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속에서 - K-ARTIST

불 속에서

2013
일인극 퍼포먼스(배우 임정희)

About The Work

김영글은 사물과 사건이 언어를 통과하면서 어떤 이야기로 정착하는지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특정 사물이나 현상을 글쓰기로 확장하는 흐름과, 한국 근현대사의 기록에서 지워지거나 잊힌 주체와 사건을 다시 불러내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두 방향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사실 그 자체만이 아니라, 사실이 수집되고 명명되며 전해지는 과정이다. 작가는 공식 기록과 개인의 기억, 소문과 상상, 관찰과 오해가 뒤섞이는 지점을 살피며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세계가 어떤 언어적 조건 위에서 구성되었는지 묻는다. 

김영글은 실제 장소와 자료에 허구의 인물과 사건을 끼워 넣음으로써 공적 기록의 빈틈을 가시화하고, 역사 속에서 충분히 말할 기회를 갖지 못한 존재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점을 마련한다. 이러한 그의 작업에서 텍스트는 영상이나 설치에 덧붙는 설명문이 아니라 작품의 구조를 조직하는 중심 매체다. 작가는 글을 쓰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출발해 영상, 출판물, 사진, 웹페이지, 오브제와 전시 공간으로 서사를 확장한다. 

작품마다 사용되는 매체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이야기의 성격과 독자가 그것을 접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책은 문장을 순서대로 따라가게 하고, 영상은 언어와 이미지 사이에 시간적 흐름을 만들며, 설치는 읽는 행위를 관람자의 신체와 공간으로 옮긴다. 이처럼 김영글은 허구와 사실,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텍스트를 중심으로 여러 매체를 엮어왔다.

김영글의 작업에서 글쓰기는 세계를 단정적으로 설명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사물과 역사에 붙어 있는 이야기를 의심하고 아직 기록되지 않은 관계를 발견하는 실천이다. 사실과 허구 사이를 오가는 그의 서사는 누가 기록의 주체가 되는지, 어떤 목소리가 전해지고 누락되는지, 그 흔적을 우리는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질문한다.

개인전 (요약)

김영글은 2012년 KT&G 상상마당 갤러리와 2019년 SeMA 창고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김영글은 성곡미술관(2010), 백남준아트센터와 두산갤러리 뉴욕(2013), 경기도미술관(2017),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2019),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2022),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26)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김영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스튜디오 683(2010), 아세피라르 국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2017), 예술공간 이아(2018), 우도창작스튜디오(2019),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0),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2021),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2022) 등의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허구와 사실,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

주제와 개념

김영글은 사물과 사건이 언어를 통과하면서 어떤 이야기로 정착하는지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특정 사물이나 현상을 글쓰기로 확장하는 흐름과, 한국 근현대사의 기록에서 지워지거나 잊힌 주체와 사건을 다시 불러내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두 방향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사실 그 자체만이 아니라, 사실이 수집되고 명명되며 전해지는 과정이다. 작가는 공식 기록과 개인의 기억, 소문과 상상, 관찰과 오해가 뒤섞이는 지점을 살피며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세계가 어떤 언어적 조건 위에서 구성되었는지 묻는다.

〈모나미 153 연대기〉는 이러한 관심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초기 작업이다. 김영글은 한국 사회에서 널리 사용된 모나미 153 볼펜에 관한 정보와 일상의 일화, 한국 근현대사의 사건, 허구적 서사를 결합해 기묘한 연대기를 만들었다. 볼펜은 산업화와 압축성장의 시간을 거쳐온 생활용품이면서, 세대별 기억과 소문이 투영되는 매개가 된다. 작가는 사물을 둘러싼 사실과 소문이 서로 자리를 바꾸고, 과장과 생략을 거쳐 그럴듯한 역사로 정착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벽〉, 〈사로잡힌 돌〉, 〈검정〉으로 이어지는 작업에서도 특정 대상에 축적된 이름과 관념, 이야기의 층위를 글쓰기를 통해 증폭하며 사물에 부여된 의미가 언제나 유동적이라는 점을 살핀다.

또 다른 흐름에서는 공적인 기록의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들이 허구적 화자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파란 나라〉는 과거 벨기에영사관으로 건축되었다가 남서울시립미술관이 된 건물과 사당 일대의 재개발 역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작품 속 스머프들은 벨기에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건축 노동자로 등장한 뒤 노동자, 철거촌 주민, 폭력의 주체, 익명의 군중으로 역할을 바꾸며 한국 현대사의 여러 장면을 떠돈다.

이들의 변신은 개발과 철거, 이주와 충돌 속에서 거주할 자리와 사회적 위치를 잃은 이들을 환기한다. 김영글은 실제 장소와 자료에 허구의 인물과 사건을 끼워 넣음으로써 공적 기록의 빈틈을 가시화하고, 역사 속에서 충분히 말할 기회를 갖지 못한 존재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점을 마련한다. 〈해마 찾기〉 역시 지워지거나 잊힌 주체와 사건을 호출하려는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에 놓인다.

최근 작업에서는 언어가 기록되고 전달되며 물질적 흔적으로 남는 조건으로 관심이 확장된다. 〈Between Islands〉의 웹 슬라이드쇼, 〈노아와 슈바르츠와 쿠로와 현〉의 책, 〈빵과 장미와 숫자 0에 대한 생각〉의 텍스트와 포스터, 〈머뭇거리는 사이〉의 손으로 쓴 시, 〈Posted Letter: from Dodo〉와 〈이딴 걸 팝니다〉의 영상·오브제·텍스트 설치는 문장이 특정 매체와 공간, 수신자를 만나는 상황을 구성한다. 〈흔적 사전〉에서는 손글씨의 번짐과 떨림, 도구의 자국, 신체의 운동, 시간의 흐름을 기록의 일부로 다루며 디지털 환경에서 비물질화되는 텍스트를 다시 물질의 차원으로 불러온다.

김영글의 작업에서 글쓰기는 세계를 단정적으로 설명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사물과 역사에 붙어 있는 이야기를 의심하고 아직 기록되지 않은 관계를 발견하는 실천이다. 사실과 허구 사이를 오가는 그의 서사는 누가 기록의 주체가 되는지, 어떤 목소리가 전해지고 누락되는지, 그 흔적을 우리는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질문한다.

형식과 내용

김영글의 작업에서 텍스트는 영상이나 설치에 덧붙는 설명문이 아니라 작품의 구조를 조직하는 중심 매체다. 작가는 글을 쓰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출발해 영상, 출판물, 사진, 웹페이지, 오브제와 전시 공간으로 서사를 확장한다. 작품마다 사용되는 매체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이야기의 성격과 독자가 그것을 접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책은 문장을 순서대로 따라가게 하고, 영상은 언어와 이미지 사이에 시간적 흐름을 만들며, 설치는 읽는 행위를 관람자의 신체와 공간으로 옮긴다. 이처럼 김영글은 허구와 사실,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텍스트를 중심으로 여러 매체를 엮어왔다.

영상 작업에서는 조사한 자료를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기록과 허구를 다시 편집해 새로운 서사적 형식을 만든다. 〈파란 나라〉는 옛 벨기에영사관과 사당 일대에 관한 자료에 스머프라는 만화 캐릭터를 결합하고, 실제 역사처럼 제시되는 허구의 사건을 구성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장소의 연혁과 건축 기록, 재개발의 역사에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이동과 변신이 끼어들면서 사실적인 정보와 우화적인 장면이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한다.

관람자는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서부터 상상인지 즉시 구별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이미지의 출처와 화자의 신뢰성을 함께 살피게 된다. 이러한 편집 방식은 허구를 사실처럼 위장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기존 기록이 선택과 배열을 거쳐 만들어진 서사라는 점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출판과 웹 기반 작업은 읽기의 순서와 속도를 세밀하게 조정한다. 〈Between Islands〉는 64장의 사진을 웹 슬라이드쇼로 제시해 각 이미지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시간 속에서 서사를 형성한다. 〈노아와 슈바르츠와 쿠로와 현〉은 책이라는 형식을 통해 서로 다른 이름과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독자의 개별적인 읽기 경험으로 전달하며, 〈빵과 장미와 숫자 0에 대한 생각〉은 텍스트와 포스터를 공간에 펼쳐 문장이 놓이는 위치와 관람 동선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머뭇거리는 사이〉에서는 책상과 의자, 시들어가는 꽃, 꽃병, 손으로 쓴 시가 함께 배치된다. 글이 완성된 결과물로만 제시되지 않고, 쓰기를 망설이고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장면 전체가 설치로 구성된다. 책상 위의 사물과 점차 시드는 꽃은 창작 과정에 흐르는 시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종이에 적힌 문장은 그 시간 속에서 남은 흔적이 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텍스트를 담는 물질적 구조와 관람자의 읽기 자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흔적 사전〉은 손글씨의 떨림과 번짐, 필기구의 자국처럼 쓰는 행위가 남기는 흔적을 사전 형식의 글로 수집한다. 이 작품은 전시에서 통상적인 책의 형태를 벗어난 패널 구조로 구현되었으며, 관람자는 글이 놓인 높이와 각도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읽어야 했다. 문장의 내용뿐 아니라 그것을 저장하고 배열하는 매체가 읽기의 감각을 결정한다는 점이 전면에 드러난다.

〈Posted Letter: from Dodo〉의 무성 영상과 〈이딴 걸 팝니다〉의 오브제·텍스트 설치에서도 언어는 음성이나 인쇄물에 한정되지 않고 화면의 지속 시간, 사물의 배열, 전시장의 여백을 통해 전달된다. 김영글은 문장을 읽는 경험을 보고, 기다리고, 이동하고, 사물을 마주하는 행위로 확장하며 글과 이미지, 물질과 공간이 함께 서사를 만들어내도록 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영글의 작업은 리서치 기반 서사, 텍스트 중심의 미술, 출판적 실천이 겹치는 지점에 자리한다. 프랑스문학과 독일문학, 미술을 공부한 이력은 언어를 서사의 도구이자 조형적 재료로 다루는 태도로 이어졌다. 작가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직조하는 데 관심을 두고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상, 설치, 글쓰기, 출판을 넘나들어 왔다.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아카이브적 방법에 문학적 상상과 편집을 더하면서, 기록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야기가 형성되는 구조를 함께 드러낸다. 이러한 접근은 연구 결과를 시각적으로 해설하는 데 머물지 않고, 리서치 자체를 새로운 서사의 출발점으로 전환한다.

초기부터 지속된 작업의 축은 특정 사물에 축적된 문화적 의미를 추적하는 것이다. 〈모나미 153 연대기〉에서는 대량생산된 일상용품을 둘러싼 정보와 기억, 소문을 연대기의 형태로 엮었고, ‘돌 탐구 연작’과 〈사로잡힌 돌〉에서는 예술작품과 생활공간에 등장하는 돌의 이미지를 수집해 인간이 자연물에 부여해 온 상징과 관념을 살폈다. 이 과정에서 사물은 관찰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기억과 개인적 해석이 교차하는 서사의 매개가 된다. 대상을 수집하고 명명하며 다시 배열하는 방법은 이후에도 유지되며, 작품의 소재가 달라질 때마다 그 대상에 얽힌 언어와 시각문화의 층위를 새롭게 읽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파란 나라〉는 사물을 향했던 리서치가 장소와 공적 역사로 넓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옛 벨기에영사관이었던 남서울시립미술관과 사당 일대의 재개발 역사를 조사하고, 벨기에 만화 캐릭터인 스머프를 허구의 화자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건축 노동자와 철거촌 주민, 폭력의 주체와 익명의 군중으로 모습을 바꾸며 한국 현대사의 여러 장면을 통과한다. 실재하는 건물과 역사 자료, 만화적 상상력이 교차하면서 공적 기록의 틈을 살피는 서사가 만들어진다.

이 작품이 미술관 전시와 독립영화제의 상영작으로 함께 소개된 점은 김영글의 작업이 전시미술과 영화, 문학적 서사의 경계를 유연하게 오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리서치 기반 미술의 방법을 영상 서사의 문법과 연결하며, 기록 속에서 위치를 잃은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야기의 대상뿐 아니라 글을 쓰고 발표하는 행위의 조건까지 탐구의 범위에 포함된다. 〈머뭇거리는 사이〉는 창작자가 이야기를 내놓아야 한다는 기대와 실제로는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상태 사이의 시간을 설치로 옮겼으며, 〈흔적 사전〉은 필기구와 신체의 움직임이 글에 남기는 자국을 수집해 쓰기의 물질성을 살폈다. 2025년 국립한글박물관의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와 2026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글짓, 쓰는 예술》에서 그의 작업이 소개된 것은 김영글의 실천이 동시대의 텍스트 기반 미술과 쓰기의 감각을 논의하는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읽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지속성은 같은 소재를 반복하는 데 기대지 않는다. 사물의 의미, 공적 기록의 공백, 전달되지 못한 이야기, 쓰기와 읽기의 조건으로 질문을 이동시키면서도 언어가 현실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데서 드러난다.

Works of Art

허구와 사실,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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