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d Distance - K-ARTIST

Doubled Distance

2014
갤러리 팩토리에서 사용한 알루미늄 스틸 사다리
8 x 2 x 562 cm

About The Work

로와정은 두 명의 작가 노윤희와 정현석이 2007년 결성한 아티스트 듀오로, 서로 다른 관점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작업의 내부 원리로 삼아왔다. 두 작가는 끊임없는 대화와 상호 비판을 통해 서로를 견제하며, 이를 바탕으로 ‘로와정’이라는 하나의 가상적 정체성과 독자성을 구축해 왔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스럽게 ‘관계’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며, 개인과 사회, 중심과 주변 등 다양한 관계와 이해의 구조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로와정은 실재와 이미지, 인위와 자연, 안과 밖, 중심과 주변, 과거와 미래처럼 서로 대립하는 요소들이 맺는 관계와 그 사이의 경계에 주목한다. 작가는 이러한 이항적 구분을 고정된 대립으로 바라보기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 그 의미와 역설을 포착한다. 이를 회화, 설치, 영상, 오브제, 텍스트, 조각 등 다양한 매체와 형식으로 풀어내며 동시대의 조건과 경계에 대한 사유를 확장해 왔다.

특히 로와정의 작업에서 관계와 경계는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환경과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변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작품은 관객의 감응과 정동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며, 관객을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의미나 해석으로 고정되지 않는 열린 구조가 형성되고, 관객은 작품을 보다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관점에서 경험하게 된다.

결국 로와정의 작업은 수동적인 관람을 능동적인 경험으로 전환하며, 작품과 관객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의미가 지속적으로 생성되도록 한다. 이는 작품의 의미를 하나의 해석으로 확정하기보다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 열어두는 방식이다. 나아가 로와정은 이러한 변화하는 관계의 구조를 통해 ‘나’와 ‘타자’의 의미를 새롭게 감각하고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개인전 (요약)

로와정이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어제의 놀라움》(더 윌로, 서울, 2025),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학고재, 서울, 2024), 《rrr》(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서울, 2020), 《윌링앤딜링 오픈 프로젝트 바이 로와정》(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로와정은 《기억윤슬》(포항시립미술관, 포항, 2025), 《흙으로부터》(학고재, 서울, 2025), 《없었던 사라짐》(양평문화재단 작은미술관 아올다, 양평, 2024), 《포트레이트 오브》(울산시립미술관, 울산, 2023), 《매뉴얼》(프라이머리 프랙티스, 서울, 2022), 《모두의 소장품》(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로와정은 제주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2022), HIAP - Helsinki International Artist Programme(2017),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5), 금천예술공장(2015) 등의 입주작가로 활동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서울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서 로와정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Works of Art

해석과 오독이 가능한 열린 구조로서의 예술

주제와 개념

로와정은 두 명의 작가 노윤희와 정현석이 2007년부터 결성한 아티스트 듀오로, 서로 다른 관점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작업의 내부 원리로 삼아왔다. 그래서 로와정에게 ‘관계’는 단순한 주제가 아니라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초기 개인전 《2인용 1인실》(쌈지스페이스, 서울, 2008)에서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관계를 통해 서로 다른 개인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조율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다뤘다. 〈2인용 싱글룸〉(2008), 〈between a and A〉(2010) 같은 작업은 둘 사이의 대화, 충돌, 규칙, 협상이 어떻게 하나의 작업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
 
이후 로와정의 관심은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일상과 사물, 중심과 주변, 안과 밖, 실재와 이미지처럼 서로 대립하거나 엇갈리는 관계로 확장된다. 〈생활의 발견〉(2010)은 집안의 일상 사물을 원형으로 배치하고 조명의 빛을 마스킹테이프로 이어, 평범한 생활의 구조를 낯선 조형적 장면으로 바꾼다. 〈밤마다 행복했으면…〉(2010)은 팬티 두 장과 조명을 사용해 별 모양의 구조를 만들며, 사소하고 사적인 물건을 욕망과 유머가 교차하는 대상으로 전환한다.

〈저장된 86일〉(2010)은 작가들이 86일 동안 직접 만든 가방을 들고 이동하며, 그 표면에 축적된 먼지와 흙탕물, 이동의 흔적을 작업으로 삼는다. 이때 관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머무르지 않고, 작가의 몸, 이동 경로, 주변 환경, 시간의 흔적 사이에서 생성된다.
 
2014년 《그 정도 거리》(갤러리 팩토리, 서울, 2014)를 거치며 로와정은 전시의 중심과 주변, 작품과 제작 과정, 앞면과 뒷면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Rearview〉(2014)는 서로가 그리고 있는 캔버스의 뒷면을 그린 두 점의 페인팅으로, 보통 전시에서 가려지는 ‘이면’을 화면의 중심으로 끌어온다. 〈Doubled Distance〉(2014)는 갤러리 팩토리에서 설치 도구로 사용되던 사다리를 긴 조각으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본래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존재하던 도구가 작품이 되면서, 전시의 뒤편에 있던 과정과 장치가 전면으로 나온다. 〈치밀한 작전〉(2014) 역시 빈 공간과 자막 대화를 통해 작가와 관객, 이해와 오해, 계획과 실행 사이의 거리를 드러낸다. 로와정은 이처럼 관계를 하나의 정답으로 설명하기보다, 거리와 어긋남, 역할의 전환 속에서 관계가 어떻게 감각되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작업에서 로와정은 관계의 문제를 이미지와 언어, 시선과 해석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학고재, 서울, 2024)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서로를 고정하거나 설명하는 방식 대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지연, 메타포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2184〉(2024)는 2184년의 달력과 세포 이미지를 중첩해, 모두에게 진리처럼 작동하는 달력과 언어 체계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애매한지를 드러낸다.

〈커튼〉(2024)은 텍스트를 천의 주름과 결합해, 의미가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이미지와 사물 사이를 오가게 만든다. 이어 《어제의 놀라움》(더 윌로, 서울, 2025)에서는 ‘나’와 또 다른 ‘나’인 타자 사이의 연결과 단절을 다루며, 전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주체와 객체, 연결과 의존의 관계를 다시 묻는다. 로와정의 작업은 결국 두 사람의 관계에서 시작해, 사물과 공간, 시간과 전시, 언어와 이미지, 나와 타자 사이의 복잡한 연결 구조로 계속 넓어져 왔다.

형식과 내용

로와정의 작업은 회화, 설치, 영상, 오브제, 텍스트, 조각, 키네틱 장치, 전시 구조 자체를 자유롭게 오가며, 매번 주제에 맞는 형식을 새롭게 찾는다. 이들에게 매체는 작가의 스타일을 반복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관계를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장치다. 〈생활의 발견〉에서는 마스킹테이프와 개인 용품, 조명을 사용하고, 〈밤마다 행복했으면…〉에서는 팬티와 조명을 사용하며, 〈Bye - Bye〉(2014)에서는 오래 사용한 나무 도마에 작별의 문구를 새긴다.

일상적 사물은 기능을 잃거나 위치가 바뀌는 순간, 다른 의미를 갖는 조형적 언어가 된다. 로와정의 형식은 대체로 가볍고 유머러스하지만, 그 안에는 사물의 역할과 가치, 사용과 폐기, 가까움과 거리감에 대한 치밀한 질문이 들어 있다.
 
이미지와 사물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도 로와정의 중요한 형식적 특징이다. 〈Souvenir of somewhere (tree)〉(2013)는 중고 잡지에 인쇄된 나무 이미지를 도려내고 세워, 평면 이미지였던 나무가 다시 입체적인 숲처럼 보이게 만든다. 〈Souvenir of somewhere (frame)〉(2013)은 오래된 잡지의 일부 이미지만 남기고 나머지를 흰색 아크릴로 덮어,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이런 작업에서 로와정은 이미지를 단순히 보는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이미지는 잘리고, 세워지고, 덮이고, 다시 배치되면서 사물처럼 행동하고, 사물은 이미지처럼 읽힌다. 이 과정은 이미지와 실재, 평면과 입체, 수집과 재구성 사이의 위계를 흔든다.
 
《Sunday is Monday, Monday is Sunday》(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18)에서는 전시 자체가 하나의 시간적 구조가 된다. 전시는 A, B, C라는 세 개의 시간 축으로 구성되고, 각 단계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특정 시점의 결과가 된다. 관객은 어느 시점에 전시를 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현재’를 만나며, 전시는 완결된 결과가 아니라 계속 변하는 상태로 경험된다.

여기서 로와정은 작가를 생산자로만 두지 않고, 관객을 시간의 변수 안에서 공동 생산자로 위치시킨다. 이 방식은 전시가 하나의 고정된 결과로 수렴되는 관습에 저항한다. 과정, 우연, 관객의 방문 시점, 공간의 변화가 모두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2024년 이후 작업에서는 언어와 이미지, 기호와 장치가 보다 중요한 형식으로 등장한다. 〈2184〉는 아크릴에 UV 프린트된 달력과 세포 이미지를 겹쳐, 숫자와 생명 이미지가 서로를 흐리게 만드는 구조를 만든다. 〈커튼〉은 벨벳 커튼, 아크릴, 황동 튜브, 황동 체인을 사용해 텍스트를 하나의 접히고 드리워지는 사물로 만든다. 〈untitled(19May2024)〉(2024)는 구조물의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위한 지지대이자 영상의 대상이기도 한 작업으로, 과정과 결과, 지지체와 주제가 서로를 순환하게 한다.

〈salt of the earth〉(2024)는 회전 모터, 알루미늄 파이프, 소금, 빗자루, 타이머를 사용해, 소금이 떨어지고 쓸리며 계속 변하는 이미지를 만든다. 〈undecidable〉(2024)은 ‘flatness’와 ‘facingness’ 같은 단어를 입체와 평면으로 뒤집어, 언어가 지시하는 의미와 실제 물질의 상태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로와정의 형식은 개념을 설명하기보다, 개념이 불안정하게 작동하는 상태를 관객이 직접 경험하게 만든다.

지형도와 지속성

로와정은 ‘관계’를 말하면서도 관계를 감상적 서사나 명확한 메시지로 환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두 사람의 협업 구조에서 출발하지만, 그 관계를 사적인 이야기로 닫지 않는다. 오히려 둘 사이의 설득, 논쟁, 조율, 오해의 과정을 통해 중심과 주변, 과정과 결과, 언어와 이미지, 주체와 객체 사이의 구조를 계속 흔든다.

비슷하게 설치와 개념적 방법론을 사용하는 작가들과 비교할 때, 로와정의 작업은 무겁고 건조한 개념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팬티, 도마, 휴지심, 사다리, 전선, 커튼, 소금처럼 가깝고 일상적인 물건을 사용하면서도, 그것이 놓이는 위치와 관계를 바꾸어 새로운 사고의 장면을 만든다. 유머와 블랙코미디, 시적 우회가 로와정의 작업을 지나치게 딱딱한 개념미술로 굳지 않게 한다.
 
작업의 흐름을 보면 로와정은 초기의 인간관계와 공동체적 관계에서 출발해, 사물의 역할과 주변부의 위치, 전시의 과정과 시간, 언어와 이미지의 불일치, 타자와의 연결 가능성으로 관심을 확장해왔다. 〈2인용 싱글룸〉과 〈between a and A〉가 두 사람 사이의 실제 관계와 규칙을 드러냈다면, 〈저장된 86일〉과 〈생활의 발견〉은 주변 환경과 일상의 사물을 관계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그 정도 거리》는 전시의 뒷면과 설치 도구를 중심으로 옮겼고, 《Sunday is Monday, Monday is Sunday》는 전시가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달라지는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와 《어제의 놀라움》은 언어, 이미지, 기호, 전선을 통해 관계가 언제나 지연되고 어긋나며 새롭게 연결될 수 있음을 다룬다.
 
로와정이 점하고 있는 위치는 관계와 구조를 다루는 개념적 실천 안에 있지만, 그들의 작업은 동시에 매우 생활적인 감각을 갖는다. 복잡한 철학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출발점은 대체로 가까운 사물이나 사소한 장면이다. 이들은 하나의 주제를 반복적으로 고수하기보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 새롭게 공부하고 매체를 선택한다. 그래서 로와정의 작업은 매번 다른 형식으로 나타나지만, 그 안에는 늘 어떤 두 항 사이의 거리와 전환,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가능성을 바라보는 태도가 유지된다.

고정된 결과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과정, 단일한 해석보다 여러 방향으로 열리는 해석, 수동적 관람보다 관객의 능동적 개입을 중시한다는 점이 이들의 지속적인 축이다. 이들의 작업은 앞으로도 하나의 결론으로 닫히기보다, 변화하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관계와 이미지, 언어와 사물 사이의 틈을 계속 새롭게 실험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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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과 오독이 가능한 열린 구조로서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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