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Y - K-ARTIST

LAY

2022
장지에 아크릴
53 x 45 cm


About The Work

양유연은 장지와 먹, 아크릴 물감을 활용해 동시대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탐구해 왔다. 그의 회화는 특유의 고요하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통해, 눈에 보이는 현실 이면에 존재하는 불안과 고독, 그리고 실존적 고민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빛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를 활용해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불안과 소외의 감정을 시각화한다. 물감을 흡수하는 장지의 성질과 옅은 색층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는 작업 방식은 내면 깊숙이 침잠한 감정의 층위를 화면 위에 천천히 드러낸다. 동시에 겹겹이 축적된 색면은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절제된 분위기 속에 머물게 하며, 화면 전체에 차분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정서를 형성한다.

양유연 작업의 또 다른 특징은 인물이나 사물의 전체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대상의 일부를 선택해 확대함으로써 부분을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전환시킨다. 이 과정에서 피부, 신체, 사물의 표면과 같은 단편적 형상들은 깊고 무거운 존재감을 획득하며, 때로는 숭고에 가까운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풍경과 인물, 신체의 일부, 상흔과 같은 소재들은 작가 자신은 물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내밀한 감정을 환기한다. 특히 가장 사적인 감정이면서도 사회집단에 의해 보편적으로 유발되는 고독과 무력감은 그의 화면 안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빛과 어둠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율하고 익명의 대상을 화면 중심에 위치시키는 그의 회화는 동시대에 만연한 불안의 정서를 포착한다. 또한 흐릿하게 번지고 스며드는 인물과 사물의 형상은 특정한 서사를 제시하기보다, 희미하지만 끈질기게 빛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의 감각을 조용히 환기한다. 관객은 겹겹이 축적된 색과 감정의 층위를 따라가며 각자의 기억과 감각 속에서 심리적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개인전 (요약)

양유연이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복기》(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2026), 《Uncommon Sight》(스테판 프리드먼 갤러리, 런던, 2025), 《With Hands》(Bilndspot Gallery, 홍콩, 2024), 《그 사이에서 빛난 후》(프라이머리 프랙티스, 서울, 2023), 《낯》(챕터투, 서울, 2022)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양유연은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하이트컬렉션, 서울, 2025), 《Nostalgics on Realities》(타데우스 로팍, 서울, 2024), 타이베이 비엔날레 2023 《Small World》(타이베이 시립미술관, 타이베이, 2023), 《어느 정도 예술 공동체: 부기우기 미술관》(울산시립미술관, 울산, 2023), 《Is It Morning for You Yet?》(카네기미술관, 피츠버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양유연은 제58회 카네기 인터내셔널(2022) 참여 작가로 선정된 바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Korean Artists Today 2024’ 및 ‘종근당예술지상 2019’을 수상하였다.

레지던시 (선정)

양유연은 2016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 입주한 바 있다.

Works of Art

빛과 어둠을 통해 포착하는 현대인의 불안

주제와 개념

양유연의 작업은 개인의 내면에 자리한 불안, 고독, 상처의 감각이 사회적 환경 속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확장되는지를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유년기의 기억과 자기 내면의 불안정한 감각을 인물의 형상에 투사했다. 〈그 때의 잔상〉(2009), 〈얼굴 1〉(2011) 등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뇌가 없거나 심장에 구멍이 뚫려 있고, 긴 머리칼로 얼굴을 가리거나 바닥에 엎드린 채 불완전한 상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작품의 제목은 〈아무 이유도 없이〉, 〈귀가〉처럼 오히려 냉소적이고 무덤덤하게 제시된다. 이 이미지와 제목 사이의 낙차는 작가가 자신의 상처를 직접 고백하기보다, 그것을 익명의 인물에게 옮겨놓고 일정한 거리에서 바라보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때 개인의 기억은 사적인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불안과 고립의 감각으로 확장된다.
 
2012년 개인전 《한낮에 꾸는 꿈》(갤러리 소소, 서울, 2012)은 작가의 시선이 내면에서 외부 세계로 넓어지는 중요한 지점이다. 〈어느 날〉(2012)과 〈그 때〉(2012)에서 양유연은 거대한 달, 낡은 건물, 재개발을 앞둔 도시 풍경을 함께 배치한다. 멀리 떨어진 달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화면 가까이에 놓이고, 그 표면의 어둡고 움푹 팬 분화구는 오래된 아파트의 외벽, 구멍 난 바닥, 침잠한 벽면과 닮아 있다.

작가는 도시 곳곳의 흠집과 낡은 구조물을 응시하며, 내면 깊이 남아 있던 상처의 감각을 외부 풍경 위에 겹쳐놓는다. 이 시기 작업에서 ‘나’의 감정은 직접 발화되지 않고, 달과 도시, 건물과 그림자의 관계 속에서 사회적 정서로 전환된다.
 
이후 양유연의 작업은 고독, 불신, 익명성, 사회적 불확실성의 문제로 확장된다. 《불신과 맹신》(갤러리 룩스, 서울, 2016)에서 작가는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이 아닌 마네킹을 주요한 대상으로 삼았다. 〈명암〉(2016), 〈Stuck〉2016) 등에 등장하는 파편화된 마네킹의 몸과 경직된 얼굴은, 신뢰했던 대상이 불신의 대상으로 바뀌는 순간의 당혹감, 배신감, 정체성의 혼란을 드러낸다.

마네킹은 감정을 지닌 인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비어 있는 사물이며, 바로 그 중간적 상태 때문에 현대인이 타인과 사회를 대할 때 느끼는 불확실한 감정의 대리물이 된다. 작가는 이처럼 인공적 대상을 통해 고독과 우울, 분노의 감정을 지나치게 격정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차갑고 생경한 풍경 속에 침전시킨다.
 
2019년 개인전 《날이 밝을 것을 알고 있다》(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19) 이후 작가의 관심은 어둠 그 자체에서 ‘어둠을 밝히는 존재’와 빛의 잔상으로 이동한다. 〈빛나는 모든 것으로부터〉(2019)는 불분명한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두려움과 공허를 빛과 어둠의 미묘한 균형 속에서 다룬다. 《낯》(챕터투, 서울, 2022)에서는 평소의 기록과 수집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낯익은 두려움’을 탐구하며, 〈그리드〉(2022), 〈LAY〉2022), 〈Tangled〉2022) 등에서 인물들은 과도한 빛에 노출되거나 그 빛을 외면하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사이에서 빛난 후》(프라이머리 프랙티스, 서울, 2023)에 이르면 얼굴, 사물, 그림자, 분할된 프레임이 서로 맞물리며 불안과 고요, 공허와 생동 사이의 미세한 감각을 만든다. 양유연의 회화에서 빛은 단순히 대상을 밝히는 장치가 아니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익숙함과 낯섦, 침묵과 감정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조건이다.

형식과 내용

양유연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장지와 먹, 분채, 아크릴 등을 활용해 자신만의 회화적 표면을 구축해왔다. 초기에는 장지에 분채와 채색을 사용해 〈그 때의 잔상〉, 〈어느 날〉과 같은 작업을 제작했고,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면서도 장지의 흡수성과 얇은 층의 물성을 계속 유지했다. 물을 머금고 색을 서서히 받아들이는 장지의 성질은 양유연의 화면에서 감정이 즉각적으로 폭발하기보다 천천히 배어 나오도록 만든다.

옅은 물감을 여러 겹 쌓아 올린 표면은 부드럽지만 서늘하고, 흐릿하지만 밀도 있다. 이 막과 같은 표면은 화면 속 인물과 사물을 선명하게 설명하기보다, 그 이면에 남아 있는 심리적 온도와 감각을 오래 머금게 한다.
 
양유연의 그림에서 인물과 사물은 대부분 전체로 제시되지 않는다. 작가는 얼굴, 손, 몸의 일부, 사물의 표면, 어둠에 가려진 실루엣처럼 부분만을 포착하고 확대한다. 이 부분들은 전체를 설명하기 위한 단서라기보다, 그 자체로 무겁고 깊은 존재감을 지닌 대상으로 작동한다. 〈쇼윈도우〉(2015)와 《불신과 맹신》의 마네킹 이미지들은 인간과 사물, 생명과 비생명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관객에게 익숙하지만 불편한 감정을 남긴다.

최근의 〈없는 사람〉(2026)에서도 인물은 구체적인 개인으로 명확히 드러나기보다, 존재하지만 완전히 붙잡히지 않는 익명의 형상으로 남는다. 작가는 자신이나 주변 인물을 참고하지만 특정성을 지워, 개인의 사연보다 인간 보편의 감정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든다.
 
2019년 이후 빛은 양유연의 회화에서 더욱 중요한 조형 요소가 된다. 그러나 이 빛은 단순히 밝음이나 희망을 의미하지 않는다. 《날이 밝을 것을 알고 있다》에서 빛은 어둠 속에 남아 있는 어떤 존재를 의식하게 하는 조건이었다면, 《낯》에서는 대상을 인위적으로 노출하고 중심 이미지를 강조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강한 빛은 대상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인물의 감정을 더 알 수 없게 만들고, 인물들은 그 빛을 피하거나 견디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장지라는 전통적 매체 위에 모션 캡처, 인공조명, 사진적 크롭 같은 디지털 시대의 감각이 스며들면서, 화면은 과거와 현재,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화적 손맛과 인공적 포착감 사이에 놓인다. 이 지점에서 양유연의 회화는 전통 매체를 사용하면서도 동시대 이미지 환경의 불편한 감각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다.
 
《그 사이에서 빛난 후》에서 이러한 형식적 탐구는 프레임의 분할과 연결로 한층 정교해진다. 〈Afterglow in between〉(2023), 〈누운 빛〉(2023) 등에서 역광을 받은 대상은 검은 실루엣이 되거나, 그림자를 통해서만 존재감을 얻는다. 세로 혹은 가로로 긴 사각 프레임들은 개별 장면처럼 보이면서도 서로 이어지는 시퀀스처럼 작동하고, 그림과 그림 사이의 틈은 하나의 의미를 닫기보다 다음 감각을 열어둔다.

영화의 컷과 컷 사이처럼, 이 틈은 서사가 비어 있는 자리가 아니라 관객의 시선과 상상이 개입되는 장소가 된다. 양유연의 화면은 명확한 사건을 설명하지 않지만, 흔들리는 눈동자, 어둠 속의 얼굴, 잘린 사물, 희미한 빛의 잔상을 통해 오래 지속되는 심리적 풍경을 만든다.

지형도와 지속성

양유연의 작업이 지닌 독창성은 장지라는 한국화의 전통적 매체를 사용하면서도, 그것을 과거의 형식으로 고정하지 않는 데 있다. 작가는 장지의 흡수성과 얇은 물감의 층을 활용해 감정이 스며들고 가라앉는 화면을 만들고, 그 위에 사진적 프레임, 디지털 이미지의 인공성, 도시적 고독, 사회적 불확실성을 결합한다.

다른 회화 작가들이 인물의 표정이나 사건의 서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면, 양유연은 빛의 강도, 초점의 흔들림, 잘린 신체와 사물, 익명의 얼굴을 통해 감정을 지연시키고 머물게 한다. 이 절제된 방식은 화면을 오래 바라보게 만들고, 관객이 각자의 경험 속에서 불안과 고독의 감각을 다시 읽어내도록 한다.
 
작업의 흐름을 따라가면, 양유연은 유년의 기억과 개인적 상처에서 출발해 도시의 풍경, 인공적 대상, 익명의 얼굴, 빛과 어둠의 구조로 관심을 확장해왔다. 《한낮에 꾸는 꿈》에서 개인의 마음은 낡은 건물과 거대한 달의 이미지로 옮겨갔고, 《불신과 맹신》에서는 고독과 불신이 마네킹이라는 인공적 형상에 투영되었다. 《날이 밝을 것을 알고 있다》 이후 빛은 불안과 공허를 감지하게 하는 요소가 되었고, 《낯》에서는 익숙하지만 낯선 얼굴과 인공적 조명을 통해 공동체 안의 개인이 느끼는 언캐니한 감정을 다루었다.

《그 사이에서 빛난 후》에서는 분할된 프레임과 잔존하는 빛의 틈새를 통해 삶이 흔들리면서도 계속 지속하려는 감각이 드러난다. 이 흐름은 주제의 단순한 변화라기보다, 하나의 감정이 점점 더 넓은 사회적·시각적 구조 안에서 다뤄지는 과정에 가깝다.
 
양유연의 최근 이력은 이러한 회화적 언어가 국내를 넘어 국제적 맥락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제58회 카네기 인터내셔널 《Is It Morning for You Yet?》(카네기미술관, 피츠버그, 2022-2023)에 한국 작가 3인 중 한 명으로 참여하며 국제 무대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타이베이 비엔날레 2023 《Small World》(타이베이 시립미술관, 타이베이, 2023), 《Nostalgics on realities》(타데우스 로팍 서울, 서울, 2024),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하이트컬렉션, 서울, 2025)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 참여했다.

개인전 역시 《With Hands》(Blindspot Gallery, 홍콩, 2024), 《Uncommon Sight》(Stephen Friedman Gallery, 런던, 2025), 《복기》(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2026)로 이어지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2019년 ‘종근당 예술지상’을 수상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Korean Artists Today 2024’에 선정된 점 역시 작가의 작업이 꾸준히 제도적 신뢰를 얻어왔음을 보여준다.
 
현재 양유연은 홍콩 Blindspot Gallery와 런던 Stephen Friedman Gallery에 소속되어 국제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한국화의 물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동시대 이미지와 사회적 감정의 문제를 꾸준히 결합해왔다. 그녀의 회화는 거대한 사건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그 사건 이후 개인에게 남는 불안의 온도, 시선의 흔들림, 익명의 존재감을 오래 붙잡는다.

이 점에서 양유연의 작업은 지역적 배경을 지니면서도 세대와 장소를 넘어 읽힐 수 있는 정서를 가진다. 앞으로의 작업 역시 장지의 물성, 빛과 어둠의 구조, 익명적 인물의 감각을 바탕으로 더 넓은 무대에서 서로 다른 관객의 기억과 감정을 조용히 건드리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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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을 통해 포착하는 현대인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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