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와정의 작업은 회화, 설치, 영상, 오브제, 텍스트, 조각, 키네틱
장치, 전시 구조 자체를 자유롭게 오가며, 매번 주제에 맞는
형식을 새롭게 찾는다. 이들에게 매체는 작가의 스타일을 반복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관계를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장치다. 〈생활의 발견〉에서는 마스킹테이프와
개인 용품, 조명을 사용하고, 〈밤마다 행복했으면…〉에서는 팬티와 조명을 사용하며, 〈Bye - Bye〉(2014)에서는 오래 사용한 나무 도마에 작별의
문구를 새긴다.
일상적 사물은 기능을 잃거나 위치가 바뀌는 순간, 다른
의미를 갖는 조형적 언어가 된다. 로와정의 형식은 대체로 가볍고 유머러스하지만, 그 안에는 사물의 역할과 가치, 사용과 폐기, 가까움과 거리감에 대한 치밀한 질문이 들어 있다.
이미지와 사물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도 로와정의 중요한 형식적 특징이다. 〈Souvenir
of somewhere (tree)〉(2013)는 중고 잡지에 인쇄된 나무 이미지를 도려내고
세워, 평면 이미지였던 나무가 다시 입체적인 숲처럼 보이게 만든다. 〈Souvenir of somewhere (frame)〉(2013)은
오래된 잡지의 일부 이미지만 남기고 나머지를 흰색 아크릴로 덮어,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이런 작업에서 로와정은 이미지를 단순히 보는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이미지는
잘리고, 세워지고, 덮이고,
다시 배치되면서 사물처럼 행동하고, 사물은 이미지처럼 읽힌다. 이 과정은 이미지와 실재, 평면과 입체, 수집과 재구성 사이의 위계를 흔든다.
《Sunday is Monday, Monday is Sunday》(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18)에서는 전시 자체가 하나의 시간적
구조가 된다. 전시는 A, B, C라는 세 개의 시간 축으로
구성되고, 각 단계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특정 시점의 결과가 된다. 관객은
어느 시점에 전시를 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현재’를 만나며, 전시는 완결된 결과가 아니라 계속 변하는 상태로 경험된다.
여기서
로와정은 작가를 생산자로만 두지 않고, 관객을 시간의 변수 안에서 공동 생산자로 위치시킨다. 이 방식은 전시가 하나의 고정된 결과로 수렴되는 관습에 저항한다. 과정, 우연, 관객의 방문 시점, 공간의
변화가 모두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2024년
이후 작업에서는 언어와 이미지, 기호와 장치가 보다 중요한 형식으로 등장한다. 〈2184〉는 아크릴에 UV 프린트된
달력과 세포 이미지를 겹쳐, 숫자와 생명 이미지가 서로를 흐리게 만드는 구조를 만든다. 〈커튼〉은 벨벳 커튼, 아크릴, 황동
튜브, 황동 체인을 사용해 텍스트를 하나의 접히고 드리워지는 사물로 만든다. 〈untitled(19May2024)〉(2024)는 구조물의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위한 지지대이자 영상의 대상이기도 한 작업으로, 과정과 결과, 지지체와 주제가 서로를 순환하게 한다.
〈salt of the earth〉(2024)는 회전 모터, 알루미늄 파이프, 소금, 빗자루, 타이머를
사용해, 소금이 떨어지고 쓸리며 계속 변하는 이미지를 만든다. 〈undecidable〉(2024)은
‘flatness’와 ‘facingness’ 같은 단어를 입체와 평면으로 뒤집어, 언어가 지시하는 의미와 실제 물질의 상태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로와정의 형식은 개념을 설명하기보다, 개념이 불안정하게 작동하는 상태를 관객이 직접
경험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