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 K-ARTIST

동서남북

2025
더글러스퍼, 카펫 타일, 마카다미아 껍질, 펠트, 단추, 못, 합판, 유목, 레진
460 x 260 x 260cm

About The Work

이은우는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가구와 같은 사물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는 사물이 담고 있는 관념적인 의미보다 사물이 다른 사물 또는 신체와 맺는 관계에 주목한다. 사물의 기능과 형태, 그리고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에 위치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작가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해 왔다. 

작가는 사물이 현실에서 사용되고 유통되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관습적 질서에 주목한다. 대량생산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사물을 반복적으로 배열하고 분해·조립하며, 서로 다른 성질의 사물과 재료를 결합함으로써 익숙한 사물의 용도와 질서를 흔든다. 이 과정에서 사물의 쓰임새와 물질적 특성, 표준화된 규격은 작품의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형적 조건이 된다.

이러한 작업에서 사회적 맥락과 기존의 용도가 지워진 사물은 작가의 신체와 접촉하며 만들어진 물리적 흔적과 그 과정에 축적된 시간을 드러낸다. 이러한 ‘규정되지 않은’ 사물들은 관객의 신체와 감각을 통해 다시금 연결되며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 나간다. 

이렇듯 이은우의 작업은 사소한 행위와 손의 노동, 사물의 질서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의 작업은 몸의 반복과 시간의 흐름이 생활의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가 다시 예술의 형식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손과 몸으로 사물과 교감하며 완성되는 그의 조각은 사물과 인간, 노동과 시간이 교차하는 다층적인 장소가 된다. 

개인전 (요약)

이은우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집안일》(갤러리 SP, 서울, 2025), 《손길 모양》(북서울미술관, 서울, 2023), 《직각마음》(프람프트 프로젝트, 서울, 2022), 《쌍》(송은, 서울,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이은우는 《송은 x 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송은, 서울, 2026), 《Balance in Motion》(P21, 서울, 2026), 《흩어진 말들》(기체, 서울, 2025), 《언박싱 프로젝트 3.2: 마케트》(VSF, 엘에이, 미국, 2024), 《언두 이펙트》(하이트컬렉션, 서울, 2024), 《내 책상 위의 천사》(팩토리2, 서울, 2023),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은우는 제1회 서울예술상 시각부문 최우수상(2023) 및 제16회 송은미술대상 우수상(2016)을 수상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이은우는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2025), 그레이 프로젝트(싱가포르, 2015) 등에서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작품소장 (선정)

이은우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송은문화재단,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안성스타필드, 불가리코리아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사물과 인간, 노동과 시간이 교차하는 다층적인 장소

주제와 개념

이은우의 작업은 사물에 붙어 있는 이름이나 관념보다, 사물이 현실에서 어떻게 쓰이고 유통되며 다른 사물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초기 작업에서는 정치·사회적 자료를 수집하고 재배열하는 방식이 두드러졌다. 〈무제〉(2004-2005)는 레닌의 토지 소유 그래프를 한국 사회의 장애인, 여성, 이주 노동자의 조건으로 변주했고, 〈어느 멋진 날 by OWI〉(2007)는 미국 전시정보국의 폭격 사진에서 화염 이미지를 추출해 회화로 옮겼다.

〈국기의 색과 형태들〉(2008)은 193개국의 국기를 색과 형태의 의미에 따라 분해하고 재조합했으며, 〈300,000,000 KRW, Korea, 2010〉(2010)은 포털사이트 부동산 페이지에 등록된 전국 아파트 평면도를 크기와 실거래가, 준공년도에 따라 다시 배열했다. 이 시기의 작업은 사회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보가 어떤 형식과 규칙을 통해 이미지가 되는지, 또 그 이미지가 어떤 방식으로 현실의 질서를 드러내는지를 탐구하는 데 가까웠다.
 
2012년 이후 작가의 관심은 평면과 정보의 재배열에서 오브제와 사물의 조건으로 이동한다. 〈특정물건〉(2013)은 수도권 아파트 평면도에서 도출한 구조에 다양한 유리를 매달아, 창문과 주거, 투명성과 폐쇄성, 욕망과 취약성을 함께 드러낸다. 《물건방식》(갤러리 팩토리, 서울, 2014)에서는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의 형태를 빌려, 사물이 상품인지 예술인지, 유용한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제도와 관습을 질문했다.

이때 작가는 사물을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나누기보다, 기능이 사라진 뒤에도 남는 형태, 색, 표면, 재료의 상태를 관찰한다. 〈물건〉(2014), 〈푸른 사각형〉(2014), 〈녹색 원〉(2014) 같은 제목은 사물을 설명하거나 상징화하기보다, 그것이 최소한의 형태와 색채로 남았을 때 어떤 존재감을 갖는지 묻는 방식에 가깝다.
 
이후 이은우의 작업은 사물의 외피와 관계를 다루는 문제에서, 일상과 노동, 신체의 시간으로 확장된다. 《쌍》(송은, 서울, 2021)은 가짜와 진짜, 장식과 실용, 평범한 것과 특별한 것 사이의 위계를 지우고, 사물들이 새롭게 짝을 이루는 방식을 탐구했다. 〈고약한 짓〉(2021)은 선반을 닮은 구조에 나무 무늬 장판을 덧붙이고, 〈동네 리얼리즘〉(2021)은 벽돌 패턴의 합판 구조물에 인체를 연상시키는 석고 블록을 끼워 넣으며, 사물과 장식, 조각과 가구의 경계를 흐린다.

《직각마음》(프람프트 프로젝트, 서울, 2022)은 거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일상과 미술, 노동과 장식이 교차하는 지점을 다뤘고, 〈물건 4(나)〉(2022), 〈물건 5(너)〉(2022), 〈물건 6(걔)〉(2022)는 나무, 황동, 당구공을 결합해 규정되지 않은 사물들 사이의 감각적 관계를 만들어냈다.
 
최근의 작업에서 작가의 질문은 생활의 리듬 자체로 더 깊숙이 들어간다. 《손길 모양》(북서울미술관, 서울, 2023)은 디지털화될 수 있는 시대에 손과 몸으로 만드는 노동의 가치와 즐거움을 전시장 전체로 확장한 전시였다. 매일 반복되는 드로잉, 점과 점을 잇는 직선과 호, 그리드 위에서 생겨나는 상자와 집, 주름의 형태는 조각과 건축적 구조로 커졌다. 《집안일》(갤러리 SP, 서울, 2025)에서는 산책, 식사, 드로잉, 운동, 집안일로 이어지는 생활의 루틴이 조각의 출발점이 된다.

〈위층〉(2025), 〈집〉(2025), 〈틀〉(2025), 〈이 방〉(2025), 〈저 방〉(2025) 등은 문, 창, 기둥, 선반, 블라인드처럼 생활 공간을 이루는 요소들을 느슨하게 불러오면서, 조각이 생활 바깥에 놓인 독립적 대상이 아니라 몸과 시간, 손의 반복 속에서 생겨나는 형식임을 보여준다.

형식과 내용

이은우의 작업은 평면, 드로잉, 오브제, 가구, 조각, 설치, 건축적 구조를 오가며 변화해왔다. 초기 작업에서는 수집, 분류, 편집, 재배열이 중요한 방법이었다. 〈구글 랜드스케이프〉(2006)는 구글어스의 항공 이미지를 모눈종이에 추적했고, 〈300,000,000 KRW, Korea, 2010〉은 부동산 정보와 아파트 평면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재배치했다. 이 시기 작가는 이미지를 직접 생산하기보다,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와 시각 자료를 가져와 새로운 규칙 안에 놓았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단순한 통계나 도표가 아니라, 검은 사각형, 그리드, 색채 배열, 아파트 평면도 같은 미술사적 형식과 결합된 이미지로 나타났다.
 
오브제로 전환한 뒤 이은우는 재료의 표면, 규격, 기능을 더욱 직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가벽 캐비닛〉(2013)은 합판의 생산 규격과 수납 기능을 결합해 가벽이면서 캐비닛인 사물을 만들었고, 〈보도블럭〉(2013)은 유리용 시트지의 패턴을 아크릴판으로 옮겨 실제 보도블록처럼 보이지만 사용할 수 없는 물건으로 제시했다. 〈특정물건〉은 유리의 종류를 차트처럼 배열하면서도, 그것을 아파트의 창문이자 욕망의 장치로 작동시켰다.

《긴, 납작한, 매달린》(아트선재센터 프로젝트 스페이스, 서울, 2015)에서는 전시장의 천장 높이, 마감재, 규격 같은 물리적 조건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작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제약과 기준을 가진 공간 안에서 가능한 형태를 도출했다.
 
2020년대 이후 드로잉은 이은우의 작업에서 핵심적인 형식이 된다. 그의 드로잉은 완성된 조각을 위한 설계도라기보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의 시간과 손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5mm 간격의 점이 찍힌 노트에서 직선과 호를 긋고, 하나의 도형에서 다음 도형으로 이어가며, 그렇게 생긴 형태에 시트지와 색연필로 질감을 입힌다. 《직각마음》과 《손길 모양》에서 이러한 드로잉은 종이 위에 머물지 않고, 작은 조각과 전시장 전체의 구조로 확장되었다.

《손길 모양》에서는 전시장이 하나의 거대한 모눈종이처럼 구성되었고, 벽과 바닥, 조각, 벤치, 드로잉이 함께 놓이며 일종의 ‘조각 마을’을 만들었다. 여기서 드로잉은 평면 작업이 아니라, 공간을 조직하는 사고 방식이자 몸을 움직이게 하는 구조가 된다.
 
《집안일》에 이르면, 작가의 형식은 생활의 구체적인 감각과 더욱 밀착된다. 작품에는 작가가 직접 만든 가구, 길에서 주운 사물, 수집한 오브제, 목재, 황동, 펠트, 실, 비즈, 가죽, 돌, 유목, 마카다미아 껍질 같은 재료가 함께 등장한다. 〈위층〉은 황동과 실, 비즈로 이루어진 작은 구조를 통해 수직과 수평, 투명함과 불투명함의 균형을 만든다.

〈동서남북〉(2025)은 더글러스퍼, 카펫 타일, 마카다미아 껍질, 펠트, 단추, 못, 합판, 유목, 레진을 결합해 방향과 구조, 사물의 잔여물을 하나의 공간적 장면으로 만든다. 〈서랍 안 선반〉(2025)은 백참나무, 아프리칸 체리, 펠트, 세라믹 타일, 가죽, 구슬, 실을 사용해 가구와 조각, 내부와 외부의 감각을 겹친다. 이은우의 조각은 재료를 상징으로 고정하지 않고, 손으로 자르고 붙이고 엮고 세우는 과정 속에서 물건이 어떤 방식으로 다른 물건과 균형을 이루는지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은우의 독창성은 사물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데만 있지 않다. 그의 작업은 오히려 예술이 생활의 사물과 같은 세계 안에 놓여 있음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레디메이드나 파운드 오브제를 사용하는 많은 작업들이 사물의 사회적 맥락이나 제도적 전환을 강조한다면, 이은우는 사물이 가진 외피와 쓰임, 규격과 표면, 손의 접촉과 시간의 축적을 통해 관계를 만든다.

당구공, 장판, 시트지, 벤치, 가구, 펠트, 비즈, 유목, 견과류 껍질 같은 재료는 ‘발견된 사물’로서의 충격보다, 생활 속에서 이미 익숙한 물질이 다른 방식으로 다시 배치될 때 생기는 미묘한 낯섦을 만든다. 그의 작업이 조용하면서도 오래 남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작업의 흐름을 보면, 이은우는 초기의 정치·사회적 정보와 기하학적 형식에서 출발해, 2012년 이후 사물의 물질성과 유통, 표준과 규격, 기능과 장식의 문제로 이동했다. 이후 《쌍》과 《직각마음》을 거치며 가짜와 진짜, 장식과 실용,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 일상과 미술의 경계를 더 유연하게 다루기 시작했고, 《손길 모양》과 《집안일》에서는 드로잉, 손의 노동, 생활의 반복, 건축적 공간이 하나의 연속된 구조로 이어졌다.

이 변화는 매체가 단순히 평면에서 입체로 바뀐 과정이라기보다, 정보와 사물, 사물과 몸, 몸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점점 더 구체적이고 촉각적인 차원으로 옮겨온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비슷하게 미술과 디자인, 조각과 가구의 경계를 다루는 작가들과 비교할 때, 이은우의 작업은 과도한 기능성이나 명확한 디자인 언어로 수렴되지 않는다. 동시에 조각의 자율성만을 강조하는 방식과도 거리가 있다. 그는 미니멀리즘, 구축주의, 바우하우스, 데 스테일 같은 역사적 추상 언어를 참조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복원하거나 낙관적인 유토피아로 반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직각과 그리드, 모듈과 규격 같은 근대적 질서를 생활의 사소한 불균형, 손의 흔적, 어긋난 재료, 애매한 장식성과 함께 놓는다. 그래서 이은우의 조각은 반듯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비뚤어져 있고, 익숙한 가구를 닮았지만 사용할 수 없으며, 장식처럼 보이지만 사물의 존재 방식을 집요하게 질문한다.
 
이은우는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그레이 프로젝트 싱가포르, 번다논 트러스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등 국내외 레지던시를 거쳤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송은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제16회 송은미술대상 우수상과 제1회 서울예술상 시각부문 최우수상 수상 이력도 그의 작업이 제도 안팎에서 꾸준히 주목받아왔음을 보여준다.

이은우의 작업은 앞으로도 생활과 조각, 손의 노동과 물질의 외피 사이에서, 사물이 어떻게 몸과 공간을 다시 조직하는지 탐구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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