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레이크, 안료 - K-ARTIST

가파도 레이크, 안료

2023-2024
종이 필터, 레이크 안료, 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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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이소요는 동식물과 미생물 등 다양한 생명체와 인간이 맺는 관계를 탐구하며, 생명이 지식과 이미지로 번역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박물관, 연구소, 도감, 표본실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생명을 관찰하고 분류하는 방식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아, 그 안에 축적된 기술과 판단, 누락과 오독까지 함께 드러낸다.

작가는 생명과학, 자연사, 미술이 공유하는 관찰과 기록의 방식을 교차시키며, 인간 중심의 시선을 넘어 생명체가 놓인 생태적·역사적 조건과 관계망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생명체를 유용성이나 희소성에 따라 서열화하는 관점을 유보하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맺는 관계를 새롭게 사유하도록 이끈다.

이소요는 생물 표본, 자연물, 사진, 드로잉, 문헌과 조사 기록 등을 함께 배치하는 설치 작업을 통해 관찰과 채집, 분류, 보존으로 이어지는 연구 과정을 시각화한다. 완성된 결과뿐 아니라 작업 과정에서 생성된 자료들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생명체가 지식의 대상으로 구성되는 여러 단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설치는 전시장을 하나의 임시 표본실이자 연구실로 전환하며, 고정된 결론보다 관찰과 해석이 지속되는 열린 구조를 만든다. 과학적 절차와 신체적 감각, 정리된 정보와 불완전한 기록을 함께 병치함으로써 연구가 지닌 불확실성과 생명체의 가변성을 작품 안에 담아낸다.

개인전 (요약)

이소요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25), 서대문자연사박물관(2022), 필라델피아 의사협회 뮈터 박물관(2013), 벨기에 베르베케 재단(2012)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이소요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23), 제주도립미술관(2022), 아르코미술관과 백남준아트센터(2019), 서울시립미술관(2018), 호주현대미술관(2016), 국립현대미술관(2015), 뉴욕 엑시트 아트(2009)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이소요는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2023),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2021),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0), 난양공과대학교 싱가포르 현대미술센터 레지던시(2018–2019), 필라델피아 의사협회 뮈터 박물관(2012–2013), 벨기에 베르베케 재단(2012) 등의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이소요의 작품은 필라델피아 의사협회 뮈터 박물관, 포스트내추럴 히스토리 센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인간과 비인간 생물의 관계

주제와 개념

이소요의 작업은 생명이 지식과 이미지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박물관, 연구소, 도감, 표본실처럼 생물을 관찰하고 분류하며 보존하는 제도적 장치는 자연을 이해하게 하는 동시에, 특정한 기준에 따라 생명을 선택하고 분절하며 배열한다. 작가는 이 과정에 축적된 기술과 판단, 누락과 오독까지 작업의 재료로 끌어들인다. 생명과학, 자연사, 미술이 공유하는 관찰과 기록의 방식을 교차시키며, 생명체가 시각 정보와 문화적 대상으로 구성되는 조건을 탐구한다.

작업의 중심에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맺는 관계를 다시 조정하려는 태도가 있다. 접목 선인장, 인체 액침표본, 해양생물, 도시의 자생식물, 버섯, 토양 등은 인간의 필요와 분류 체계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리되고 이용되어 왔다. 이소요는 생명체를 유용성, 희소성, 식용 가능성, 관람 가치에 따라 서열화하는 시선을 유보하고, 각각의 생물이 놓인 생태적·역사적 조건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현장 조사와 감각의 훈련을 통해 인간 중심의 관찰 속도를 늦추고, 생명체가 주변 환경 및 다른 존재들과 형성하는 관계망과 시간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소요에게 연구는 창작에 앞서 자료를 수집하는 준비 단계에 머물지 않으며, 작품의 구조와 형식을 결정하는 생산 방식으로 작동한다. 선행 연구를 읽고 서로 다른 시대와 체제에서 작성된 기록을 비교하며, 현장을 찾아 채집하고 관찰한 결과를 주석, 표본, 도해, 드로잉, 문서로 재배열한다.

‘『조선식물도설 유독식물편』, 주석’에서는 미완으로 남은 식물 연구의 계보에 예술가로서 참여해, 식물 지식이 인용되고 수정되며 이동해온 과정과 책 밖에서 실제 식생이 형성되는 양상을 함께 추적한다. 이때 참조와 인용은 학술적 근거인 동시에 예술적 형식이 되며, 지식은 완결된 결과물보다 여러 시대와 주체가 계속 덧붙여가는 잠정적이고 집단적인 과정으로 제시된다.

작가의 문제의식은 생명체의 변형과 보존을 거쳐 돌봄의 윤리로 확장되어 왔다. 그는 생명이 인간의 미감과 산업적 필요에 따라 가공되는 과정, 과학적 연구를 위해 표본으로 제작되는 과정, 연구 목적을 다한 뒤 문화적·예술적 대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연속적으로 살펴본다. 여기서 보존은 대상의 물리적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뿐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다루며, 그 이후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 결정하는 실천이 된다.

이소요의 독창성은 과학의 프로토콜, 박물관의 제도, 미술의 형식, 생명 윤리를 긴밀하게 연결하고, 예술이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구체적인 선택과 책임의 문제로 제시하는 데서 선명해진다.

형식과 내용

이소요는 생물 표본, 자연물, 사진, 드로잉, 문헌 자료, 조사 기록을 한 공간에 배치하는 설치 형식을 주로 사용한다. 각 매체는 독립적인 결과물로 제시되면서도 관찰과 채집, 분류, 가공, 보존으로 이어지는 연구 과정을 함께 드러낸다. 전시장에는 완성된 표본뿐 아니라 작업 과정에서 생산된 이미지와 문서, 지시문과 데이터가 나란히 놓이며, 생물이 지식의 대상으로 전환되는 여러 단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관람자는 작품의 외형을 감상하는 동시에 그 형태가 만들어진 경로와 판단의 근거를 추적하게 된다.

표본 제작은 작가의 형식적 언어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방법이다. 이소요는 식물이나 생물의 신체를 채집한 상태 그대로 옮기지 않고, 보존할 부분을 고르고 분절한 뒤 새로운 화면과 구조 안에 배열한다. 잎과 꽃, 열매와 씨앗을 각각 처리해 표본대지 위에 구성하는 〈식물 보존물〉에는 연구에 필요한 식별 정보와 조형적 균형이 함께 작용한다. 객관적인 기록처럼 보이는 표본에도 제작자의 선택과 감각이 개입된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과학적 도구의 시각성과 미술 작품의 물질성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문서와 드로잉은 표본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시간과 경험을 보완한다. ‘『조선식물도설 유독식물편』, 주석’의 ‘도해비교표’ 연작은 여러 시대의 식물 도감에 수록된 그림과 설명을 비교해 지식이 인용되고 변형된 경로를 시각화한다. 〈에피소드 드로잉〉은 현장 조사와 식물 채집, 보존 작업 중에 발생한 기억과 연상, 감각을 글과 이미지로 기록한다. 이 두 형식은 실증적 자료와 개인적 경험을 분리하지 않고 병치하며, 관찰자의 위치와 감정까지 연구의 구성 요소로 포함한다.

작가의 설치는 전시장 전체를 임시적인 표본실이자 연구실로 전환한다. 작품들은 고정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관찰과 해석이 계속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형성한다. 사진과 아카이브는 과거의 작업 현장과 제도적 맥락을 불러오고, 실제 생물 재료와 보존물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물질의 상태를 전시장 안에 남긴다. 이소요는 정돈된 정보와 불완전한 기록, 과학적 절차와 신체적 감각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연구가 지닌 불확실성과 생명체의 가변성을 작품의 형식 안에 지속시킨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소요의 작업은 연구 기반 예술, 생태미술, 바이오아트, 자연사와 박물관 연구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생명과학의 개념과 재료를 다루면서도 새로운 생명기술의 시각적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생물이 지식과 자원, 표본과 전시물로 구성되어 온 역사적 조건을 추적한다. 과학과 미술의 융합을 기술적 실험으로 한정하지 않고, 관찰과 분류, 보존을 수행하는 인간의 제도와 윤리까지 연구 대상으로 확장해 왔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형성한다.

초기 작업에서부터 지속된 관심은 인간이 생명체의 형태와 생애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접목 선인장 연구에서는 산업과 미적 취향이 식물의 신체를 변형하는 과정을 살폈으며, 해부학 표본을 다룬 〈원형보존〉에서는 연구와 교육을 위해 제작된 인체 표본이 문화적 유물과 관람 대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기록했다.

이후 〈자산어보, 그림 없는 자연사: 형태적 종의 개념〉에서는 생물을 바라보고 분류하는 역사적 언어를 되짚었다. 작업의 대상과 시대적 배경은 달라졌지만, 생명을 특정한 형태와 범주로 고정하는 지식 체계를 검토하는 태도는 일관되게 이어진다.

도시 식물, 버섯, 토양 등으로 조사 대상이 확장된 이후에는 생물의 자생적인 삶과 관계망을 감각하는 문제가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에서 풀려나다’는 인간의 계획과 관리에서 벗어나 도시 환경에 정착한 식물을 추적하고, 버섯에 관한 연구와 글은 명명과 식용 여부에 앞서 냄새와 계절, 기후를 통해 생물을 알아가는 감각을 다룬다.

서수원의 토양을 조사한 생태지도 역시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환경의 상태를 관찰 가능한 이미지로 전환한다. 이러한 변화는 제도 속 생물의 관리와 보존에 관한 관심이 야외의 서식지와 공생 관계로 확장되어 온 흐름을 보여준다.

최근의 ‘『조선식물도설 유독식물편』, 주석’은 작가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방법론을 종합한다. 과거의 식물지를 비교하는 문헌 연구, 한반도의 식생을 확인하는 현장 조사, 식물을 채집하고 보존하는 기술, 개인의 경험을 기록하는 드로잉이 장기 프로젝트 안에서 함께 진행된다.

이소요는 매 작업에서 새로운 생물과 자료를 만나면서도 관찰, 보존, 분류, 돌봄이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갱신해 왔다. 그의 작업에서 지속성이란 동일한 형식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생명과 지식의 관계를 장기간 탐구하며 기존의 판단을 수정하고 새로운 주석을 덧붙이는 연구의 태도에 가깝다.

Works of Art

인간과 비인간 생물의 관계

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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