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약속 - K-ARTIST

굳건한 약속

2022
죽은 풀, 나무, 혼합매체
50 x 50 x 83 cm

About The Work

김윤아는 회화, 설치, 영상, 텍스트, 도자 등 여러 매체를 오가며 개인의 사적 기록과 감정이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 수치화되고 조직되는 과정에서 누락되는 지점에 주목해 왔다. 작업의 발화 지점은 개인의 안건에서 출발하지만, 작가는 시스템이 우리를 안내하고 작동하는 방식이 어떻게 각자의 근원적 상처에까지 도달하는지를 관찰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며 작업을 이어간다.

김윤아의 작업은 개인의 삶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흔적과 감정을 살피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의 관심은 개인의 기억과 감정, 고독과 결핍처럼 내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회화와 설치를 통해 다루는 것에서부터, 무엇이 존재로 인식되고 무엇이 쉽게 지워지는지를 결정하는 사회적 조건으로 이동해 왔다. 

특히 작가는 잡초처럼 눈에 띄지 않는 생명, 버려진 옷, 기능을 상실한 사물들, 생산성과 효율, 직업과 성별, 계급과 같은 기준에 의해 주변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해 왔다. 회화에서 설치와 도자, 영상과 텍스트, 지역 프로젝트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전개되어 온 김윤아의 작업은 쉽게 발견되지 않거나 기록되지 않는 존재를 시각화하며 누락된 존재를 다시 관계 속으로 불러들인다. 

개인전 (요약)

김윤아는 2017년 홍티아트센터, 2019년 아트포럼리, 2021년 상업화랑, 2022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김윤아는 2018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2019년 아이슬란드 헤이마 아트 레지던시, 2020년 오산시립미술관, 2023년 청주시립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김윤아는 2016년 서울예술재단 우수작가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김윤아는 2015년 김환기 창작 스튜디오, 2016년 대구예술발전소, 2017년 홍티아트센터, 2018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2019년 아이슬란드 헤이마 아트 레지던시, 2022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김윤아의 작품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아트포럼리 및 다수의 개인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시스템의 틈에서 발견하는 개인의 기록과 감정

주제와 개념

김윤아의 작업은 개인의 삶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흔적과 감정을 살피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온 ‘존재와 부재’는 사라진 기억, 고독, 결핍, 관계의 단절처럼 명확한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킨다.

존재하는데도 인식되지 않는 것,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그 자리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관심은 〈섬〉, 〈나를 지나가〉 등의 작업을 거치며 구체화되었다. 이때 부재는 단순히 비어 있는 상태에 머물지 않는다. 무엇이 어떤 기준에 의해 보이지 않게 되고, 누구의 삶과 감정이 쉽게 누락되는지를 되묻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헌 옷을 작업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었다. 한때 누군가의 피부와 가장 가까이 있었던 옷에는 몸의 흔적과 생활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수거함에 들어가는 순간 그것들은 일괄적으로 ‘헌 옷’이라는 범주에 편입된다. 김윤아는 이 과정에서 개인의 복잡한 삶이 몇 가지 특징과 기능, 효용으로 정리되는 사회의 방식을 발견했다.

약 2톤에 이르는 헌 옷을 수집하고 작업해온 과정은 버려진 사물을 다시 사용하는 차원을 넘어, 분류와 폐기의 논리가 인간에게 적용될 때 무엇이 지워지는지를 탐색하는 일이기도 했다. 〈모범시민〉을 비롯한 작업에서 헌 옷은 익명의 개인을 대신하는 흔적이자 서로 다른 삶을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작가의 관심은 점차 생산성과 효용의 기준에서 밀려난 사람들, 사회적으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과 삶의 조건으로 이어졌다. 《GOD STRESS YOU》에서는 시스템 밖으로 밀려난 존재를 ‘유령’의 이미지로 불러냈고, 청주 밤고개의 유흥업소를 배경으로 한 작업에서는 직업여성의 노동과 사회적 시선이 충돌하는 지점을 다뤘다.

이후 내덕동 자연시장 프로젝트에서는 개별 상인의 역사를 광고와 지역 프로젝트의 언어로 옮기며,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삶의 기록을 공동체 안에서 다시 보이게 했다. 개인적인 상처에서 시작된 질문이 타인의 노동과 기억, 지역의 역사로 이동하면서 김윤아의 작업은 누락된 존재를 다시 관계 속으로 불러들이는 방향으로 넓어졌다.

최근의 《무색인종》과 〈남씨 이야기〉, 〈우리 모두〉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인간을 구별하고 규정하는 사회적 기준과 공동체의 문제로 이어진다. 인종, 성별, 계급, 직업처럼 사람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분이 어느 순간 차별과 배제의 근거가 되는 과정을 살피는 한편, 서로 다른 개인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가능성을 함께 제시한다. 특히 여러 사람의 헌 옷을 이어 만든 〈우리 모두〉는 각자의 흔적을 지우지 않은 채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윤아가 오랫동안 질문해온 ‘존재와 부재’는 결국 누가 존재로 인정받는가, 무엇이 기억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가라는 사회적 질문으로 이어지며,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해 타인과 공동체의 삶을 바라보는 작업으로 확장된다.

형식과 내용

김윤아의 작업은 회화, 설치, 영상, 텍스트, 도자 등 여러 매체를 오가며 전개되어 왔다. 초기 회화에서는 사진을 재구성한 인물과 풍경, 도시 이미지, 상징적 기호를 한 화면에 병치하며 기억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장면을 만들었다. 이후 작업의 무게중심이 설치와 오브제로 이동하면서 작가는 사물이 지닌 물성과 사용의 흔적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특정 매체의 형식에 작업을 고정하기보다 다루고자 하는 대상과 장소에 따라 표현 방식을 선택하는 태도는 오랜 활동을 관통하는 특징이다.

헌 옷은 이러한 방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재료다. 김윤아는 수집한 옷을 쌓고, 비틀고, 탈색하거나 염색하고, 다시 재봉하는 과정을 거쳐 본래의 용도와 형태를 변화시킨다. 특히 〈모범시민〉에서는 옷을 포슬린 슬립에 적신 뒤 가마에서 소성해 섬유 자체는 태워 없애고 그 형태와 주름만 도자로 남긴다.

몸에 밀착되어 개인의 구체적인 시간을 품었던 옷은 이 과정을 거치며 주인의 신원을 잃는 동시에 익명의 인간을 환기하는 흔적으로 전환된다. 〈첩, 첩산중〉에서도 벽에 걸린 옷의 축 처진 실루엣을 도자로 굳혀, 부재하는 몸을 물질적인 흔적으로 감지하게 한다. 재료의 소멸과 잔존을 동시에 일으키는 제작 과정은 작가가 지속해온 존재와 부재의 질문을 물성 자체에 새겨 넣는다.

설치에서는 개별 오브제와 전시장 전체의 관계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풍선과 면도날 사이의 긴장을 이용한 〈섬〉, 잡초처럼 쉽게 지나치는 존재를 공간 안으로 끌어온 〈나를 지나가〉는 관객의 이동과 거리, 시선을 작품의 일부로 포함시킨다. 최근의 〈우리 모두〉에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입었던 옷을 이어 거대한 여섯 동의 텐트를 만들고 내부의 빛, 대화 소리, 생활의 인기척을 결합했다.

각각의 옷 조각은 개별 삶의 흔적을 유지하면서도 더 큰 구조를 이루며, 관객은 텐트의 안과 밖을 오가며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신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김윤아에게 전시 공간은 완성된 오브제를 배치하는 배경에 머물지 않고, 작품의 의미와 관람자의 위치를 함께 조직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영상과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최근 작업에서는 서사를 바라보는 시점 자체가 중요한 형식으로 등장한다. 〈남씨 이야기〉는 영상의 본편과 등장인물들의 외전을 병렬적으로 전개하며 같은 사건을 전체와 개인의 관점에서 번갈아 들여다보게 한다. 빠르게 흐르는 자막 속 인물들의 변화무쌍한 삶과 화면 속에서 동일한 움직임을 반복하는 저고리의 대비는 불안정한 현실과 고정된 이상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한다.

이처럼 김윤아는 재료를 변형하고, 장소를 재구성하고, 서사의 시점을 이동시키는 방식을 통해 보이지 않던 흔적을 감각 가능한 상태로 바꾼다. 형식의 변화는 매체 자체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기억과 감정, 관계가 어떻게 남고 사라지며 다시 연결되는지를 드러내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윤아의 작업은 오랜 기간 ‘존재와 부재’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면서도, 그 질문이 향하는 범위를 꾸준히 넓혀왔다. 초기에는 개인의 기억과 감정, 고독과 결핍처럼 내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회화와 설치를 통해 다루었다면, 이후에는 무엇이 존재로 인식되고 무엇이 쉽게 지워지는지를 결정하는 사회적 조건으로 관심이 이동했다.

잡초처럼 눈에 띄지 않는 생명, 버려진 옷, 기능을 상실한 사물에서 시작된 시선은 생산성과 효율, 직업과 성별, 계급과 같은 기준에 의해 주변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의 삶으로 이어졌다. 작업의 대상과 형식은 달라져 왔지만, 쉽게 발견되지 않거나 기록되지 않는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태도는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헌 옷은 김윤아의 작업에서 이러한 지속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매체다. 2010년대 후반부터 수집해온 헌 옷은 쌓이고, 염색되고, 비틀리고, 도자로 소성되거나 거대한 구조물로 재봉되면서 작업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주되어 왔다.

〈모범시민〉에서 개인의 흔적을 품은 옷이 도자의 표면으로 남았다면, 〈우리 모두〉에서는 여러 사람의 옷이 연결되어 공동체를 상징하는 텐트가 된다. 같은 재료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개인의 부재, 익명성, 사회적 분류에서 연대와 공동체의 가능성까지 확장된다는 점은 김윤아 작업의 중요한 특징이다.

작업의 범위 역시 전시장 내부에 머물지 않고 지역과 실제 삶의 현장으로 이어져 왔다. 청주 밤고개의 유흥업소, 내덕동 자연시장 등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특정 장소에 축적된 노동과 기억을 작업 안으로 끌어들이며 예술과 현실의 접점을 넓혔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개인의 서사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바라보는 작업과도 연결된다.

최근에는 〈남씨 이야기〉처럼 영상과 텍스트를 통해 여러 인물의 삶을 교차시키고, 《무색인종》에서는 성별과 인종, 계급을 비롯한 구별의 기준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폭력과 배제까지 질문의 범위를 확장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김윤아의 작업은 개인적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되 그것을 지속적으로 타인의 삶과 사회적 관계 안에서 재검토하는 실천으로 자리한다. 존재와 부재, 기억과 소멸이라는 초기의 관심은 폐기와 분류의 문제를 거쳐 인간관계와 공동체, 연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으며, 회화에서 설치와 도자, 영상과 텍스트, 지역 프로젝트로 매체 또한 함께 확장되었다. 

Works of Art

시스템의 틈에서 발견하는 개인의 기록과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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