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quency C3 – 002 - K-ARTIST

Frequency C3 – 002

2022
캔버스에 아크릴과 색연필
50 x 50 cm

About The Work

지근욱은 원자와 분자와 같은 우주의 미시적 질서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캔버스 위에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행위를 통해 비선형적인 감각을 구현해 왔다. 철저하게 계산된 규칙과 집요한 선 긋기를 통해 형성된 기하학적 패턴은 화면에 고유한 밀도와 결을 만들어내며, 미세한 시각적 진동을 일으킨다.

지근욱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힘과 질서를 회화를 통해 감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색연필과 자를 사용해 일정한 방향과 간격으로 촘촘하게 선을 쌓아 화면을 채워 나간다. 이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 축적된 선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우주적 질서에 의해 모인 무수한 소립자들이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선들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파동은 시선을 특정한 지점에 머물지 못하게 하고, 관객은 화면 위를 유영하듯 선과 선 사이를 따라가며 이미지를 읽기보다 그 안에 축적된 흔적과 움직임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나아가 관찰이라는 행위 자체가 공간의 에너지와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시선이 어떠한 형상과 운동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화면을 넘어 전시장 안에 공간적 질서를 구축하고 관람자의 신체적 위치를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과정은 이미지와 시선 사이의 거리에서 발생하는 물질적 현상을 탐색하기 위한 시도다. 그의 작업은 이를 통해 회화와 관람자의 신체 사이를 가로지르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과 그 상호작용을 포착한다.

지근욱의 회화에서는 행위와 물질, 그리고 형태를 갖지 않는 시간이 하나의 화면 위에서 교차한다. 반복적인 선 긋기는 단순히 질서를 재현하는 행위를 넘어, 비선형적으로 축적되는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는 흔적으로 남는다. 나아가 회화의 경계를 넘어 공간과 신체, 감각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그의 작업은 시각적 자극을 몸 전체의 감각과 정동으로 전환하며, 관객을 작품이 만들어내는 감각적 세계 안으로 이끈다.

개인전 (요약)

지근욱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금속의 날개》(학고재, 서울, 2026), 《호를 걷는 눈》(쉐마미술관, 청주, 2025), 《GLASS》(WWNN, 서울, 2024), 《콰오아》(성곡미술관, 서울, 2024)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지근욱은 《흙으로부터》(학고재, 서울, 2025), 《플라이바이》(프람프트 프로젝트, 서울, 2024), 《또 다른 물성》(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23), 《살갗들》(학고재, 서울, 2022), 《라그랑주 포인트》(드로잉룸, 서울, 2022), 《왓 이프!》(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서울, 2021), 《작업의 온도》(일우스페이스, 서울,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지근욱은 성곡미술관 오픈콜(2024),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사업 유망트랙 및 신진트랙(2026, 2021)에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무수한 선으로 우주적 질서를 그리는 회화

주제와 개념

지근욱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힘과 질서를 회화로 감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런던에서 아트&사이언스를 공부하며 물리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그는 중력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반복적인 선 긋기를 선택했다. 〈Actual Dynamics - Symmetry 10021〉(2015)과 〈Actual Dynamics - 2444〉(2018)에서 무수한 색연필 선은 화면의 중심으로 수렴하거나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으며, 원자와 분자, 소립자의 움직임처럼 직접 볼 수 없는 에너지를 하나의 조형적 질서로 바꾼다. 이 시기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우주의 모습을 재현하는 일이 아니라, 정지된 평면 안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계의 감각을 만드는 것이다.
 
초기 작업은 계산된 규칙과 제한된 자율성에 기반한다. 점과 선, 면의 관계를 치밀하게 설계한 〈Cohesive Sphere Wave Ver.〉(2018)는 분할된 화면과 다중 시점을 통해 평면에 입체적인 깊이와 파열된 운동감을 부여한다. 색과 밀도가 다른 선들이 중첩되면서 화면은 고정된 도형처럼 보이는 동시에 미세하게 흔들리고 팽창한다. 이러한 모순은 수많은 입자가 끊임없이 운동하면서도 거대한 질서를 유지하는 우주의 상태와 닮아 있다. 지근욱에게 과학은 정확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주제가 아니라, 감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세계를 상상하고 회화의 구조를 조직하는 출발점이다.
 
2019년의 ‘Curving Paths’ 연작은 한 지점으로 수렴하던 초기 구조에서 벗어나, 집중과 분산이 화면 전체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변화를 보여준다. 〈Curving Paths - 021〉(2019)의 곡선은 목적지나 소실점을 분명히 제시하지 않은 채 이어지며, 멈추지 않는 파동과 연속적인 흐름을 만든다. 이후 《하드보일드 브리즈》(학고재갤러리, 서울, 2023)에서 작가는 내부에 응집된 시선을 화면 밖으로 돌리고, 작품과 외부 공간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Inter-rim’, ‘Inter-wave’, ‘Inter-shape’ 연작에서 선은 하나의 형태를 구축하는 단위에 머물지 않고, 색과 색, 화면과 화면, 회화와 관람자의 신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간섭을 드러낸다.
 
개인전 《콰오아》(성곡미술관, 서울, 2024)와 《GLASS》(WWNN, 서울, 2024)는 과학적 관심을 더욱 구체적인 천문학적·양자역학적 문제로 확장한 전시다. 《콰오아》는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왜행성 콰오아의 고리에서 현실과 상상의 기준이 흔들리는 지점을 발견하고, 선과 색면의 얽힘을 통해 비선형적인 시공간을 탐색한다. 《GLASS》에서는 이중슬릿 실험을 바탕으로 관찰 행위가 물리적 현상에 개입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여기서 작가의 관심은 보이지 않는 입자와 파동 자체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한다. 회화는 우주의 질서를 보여주는 이미지에서 나아가, 이미지와 관람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사건으로 확장된다.

형식과 내용

지근욱의 화면은 색연필과 자를 사용해 일정한 방향과 간격으로 선을 반복해서 긋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색연필은 회화의 전통적인 주재료와 비교하면 가볍고 일상적인 도구지만, 수천 번 중첩되면 안료 가루와 미세한 융기가 쌓이며 독특한 밀도와 표면을 형성한다. 멀리서 보면 선들이 하나의 면이나 기하학적 구조로 결합하지만, 가까이에서는 각각의 선과 가루, 손의 압력과 미세한 오차가 드러난다. 작가는 사전에 첫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작업 순서를 계획하며, 도중에 오류가 생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작 방식에는 판화를 전공하며 익힌 단계적이고 비가역적인 작업 구조가 남아 있다.
 
《선분의 영역》(학고재갤러리, 서울, 2019)에 이르기까지 화면의 핵심은 직선과 곡선이 만들어내는 원근감, 진동, 착시였다. 그러나 이후에는 선 아래에 아크릴과 불투명한 미디엄을 쌓거나 UV 프린트를 결합하면서, 색연필 선이 다른 물질과 충돌하는 방식이 중요해졌다. 〈Inter-shape Collider〉(2023)는 색의 심층과 어두운 표층을 겹쳐 화면에 서로 다른 깊이를 만들고, 직선과 곡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리듬을 형성한다. 작가가 말하는 ‘하드보일드’는 계획과 구조의 엄격함에, ‘브리즈’는 선과 색이 만들어내는 온유한 움직임에 대응한다.
 
〈Inter-shape Radiation〉(2023)는 열다섯 개의 캔버스를 약 8m 길이의 타원형 구조로 결합한 작업이다. 개별 캔버스의 가장자리를 곡선으로 가공하고 그 위에 직선을 교차시킴으로써, 화면 내부의 운동과 실제 공간의 흐름을 연결한다. 캔버스 사이의 간격과 흰 벽도 작품의 파동이 통과하는 구간으로 기능하며, 관람자는 한 지점에서 전체를 보는 대신 작품을 따라 이동하면서 시야의 방향을 계속 조정하게 된다. 화면의 비정형적인 윤곽과 대형 규모는 회화를 벽에 걸린 이미지에서 관람자의 몸을 둘러싼 공간적 구조로 바꾼다.
 
최근에는 가상 우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스페이스 엔진에서 수집한 이미지와 금속성 재료가 새로운 층위로 더해졌다. 《콰오아》의 〈Space Engine - Disc 002〉(2024)와 〈Space Engine - Paths 001~010〉(2024)은 비경험적인 우주를 탐색하며 얻은 시각 자료를 UV 프린트로 옮기고, 그 위에 색연필과 아크릴을 중첩한다. 《금속의 날개》(학고재갤러리, 서울, 2026)에서는 스테인리스 성분의 안료와 반사 표면을 활용해 빛과 관람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 화면을 만들었다. 금속은 단단한 질료인 동시에 오랜 압력과 변성을 품은 시간의 물질로 다뤄지며, ‘날개’는 물질이 자신의 무게와 조건에서 벗어나 화면 밖으로 확장되는 운동을 뜻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지근욱의 회화는 기하학적 추상, 옵아트, 과정 중심 회화와 연결되는 요소를 지니지만, 정교한 착시나 완결된 형식 자체를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 그의 작업에서 선은 형태를 설명하는 윤곽선이 아니라 시간과 압력, 호흡이 직접 기록되는 물질적 흔적이다. 엄격한 규칙에 따라 제작되면서도 손의 떨림과 색연필 가루의 불균질함이 남기 때문에, 화면은 기계적 질서와 신체적 오차가 공존하는 상태가 된다. 선의 반복을 수행이나 명상으로 해석하는 작가들과 비교할 때도, 지근욱은 반복 행위를 우주의 운동, 물질의 구조, 관찰의 조건과 연결한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그의 독창성은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동일한 조형 원리 안에서 연결하는 데 있다. 가까이에서 보면 화면은 색연필 가루와 얇은 선으로 흩어져 있지만, 멀리서 보면 행성의 고리나 파동, 장과 같은 거대한 구조로 결집한다. 이는 작은 입자들이 모여 하나의 우주적 형상을 이루는 방식과 닮아 있다.

초기의 ‘Actual Dynamics’ 연작이 중력과 소립자의 움직임을 질서 있는 선으로 구성했다면, ‘Curving Paths’ 연작은 흐름과 연속성을, ‘Inter-shape’ 연작은 화면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최근의 ‘Space Engine’ 연작은 관측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할 수 없는 우주를 회화 안으로 불러들인다.
 
이 과정에서 과학적 개념을 다루는 방식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물리학이 화면의 규칙과 형태를 설계하기 위한 이론적 기반이었다면, 《콰오아》에서는 기존 이론의 공백과 예외가 상상력을 여는 계기로 작용한다. 《GLASS》에서는 관찰자의 시선이 현상에 개입하는 조건이 중요해졌고, 《금속의 날개》에서는 행위와 물질 안에 서로 다른 시간이 공존한다는 문제로 관심이 이동했다. 과학은 작품의 내용을 설명하는 도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와 아직 설명되지 않은 상태를 회화적으로 탐색하기 위한 유연한 방법론으로 기능한다.
 
지근욱은 성곡미술관 오픈콜에 선정되었으며,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사업의 신진트랙과 유망트랙을 통해 작업을 이어왔다. 《하드보일드 브리즈》, 《콰오아》, 《GLASS》, 《금속의 날개》로 이어지는 최근의 전시는 색연필 추상이라는 출발점을 유지하면서도 변형 캔버스, UV 프린트, 금속성 안료, 장소에 따른 설치 방식으로 작업의 범위를 넓혀온 과정을 보여준다.

홍익대학교에서 판화와 회화를 공부하고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아트&사이언스를 전공한 이력 역시 감각적인 화면과 체계적인 사고를 함께 끌고 가는 작업의 기반이 되었다. 앞으로의 변화도 하나의 과학적 이미지나 형식에 정착하기보다, 새로운 물질과 기술, 관측의 방식을 회화의 신체적 경험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Works of Art

무수한 선으로 우주적 질서를 그리는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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