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room - K-ARTIST

Back room

2016
캔버스에 유채 
70 x 10 cm

About The Work

박석민은 회화를 통해 시간과 공간이라는 세계의 기본 단위를 탐구하며, 특히 우리가 ‘현재’라고 인식하는 시공간의 불확실성에 주목한다. 개인의 감각에서 비롯된 사실과 오독,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적 경험을 회화의 물성과 연결해, 회화를 하나의 총체적인 지각 경험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작가는 대상이 익숙한 모습과 다르게 보이거나 과거의 경험과 어긋나는 순간, 혹은 언어로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감각에 주목한다. 일상의 사물과 도시의 풍경, 문학과 다큐멘터리, 산책과 대화에서 발견한 단서들을 바탕으로, 회화를 이미지를 재현하는 평면이 아닌 감각과 오독, 정서적 동요가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획득하는 장으로 확장한다.

그의 화면에는 도시의 건축적 파편, 빛과 그림자, 안개와 공백, 온실과 테라리움, 불탄 나무와 돌탑, 물웅덩이 등 다양한 대상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특정한 의미나 상징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상이 명확히 규정되기 이전의 불확실성과 흔들림을 화면에 남겨둠으로써, 구상과 추상, 풍경과 구조, 이미지와 사건 사이를 오간다.

이를 통해 박석민의 회화는 관객에게 ‘무엇을 보고 있는가’보다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질문한다. 익숙한 현실의 질서에서 벗어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감각적 경계를 탐구하며,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순간의 이면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또 다른 현실과 시간을 감각하게 한다.

개인전 (요약)

박석민이 최근 개인전으로는 《Teal Greenhouse》(WWNN, 서울, 2024), 《Vortex 8》(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서울, 2023), 《Angel Tail》(에브리아트, 서울, 2022), 《설탕을 녹인 공기》(아트스페이스 보안2, 서울,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박석민은 《Rabbit Hole》(기체, 서울, 2025), 《FACE》(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파주, 2024), 《Dubious Gaze》(WWNN, 서울, 2023), 《라그랑주 포인트》(드로잉룸, 서울, 2022), 《Every Where & Here》(더페이지 갤러리, 서울,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박석민은 제38회 중앙미술대전 및 2015 OCI YOUNG CREATIVES에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박석민은 창작공간 달(2021),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8) 등에서 입주 작가로 활동하였다.

Works of Art

현재에 조응하는 회화적 실천

주제와 개념

박석민의 작업은 회화를 통해 시간과 공간, 시선과 감각처럼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 조건을 다시 묻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어떤 대상이 본래의 모습과 다르게 보이거나, 과거의 경험과 어긋나거나, 정확한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순간에 주목한다. 그는 이런 상태를 단순한 착각이나 감정의 흔들림으로 넘기지 않고,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물, 도시의 장면, SF 소설, 다큐멘터리, 산책 중의 풍경, 동료와의 대화에서 유사한 감각의 단서들을 수집한다. 박석민에게 회화는 이미 주어진 대상을 재현하는 평면이 아니라, 언어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감각과 오독, 정서적 동요가 시간과 공간의 구조를 얻는 장치에 가깝다.
 
2013년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모형궤도’(2013-2020년대 초) 연작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시기다. ‘모형’은 임시적이고 가변적이며 찰나적인 상태를, ‘궤도’는 반복과 흔적, 이동의 경로를 뜻한다. 《New satellite-모형 궤도》(OCI미술관, 서울, 2016)에서 작가는 도시 공간을 탐색하며 얻은 시각적 파편과 일상의 동선을 재조합해 익숙한 현실을 미지의 우주 공간처럼 전환했다.

〈모형 궤도〉(2016), 〈Phantom Pain〉(2016), 〈Co-orbit〉(2016), 〈Event field〉(2016), 〈Back room〉(2016) 등에서 건축물, 극장, 방, 인물, 빛은 하나의 안정된 장면으로 수렴하지 않고 서로 다른 방향과 시점으로 흩어진다. 이때 화면은 현실 공간의 질서를 유지하는 동시에 그것을 무너뜨리며, 진실과 거짓, 실재와 허구,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묻는 장소가 된다. 〈Quiet play〉와 〈부랑자〉(2015)에 나타나는 반사되고 굴절되는 빛 역시 사회적·정치적 상황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보고 믿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2018년 이후 박석민의 관심은 ‘현재’라는 시공간 자체에 대한 의심과 호기심으로 옮겨간다. 그는 대상을 시간당 프레임으로 나눈 이미지 데이터처럼 저장하거나, 하나의 대상을 같은 시간 안에서 여러 각도로 촬영한 듯한 화면을 구성하며, 불완전한 자극이 어떻게 하나의 총체적 형태로 지각되는지를 탐구했다. 《설탕을 녹인 공기》(아트스페이스 보안2, 서울, 2020)는 이러한 전환을 보여주는 전시다.

작가는 각설탕이 공기 속에서 녹는다는 불가능한 사고실험을 통해, 대상의 본질을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변형 가능성으로 바라본다. 설탕, 달콤함, 가벼움, 공백, 조명, 동선은 개별 회화의 소재를 넘어 전시 전체를 하나의 감각적 궤도로 만드는 요소가 된다. 이 시기부터 박석민의 작업에서 회화는 한 점의 완결된 이미지보다, 화면과 공간, 시선과 몸, 물질과 분위기가 함께 작동하는 체계로 확장된다.
 
최근 작업에서 박석민은 사변적 서사와 근미래적 상상, 움직임과 생태계, 비물질적 이미지 생산 방식과 물질적 회화 실험을 함께 다룬다. 《Angel Tail》(에브리아트, 서울, 2022)과 ‘Mining Depth’(2022-2023) 연작에서는 빛의 파동과 비어 있는 모서리, 여러 크기의 캔버스가 관객의 신체적 이동을 유도하며 바라봄의 문제를 화면 밖으로 확장한다. 개인전 《Vortex 8》(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서울, 2023)은 태양계의 운동, 볼텍스, 대위법을 통해 움직임 자체를 회화적으로 번안한 전시였고, 《Teal Greenhouse》(WWNN, 서울, 2024)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SF에 등장하는 폐순환 생태계의 구조를 빌려 전시장을 회화가 이식되고 배양되는 가상의 온실로 설정했다.

〈Teal Greenhouse 01〉(2024), 〈Teal Greenhouse 02〉(2024), 〈Terrarium 01〉(2024), 〈Temple Dawn 02〉(2024) 등에서 폐허인지 생명의 단서인지 알 수 없는 형상들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회화의 생명력을 동시에 묻는다. 이후 단체전 《Rabbit Hole》(기체, 서울, 2025)에 출품된 〈Temple Dawn 06〉(2025), 〈Temple Incognita 01〉(2025), 〈Terra Incognita 01〉(2025) 등에서는 불탄 나무, 돌탑, 물웅덩이처럼 현실과 초월적 영역을 잇는 지형지물이 등장하며, 형태와 기운의 관계가 새로운 축으로 부상한다.

형식과 내용

박석민의 작업은 회화를 중심에 두지만, 그 회화는 평면 안에 고정되지 않는다. 초기 ‘모형궤도’ 연작에서 그는 캔버스에 유채를 사용해 도시의 단면, 극장, 방, 계단, 구조물, 인물, 빛을 복합적으로 배치했다. 〈Co-orbit〉, 〈Event field〉, 〈Back room〉 등에서 도시의 사물과 건축적 요소는 절단되고 펼쳐진 박스처럼 해체되며, 실내와 실외, 위와 아래, 앞과 뒤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이 시기의 화면은 다시점적으로 구성된 초현실적 공간에 가깝다. 개별 작품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전시장 안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관객의 동선과 시선에 따라 계속 다시 조립되는 공간적 경험을 만든다.
 
《설탕을 녹인 공기》 이후 박석민은 회화의 표면과 전시 공간의 관계를 더욱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그는 회화를 “공간 위에 놓인 생경한 빛”처럼 상상하며, 공백이 관념적 위치인지 물리적 상태인지, 시선의 이동이 대상의 움직임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회화의 조형적 완결성만이 아니라, 작품과 작품 사이의 거리, 조명, 동선, 여백이 함께 만들어내는 총체적 감각이다. 인접한 그림들은 서로의 잔상과 근거가 되고, 화면 안팎의 움직임은 관객의 몸을 통해 경험된다. 이 시기의 작업은 서사를 의도적으로 절제하면서, 물질과 분위기, 공백과 시선이 하나의 전시적 체계로 작동하도록 만든다.
 
2021년 이후 전개된 ‘Depth Study’(2021-) 연작과 《Angel Tail》의 ‘Mining Depth’ 연작은 빛, 깊이, 신체적 보기의 문제를 본격화한다. 〈Depth Study 06〉(2021)에서 아크릴과 스프레이, 에어브러시는 손의 직접적 흔적을 줄이면서 물감과 공기, 중력이 함께 만든 안개 같은 화면을 형성한다. ‘Mining Depth’ 연작에서는 여러 크기의 캔버스가 조각난 도면처럼 결합하고, 둥글게 비워진 모서리와 색의 파동이 시야의 공백을 만든다.

가까이 다가가면 입자와 질감이 보이고, 멀어지면 빛의 흐름과 전체 구조가 드러난다. 관객은 눈만이 아니라 몸 전체로 화면의 미시적 세계와 거시적 구조를 오가게 된다. 《라그랑주 포인트》(드로잉룸, 서울, 2022-2023)에서는 두 천체 사이 중력의 균형점을 뜻하는 개념을 바탕으로, 다른 작가와 화면의 모서리를 공유하며 회화 간의 거리와 균형, 가변적 경로를 실험했다.
 
《Vortex 8》 이후 박석민의 형식 실험은 움직임, 물질, 지지체의 차원으로 더 확장된다. ‘Vortex-Counterpoint’(2023) 연작은 태양계가 은하 중심부를 공전하는 시뮬레이션과 ‘대위법’이라는 모빌에서 출발해, 소용돌이 내부의 고양된 운동 상태를 화면으로 옮긴다. ‘Old Present’(2023) 연작과 〈Dark Mining〉에서는 위아래 구분이 흐려지거나 돌출과 침강이 반복되며, 구상과 추상,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가 교란된다. 《Teal Greenhouse》에서는 밑면이 잘린 원형, 타원, 직사각, 비정형 패널이 등장하고,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빅데이터 기반 AI, 소프트웨어 같은 비물질적 이미지 생산 방식이 젤, 시멘트, 광물, 진흙, 아크릴릭 미디엄, 돌, 건축 재료와 결합한다.

최근 〈Temple Dawn 06〉, 〈Temple Incognita 01〉 등에서 작가는 물감 안료와 아크릴릭 페이스트, 겔 미디엄을 섞어 나이프로 펴 바르거나 에어브러시와 붓을 교차로 사용해 두껍고 얇은 질감을 복합적으로 구현한다. 박석민에게 재료와 기법, 지지체의 형태는 정해진 양식이 아니라, 매번 다른 질문을 회화로 실험하기 위한 조건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박석민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각의 조건을 화면과 공간으로 조직한다. 그는 도시의 건축적 파편, 빛의 반사와 굴절, 공백, 안개, 소용돌이, 온실, 테라리움, 불탄 나무, 돌탑, 물웅덩이 같은 대상을 다루지만, 그것들을 하나의 상징으로 고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상이 무엇인지 확정되기 전의 상태, 설명되기 전의 흔들림을 화면 안에 남긴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구상과 추상, 풍경과 구조, 이미지와 사건 사이를 오가며, 관객에게 ‘무엇을 보고 있는가’보다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묻게 만든다.
 
박석민은 일상 공간을 우주적 감각으로 전환하던 ‘모형궤도’에서 출발해, 《설탕을 녹인 공기》에서는 회화와 전시 공간이 하나의 감각적 체계로 작동하는 조건을 탐구했다. 《Angel Tail》과 ‘Mining Depth’ 연작에서는 바라봄의 문제가 신체적 이동과 다층적 깊이의 경험으로 확장되었고, 《라그랑주 포인트》에서는 빛의 경로, 의지, 결과, 가변적 궤도에 대한 질문이 협업과 병치의 구조 안에서 실험되었다.

《Vortex 8》에서는 움직임과 시공간의 회화적 번안이 중심이 되었으며, 《Teal Greenhouse》에서는 폐순환 생태계와 근미래적 감각을 통해 회화가 스스로 변이하고 증식하는 생명체처럼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이 흐름은 하나의 양식이 직선적으로 발전하는 서사라기보다, 서로 다른 시기의 질문들이 섬광처럼 다시 연결되는 성좌적 구조에 가깝다.
 
박석민은 전시를 하나의 사건으로 설계하고, 개별 화면을 그 사건 안에서 서로 반응하는 좌표로 배치한다. 작품은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 정면에서 볼 때와 이동하며 볼 때 서로 다른 상태로 나타난다. 또한 생성형 이미지, AI, 건축 재료, 스프레이, 에어브러시, 변형 패널을 활용하면서도 기술적 새로움 자체를 과시하기보다, 그것이 ‘현재’의 감각을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회화는 시각 이미지인 동시에 공간적 장치이며, 정지된 사물인 동시에 움직임을 유도하는 구조다.

박석민의 작업이 회화 내부의 형식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미술관, 갤러리, 협업 전시, 레지던시 등 다양한 환경 속에서 계속 변주되어오고 있다. 앞으로의 작업 역시 물질적 회화와 비물질적 이미지, 현실의 장소와 사변적 공간 사이를 오가며, 우리가 아직 정확한 이름을 붙이지 못한 현재의 감각을 다른 형태로 드러낼 것이다.

Works of Art

현재에 조응하는 회화적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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