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하는 걸음 - K-ARTIST

동요하는 걸음

2019
단채널 비디오
6분

About The Work

이웅철은 ‘사고(accident)’를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을 일으키는 계기로 바라보며, 현실과 가상, 생명과 무생명,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인공과 자연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을 다양한 매체로 탐구해왔다. 그는 익숙한 현실과 도시의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며, 눈에 드러난 대상 너머의 구조와 감각을 포착하고자 한다.

그에게 조각은 고정된 물체가 아니라 현실과 가상, 몸과 데이터, 물질과 이미지가 서로 침투하고 교차하는 상태로 확장된다. 조각은 영상으로, 영상은 다시 조각의 시간과 공간으로 전환되며, 디지털 오류와 우연은 새로운 형태와 감각을 발생시키는 조건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작업은 서로 분리되어 있던 대상과 개념을 연결하고 충돌시키며, 현재와 과거, 미래를 바라보는 익숙한 인식과 서사의 틀을 흔든다. 관객은 작업 안에서 기존의 중심과 경계가 해체되는 순간을 마주하며, 세계와 존재를 새롭게 감각할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이웅철의 작업은 물질과 이미지, 시간과 서사, 감각과 인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시대 조형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사고와 우연을 통해 익숙한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함으로써, 예술을 통해 사유할 수 있는 세계의 지형을 확장해나간다.

개인전 (요약)

이웅철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비-세계》(WWNN, 서울, 2025), 《마나의 이미지》(인가희갤러리, 서울, 2025), 《더 라인- 기억의 거울》(제주현대미술관, 제주, 2024), 《Memories of Black Stone》(인가희갤러리, 서울, 2024), 《검은 돌과 다리미》(TINC, 서울, 2023)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이웅철은 《루프 랩 부산》(부산 그랜드 조선 호텔, 부산, 2025), 《영원한 재탄생》(뮤지엄한미, 서울, 2024), 《퍼블릭 아트 뉴히어로》(K&L 뮤지엄, 과천, 2024), 《POV-Point of View》(표갤러리, 서울, 2023), 《비디오바이츠》(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서울, 2022), 《seeState (between)》(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파주,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웅철은 2023년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에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이웅철은 춘천예술촌(2024),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2022), 경기창작센터(2019) 등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이웅철의 작품은 경기도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세계 질서 이면의 구조와 감각

주제와 개념

이웅철은 현실과 가상, 물질과 비물질, 생명과 무생명,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을 탐구해왔다. 작가는 ‘사고(accident)’를 단순히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던 세계를 다르게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로 본다. 초기 작업에서 그는 도시 환경을 구성하는 반복적 구조와 표준화된 신체 경험을 관찰했다.

동일한 상품과 문화가 복제되고, 효율성을 기준으로 설계된 주거와 업무 공간이 몸의 움직임을 규격화하는 방식은 작가에게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현실의 기하학〉(2017)과 〈Color-field Relief〉(2018)는 이러한 도시 시스템의 반복성과 모듈화된 구조를 평면과 입체가 교차하는 조형으로 드러낸 작업이다.
 
이후 이웅철의 관심은 도시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데서, 그 구조 속에 놓인 신체의 감각으로 옮겨간다. 〈뭍길〉(2019)에서 작가는 안산 탄도항 인근 갯벌 위에 도시 구조에서 추출한 콘크리트 패널을 징검다리처럼 놓고 천천히 걸어 나간다. 이 느린 움직임 속에서 도시의 조각은 자연의 표면과 접촉하고, 작가의 몸은 서로 다른 환경을 잠시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아이스크림 콘크리트〉(2019)는 3D 프린팅 과정에서 생긴 오류와 실패한 개체를 조각의 재료로 삼고, 그 표면에 온라인 ‘Satisfying Video’의 이미지를 입힌 작업이다. 여기서 작가는 도시의 물리적 모듈뿐 아니라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만들어내는 가볍고 유동적인 감각까지 작업 안으로 끌어들인다.
 
2020년대 초반의 작업에서는 가상과 실재의 관계가 더욱 직접적인 주제가 된다. 〈물의 겉면〉(2020)과 〈불의 표면〉(2021)은 물과 불이라는 실제적 요소를 디지털 이미지로 구현하면서, 얼핏 실제처럼 보이는 장면이 어떻게 어긋난 시간과 물리 법칙을 통해 가상임을 드러내는지 보여준다. 〈After Effect〉(2021), 〈구멍난 조각〉(2022), 〈이상한 정원〉(2022)은 조각과 영상이 서로의 결핍을 보완하는 관계를 실험한다.

조각은 몸으로 감각할 수 있지만 시간을 담아내기 어렵고, 영상은 물리적 촉감을 갖지 못하지만 조각의 내부와 변화 과정을 보여줄 수 있다. 이웅철은 이 둘을 원본과 복제의 관계로 나누기보다, 서로를 보충하고 뒤흔드는 매체로 다룬다.
 
2023년 이후 작업은 개인의 기억과 산업화의 역사, 에너지 자원과 신화적 상상으로 확장된다. 《검은 돌과 다리미》(TINC, 서울, 2023)는 1970~80년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동 건설 노동자로 일했던 아버지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이를 회고적 서사로 재현하기보다 〈전망〉(2023), 〈검은 돌 안에서〉(2023), 퍼포먼스, 사운드, 설치를 통해 노동과 자본, 국가 발전과 개인의 몸이 교차하는 감각적 장면으로 전환한다.

《마나의 이미지》(인가희갤러리, 서울, 2025)에서는 석유, 마나, 에테르, 플라스마 같은 개념을 통해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물질의 관계를 탐구하고, 《비-세계》(WWNN, 서울, 2025)에서는 인간이 사라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비인간적 감각과 관계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작가의 작업은 도시의 반복 구조에서 출발해, 신체와 디지털 이미지, 산업화의 기억, 에너지와 포스트휴먼적 세계관으로 점차 넓어져 왔다.

형식과 내용

이웅철의 작업은 조각을 중심에 두지만, 조각만으로 닫히지 않는다. 그는 회화, 설치, 영상, 3D 스캐닝, 3D 프린팅, 드론 촬영, 사운드, 퍼포먼스, 세라믹을 함께 사용하며, 물질과 이미지가 서로 이동하는 과정을 작업의 핵심으로 삼는다. 초기 작업에서는 콘크리트, 파이프, 타일, 기하학적 구조처럼 건축적 재료와 모듈이 중요했다.

작가는 도시에서 발견한 구조를 추출하고 변형해 다시 조합하면서,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물과 공간 안에 숨어 있는 불편함과 통제의 방식을 드러냈다. 《설계된 경험》(빠빠빠 탐구소 세운점, 서울, 2017)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 전시로, 일상적 디자인이 몸과 행동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조형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도구의 도입은 이웅철의 형식을 크게 바꾸었다. 드론은 건축물을 중력이 사라진 듯한 부유하는 이미지로 바꾸고, 3D 프린터는 동일한 유닛을 출력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오류를 남긴다. 작가는 이러한 오류를 실패로 제거하지 않고, 반복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변주로 받아들인다.

〈아이스크림 콘크리트〉는 실패한 3D 프린팅 개체들을 다시 쌓고 배열해 조각으로 만들며, 견고한 콘크리트의 감각과 디지털 이미지의 미끄러운 표면을 한데 결합한다. 이 작업에서 조각은 무겁고 고정된 물체라기보다, 현실의 물질성과 가상 이미지가 잠시 겹치는 상태에 가깝다.
 
〈물의 겉면〉과 〈불의 표면〉 이후, 작가는 영상과 조각을 서로의 보조 장치이자 긴장 관계로 다루기 시작한다. 〈After Effect〉는 제너러티브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만든 비정형적 움직임의 한 순간을 포착해 조각으로 구현하고, 영상은 조각이 담지 못하는 시간의 변화를 보충한다. 〈구멍난 조각〉은 3D 스캔된 조각을 인공적 자연 공간 안에서 천천히 회전시키며, 조각의 실제 크기와 영상 속 크기 사이의 차이를 통해 현실의 무게감을 지운다.

《이상한 정원》(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서울, 2022)은 3D 스캐닝 기반 영상, 디지털 조각, 캐스팅 오브제, 프랙탈 이미지를 한 공간에 결합해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혼합현실처럼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조각을 보는 동시에, 가상 이미지가 물리적 공간을 어떻게 다시 조직하는지 경험하게 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형식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 《검은 돌과 다리미》는 영상과 설치, 시, 사운드, 퍼포먼스를 결합해 아버지의 기억과 한국 산업화의 시간을 감각적으로 호출한다. 〈현자의 돌: 최초의 사물〉(2024)은 연금술의 상징인 현자의 돌을 중심으로 자원, 노동, 자본, 기억의 관계를 신화적 이미지로 구성한다.

《마나의 이미지》의 〈마나의 기원〉(2025), 〈Enantiotropy〉(2025), 〈Firestone〉(2025), 〈Transform No.3〉(2025)는 자연 풍경, 디지털 이미지, 돌의 3D 스캔, 흑연과 다이아몬드의 중간 상태를 통해 물질의 변형 가능성을 다룬다. 《비-세계》의 〈타워〉(2025), 〈리플레이〉(2025), 〈좌표들〉(2025), 〈테라노바〉(2025)는 조각, LP 사운드, 세라믹 좌표, 거울과 식물이 결합된 인공 생태계를 통해 인간 이후의 세계를 감각하는 새로운 장치를 만든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웅철의 독창성은 조각을 고정된 물체로 다루지 않고, 현실과 가상, 몸과 데이터, 물질과 이미지가 서로를 통과하는 상태로 다룬다는 데 있다. 많은 미디어 기반 작업이 디지털 이미지 자체의 시각적 효과에 집중하거나, 조각 기반 작업이 물질의 무게와 공간적 점유에 집중한다면, 이웅철은 그 사이의 불안정한 중간 상태를 붙잡는다.

그의 작업에서 조각은 영상이 되고, 영상은 다시 조각의 내부와 시간을 보충하며, 디지털 오류는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를 발생시키는 조건이 된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조각과 미디어아트, 설치와 수행, 물질적 경험과 가상적 인식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매체로 환원되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
 
작업의 흐름을 보면, 초기에는 도시의 반복성과 설계된 경험을 해체하는 데 집중했다. 〈현실의 기하학〉과 《설계된 경험》에서 도시의 구조와 일상의 디자인을 관찰했다면, 〈뭍길〉에서는 그 구조를 몸으로 통과하며 신체적 감각을 드러냈다. 〈아이스크림 콘크리트〉 이후에는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3D 프린팅 오류가 조각의 중요한 재료가 되었고, 〈물의 겉면〉, 〈불의 표면〉, 〈After Effect〉, 〈구멍난 조각〉, 〈이상한 정원〉을 거치며 현실과 가상의 위계를 흔드는 실험이 본격화되었다.

이후 《검은 돌과 다리미》와 《더 라인- 기억의 거울》(제주현대미술관, 제주, 2024)은 개인의 가족사와 한국 산업화, 중동 건설 노동, 네옴시티와 같은 동시대 개발의 이미지를 연결하며, 작업의 시간적·역사적 폭을 확장했다.
 
2025년의 《마나의 이미지》와 《비-세계》는 이웅철의 작업이 개인적 기억을 넘어 더 넓은 에너지, 생태, 비인간적 감각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나’는 석유처럼 현실의 세계를 움직이는 물질이면서도, 신화와 판타지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동한다. 작가는 이 개념을 통해 물질이 어떻게 에너지, 자본, 노동, 이미지, 신화로 변환되는지 탐구한다.

《비-세계》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이 사라진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며, 기념비가 다른 생명체의 서식지가 되고, 인간의 얼굴이 해석 불가능한 좌표로 남으며, 식물이 거울 속에서 무한히 증식하는 장면을 제시한다.

이는 인간 중심의 질서를 비판하는 동시에, 사라짐 이후에도 세계가 다른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감각적 가설에 가깝다. 이웅철의 작업은 특정 매체의 경계보다 감각과 인식의 경계를 더 중요하게 다루며, 앞으로도 기술, 신화, 에너지, 생태, 기억이 겹치는 지점에서 조각의 언어를 확장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Works of Art

세계 질서 이면의 구조와 감각

Articles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