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랭피아의 구토 - K-ARTIST

올랭피아의 구토

2008
종이에 아크릴, 색연필, 알코올
59.4 x 168 cm

About The Work

고등어는 오랫동안 식이장애를 겪어온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신체가 지각되고 구성되는 방식에 주목해 왔다. 그는 주체의 경계를 넘어 타자의 신체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두 번째 신체’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의 몸을 새롭게 환기하며, 신체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주체화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작가는 문학과 뉴스, 그리고 일상에서 마주한 장면과 감상을 바탕으로 회화 속 인물과 서사를 구성한다. 화면 곳곳에 등장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브제와 분할된 장면들은 사건이 막 일어나려는 순간의 긴장감과 언캐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안에는 이주, 노동, 폭력, 욕망, 관계, 고립과 같은 사회적 서사가 은밀하게 스며들어 있으며, 이는 사회 구조 속에서 형성되고 반응하는 인간의 ‘외연적 신체’를 탐구하려는 작가의 관심을 반영한다.

고등어는 신체를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고 감각하며 세계를 통과하는 존재론적 장소로 다룬다. 그는 노동, 섹스, 폭력과 같은 사건들을 ‘신체가 짊어지는 흔적’이라는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사유하며, 이를 드로잉, 회화, 설치, 텍스트,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해 왔다. 불안이라는 감정과 신체, 나아가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맺는 관계를 탐색하는 그의 작업은, 외연적으로 확장된 몸에 대한 사유를 통해 새로운 주체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개인전 (요약)

고등어가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Room Tone: room, stain and sounds for the sequence》(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서울, 2024), 《The hours, 3 lights》(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서울, 2021), 《살갗의 사건》(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서울, 2017)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고등어는 《8 Chapters》(에브리아트, 서울, 2025), 《언박싱 프로젝트: 읽기》(뉴스프링프로젝트, 서울, 2025), 《Next Painting: As We Are》(국제갤러리, 서울, 2025), 《길드는 서로들》(남서울미술관, 서울, 2024),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4), 《워키 토키 쉐이킹》(아트스페이스 보안, 서울, 2022),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하루하루 탈출한다》(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고등어는 금천예술공장(2023),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1), 인천아트플랫폼(2016-2017)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고등어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타자와의 관계를 통한 ‘외연적 신체’

주제와 개념

고등어의 작업은 신체가 어떻게 지각되고, 변형되고, 다시 주체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독어독문학을 공부했던 작가는 식이장애를 겪었던 개인적 경험과 심리적 치유의 필요 속에서 그림을 시작했고, 이 출발점은 초기 작업의 중요한 바탕이 된다. 〈올랭피아의 구토〉(2008)는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참조하면서 거식증이 야기한 불안과 여성 신체를 둘러싼 사회적 응시를 드러낸 작업이다.

여기서 여성의 몸은 고전적 누드의 대상으로 머물지 않고, 스스로 구토를 유발하는 듯한 행위를 통해 자신의 몸을 겪어내는 불안정한 존재로 나타난다. 같은 시기의 〈Meat & Clothes〉(2008), 〈When Adam gives himself to Adam〉(2008)에서도 파란 양복을 입은 남자, 성별이 모호한 소녀, 여신과 같은 인물은 각각 억압적 사회 구조, 그 안에서 길을 잃은 신체, 회복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알레고리로 기능한다.
 
이후 고등어의 관심은 개인적 신체에서 사회적·관계적 신체로 확장된다. ‘노동요’(2014) 프로젝트는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웨이트리스 노동을 바탕으로, 개인의 몸이 노동과 자본의 구조 안에서 어떻게 소모되고 재편되는지를 다룬 작업이다. 《불안의 순정》(코너아트스페이스, 2015)은 사랑과 섹스 이후 남겨진 신체가 어떻게 기억되는지, 그리고 그 기억된 신체가 현재의 확장된 신체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여기서 불안은 단순한 심리 상태가 아니라 타자와 가장 가까이 접촉하는 순간 몸에 남는 감각적 흔적이다. 사랑과 섹스는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하는 욕망을 품지만, 동시에 그 관계가 실패할 것이라는 예감도 함께 품는다. 고등어는 이 양가적인 감각을 통해 ‘나’와 ‘너’가 아닌,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몸을 사유한다.
 
《살갗의 사건》(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2017)은 이러한 사유가 가장 명료하게 구조화된 전시다. 전시는 ‘살갗의 사건’, ‘내일의 신체’, ‘뒤틀린 신체’라는 세 축으로 구성되며, 사랑과 싸움, 섹스와 폭력, 사적인 접촉과 사회적 응시가 신체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살갗의 사건〉(2017)은 남녀의 애정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안의 그림자를 드로잉으로 포착하고, 〈내일의 신체를 위한 연필 드로잉〉(2017)은 두 신체가 접촉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몸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몸부림 120〉(2017)은 강제 철거와 시위 현장의 물리적 충돌을 소재로, 사회적 편견과 폭력적 응시에 의해 변형되는 신체를 다룬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신체 개념은 피부 안에 갇힌 개인의 몸이 아니라, 타자와 제도, 노동과 폭력, 기억과 감각이 함께 만드는 ‘외연적 신체’로 확장된다.
 
최근 작업에서 고등어는 신체의 문제를 트라우마, 기억, 빛, 방, 사운드의 문제로 다시 펼쳐낸다. 〈DHAK〉(2022)는 사건과 트라우마, 신체적·감정적 징후를 번개 이미지와 천둥소리로 환기한 영상 작업이다. 사건은 지나간 뒤에도 소리처럼 돌아오고, 완전히 치료되지 않은 감각은 몸과 정신의 어딘가에 잔여물처럼 남는다. 《Room Tone: room, stain and sounds for the sequence》(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2024)는 이러한 잔여 감각이 머무는 비언어적이고 추상적인 공간을 ‘룸’이라는 개념으로 다룬 전시다.

방은 한 사람의 몸이자 기억의 공간, 실내 공간, 죽은 신체를 위한 공간으로 나타난다. 특히 샤르코와 알베르 론드의 히스테리 연구 사진에서 누락되었거나 발표되지 않았을 이미지를 상상한 시퀀스 작업은, 초기부터 이어져 온 ‘응시의 대상이 된 여성 신체’의 문제를 역사적 기록의 공백 속에서 다시 바라보게 한다.

형식과 내용

작품 형식은 연필 드로잉에서 출발해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 텍스트로 확장되어왔다. 초기 작업은 종이 위에 아크릴, 색연필, 알코올 등 이질적인 재료를 겹쳐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올랭피아의 구토〉와 〈Meat & Clothes〉에서 보이듯, 이 시기의 화면은 매끈하게 정리된 이미지보다 얼룩, 겹침, 불안정한 선과 색을 통해 신체의 흔들리는 상태를 드러낸다.

2012년에는 이러한 드로잉 작업을 엮어 『BAROQUE PORNO. VOL2. 불안한 마음 드로잉 북』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는 작가가 일찍부터 드로잉을 전시장 안의 이미지로만 다루지 않고, 책과 서사, 사적인 기록의 형식으로 확장해왔음을 보여준다.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는 연필 드로잉이 작업의 중심을 이룬다. ‘살갗의 사건’ 연작이 비교적 작은 화면 안에서 친밀한 관계의 순간과 불안을 밀도 있게 포착했다면, 〈몸부림 120〉은 140x260cm의 대형 화면 위에 시위와 철거의 장면을 압도적인 스케일로 그려 넣으며 사회적 폭력이 신체에 남기는 흔적을 시각화했다. 같은 전시에서 발표된 〈완벽한 신체〉(2017)는 철거된 집에서 나온 폐자재를 전시장에 세우고 배치한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신체가 되기 위한 조건을 ‘응시’와 ‘수직성’으로 보았고, 집이라는 구조물을 신체의 은유로 치환했다. 이때 신체는 더 이상 피부로 한정된 유기체가 아니라, 거주와 붕괴, 기억과 폭력, 사물과 공간이 얽힌 구조가 된다.
 
《The hours, 3 lights》(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2021)는 고등어가 드로잉 중심의 작업에서 회화로 이동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서사를 직접 구축하기보다 색과 빛을 통해 사건의 질감과 정동을 불러오는 방식을 택한다. 노란빛은 지는 해의 빛, 푸른빛은 달빛과 새벽의 대기, 흰빛은 강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색이 날아간 형상과 연결된다. 특히 흰색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붓으로 이미지를 그리기보다 유화 물감을 바르고, 문지르고, 긁어내는 행위를 반복해 부조에 가까운 표면을 만든다.

이 흰색은 비어 있는 바탕이 아니라, 색이 증발하고 이야기가 잠시 떠올랐다 사라지는 표면이다. 이 시기 이후에도 〈신체이미지 28〉(2021)과 같은 연필 드로잉은 병행되며, 드로잉과 회화는 서로를 대체하기보다 다른 감각의 층위로 공존한다.
 
《Room Tone: room, stain and sounds for the sequence》에서 고등어는 회화, 드로잉, 텍스트, 사운드를 하나의 시퀀스로 엮는다. 전시는 총 26점으로 구성되었고, 성서 이미지를 확대하고 크롭해 다시 그린 뒤 작가의 텍스트와 짝지은 작품군, 방이라는 내밀한 공간의 정동을 담은 회화, 히스테리 연구 사진에 기반한 시퀀스 드로잉으로 나뉜다. 텍스트 속 인물인 클레어의 이야기는 이미지와 병치되며, 관객은 그림과 글 사이에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서사를 새롭게 읽어나가게 된다.

시퀀스 작업은 카메라 앞에 선 여성들이 실제로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을지 상상하며, 역사적으로 관찰되고 분류된 신체를 다른 방식으로 되돌려본다. 최근 작품인 〈Room tone_그 뱀이 허물을 벗었다〉(2025)는 이러한 ‘룸 톤’의 감각이 캔버스 유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드로잉에서 출발한 고등어의 형식 언어는 이제 표면, 소리, 문장, 움직이는 이미지, 공간의 상태를 함께 다루는 다감각적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고등어의 작업이 갖는 독창성은 우선 그 출발점에 있다. 미술 전공이 아닌 독어독문학을 공부했던 작가는 개인적 투병 경험에서 창작을 시작했고, 신체를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고 겪어내는 존재론적 장소로 다룬다. 특히 노동, 섹스, 폭력이라는 이질적인 사건들을 하나의 ‘신체가 짊어지는 흔적’이라는 틀 안에서 통합적으로 사유해온 점, 그리고 그 사유를 드로잉에서 회화, 설치, 텍스트, 사운드로 매체를 이동시키면서도 일관되게 밀고 나간 점은 고등어 작업 세계의 뚜렷한 축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이력은 개인적 서사에서 사회적 서사로, 다시 역사적·문헌적 서사로 그 폭을 넓혀온 궤적을 그린다. 2008년 자신의 투병 경험을 다룬 〈올랭피아의 구토〉(2008)에서 시작해 《웃는다, 빨간 고요》(소굴갤러리, 서울, 2008)로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노동요 vol.1 웨이트리스_생존의 풍경》(갤러리SUKKARA, 서울, 2014)과 《불안의 순정》(코너아트스페이스, 서울, 2015)을 거쳐 《살갗의 사건》(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2017)에 이르는 동안 작가는 노동하는 몸과 관계하는 몸을 차례로 다루었다.

이후 《Room Tone: room, stain and sounds for the sequence》(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2024)에서는 19세기 히스테리 연구라는 의학사적 자료까지 끌어들여 여성의 몸을 둘러싼 응시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이처럼 소재의 시간적, 지리적 폭이 넓어지는 동안에도 신체와 주체화라는 근본 문제의식은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작업은 국내외 기관으로부터 꾸준한 신뢰를 받아왔다.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선정을 시작으로, 국립고양레지던시(2010), 인천아트플랫폼(2016-2017),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1), 금천예술공장(2023) 등 국내 주요 레지던시를 거쳤으며,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해외에서도 2009년 도쿄 금산갤러리의 《Asian Young Artists》(금산갤러리, 도쿄, 2009) 3인전에 참여했고, 《VIA Animation Festival》(Viborg Museum, 비보르, 2019), 《Hexed, Bexed & Sexed》(West Den Haag, 헤이그, 2023) 등을 통해 활동 반경을 넓혀왔다. 2025년에는 《Next Painting: As We Are》(국제갤러리, 서울, 2025)에 참여하며 회화적 확장 이후의 작업을 보여주었다.
 
드로잉이라는 가장 개인적이고 즉물적인 매체에서 출발해 회화, 설치, 텍스트, 사운드, 영상으로 언어를 넓혀온 고등어의 작업은 매체 간 경계를 유연하게 이동하면서도 신체와 주체성에 대한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 개인의 상흔에서 출발해 노동과 폭력, 역사적 기록의 공백까지 끌어안아온 작가의 태도는, 서로 다른 지역과 관객을 만나는 과정에서도 작업을 읽는 중요한 중심축으로 작동한다.

Works of Art

타자와의 관계를 통한 ‘외연적 신체’

Articles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