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전달되지 않는 - K-ARTIST

말로 전달되지 않는

2021
합판, 각재, 페인트, 린넨, 조명, 점토, 경첩, 나사, 실리콘
가변크기 (360 x 360 x 240 cm)

About The Work

민예은은 ‘집’을 고정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 언어와 관계, 물질과 사고가 교차하는 가변적인 구조로 바라보며, 그 안팎의 경계가 흐려지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탐구해 왔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형성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주와 문화적 교차, 혼성성 등의 문제를 다루며, 가구, 조명, 벽지, 타일, 커튼, 시계, 인터폰 등 누군가의 시간과 사용의 흔적이 축적된 사물을 주요한 매개로 활용한다.

작가는 중고 가구와 왁스, 철망, 합판, 점토, 조명, 거울, 벽지, 타일 등 서로 다른 시간과 출처를 지닌 물질을 수집하고, 절단하고, 재배치해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이때 사물은 과거의 흔적을 담은 오브제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고 충돌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또한 빛과 그림자, 관객의 움직임과 참여를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여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 공간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민예은에게 집은 개인의 안정된 기반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장소와 시간이 잠시 공존하는 가변적 구조에 가깝다. 그의 설치는 무엇이 안과 밖인지, 과거와 현재인지, 현실과 상상인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내며, 서로 다른 현실들이 한시적으로 관계를 맺고 균형을 이루는 방식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그의 작업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장소와 시간의 틈에서 하나로 통합되지 않는 것들이 어떻게 함께 존재할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개인전 (요약)

민예은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보편의 오류, 잔돈은 없어》(10의 n승, 서울, 2025), 《나름 균형 잡힌 곳》(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24), 《뭉쳐지지 않는 덩어리》(도로시살롱, 서울, 2023), 《말로 전달되지 않는》(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민예은은 《아무튼-우리는-이어져-있어》(우민아트센터, 청주, 2025), 《SYMBIOTIC PLANET》(금천예술공장, 서울, 2025), 《엘사와 마셜: 피드백#7》(대안공간 루프, 서울, 2024), 《감각운동, 장》(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 광교, 수원, 2024), 《HEXED, VEXED and SEXED》(West Den Hagg, 헤이그, 네덜란드, 2023), 《레퓨지아》(대안공간 루프, 서울,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민예은은 2020년 천안시립미술관 올해의 작가 및 2014/2015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주목할 만한 작가에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민예은은 금천예술공장(2025),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24), 프랑스 Kerguehennec Art Center(2023), 인천아트플랫폼(2020) 등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집’이 갖는 기호와 물질적 특성의 재구성

주제와 개념

민예은은 ‘집’을 고정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 언어와 관계, 물질과 사고가 서로 뒤엉키는 구조로 바라본다. 작가는 집의 안과 밖, 실내와 실외,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경계를 분명하게 나누기보다, 그 경계가 어떻게 뒤집히고 흐려지고 다시 구성되는지에 주목해왔다.

프랑스와 한국이라는 두 문화권을 오가며 형성된 개인적 경험은 작업 전반에서 ‘이주’, ‘문화적 교차’, ‘혼성성’, ‘생각의 혼혈’ 같은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그에게 집 안의 가구, 조명, 벽지, 시계, 타일, 커튼, 유골함, 오래된 인터폰 같은 사물들은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과 습관, 사용의 흔적, 정체성의 단서가 축적된 매개체다.
 
작가의 본격적인 ‘집’ 작업은 〈가구 오두막〉(2013-)에서 출발한다.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중고 가구를 벽체처럼 세워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오두막을 만든 프로젝트다. 본래 집 안에 있어야 할 가구가 외벽이 되면서, 내부는 외부가 되고 외부는 다시 내부처럼 작동한다.

〈카라반〉(2015)은 이러한 집의 개념을 이동성과 임시성의 차원으로 옮긴 작업이다. 뉴욕 트라이앵글 아티스트 워크숍에서 머물렀던 카라반의 흔적을 따라 왁스, 나무, 철망으로 만든 이 작업은 온도와 햇빛에 따라 변형되며, 집과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과 환경에 따라 흔들리고 다시 형성되는 상태임을 보여준다.
 
2019년 이후 민예은은 집을 더 이상 하나의 온전한 구조로 만들기보다, 절단하고 파편화하고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확장한다. 《예측할 수 없는 투명함》(대안공간 루프, 서울, 2019)에서 선보인 〈라비하마하마hyun추추happyj33아토마우스에뽄쑤기제트블랙병뚱껑…〉(2019)은 집처럼 상정된 직육면체를 여섯 개의 조각으로 잘라 전시장 천장에 배치하고, 그 안에 여러 사람에게서 수집한 물건들을 채운 작업이다. 제목은 물건의 이전 소유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한 아이디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한 사람의 집이 아니라 익명의 타인들이 남긴 시간과 기억이 뒤섞인 공유 공간을 만든다. 같은 전시의 〈삭〉(2019), 〈트랜스-마이그레이션〉(2019), 〈단일슬릿〉(2019) 역시 천체의 관계, 장례와 죽음, 가구가 가루로 흩어지는 순간을 통해 물질과 시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를 다룬다.
 
이후 작업에서 민예은의 질문은 ‘집’에서 출발해 언어, 기억, 현실 인식의 문제로 넓어진다. 〈다 드러나지 않으니까〉(2020)는 전시장 안과 밖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며, 보이지만 만질 수 없고 알 수 없는 구조를 통해 현실 위에 또 다른 현실을 겹쳐 놓는다. 《말로 전달되지 않는》(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1)은 네 개의 다른 시공간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상황을 빛, 창, 커튼, 점토, 그림자로 구성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가상과 실재의 경험을 제시한다.

〈뻬이약아산쌩마땅쉬흐우스트하남삐프리악이브리쉬흐센세네…〉(2022)는 여러 장소에서 수집한 물건과 행성의 자전 원리를 참조한 시간 장치를 통해 다중의 타임라인을 교차시키고, 〈기억이 어떤 형태를 이룰 때〉(2024)와 〈일시적 상태〉(2024)는 기존 작업의 일부를 다시 해체하고 결합하며 기억이 누락, 오류, 반복, 재구성을 통해 형성되는 과정을 공간화한다. 《뭉쳐지지 않는 덩어리》(도로시살롱, 서울, 2023)에서는 언어의 보편성과 개인의 고유성이 충돌하는 지점을 다루며, 말로 표현되는 순간 사라지거나 뭉뚱그려지는 개별적 사고의 한계를 시각화한다.

형식과 내용

민예은의 작업은 수집, 절단, 재배치, 조명, 그림자, 관객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는 설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누군가가 사용했던 물건을 가져와 미리 마련한 프레임 안에 배치하거나, 변화하는 물질의 성질을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중고 가구, 왁스, 철망, 합판, 커튼, 점토, 조명, 시계, 거울, 벽지, 타일, 도자 접시, 거리에서 수집한 물건 등은 각기 다른 출처와 시간을 지니며, 전시장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이때 사물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오브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고 충돌시키는 장치가 된다.
 
〈가구 오두막〉은 이러한 방법론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초기 작업이다. 실내 가구를 외벽으로 세우고, 집의 안과 밖을 뒤집는 이 작업은 건축의 구조와 가구의 기능을 동시에 변형한다. 〈카라반〉에서는 왁스라는 환경에 민감한 재료가 중심이 된다. 낮과 밤의 온도 차, 햇빛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왁스 판이 녹고 굳으며 형태를 바꾸기 때문에, 작품은 완성된 형태로 고정되지 않고 주변 조건과 함께 변화한다. 이처럼 민예은의 설치는 견고한 구조를 세우는 대신, 물질이 가진 취약성과 변화 가능성을 통해 공간의 상태를 드러낸다.
 
2019년 이후의 절단된 집 작업에서는 파편과 모서리가 중요한 형식이 된다. 〈라비하마하마hyun추추happyj33아토마우스에뽄쑤기제트블랙병뚱껑…〉는 직육면체를 여섯 조각으로 나누고, 벽과 바닥 없이 천장만 남은 조각들을 전시장에 흩어 놓는다. 〈뻬이약아산쌩마땅쉬흐우스트하남삐프리악이브리쉬흐센세네…〉에서는 같은 방식이 더 복잡한 시간 구조로 확장된다.

행성의 자전 속도를 참조해 다르게 움직이는 시계, 영상, 조명, 기울어진 액자, 초점만 있는 시계 등은 익숙한 사물임에도 현실의 일반적인 규칙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작동한다. 바닥과 벽에 그려진 기하학적 형태와 색은 모서리의 그림자를 따라 만들어지며, 관객은 하나의 빛이나 하나의 좌표가 사라진 공간 안에서 여러 방향의 시간과 그림자를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최근 작업에서 작가는 기존 작업의 일부를 다시 가져와 다른 시간과 문맥 안에 배치한다. 〈기억이 어떤 형태를 이룰 때〉는 〈라비하마하마hyun추추happyj33아토마우스에뽄쑤기제트블랙병뚱껑…〉의 일부를 재구성하고, 새로 만든 모서리와 조명, 시계, 거울, 벽지, 타일, 구형 인터폰 등을 더해 기억이 물질의 형태를 얻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시적 상태〉는 〈숨겨진 이미지〉(2017), 〈말로 전달되지 않는〉, 미발표 작품의 일부를 결합해 장소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간성이 공존하는 현실을 다룬다.

〈연결되지 않은 채 연결된 것들〉(2023)은 거리에서 수집한 물건과 페인트를 통해 서로 무관해 보이는 것들이 느슨하게 관계를 맺는 상태를 실험한다. 《뭉쳐지지 않는 덩어리》에서는 모서리 구조물, 벽걸이 전등, 장식용 도자 접시, 거울 속 반영을 서로 대응시키며, 같아 보이지만 동일하지 않은 것들 사이의 차이를 언어의 불완전성과 연결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민예은의 작업이 지닌 특징은 ‘집’을 정체성의 은유로 다루면서도, 그것을 서사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실제 사물과 공간의 구조로 분해하고 다시 조립한다는 데 있다. 집을 다루는 많은 작업들이 기억, 가족, 거주, 상실 같은 정서적 주제를 중심에 놓는다면, 민예은은 집의 외벽과 내부, 가구와 장식, 천장과 모서리, 빛과 그림자처럼 구체적인 구성 요소를 통해 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흐려지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작업에서 집은 개인의 안정된 기반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장소와 시간, 익명의 물건들이 잠시 함께 머무는 가변적 구조다.
 
민예은은 〈가구 오두막〉과 〈카라반〉에서 집의 형태와 안정성에 대한 기존 인식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후 〈라비하마하마hyun추추happyj33아토마우스에뽄쑤기제트블랙병뚱껑…〉와 《예측할 수 없는 투명함》을 통해 집을 절단된 파편과 익명적 사물의 집합으로 전환했고, 《말로 전달되지 않는》에서는 네 개의 시공간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가상의 실제 경험을 구성했다.

〈뻬이약아산쌩마땅쉬흐우스트하남삐프리악이브리쉬흐센세네…〉와 〈기억이 어떤 형태를 이룰 때〉에 이르면, 집의 파편들은 더 이상 하나의 과거를 복원하기 위한 재료가 아니라, 여러 시간과 장소가 각자의 논리로 공존하는 평행적 세계의 요소가 된다. 〈일시적 상태〉와 《뭉쳐지지 않는 덩어리》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기억과 언어의 불완전성, 보편적 개념 안에 다 담기지 않는 개인의 감각으로 확장된다.
 
민예은의 설치는 거대한 형태나 압도적인 스케일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낡은 조명, 중고 가구, 시계, 벽지, 타일, 점토, 이름 없는 물건처럼 이미 누군가의 시간을 지나온 재료들을 통해 복수의 중심을 만든다. 위계 없이 놓인 사물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객은 그 사이를 걷거나 빛을 비추고, 그림자를 따라가며 작품의 시간에 참여한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오브제를 배열하는 설치를 넘어, 서로 다른 현실들이 한시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상황을 만드는 일에 가깝다.

무엇이 안이고 밖인지, 무엇이 과거이고 현재인지, 무엇이 실제이고 상상인지 분명히 구분되지 않는 상태가 바로 작업의 핵심적인 힘이 된다. 민예은의 작업은 서로 다른 문화, 언어, 장소, 시간의 틈에서 출발해,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 것들이 어떻게 함께 존재할 수 있는지를 계속해서 묻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Works of Art

‘집’이 갖는 기호와 물질적 특성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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