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minous-KHF-2-2 - K-ARTIST

Luminous-KHF-2-2

2022
스테인리스 스틸, 철판, LED, 폐집어등, KH 필룩스 모노레일 스팟
25 x 50 cm

About The Work

부지현은 바다에서 비롯된 자전적 기억과 경험을 확장하고 증폭하여 전시 공간 안에 시각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개인의 기억에 내재한 감각과 정서를 환기한다. 바다는 작가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일상의 환경이자,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기억이 중첩된 장소이며, 현재까지도 그의 작업을 추동하는 중요한 근원으로 작용한다.

작가는 바다의 어둠과 소리, 수평선 같은 비물질적 감각을 기억을 통해 재해석하고, 이를 빛과 물질, 공간의 형태로 구현한다. 특히 폐집어등을 수거해 설치작업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사라진 시간과 장소를 현재의 공간에 불러오며,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집어등을 비롯한 바다의 물질과 이미지들은 특정한 장소를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기억 속 고향과 원형적인 감각을 불러오는 매개로 기능한다. 부지현에게 바다는 하나의 실제 장소인 동시에 개인적인 기억과 보편적인 향수가 교차하는 장소이며, 작가는 그곳에서 비롯된 감각을 빛과 어둠, 소리와 공간의 관계 속으로 옮겨온다.

부지현의 작업은 제주 바다에서 출발한 개인적 기억을 상실과 회복, 생명과 소멸, 현실과 환영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장해 왔다. 버려진 사물에 다시 빛을 부여하고 익숙한 공간을 낯선 감각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사라진 것과 남아 있는 것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개인전 (요약)

부지현은 송은아트큐브(2012), 유네스코 본부·문화비축기지·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2018), 환기미술관(2021), 조명박물관(2022)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부지현은 제4회 제주비엔날레(2024),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22), 광주디자인비엔날레(2021), 제9회 블라디보스톡 국제 시각예술 비엔날레 및 제1회 제주비엔날레(2017), 유엔본부(2016), 제3회 관두비엔날레(2012), 서울시립미술관(2005) 등의 단체전과 국제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부지현은 유중예술상(2020), 제6회 제주초계청년미술상(2016), 한국현대판화공모전 우수상(2002) 등을 수상했으며, 크라쿠프 국제 판화 트리엔날레(2006)와 국제판화드로잉 비엔날레(2003)에서 입선했다.

레지던시 (선정)

부지현은 2010년 제주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에 입주했다.

작품소장 (선정)

부지현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제주기당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사적 기억과 보편적 향수가 만나는 장소로서 예술

주제와 개념

부지현의 작업은 제주와 바다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한다. 작가에게 바다는 단순한 풍경의 대상이라기보다 개인의 경험과 정서가 축적된 장소이자, 잃어버린 고향과 존재의 근원을 환기하는 공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바닷가에서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제주를 오가며 마주한 밤바다와 어선, 집어등의 풍경은 오랫동안 작업의 정서적 토대가 되었다.

특히 멀리서 어둠을 가르며 깜박이는 집어등은 작가에게 ‘바다의 별’처럼 보였고, 현실의 특정 장소를 넘어 기억 속 고향과 원형적인 감각을 불러내는 매개로 자리 잡았다. 바다는 이처럼 개인적인 기억과 보편적인 향수가 만나는 장소이며, 부지현은 그 감각을 빛과 어둠, 소리와 공간으로 옮겨왔다.

2007년부터 지속해온 폐집어등 작업에는 아름다운 밤바다의 이미지와 그 이면에 놓인 삶의 현실이 함께 들어 있다. 멀리서 바라본 집어등은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지만, 실제로는 고된 노동과 위험 속에서 사용되다 수명을 다한 산업용 도구다. 부지현은 깨지고 녹슬고 그을린 집어등을 수거해 다시 빛을 부여하고, 거울이나 LED, 안개와 결합해 몽환적인 공간으로 변환한다.

이 과정에서 폐기된 사물은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채 새로운 생명감을 얻는다. 작가는 아름다움과 척박함, 환영과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통해 우리가 눈앞의 풍경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질문한다. 매혹적인 표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낡고 상처 입은 사물의 실체가 드러나는 구조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현실과 그 배후에 존재하는 삶 사이의 간극을 감각하게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집어등에서 레이저와 포그, 거울, 소리, 소금 등으로 매체가 확장되면서 공간 자체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작가가 말하는 ‘궁극공간’은 빛을 통해 현실의 공간을 낯설게 재구성하고, 관람자가 평소와 다른 감각 상태에 머물도록 만드는 개념으로 발전해왔다.

레이저가 어둠 속을 가르며 공간의 구조를 드러내고, 포그 위에 순간적인 면과 이미지를 만들어낼 때 실제 공간과 가상의 공간은 서로 겹쳐진다. 관객은 물속이나 안개, 우주와도 같은 환경 속에서 익숙한 장소를 새롭게 경험한다. 이때 부지현에게 공간은 작품을 담는 배경에 그치지 않고, 기억과 감정, 신체 감각이 발생하고 변형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장소에 대한 관심은 폐벽돌공장이나 항구처럼 강한 역사와 환경적 맥락을 지닌 장소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연천의 폐벽돌공장에서는 무너진 건물과 그 틈에서 자라난 식물, 변화하는 자연광을 작업 안으로 끌어들이며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복원력을 드러냈고, 바다와 항구를 배경으로 한 작업에서는 이동과 귀환, 새로운 거처에 대한 상상을 이어갔다.

이렇게 부지현의 작업은 제주 바다에서 시작된 자전적 기억을 개인적 향수에 머물게 하지 않고, 상실과 회복, 생명과 소멸, 현실과 환영 사이를 오가는 질문으로 확장해왔다. 폐기된 사물을 다시 밝히고, 보이지 않던 공간을 빛으로 드러내며, 익숙한 장소를 다른 감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과정은 결국 사라진 것과 남아 있는 것 사이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형식과 내용

부지현의 작업은 판화에서 출발해 설치와 공간 연출로 확장되어왔다. 초기에는 부식동판화로 어선과 바다 풍경을 다루었고, 이후 배의 이미지를 집어등 표면에 직접 프린트하면서 평면의 이미지를 입체 오브제로 옮겨갔다. 2007년 무렵의 집어등에는 각각 에디션이 표기된 어선 이미지가 남아 있어 판화적 사고와 설치 작업의 연결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후에는 폐집어등 자체의 물성과 형태에 집중하며 빛, 거울, 와이어, 폐선, 소금, 물, 소리 등을 결합해 전시 공간 전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했다. 작가가 집어등을 ‘확장된 개념의 입체판화’로 설명해온 배경에도 동일한 형식을 반복 생산하는 공산품과 판화의 복수성 사이의 연관이 자리한다.

폐집어등은 부지현의 작업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핵심 매체다. 수명을 다해 빛을 잃은 집어등에 LED를 삽입하거나 외부 조명을 비추고, 거울을 배치해 반사와 증식의 효과를 만들면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사물에 새로운 시각적 생명감을 부여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빛을 발하는 개별 오브제만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내는 주변 환경이다.

투명한 유리 표면을 통과하거나 반사되는 빛, 벽에 드리워지는 그림자, 거울 속에서 반복되는 상, 안개 사이로 번지는 색채가 서로 작용하며 실제 전시장과는 다른 감각의 공간을 형성한다. 멀리서는 정제되고 몽환적인 풍경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는 균열과 녹, 그을음이 남은 폐기물의 상태가 드러나면서 작품의 아름다움과 사물에 축적된 시간이 동시에 감지된다.

레이저와 포그를 활용한 작업에서는 빛 자체가 더욱 직접적인 조형 재료가 된다. 직진하는 레이저는 어둠 속에 선을 만들고, 여러 광선이 만나면서 공간을 가르는 면과 기하학적 구조를 형성한다. 여기에 포그가 더해지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빛의 경로가 물질적인 막처럼 드러나고, 유동하는 입자에 의해 그 형태 역시 끊임없이 변화한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실제 건축 공간 안에 가상의 구조를 중첩시키며 관람자의 시야와 신체 감각을 재조정한다.

해무처럼 퍼지는 포그, 푸른빛과 녹색 혹은 붉은 레이저, 파도와 바람의 소리가 결합된 환경에서는 물속이나 우주, 낯선 풍경 속에 들어온 듯한 감각이 만들어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행위는 공간을 직접 통과하고 체험하는 과정으로 바뀐다.

이러한 설치 방식은 장소의 조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화이트큐브에서는 빛과 어둠을 정밀하게 통제해 완결된 공간을 구축하는 반면, 연천의 폐벽돌공장과 같은 장소에서는 무너진 벽과 지붕, 자연광, 내부에서 자라난 나무와 식물까지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강도와 주변 환경도 작품의 모습을 변화시키며, 설치는 고정된 결과물보다 현장에서 계속 조율되는 과정에 가까워진다.

부지현은 이처럼 오브제의 배치와 조명에 머물지 않고 건축, 빛, 소리, 자연환경과 관람자의 움직임까지 함께 구성함으로써 공간 전체를 작업의 형식으로 삼아왔다. 판화의 복수성과 반복에서 시작된 조형적 관심은 폐집어등의 배열과 반사, 빛의 증식, 그리고 실제 공간과 가상공간이 교차하는 설치로 이어지며 작가 특유의 시각 언어를 형성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부지현의 작업은 2000년대 초 판화에서 출발해 폐집어등을 중심으로 한 설치, 빛과 레이저를 활용한 공간 작업,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로 이어져왔다. 매체와 규모는 꾸준히 변화했지만, 제주와 바다에서 길어 올린 감각과 기억, 빛을 통해 공간을 재구성하는 태도는 작업 전반을 관통해왔다.

특히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사용해온 폐집어등은 작가의 조형 언어를 대표하는 소재로 자리 잡았다. 초기에는 배 이미지와 에디션을 결합해 판화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했고, 이후에는 집어등의 물성과 빛, 반사, 반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공간 전체를 경험하게 하는 설치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한 소재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매체 안에서 새로운 의미와 형식을 지속적으로 갱신해온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작업의 지속성은 자연환경과 산업사회의 흔적이 만나는 지점에서도 확인된다. 집어등은 어업과 생계의 현장에서 사용된 산업용 도구이면서, 작가에게는 제주 밤바다의 기억을 불러오는 정서적 매개다. 부지현은 사용이 끝난 사물을 다시 작업 안으로 불러들이며 폐기와 재생, 기능과 기억, 현실과 환영이 교차하는 상태를 꾸준히 다뤄왔다.

거울, 소금, 물, 폐선, 소리와 같은 요소들이 더해진 뒤에도 이러한 관심은 유지되며, 사물이 품은 시간과 장소의 흔적을 어떻게 새로운 감각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최근의 작업에서 폐집어등은 과거의 대표 소재로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공간과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유연한 매개로 계속 활용되고 있다.

레이저와 포그를 활용한 작업은 기존의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확장시켰다. 집어등이 기억과 바다의 이미지, 사물에 축적된 시간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했다면, 레이저 작업에서는 빛 자체의 선과 면, 움직임을 통해 공간의 구조를 직접 드러낸다. 여기서도 핵심은 빛과 어둠의 관계,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지각, 실제 공간 안에 일시적으로 생성되는 또 다른 공간 경험이다.

작가가 ‘궁극공간’이라 부르는 개념은 이러한 변화를 연결하는 중요한 축으로 기능한다. 매체는 집어등에서 레이저로 확장되었지만, 빛을 통해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만들고 관람자의 감각과 기억을 환기한다는 태도는 일관되게 유지된다.

부지현은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제주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관두비엔날레, 블라디보스톡 비엔날레 등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적 경험을 다른 장소와 연결해왔다. 연천의 폐벽돌공장처럼 역사적·환경적 맥락이 강한 장소에서는 기존의 설치 언어를 현장의 조건에 맞게 변형했고, 세토우치 우노항에 영구 설치된 〈더 홈〉에서는 폐집어등을 이동과 새로운 거처에 대한 상상으로 확장했다.

이처럼 작가의 작업은 제주라는 출발점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지역의 서사에만 머물지 않고, 기억과 장소, 자연과 인공, 소멸과 재생을 둘러싼 질문으로 범위를 넓혀왔다. 오랜 시간 반복해온 소재와 감각을 새로운 환경과 형식 속에서 다시 해석하는 태도가 부지현 작업의 지속성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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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기억과 보편적 향수가 만나는 장소로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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