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스킨스킨칼럼바디 인 드림 - K-ARTIST

스킨스킨스킨칼럼바디 인 드림

2021
FRP, FRP 퍼티, 철
40 x 42 x 238 cm

About The Work

구나는 기존의 언어와 인식 체계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이해의 공백을 회화와 조각의 물성을 통해 탐구해 왔다. 그에게 공백은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새로운 차이가 생성되고, 상반된 의미가 겹쳐지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결핍을 내포한 신체의 한계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하며, 그 안에서 열망과 불안, 취약성과 잠재력이 교차하는 감각을 포착하고자 한다.

구나의 작업은 대상의 외형을 재현하기보다 대상을 감각하고 내면화하는 과정 자체를 형상화한다. 이 과정에서 대상과 주체의 경계는 흐려지고, 연결과 단절이 반복되며 파편적인 이미지와 구조가 생성된다. 작가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혼재된 자극을 끊임없이 분리하고 걸러내면서, 그 과정에서 남겨진 이미지와 감각을 엮어 주름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어린 시절 겪은 척추 질환의 경험은 이러한 작업 세계를 형성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질환으로 인한 고통과 보조기 착용, 수술의 경험은 ‘기울어진 몸’, ‘휘어진 뼈’, ‘약한 피부’ 등의 이미지로 반복해서 나타난다. 휘어지고, 말라가고, 부식되고, 다른 것에 기대어야 하는 상태는 그의 작업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조절하고 움직이는 하나의 잠재적 상태로 제시된다.

이처럼 곧고 완결된 형태 대신 비스듬한 구조와 불규칙한 표면, 예측하기 어려운 재료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구나의 조형 언어는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실패의 장소’를 신체와 물질의 언어로 구체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의 작업에서 불완전함과 어긋남은 극복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과 형태가 발생하는 조건으로 작동한다.

개인전 (요약)

구나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스틸라이프 인 드림드림드림》(아트스페이스 보안2, 서울, 2022), 《쌍둥이의 목차》(박수근미술관파빌리온, 양구, 2020), 《너와나와너와나》(기체, 서울,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구나는 《기울어진 증거들》(디스위켄드룸, 서울, 2026),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5),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4),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24), 《눈은 멀고》(두산갤러리, 서울, 2023), 《하나의 점, 모든 장소》(금호미술관, 서울,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구나는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6),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2023-2025), 금호미술관 창작스튜디오(2020)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구나의 작품은 대전시립미술관 및 인천미술은행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삶의 감각으로 엮어 만든 주름진 풍경

주제와 개념

구나의 작업은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감각을 어떻게 다른 형태로 옮길 수 있는지 묻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이를 ‘이해의 공백’ 혹은 ‘실패의 장소’라고 표현해왔다. 여기서 실패는 어떤 의미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결과라기보다, 하나의 의미로 정리되지 않는 상태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출발점에 가깝다.

초기 개인전 《비스듬한 뼈와 늘어진 말》(오뉴월 이주헌, 2017)에서 뼈, 머리카락, 피부, 돌, 불면증 같은 파편들이 온전한 하나의 형상으로 결합되지 않은 채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갈라진 엉덩이〉(2017)나 〈나비를 생각하며 잠 못 이룬 밤들〉(2017)에서 대상은 완결된 의미를 갖기보다 갈라지고 늘어지거나 잔해처럼 남는다. 작가는 이렇게 설명되지 않는 상태 자체를 회화와 조각으로 천천히 번역해왔다.
 
이러한 관심은 이후 ‘나와 타인 사이의 관계’로 확장된다. 《너와나와너와나》(기체, 2019)에서는 들과 강의 풍경, 주변 인물과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가져온 형상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듯하다가 다시 흩어진다. 〈화이트 본〉(2019-2023)과 〈화이트 본 프롬 어드레스〉(2019)는 전시장을 하나의 몸처럼 상정하면서도 척추와 뼛조각이 완전히 연결되지 않는 상태를 보여준다.

〈너의 등으로 내 얼굴이 쑥 들어갔다〉(2023) 역시 서로 기댄 납작한 구조들이 한 몸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각자의 형태를 유지한다. 구나에게 관계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동일해지는 일이 아니라, 가까이 붙고 기대면서도 끝내 차이를 남기는 상태에 가깝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문제는 꿈과 기억, 지각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스틸라이프 인 드림드림드림》(아트스페이스 보안2, 2022)에서 작가는 모니터 속 이미지, 유리창 너머의 풍경, 등을 돌린 사람, 오래된 회화처럼 명확하게 붙잡기 어려운 장면을 오래 바라본다.

〈블루스살구베이지스틸라이프 인 드림〉(2021)은 세잔의 〈마담 세잔의 자화상〉 일부를 반복해서 응시하는 과정에서 실제 이미지와 작가가 느낀 감각 사이의 차이를 분절된 얼굴로 옮긴 작업이다. 이 시기 구나에게 ‘본다’는 것은 대상을 정확히 재현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남은 감각을 확인하고 다시 조합하는 과정이 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감각의 문제와 작가의 질병 경험이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어린 시절부터 겪은 척추 질환과 보조기 착용, 수술의 경험은 ‘기울어진 몸’, ‘휘어진 뼈’, ‘약한 피부’라는 이미지로 반복된다.

《눈은 멀고》(두산갤러리, 2023)의 〈등허리물결 오버 아이보리 힐스〉(2019-2023)는 여러 개의 가느다란 다리가 긴 몸을 어렵게 받치고 있으며,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2024)의 〈상아뼈그레이보철정물화와 상아빛브라운블랙초상화, 그리고 블루블루스물빛실물〉(2024)은 아픈 몸 안에서 공존하는 와해와 돌봄, 애수와 차가움, 삶과 죽음을 다룬다.《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국립현대미술관, 2025)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개인의 통증을 넘어 서로 다른 몸들이 어떻게 기대고 함께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넓어진다.

형식과 내용

구나는 조소를 전공하고 회화로 석사학위를 받은 이력을 바탕으로 회화와 조각을 분리된 장르로 다루기보다 서로 간섭하는 매체로 사용한다. 초기에는 사진이나 기억 속 이미지에서 발견한 멜랑콜리한 대상을 캔버스로 옮기는 한편, 사라질 것 같은 사물과 잔해를 설치로 붙잡아두었다.

《비스듬한 뼈와 늘어진 말》에서 시작된 이러한 방식은 회화에서는 희미한 이미지와 불완전한 윤곽으로, 조각에서는 기울고 갈라진 형태로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대상을 닮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고 기억하고 느끼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일치를 물질화하는 것이다.
 
2019년 이후에는 ‘몸’을 직접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몸처럼 작동하는 조형 구조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화이트 본〉은 모서리로 서서 옆으로 누운 듯한 형태를 만들고, 〈너의 등으로 내 얼굴이 쑥 들어갔다〉는 세 개의 얇은 FRP 판이 서로 기대고 관통하며 하나의 불안정한 몸을 이룬다.

〈스킨스킨스킨칼럼바디 인 드림〉(2021)이나 〈등허리물결 오버 아이보리 힐스〉 역시 척추, 피부, 다리처럼 읽히는 부분들을 가지고 있지만 특정 인체를 재현하지 않는다. 이처럼 구나는 신체를 얼굴이나 팔다리의 외형보다 지지하고 기대고 휘어지고 눕는 방식으로 이해한다. 몸의 상태가 구조와 자세로 번역되는 셈이다.
 
재료의 사용에서도 같은 태도가 이어진다. 작가는 FRP, 철, 와이어, 석분 점토, 나무, 레진, 시멘트 같은 인공 재료에 물, 모과, 벌집, 마른 잎과 같은 유기물을 결합한다. 〈마이블랙브라운의열병과온천수〉(2024)에서는 말라가며 색이 변하는 모과와 산화하는 철판, 고인 물이 서로 다른 속도로 변화하고, 〈베이지아이보리산맥아래모과그릇〉(2024)에서는 나무와 퍼티, 모과, 빈 벌집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각기 다른 시간을 견딘다.

〈수호신과체커우먼〉(2024)과 〈엮은 물〉(2024)에서도 물과 돌, 실, 와이어처럼 성질이 다른 재료들이 함께 놓인다. 여기서 재료의 변색, 건조, 부식, 증발은 작품의 손상이 아니라 시간이 작품 안에서 계속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러한 방식은 최근 회화에서도 더욱 입체적으로 확장된다. 〈아이보리수레 안 블루스오르간댄스〉(2025)는 나무판을 파내고 그 안에 다른 재료를 채운 뒤 표면을 다시 다듬어, 회화 내부에 실제 ‘뼈’에 가까운 구조를 만든다. 〈레드브라운캐비닛 안 상아뼈콜드스킨제스쳐〉(2025)와 〈레드브라운선반 위 상아뼈콜드스킨제스쳐〉는 여러 조각을 캐비닛과 선반 안에 기대고 겹쳐 배치해 하나의 몸이자 풍경처럼 보이게 한다.

최근 개인·단체전에서 반복되는 ‘수레’, ‘캐비닛’, ‘선반’ 같은 구조는 몸의 내부를 보호하거나 무언가를 싣고 이동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 결과 회화는 표면에 머물지 않고 뼈와 피부를 가진 물체가 되고, 조각은 단독 오브제보다 여러 존재가 함께 놓이는 장면에 가까워진다.

지형도와 지속성

구나의 작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취약한 몸을 단순히 상처받거나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휘어지고, 말라가고, 부식되고, 다른 것에 기대어야 하는 상태는 그의 작업에서 결핍인 동시에 하나의 움직임이다. 《기울어진 증거들》(디스위켄드룸, 2026)에서 다시 강조된 ‘기울어짐’ 역시 정상적인 몸과 비정상적인 몸을 나누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흔들리는 환경에서 계속 균형을 조절하는 감각에 가깝다.

곧은 선이나 완결된 형태 대신 비스듬한 구조, 불규칙한 표면, 예상치 못한 재료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구나의 조형 언어는 오랫동안 이어온 ‘실패의 장소’라는 생각이 신체와 물질의 언어로 구체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회화와 조각을 ‘이미지’와 ‘물체’로 분리하지 않는 데 있다. 회화 안에는 파낸 홈과 뼈대가 들어가고, 조각의 표면에는 색과 흔적이 쌓이며, 설치 안에서는 물과 과일이 실제 시간에 따라 변한다.

비슷하게 신체의 취약성을 다루는 작업이 경험의 서사나 인체 이미지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면, 구나는 그 경험을 재료가 버티는 방식과 표면이 변하는 시간으로 전환한다. 그래서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질병의 구체적인 장면보다 ‘견딘다’, ‘기댄다’, ‘흐른다’, ‘말라간다’, ‘다시 선다’와 같은 상태의 변화다. 이러한 접근은 개인적인 신체 경험을 특정한 이야기 안에 가두지 않고 관객이 자신의 몸과 시간으로 연결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최근의 작업은 개인의 몸에서 다른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몸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Paint It Black》(아마도예술공간, 2024)의 〈엮은 물〉과 〈블랙브라운의 강줄기수심〉(2024)은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과 애도의 감정을 돌, 물, 마른 잎, 시멘트의 무게와 흐름으로 옮겼고,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에서는 서로 기대고 포개진 조각들을 통해 취약함을 관계의 조건으로 바라본다.

개인의 질병에서 출발한 감각이 기억과 꿈, 노화와 죽음, 애도와 돌봄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구나의 작업은 하나의 주제를 반복하기보다 동일한 질문을 조금씩 다른 물질과 관계 속에서 갱신해왔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언어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경험을 몸과 재료의 변화로 번역해온 그의 작업은 앞으로도 특정 매체나 형식에 한정되기보다, 회화와 조각, 설치가 서로 침범하는 구조 안에서 몸과 시간의 관계를 계속 변주해나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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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감각으로 엮어 만든 주름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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