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의
작업이 갖는 독창성은 우선 그 출발점에 있다. 미술 전공이 아닌 독어독문학을 공부했던 작가는 개인적
투병 경험에서 창작을 시작했고, 신체를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고 겪어내는 존재론적 장소로
다룬다. 특히 노동, 섹스,
폭력이라는 이질적인 사건들을 하나의 ‘신체가 짊어지는 흔적’이라는 틀 안에서 통합적으로 사유해온 점, 그리고 그 사유를 드로잉에서
회화, 설치, 텍스트, 사운드로
매체를 이동시키면서도 일관되게 밀고 나간 점은 고등어 작업 세계의 뚜렷한 축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이력은 개인적 서사에서 사회적 서사로, 다시 역사적·문헌적
서사로 그 폭을 넓혀온 궤적을 그린다. 2008년 자신의 투병 경험을 다룬 〈올랭피아의 구토〉(2008)에서 시작해 《웃는다, 빨간 고요》(소굴갤러리, 서울, 2008)로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노동요 vol.1 웨이트리스_생존의 풍경》(갤러리SUKKARA,
서울, 2014)과 《불안의 순정》(코너아트스페이스, 서울, 2015)을 거쳐 《살갗의 사건》(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2017)에 이르는 동안 작가는 노동하는 몸과
관계하는 몸을 차례로 다루었다.
이후 《Room Tone: room,
stain and sounds for the sequence》(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2024)에서는 19세기 히스테리 연구라는 의학사적 자료까지 끌어들여
여성의 몸을 둘러싼 응시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이처럼 소재의 시간적,
지리적 폭이 넓어지는 동안에도 신체와 주체화라는 근본 문제의식은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작업은 국내외 기관으로부터 꾸준한 신뢰를 받아왔다.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선정을 시작으로, 국립고양레지던시(2010), 인천아트플랫폼(2016-2017),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1), 금천예술공장(2023) 등 국내 주요 레지던시를 거쳤으며,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해외에서도 2009년 도쿄 금산갤러리의 《Asian Young Artists》(금산갤러리, 도쿄, 2009) 3인전에 참여했고, 《VIA Animation Festival》(Viborg Museum, 비보르, 2019), 《Hexed, Bexed & Sexed》(West Den Haag, 헤이그, 2023) 등을 통해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2025년에는 《Next Painting: As We Are》(국제갤러리, 서울, 2025)에 참여하며 회화적 확장 이후의 작업을 보여주었다.
드로잉이라는
가장 개인적이고 즉물적인 매체에서 출발해 회화, 설치, 텍스트, 사운드, 영상으로 언어를 넓혀온 고등어의 작업은 매체 간 경계를
유연하게 이동하면서도 신체와 주체성에 대한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 개인의 상흔에서 출발해 노동과 폭력, 역사적 기록의 공백까지 끌어안아온 작가의 태도는, 서로 다른 지역과
관객을 만나는 과정에서도 작업을 읽는 중요한 중심축으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