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ing - K-ARTIST

Calling

2011-현재
사진 연작, 디톤 프린트, 알루미늄 백마운트, 유럽산 물푸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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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제인 진 카이젠의 작업은 개인의 경험과 정치적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전승되는지를 탐구해 왔다.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된 자신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이주와 국경, 소속과 번역의 문제를 사유해 왔으며, 점차 전쟁과 분단, 국가폭력으로 인해 흩어진 기억과 공식적인 역사에서 충분히 발화되지 못한 목소리로 관심을 확장했다.

카이젠은 과거의 사건을 복원해 하나의 완결된 서사로 제시하기보다, 생존자와 디아스포라 여성, 지역 공동체 등 서로 다른 위치에서 비롯된 경험과 증언을 마주하게 한다.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역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누가 역사를 말할 수 있는지, 어떤 기억이 전승되거나 배제되는지, 서로 다른 장소와 언어 사이에서 경험이 어떻게 번역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질문해 왔다.

이주와 경계에 대한 탐구는 역사와 신화, 젠더와 영성, 생태의 문제를 서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카이젠은 지워진 계보와 기억을 다시 불러내고, 인간과 자연, 산 자와 죽은 자, 과거와 현재 사이에 새로운 관계와 공동체가 형성될 가능성을 모색한다.

개인전 (요약)

제인 진 카이젠은 2011년 쿤스트할 오르후스, 2020년 쿤스트할 샤를로텐보르, 2021년 아트선재센터와 디트로이트 현대미술관, 2023년 제주4·3평화기념관, 2024년 갤러리 TPW와 이씨 컨템포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제인 진 카이젠은 2006년 광주비엔날레, 2012년 리버풀비엔날레, 2016년 리움 삼성미술관, 2017년 세계문화의 집, 2019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2020년 팔레 드 도쿄, 2023년 타이베이시립미술관,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과 빈 제체시온 등에서 열린 단체전 및 국제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제인 진 카이젠은 2011년 몬타나 엔터프라이즈, 2020년 덴마크 국제미술비평가협회(AICA) 올해의 전시상, 2023년 베케트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제인 진 카이젠은 2011년 이집트 타운하우스 갤러리, 2022년 덴마크 아트워크숍 SVFK와 존스홉킨스대학교 고등미디어연구센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제인 진 카이젠의 작품은 아트선재센터,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덴마크국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개인의 경험과 정치적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

주제와 개념

제인 진 카이젠의 작업은 개인의 경험과 정치적 역사가 교차하는 자리에서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전달되는지를 탐구해왔다.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된 자신의 경험은 이주와 국경, 소속과 번역의 문제를 사유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며, 작업은 점차 전쟁과 분단, 국가폭력으로 인해 흩어진 기억과 공식적인 역사에서 충분히 발화되지 못한 목소리로 향했다.

카이젠은 과거의 사건을 복원해 단일한 서사로 완결하기보다 생존자와 디아스포라 여성, 지역 공동체 등 서로 다른 위치에서 나온 경험과 증언을 만나게 한다.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역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누가 역사를 말할 수 있는지, 어떤 기억이 전승되거나 배제되는지, 서로 다른 장소와 언어 사이에서 경험이 어떻게 번역될 수 있는지가 오랫동안 작업의 중심을 이루어왔다.

제주는 이러한 문제들이 가장 밀도 높게 교차하는 장소다. 〈거듭되는 항거〉에서 카이젠은 제주4·3의 억압된 역사와 해소되지 않은 트라우마가 현재의 풍경, 문학, 생존자와 유가족의 기억, 무속 의례 속에서 계속해서 되돌아오는 양상을 추적한다. 〈이별의 공동체〉에서는 바리 신화를 여성주의적으로 다시 읽으며 이러한 관심을 신화와 제의, 여성 디아스포라의 경험으로 확장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매개하는 존재가 되는 바리의 서사는 작가 자신의 입양 경험과 여러 한국인 및 디아스포라 여성들의 목소리, 제주 심방의 의례와 교차한다. 이 과정에서 신화는 오래된 이야기를 반복하는 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와 경험을 연결하고, 기존 역사 서술에서 떨어져 나온 기억들이 다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매개가 된다.

카이젠에게 제의와 영성 역시 과거의 전통으로 보존되는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이 질서의 장례〉에서는 전통 장례의 형식을 빌려 음악가, 예술가, 환경운동가, 디아스포라, 퀴어와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기존 질서의 장례를 수행한다. 나이와 젠더에 따른 역할은 새롭게 배치되고 장례, 정치적 시위, 카니발적 퍼포먼스가 한 장면 안에서 만난다. 〈할망〉과 〈제물〉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해녀의 삶과 여성 노동, 모계적 기억, 제주 무속의 여신과 바다로 이어진다.

특히 해녀들과의 협업은 영적인 실천과 일상의 노동을 함께 바라보게 하며, 개인의 가족사와 세대를 거쳐 전승된 여성들의 지식이 현재의 환경 문제와 연결되는 지점을 드러낸다. 신화와 제의를 현재의 조건 속에서 다시 수행하는 카이젠의 방식은 사회적으로 정해진 역할과 관계를 흔들고 다른 공동체가 성립할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최근 ‘이어도(바다 너머 섬)’ 연작에서는 역사와 기억에 대한 탐구가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과 비인간 존재까지 넓어진다. 바다는 조상의 지식과 모계적 연결을 품는 매체인 동시에 추방과 죽음, 국가폭력의 흔적이 축적된 장소로 등장하며, 해녀와 심방, 활동가, 어린이뿐 아니라 해조류와 갑각류, 물과 바람 같은 존재들이 작품의 관계망에 참여한다.

〈잔해〉의 바다에 버려진 무기, 〈할망〉과 〈제물〉에서 이어지는 매듭과 소창, 〈수호자들〉에서 미래를 향해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기억과 애도가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회복과 변화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부터 이어져온 이주와 경계의 문제는 이처럼 제주라는 장소를 거쳐 역사, 신화, 젠더, 영성, 생태가 서로 연결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 왔다. 카이젠은 그 연결 속에서 지워진 계보를 다시 불러내고, 인간과 자연, 산 자와 죽은 자, 과거와 현재 사이에 새로운 관계와 공동체가 출현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색한다.

형식과 내용

제인 진 카이젠은 영상 설치, 실험영화, 사진, 퍼포먼스, 사운드, 텍스트와 아카이브를 넘나들며 리서치의 결과를 복수의 이미지와 목소리가 만나는 구조로 조직해왔다. 역사적 사건이나 특정 공동체를 다루면서도 자료를 순차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기록과 증언, 풍경, 신화와 문학, 수행되는 신체를 서로 교차시킨다.

〈거듭되는 항거〉에서는 제주4·3을 둘러싼 여섯 개의 영상 서사를 통해 현재의 제주 풍경과 문학, 생존자와 유가족의 기억, 무속 의례를 연결하며 하나의 사건이 서로 다른 기억 속에서 지속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성은 작가의 작업에서 반복되는 다성성과도 연결된다. 서로 다른 화자의 목소리는 단일한 해석으로 수렴되지 않은 채 병치되고 중첩되며, 관객은 그 사이의 관계를 따라가면서 사건을 여러 방향에서 접하게 된다. 

영상이 전시장에 놓이는 방식 역시 카이젠의 서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별의 공동체〉는 세 개의 화면에 제주 자연과 작가의 신체, 심방의 의례, 한국인과 디아스포라 여성들의 이야기를 펼쳐놓으며 화면 사이의 이동과 중첩을 통해 서사를 형성한다. 작품에서 각 화면은 독립된 장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서로를 보완하고 간섭하며, 관객은 하나의 시점에 고정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이미지와 목소리를 조합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적 구성은 최근 ‘이어도(바다 너머 섬)’에서 더욱 확장된다.

일곱 편의 영상은 나선형으로 배치된 각각의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서로 다른 작품에서 발생하는 목소리와 사운드가 전시장 안에서 만나며 일종의 응답 관계를 만든다.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관객이 공간을 이동하며 각 영상 사이의 반복과 연결을 발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영상의 시간과 전시 공간의 동선이 함께 작품의 리듬을 만드는 셈이다. 

수행되는 신체는 이처럼 분산된 이미지들을 이어주는 또 다른 축이다. 카이젠의 영상에는 걷고 회전하고 머리를 땋고 관을 운구하며 물속으로 잠수하는 몸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 질서의 장례〉에서는 장례 행렬 자체가 집단 퍼포먼스로 구성되며, 전통적인 장례의 동작과 정치적 시위, 카니발적 행동이 뒤섞인다. 최근의 〈제물〉에서는 제주 해녀들과 함께 구성한 수중 안무를 통해 수행성이 바다 안으로 이동한다.

해녀의 몸과 소창, 해초, 물의 흐름이 함께 움직이고, 슬로모션 촬영은 이 움직임을 세밀하게 드러내며 제의적 감각을 강화한다. 이때 소창이나 매듭처럼 여러 작품에 반복되는 물질은 영상 사이의 시각적 연결고리가 된다. 갓난아이의 기저귀에서 관을 묶는 끈까지 사용되었던 소창은 〈할망〉, 〈제물〉을 비롯한 여러 작업을 오가며 신체와 세대, 삶과 죽음 사이의 관계를 이미지로 이어준다. 

카이젠의 작업에서 협업은 제작 과정 자체를 결정하는 형식적 방법이기도 하다. 역사 연구와 아카이브 조사에 더해 생존자, 심방, 해녀, 활동가와 지역 공동체와의 장기적인 교류가 작업의 기반을 이루며, 참여자들은 정보를 제공하는 대상으로 등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목소리와 몸, 행동을 통해 작품의 이미지와 리듬을 함께 만들어간다. 사진 연작과 아카이브, 사운드, 영상 역시 독립적인 매체로 분리되기보다 이러한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기록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최근 작업에서는 인간의 움직임뿐 아니라 바람과 파도, 해초와 해양 생물의 움직임까지 영상의 구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카이젠은 치밀하게 설계된 촬영과 설치, 수행적 상황 속에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의 움직임과 여러 참여자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면서, 리서치와 시적 이미지, 기록과 퍼포먼스가 함께 작동하는 독자적인 영상 언어를 구축해왔다.

지형도와 지속성

제인 진 카이젠의 작업은 2000년대부터 이어져 온 입양과 이주,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아 개인의 기억이 전쟁과 분단, 국가폭력, 젠더와 같은 역사적 조건과 만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이 관심은 시간이 흐르면서 특정한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서로 다른 경험과 기억이 어떻게 전달되고 번역되는지를 살피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작가는 개인의 이야기를 더 큰 역사와 연결하면서도 양자를 매끄럽게 통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세대와 문화, 언어 사이에서 발생하는 거리와 지연 자체를 작업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카이젠이 개인의 경험과 집단적 역사 과정의 관계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고 밝힌 것처럼, 개별적인 이야기가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더 넓은 역사와 연결되는 방식은 활동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으로 자리해왔다. 

이러한 지속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소는 제주다. 카이젠은 제주를 단발적인 프로젝트의 배경으로 다루기보다 장기간 돌아가며 조사하고 관계를 축적해온 장소로 삼았다. 제주4·3과 전쟁의 기억에서 출발한 연구는 제주 무속과 여성 디아스포라, 해녀 공동체, 모계적 지식과 생태환경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같은 장소와 사람, 이야기들이 새로운 작업을 통해 거듭 호출되었다.

〈이별의 공동체〉에서 바리 신화와 심방의 의례를 통해 삶과 죽음, 이주와 경계를 사유했던 관심은 〈할망〉과 〈제물〉, 〈잔해〉 등에서 바다와 여성 노동, 환경 문제로 이어진다. 최근 ‘이어도(바다 너머 섬)’는 이러한 장기 연구를 일곱 편의 상호 연관된 영상으로 집약하며 제주의 역사와 자연, 문화와 현재의 문제를 함께 다룬다. 지역 공동체와의 지속적인 협업은 이 연작을 가능하게 한 핵심적인 기반이기도 하다. 

작업의 지속성은 같은 주제를 반복하는 데서 생기기보다, 이전 작업에서 발견한 이미지와 질문을 다음 작업의 새로운 관계로 옮겨가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소창과 매듭, 바다, 장례와 제의, 산 자와 죽은 자를 연결하는 매개자와 같은 요소들은 여러 시기의 작품을 가로질러 되돌아온다. ‘이어도’의 각 영상이 서로 다른 내용을 다루면서도 소창을 통해 다음 서사로 이어지듯, 카이젠의 작업에서는 과거의 작품이 완결된 채 남기보다 이후의 연구와 이미지 속에서 다시 움직인다.

동시에 작가는 자료 조사와 구술, 아카이브에서 출발한 초기의 역사적 접근을 퍼포먼스와 신화, 수중 촬영, 자연환경과 비인간 존재까지 확장해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기억을 전달하는 매개는 누구인지, 역사적 폭력 이후 무엇이 남고 어떻게 다시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은 꾸준히 유지된다. 

카이젠의 작업은 한국과 덴마크 사이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그 문제의식은 동아시아의 근현대사와 디아스포라, 젠더 정치, 탈식민주의, 생태와 영성에 관한 동시대 미술의 논의와 폭넓게 접속해왔다. 2019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이별의 공동체〉를 선보인 것은 이러한 작업이 국제적인 전시 맥락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에도 제주를 중심으로 형성해온 연구와 방법론을 여러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올해의 작가상 2024》에서 발표한 ‘이어도(바다 너머 섬)’는 그동안 축적한 문제들을 다시 제주에 모으면서도 역사적 기억에서 생태적 관계와 미래의 가능성까지 작업의 범위를 넓힌 결과로 볼 수 있다. 카이젠에게 제주는 고정된 지역적 정체성을 증명하는 장소라기보다 세대와 지식, 신화와 제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계속해서 다시 연결해볼 수 있는 방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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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경험과 정치적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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