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중심이 있다 - K-ARTIST

모든 것에 중심이 있다

2016
추교은 씨의 글자 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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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전보경은 영상과 설치를 통해 인간과 기술, 인간과 비인간이 접촉하고 어긋나는 지점을 탐구해 왔다. 누가 예술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무엇이 가치 있는 감각과 지식으로 인정되는지 질문하며,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는 순간을 작업의 중요한 조건으로 삼는다.

작가는 특정 장소와 공동체, 숙련공과 장인들의 몸짓과 기술을 리서치하며 사회와 역사에서 쉽게 지워지는 개인의 경험과 생산성으로 환원하기 어려운 가치를 살펴왔다. 타자와의 접촉을 통해 자신의 관점과 예술의 경계를 끊임없이 재검토하며, 익숙한 기준으로 포착되지 않는 존재와 경험을 드러내고, 그것들이 맺는 관계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본다.

나아가 전보경은 춤과 수어, 촉각과 소리 등 비언어적 감각을 통해 ‘인간’이라는 범주 자체를 확장하고, 몸의 소리와 진동, 호흡과 스코어를 활용해 인간과 비인간의 사이의 접촉 가능성을 실험한다. 

전보경의 작업은 서로 다른 존재와의 접촉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를 다시 바라보고,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새롭게 질문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러한 그의 실험은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고 어긋나며 변형되는 과정 자체를 통해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다시 묻는 실천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전 (요약)

전보경은 테이크아웃드로잉(2011, 2012), 갤러리조선(2015),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2016)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전보경은 문화역서울284(2014), 주인도한국문화원과 베를린 예술과 도시학 센터(2016),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과 코가네초 바자(2017) 등의 전시 및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전보경은 테이크아웃드로잉(2011, 2012), 스페이스빔 국제 레지던시(2012),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와 베를린 예술과 도시학 센터(2016), 코가네초 바자(2017), 인천아트플랫폼(2018)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서로 다른 존재가 접촉하고 변형되는 순간

주제와 개념

전보경의 작업은 사회가 익숙한 기준으로 구분해온 존재와 가치의 경계를 의심하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개인의 기억과 관점이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했으며, 도시의 오래된 장소와 사라지는 가게, 버려진 사물처럼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대상을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인터뷰와 기록은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보존하는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기억과 경험, 픽션과 사실을 해체하고 다시 결합하며, 제도와 역사 속에서 충분히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를 새로운 관계 안에 놓는다. 이러한 ‘다시-쓰기’는 전보경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중요한 작업 태도다.

2017년 이후 관심은 숙련공과 장인의 노동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오랜 시간 반복된 노동이 신체에 남긴 몸짓과 리듬, 언어를 수집하면서 예술과 노동, 미적인 것과 비미적인 것, 유용성과 무용성을 가르는 기준을 질문한다. 생산성과 효율성의 관점에서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기술과 몸이 그의 작업에서는 고유한 감각과 지식의 원천으로 등장한다.

특히 노동의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습관과 감각, 직업에 관한 태도에 관심을 기울이며, 예술적 감수성이 특정한 제도나 교육 안에서만 성립하는지 되묻는다. 전보경에게 타인은 관찰하거나 설명해야 할 대상에 그치지 않고, 작가가 자신의 앎을 수정하고 예술의 범위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동료이자 스승으로 자리한다.

기계와 자동화가 일상을 구성하는 환경에 대한 관심은 이 질문을 인간의 신체와 감각으로 확장시켰다. 로봇의 규칙적인 동작을 무용수의 몸으로 번역하는 작업에서 동일한 정보는 각자의 신체와 리듬, 해석에 따라 서로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오류와 엇박자, 비효율성은 제거해야 할 결함으로 규정되지 않고 인간의 감각과 주체성이 드러나는 계기가 된다.

이후 수어, 촉각, 진동, 춤과 같은 비언어적 감각을 다루면서 작가는 인간을 고정된 본질로 정의하기보다 주변 환경과 접촉하고 반응하며 끊임없이 달라지는 존재로 탐구한다. 기계와 인간 사이에서 시작된 질문은 결국 무엇을 인간 고유의 조건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이러한 관계적 사유가 빙하와 물을 비롯한 비인간 존재로 넓어지고 있다. 전보경은 빙하를 재현하거나 인간의 언어로 설명하는 데 집중하지 않고, 변화하고 이동하며 주변과 반응하는 존재로 받아들인다. 퍼포머의 목소리와 신체, 진동과 호흡, ‘스코어’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생성하면서 이미 주어진 분류와 언어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처럼 전보경의 작업은 누가 예술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무엇이 가치 있는 감각과 지식으로 인정되는지, 인간과 세계를 나누는 기준은 얼마나 유효한지를 계속해서 질문해왔다. 그 과정에서 고정된 정체성을 정의하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가 접촉하고 변형되는 순간 자체를 작업의 중요한 조건으로 삼는다.

형식과 내용

전보경은 영상과 설치를 중심으로 작업하면서 드로잉, 텍스트, 사운드, 오브제, 인터뷰와 퍼포먼스를 필요에 따라 결합한다. 매체를 고정된 형식으로 사용하는 대신 조사와 만남의 과정에서 얻은 자료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될 수 있는지에 따라 작업의 구조를 달리한다. 초기에는 장소를 걷고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발견한 사물과 기억을 사진, 기록, 오브제로 수집하고, 이를 네온이나 설치와 결합했다.

《세이렌의 노래: 반짝이는 불협화음》(2016)에서는 대전 원도심에서 발견한 폐타이어, 벽돌, 목재 등의 경계 구조물을 ‘도시-토템’으로 해석하고, 주민들의 이야기와 함께 해체하고 재구성했다. 이 시기의 작업에서 현장 조사와 수집은 작품의 사전 단계에 그치지 않고 최종적인 형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기능한다.

2017년부터 이어진 숙련공과 장인에 관한 작업에서는 인터뷰와 영상 기록에 연출과 수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작가는 장인들의 노동 과정과 이야기를 촬영한 뒤 그들의 일상을 시와 독백으로 재구성하고, 오랫동안 반복해온 노동의 동작을 도구 없이 몸짓으로 수행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영상 안에서는 목소리, 신체의 움직임, 반복되는 리듬과 대화가 서로 얽히고, 전시장에서는 영상과 사운드, 다양한 오브제가 함께 배치된다.

신체에 축적된 습관과 기술은 설명의 대상에서 수행의 언어로 전환되며, 인터뷰의 내용 역시 사실을 전달하는 기록과 시적인 장면 사이를 오간다. 이러한 구성은 개인의 직업과 경험을 정보로 요약하지 않고 몸에 남은 시간과 감각까지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무용가들과의 협업이 본격화되면서 ‘번역’과 ‘스코어’는 작업을 조직하는 주요 형식으로 자리 잡는다. 〈Zeros: 오류의 동작〉과 〈I Swear, I Am Not a Robot〉에서는 산업용 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한 뒤 이를 선과 화살표로 단순화하고, 다시 무보로 만들어 무용수들에게 전달한다. 동일한 지시는 각자의 신체와 감각을 통과하며 서로 다른 안무로 변형된다.

영상, 드로잉, 텍스트와 무보가 함께 제시되면서 관객은 완성된 움직임뿐 아니라 정보가 몸을 거쳐 해석되고 변형되는 과정까지 보게 된다. 이러한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엇박자와 차이는 부수적인 오류가 아니라 작업의 내용이 되고, 규칙을 정확하게 복제하는 기계의 운동과 해석을 통해 달라지는 인간의 움직임을 대비시키는 장치가 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시각적 이미지와 서사 외에도 소리, 진동, 호흡처럼 언어로 확정하기 어려운 감각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름 없는 노래: 글래시어 블루〉(2024)에서 퍼포머들은 빙하의 소리를 사실적으로 모사하는 대신 분절된 말, 마찰음, 혀와 호흡에서 발생하는 신체의 소리를 이용해 빙하와 물에 감응한다. 함께 제작된 ‘스코어’는 퍼포먼스를 지시하는 악보이면서 독립된 시각 작업이고, 작가와 퍼포머, 인간과 빙하 사이의 교감을 매개하는 통로로 활용된다.

이처럼 전보경의 형식은 자료를 완결된 이미지로 고정하기보다 인터뷰에서 몸짓으로, 기계의 동작에서 무보와 춤으로, 자연에 관한 기록에서 몸의 소리로 옮겨가는 연쇄적인 번역을 통해 만들어진다. 작품의 내용 또한 이러한 이동 과정에서 생성되며, 서로 다른 감각과 존재가 만나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열린 구조를 갖는다.

지형도와 지속성

전보경의 작업은 관심 대상이 변화하면서도 타자와의 접촉을 통해 자신의 관점과 예술의 경계를 재검토하는 태도를 꾸준히 이어왔다. 2010년대 중반의 작업에서는 개인의 기억과 관점, 도시에서 사라져가는 장소와 사물에 관심을 두었다.

《뿔의 대화》(2015)는 서로 다른 기억과 관점이 충돌하고 교섭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다루었고, 《세이렌의 노래: 반짝이는 불협화음》(2016)은 대전 원도심을 걸으며 만난 주민들의 기억과 폐기된 사물, 오래된 장소를 연결했다. 이 시기부터 작가는 이미 완성된 의미를 제시하기보다 자신과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이해가 흔들리는 상황을 작업의 중요한 동력으로 삼았다.

2017년 이후 숙련공과 장인에 대한 장기적인 탐구는 이러한 관심을 기억에서 신체와 노동으로 옮겨갔다. 오랫동안 반복된 몸짓과 기술, 직업에 관한 언어를 기록하면서 작가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개인의 경험과 생산성의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가치를 함께 살폈다.

이후 무용가들과의 협업에서는 노동하는 신체에 관한 질문이 기계와 인간의 관계로 이어졌다. 산업용 로봇의 규격화된 움직임을 무용수들이 각자의 감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류와 비효율성은 인간의 고유성을 검토하는 단서가 되었다. 작업의 소재는 수공업에서 자동화 기술로 이동했지만, 사회가 효율과 규범을 기준으로 주변화해온 몸과 감각에 주목한다는 문제의식은 지속된다.

2020년대에 들어 전보경의 작업은 인간이라는 범주 자체를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춤과 수어, 촉각과 소리 등 비언어적 감각을 통해 인간을 고정된 속성으로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기계와 인공지능이 일상에 깊숙이 개입한 환경에서 인간 고유성에 관한 질문을 이어간다. 동시에 공동창작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이 위계 없이 관계 맺을 가능성을 탐색하며, 개인과 타인의 관계에 집중했던 초기의 관심을 지구를 구성하는 다양한 존재 사이의 관계로 넓혀왔다.

《2021–2022 공동창작 워크숍: 지구와 예술_handshaking》에서 나타난 이러한 방향은 인간을 지구의 일부로 놓고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를 다시 그려보려는 실천으로 구체화되었다.

최근 빙하와 물을 다루는 작업은 이러한 확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빙하는 기후위기를 설명하는 상징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형되며 주변과 관계 맺는 존재로 등장한다. 작가는 인간의 언어와 시각 중심의 재현에서 벗어나 몸의 소리와 진동, 호흡과 스코어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접촉을 실험하고 있다.

이는 최근 동시대 미술에서 중요하게 논의되는 비인간 행위자와 생태적 관계의 문제와 접점을 이루면서도, 오랫동안 이어온 전보경의 방법—다른 존재에게 다가가고, 그로부터 배우며,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감각과 인식을 수정하는 과정—을 그대로 연장한다. 도시의 타인에서 노동하는 몸, 기계와 퍼포머, 다시 빙하와 물로 이어진 작업의 궤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대상을 규정하려는 태도보다는 접촉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세계를 다시 질문하려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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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존재가 접촉하고 변형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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