추고, 돌아가고, 사물을 발견하고, 색과 소리를 기억하는 과정이 지도와 같은 비중을 갖는다. 《흐르는 풍경, 쌓인 형태》(우손갤러리, 2025)에서 소개된 것처럼 그의 설치는 구체적인 장소의 역사와 지명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최종적으로는 보폭과 감각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추상적인 조형으로 바뀐다. 정보가 감각으로, 좌표가 움직임으로, 도시의 풍경이 신체적 경험으로 번역되는 과정 자체가 김정은 작업의 중요한 특징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개인적 이동의 지도 위에 도시의 통제 시스템과 집단적 움직임까지 겹쳐지고 있다. 《스핀-스팟》의 차선, 펜스, CCTV, 회전문과 같은 도시 장치는 이동을 안내하거나 제한하는 구조이지만, 작가는 그것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회전과 흔들림, 지연과 누락이 발생하는 장치로 바꾼다. 《Gear: 배치전환자》(주석모음집, 2026)에서도 도로를 건설했던 아버지가 남긴 지도책과 도시의 연결선, 익명적인 사람들의 발걸음이 다시 입체적 레이어로 변환된다.

초기의 ‘나의 이동’이 점차 ‘사라진 도시의 이동’, ‘제한된 이동’, ‘추적되는 이동’, ‘여러 사람의 교차하는 이동’으로 확장되면서, 매핑은 개인적 기록을 넘어 도시를 작동시키는 힘과 관계를 관찰하는 방법이 되고 있다.
 
종이 지도와 보폭에서 시작해 키네틱 조각과 사운드, 알고리즘과 감시 장치까지 이어진 변화는 매체의 확장이라기보다 ‘우리는 공간을 어떻게 지나가고, 무엇이 그 이동을 기록하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다른 방식으로 갱신해온 과정에 가깝다. 김정은의 작품세계는 지도라는 형식 자체보다 이동과 시간, 기술과 신체가 만나는 경계에서 새로운 감각의 지형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Works of Art

신체의 경험과 기억에 남은 흔적의 지도화

Articles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