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개포 주공 - K-ARTIST

굿바이 개포 주공

2017
투어 프로젝트

About The Work

김정모의 작업은 개인이 현실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규칙과 사회적 합의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사회의 규칙과 제도가 현실을 조직하는 방식, 그리고 자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사회의 가치 체계에 질문을 던지며, 조각과 설치, 관객 참여, 사회적 시스템의 시뮬레이션, 퍼포먼스와 생태적 실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해 왔다.

그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익숙한 환경이나 규칙에 작은 변수를 삽입함으로써 평소에는 인식되지 않던 현실의 조건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객의 참여는 작품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김정모는 전시장에 완결된 결과물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이 특정한 규칙을 따르고 선택하며 시간을 소비하는 과정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익숙한 형식에 미묘하게 어긋나는 규칙을 삽입함으로써 관객이 무심코 따르던 절차와 가치 체계를 스스로 의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구조를 설계한 뒤 한 걸음 물러서서, 관객의 선택과 반응에 따라 작품이 변화하고 완성되도록 열어둔다.

십여 년에 걸쳐 도시의 변화, 미술 제도의 작동 방식, 기후와 생태로 관심의 범위를 확장해 온 김정모의 작업에는, 효율과 가치의 기준으로 쉽게 포착되지 않는 경험을 작품의 중심에 놓으려는 일관된 태도가 자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규칙과 가치, 그리고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하고, 익숙한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고 감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개인전 (요약)

김정모는 2013년 서울 사이아트 갤러리, 2016년 영국 글래스고 예술학교 리드 빌딩, 2019년 서울 인스턴트 루프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김정모는 2016년 영국 글래스고 트랜스미션 갤러리, 2017년 문화역서울284, 2018년 백남준아트센터와 SeMA 벙커, 2021년 일민미술관, 2022년 리움미술관, 2024년 인천아트플랫폼, 2025년 아르코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김정모는 2015년 독일 베를린 아고라 어펙트, 2017년 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8년 인천아트플랫폼,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익숙한 현실을 다시 바라보고 감각하는 방법

주제와 개념

김정모의 작업은 개인이 현실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규칙과 합의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초기에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익숙한 장소가 돌연 낯설어지는 감각에 주목했다.

〈Good bye〉에서 그는 광고 간판의 형식을 빌린 문구를 도시 곳곳에 직접 설치하고 촬영하며, 평범한 거리와 건축물에 일시적인 단절의 순간을 만들었다. 일상적으로 통과하던 공간에 낯선 기호가 개입하면서 도시의 풍경은 익숙함과 이질감 사이에서 다시 감각된다. 이러한 관심은 이후 공간을 인식하는 개인의 감각에서 사회의 규칙과 제도가 현실을 조직하는 방식으로 점차 확장되었다.

관객의 참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구체화하는 핵심적인 방법이다. 김정모는 전시장에 완결된 결과물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이 특정한 규칙을 따르고 선택하며 시간을 소비하는 과정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더 화이트 큐브〉에서는 보드게임의 규칙을 통해 한국 미술계의 구조와 경쟁을 압축하고, 〈시간-예술 거래소〉에서는 관객이 줄을 서서 기다린 시간을 작품의 지분과 교환하도록 했다.

거래소, 계약서, 증명서, 게임과 같은 익숙한 사회적 장치는 실제 제도를 닮은 임시적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관객은 그 안에서 참여자가 되는 동시에 시스템이 자신에게 부여하는 조건을 경험하고, 작품의 가치와 소유, 공정성 같은 개념이 어떤 합의와 절차를 통해 성립하는지를 체감한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사회의 가치 체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프로파간다 룸〉은 기후 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목 아래 ‘숨을 참아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실효성 없는 행동을 제안하고, 참여자들이 그 무용한 실천의 의미를 직접 판단하도록 한다. 〈비생산적 미술을 위한 의식〉에서는 실현되지 못한 작품의 이야기와 빈 봉투, 소진된 시간을 작품의 조건으로 삼는다.

김정모가 반복적으로 설정하는 기다림, 숨 참기, 계약과 의례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행위들이다. 작가는 이처럼 효율의 기준에서 쉽게 가치화되지 않는 시간과 감각을 전면에 내세우며, 무엇이 생산적인 행위로 인정되고 무엇이 무용한 것으로 배제되는지를 되묻는다.

이러한 비생산성의 문제는 생태적 관계에 대한 관심과도 연결된다. 〈당신의 발 밑에서〉에서 관객이 무심코 남긴 발자국은 서울의 보호 야생생물 형상을 드러내는 물질적 흔적이 되고, 인간의 일상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던 비인간 존재를 감각하는 계기로 전환된다. 김정모의 작업에서 참여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인 협업이라기보다, 서로의 존재와 자신이 속한 구조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사건에 가깝다.

도시의 변화에서 출발한 낯섦의 감각, 미술 제도의 가치와 소유를 둘러싼 실험, 기후 위기와 비인간 존재를 향한 최근의 관심은 결국 현실을 지탱하는 익숙한 질서에 잠시 균열을 만들고 그 틈에서 다른 관계와 감각의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형식과 내용

김정모의 작업은 조각을 전공하며 익힌 공간적 사고를 바탕으로 설치, 퍼포먼스, 영상, 사진, 게임과 참여형 프로젝트를 폭넓게 활용한다. 초기에는 도시의 특정 장소에 직접 개입하고 그 결과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Good bye〉에서는 광고 간판과 유사한 구조물을 실제 도시 공간에 설치한 뒤 촬영함으로써 현실의 풍경 안에 인위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디지털 합성으로도 구현할 수 있는 이미지를 굳이 현실에서 설치하고 기록하는 과정은 김정모의 작업에서 반복되는 특징이다. 작가는 설정한 상황이 실제 공간과 사람들의 행동 속에서 작동하도록 만들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경험까지 작품의 구성 요소로 끌어들인다.

이후 그의 작업은 관객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규칙과 절차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보드게임 형식을 취한 〈더 화이트 큐브〉에서는 주사위를 던지고 정해진 경로를 이동하는 행위가 미술계의 구조를 경험하는 과정으로 연결되며, 〈시간-예술 거래소〉에서는 대기, 계약서 작성, 증명서 수령이라는 일련의 절차가 작품을 이룬다.

거래소, 상담소, 캠페인, 계약과 같은 사회적 형식을 차용하되 실제 제도의 기능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익숙한 형식에 미묘하게 어긋나는 규칙을 삽입함으로써 관객이 평소 무심히 따르던 절차와 가치 체계를 의식하게 만든다. 작가는 이러한 구조를 설계한 뒤 한 걸음 물러서 관객의 선택과 반응에 따라 작품이 변화하도록 열어둔다.

김정모가 사용하는 물질 역시 이러한 작업 방식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간판, 계약서, 번호표, 증명서, 배지, 봉투와 같이 일상이나 제도 속에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사물들이 빈번하게 등장하며, 숨을 참거나 기다리고 걷는 행위처럼 형태가 남지 않는 경험도 중요한 매체가 된다.

〈프로파간다 룸〉의 캠페인 이미지와 숨 참기, 〈당신의 발 밑에서〉의 캔버스와 발자국, 〈비생산적 미술을 위한 의식〉의 빈 봉투와 합성 음성은 서로 다른 물성과 감각을 사용하지만, 모두 관객의 신체와 시간이 개입해야 의미가 발생한다. 작품의 물질적 결과와 관객이 실제로 겪은 경험이 분리되지 않도록 구성하는 것이 그의 설치 방식에서 중요한 특징이다.

김정모는 장소마다 형성된 관객층과 사회적 맥락, 공간이 가진 기능을 작업의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맞춰 작품의 구조를 설계한다. 미술관의 컬렉션과 소유를 둘러싼 맥락은 〈시간-예술 거래소〉의 거래 구조로 이어지고, 도시 생태를 다루는 전시는 관객의 이동 동선을 이용해 〈당신의 발 밑에서〉의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에 따라 그의 작업에서 형식은 주제를 담는 외형에 그치지 않고, 관객과 공간, 규칙, 사물이 실제로 관계를 맺도록 만드는 작동 방식에 가깝다. 설치된 장치와 정해진 절차는 작품의 출발점을 마련하고, 최종적인 모습은 관객이 그 구조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정모의 작업은 조각과 설치에서 출발해 관객 참여, 사회적 시스템의 시뮬레이션, 퍼포먼스와 생태적 실천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초기 〈Good bye〉가 급변하는 도시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낯섦과 상실을 공간에 대한 개입으로 드러냈다면, 베를린에서 관객과 직접 관계를 맺는 작업을 경험한 이후에는 작품을 둘러싼 사람들의 행동과 판단 자체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작업의 외형과 매체는 지속적으로 변화했지만, 익숙한 환경이나 규칙에 작은 변수를 삽입해 평소 인식되지 않던 현실의 조건을 드러낸다는 태도는 초기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김정모는 관객 참여를 관계 형성을 위한 장치인 동시에 사회와 미술 제도를 관찰하는 방법으로 발전시켰다. 〈더 화이트 큐브〉가 게임의 구조를 통해 한국 미술계에서 작동하는 경쟁과 기회의 조건을 압축했다면, 〈행운 교환소〉와 〈시간-예술 거래소〉에서는 교환과 소유, 보상과 가치가 성립하는 과정을 관객이 직접 수행하도록 했다.

특히 미술관, 거래소, 계약과 컬렉팅처럼 예술의 생산과 유통을 둘러싼 제도적 언어가 작품 내부로 들어오면서 그의 관심은 개별적인 공간 경험에서 가치가 사회적으로 승인되고 분배되는 방식으로 확장되었다. 이 과정에서도 제도를 외부에서 논평하는 데 머물기보다는 관객을 임시적인 시스템 안에 위치시키고 그 작동을 실제 경험하게 하는 방식을 유지한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기후 위기와 도시 생태, 생산성과 소진의 문제까지 작업의 범위가 넓어졌다. 〈프로파간다 룸〉의 무용한 숨 참기와 〈당신의 발 밑에서〉에 축적되는 발자국은 일상적인 신체 행위를 통해 거대한 사회적·생태적 문제와 개인의 관계를 연결한다.

이 시기의 작업에서 비인간 생명과 환경이 새로운 대상으로 등장하지만, 관객에게 특정한 행동 조건을 제시하고 그 수행 과정에서 기존의 감각과 판단을 흔든다는 구조는 앞선 작업들과 맞닿아 있다. 제도에 대한 관심 역시 사라지지 않고 생태적 위기와 생산성의 논리를 규정하는 더 넓은 사회적 질서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최근 〈비생산적 미술을 위한 의식〉에서 두드러지는 ‘비생산성’과 ‘무형성’은 이러한 궤적을 집약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기다리는 시간, 사라지는 호흡, 무심코 남긴 발자국, 실현되지 않은 작품과 빈 봉투처럼 김정모가 지속적으로 다뤄온 요소들은 명확한 성과나 물질적 소유로 환원되기 어렵다. 그의 작업은 십여 년에 걸쳐 도시의 변화, 미술 제도의 작동 방식, 기후와 생태로 관심사를 이동시키면서도, 효율과 가치의 기준에서 쉽게 포착되지 않는 경험을 작품의 중심으로 가져오는 태도를 지속해왔다.

따라서 김정모의 작업에서 지속성은 특정한 매체나 형식의 반복보다 관객이 현실을 구성하는 규칙을 직접 통과하고,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가치와 관계를 다시 감각하도록 만드는 구조에서 확인된다.

Works of Art

익숙한 현실을 다시 바라보고 감각하는 방법

Articles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