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 꾀꼬리 - K-ARTIST

가시나무 꾀꼬리

2023
형태를 재단한 비단 캔버스에 먹, 석채
180 x 90 cm

About The Work

진민욱은 장지와 비단 위에 먹과 안료를 사용해 도시의 작은 자연과 움직이는 시선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체류하거나 지나온 장소, 생활 반경에서 만난 꽃과 새, 곤충, 나무, 바위, 건물을 기록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면서도 충분히 관계 맺지 못하는 동시대의 풍경을 포착한다.

작가는 나무, 건물, 동물, 바위 등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를 개별 단위로 나눈 뒤, 기억 속 감각과 정서에 따라 새롭게 배열한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관찰한 대상들은 하나의 화면 안에서 만나고, 시점과 비례, 원근은 자유롭게 조정되며 일부 형상은 과장되거나 생략된다. 실제 경험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내면의 심상을 반영하려는 상상력이 교차하면서, 현실의 어느 곳과 닮았으면서도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는 풍경이 완성된다.

진민욱은 세필과 배채, 반복적인 채색을 통해 투명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면을 만들고, 관찰을 통해 얻은 동식물의 형상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동시에 그는 단일한 사각 프레임의 평면 회화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화폭을 이어 붙인 횡형 화면, 변형 캔버스, 병풍 구조를 연상시키는 설치 작업으로 표현 방식을 확장해 왔다. 이러한 구성은 관람객의 이동과 시선이 작품 안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그의 회화에서 도시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은 생명과 사물이 서로의 존재를 드러내고 관계를 형성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개인의 기억과 정서는 풍경 곳곳에 스며들어 동시대의 생활환경과 내면의 감각을 함께 담아내며, 흩어진 시간의 조각들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다. 진민욱에게 회화는 사라져가는 존재와 작은 생명을 기억하기 위한 은신처이자, 삶의 의미를 다시 질문하는 서사적 공간이다. 

개인전 (요약)

진민욱은 갤러리 담(2012)을 시작으로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2018), 한원미술관(2022), 영은미술관(2023), 황창배미술관 오묘서울과 통인화랑(2024)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진민욱은 금일미술관(2008), 성곡미술관(2015), 송좡미술관(2016),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2018, 2024), 성남큐브미술관과 한원미술관(2019),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2021), 서울대학교미술관과 이천시립월전미술관(2022), 한벽원미술관(2024)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진민욱은 2018년 외교부가 주최한 청년작가 한국화 공모전 《한국의 아름다움》에서 외교부장관상을, 2012년 안견회화정신전 청년작가기획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진민욱은 2016년 중국 베이징 비-스페이스, 2017년 가창창작스튜디오, 2022년 영은창작스튜디오 제12기 단기 입주작가로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진민욱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정부미술은행, 이대서울병원, 강동성심병원, 자하미술관 및 개인 소장처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움직이는 시선이 만들어내는 풍경

주제와 개념

진민욱의 작업은 개인이 사회와 타자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초기 ‘Nostomania’와 ‘I Want to Ask You’ 연작, 2011~2012년의 동물 회화에서 고립과 열등감, 자아분열, 관계 설정의 부담은 개와 뱀, 다두견과 다두사 같은 생명체에 투사되었다. 서로 얽힌 몸과 복수의 머리는 단일하게 정리되지 않는 내면과 타자와의 긴장을 드러내며, 현실과 환상, 익숙함과 기이함이 맞닿는 지점에 불안정한 심리 풍경을 형성한다. 

이후 작가의 관심은 사적인 심리에서 일상의 관계망과 사물에 잠재된 가치로 확장된다. 진민욱은 경험과 기억을 자연물에 결합해 현상의 표면 아래 흐르는 모호한 에너지를 포착하고, 사소한 물건이나 우연히 마주친 장면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순간에 주목한다. 이때 풍경은 특정 장소를 충실히 기록한 결과로 머물지 않는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기억과 감정, 감각이 중첩되며, 현실에서 수집한 대상들은 작가의 가치 체계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고유한 세계를 이룬다. 

2017년 ‘관매화산금’ 연작 이후 작업의 중심에는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가 놓인다. 작가는 한 대상의 주위를 걷고 여러 각도와 시간에 걸쳐 관찰하며, 머릿속에 굳어진 자연의 이미지를 흔든다. 산책은 도시의 식물과 새, 곤충, 바위처럼 쉽게 지나치기 쉬운 존재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이자, 몸의 이동과 기억의 작용을 통해 장소를 새롭게 읽는 과정이다. 도심에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존재하면서도 충분히 공생하지 못하는 상황 역시 이러한 시선 안에서 포착된다. 

최근 ‘작은 은거’ 연작에서는 관찰과 산책의 경험이 죽음과 애도, 고독, 유년의 기억으로 깊어진다. 『시경』의 시구와 화조의 상징은 작가가 겪은 사별과 오래된 장소의 기억에 접속하며, 꾀꼬리와 가시나무, 올무 같은 모티프는 보이는 대상인 동시에 기억을 발화하는 주체가 된다. 진민욱에게 회화는 사라진 존재와 작은 생명을 기억하기 위한 은신처이며, 흩어진 시간의 조각을 연결해 삶의 의미를 다시 묻는 서사적 공간으로 자리한다. 

형식과 내용

진민욱은 비단과 장지를 바탕으로 먹과 분채, 석채를 여러 겹 쌓으며 화면을 구축한다. 비단 작업에서는 앞면과 뒷면에 반복해서 색을 올리는 배채를 활용해 안료가 바탕을 통과하며 은은하게 드러나는 효과를 만든다. 세필로 묘사한 동식물의 구체적인 형태와 투명하고 담백한 색조가 결합하면서, 화면에는 정교한 관찰의 흔적과 현실에서 조금 비켜난 듯한 분위기가 함께 남는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단번에 형상을 결정하기보다는 관찰과 기억, 감정이 충분히 스며들 때까지 이미지를 서서히 깊게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 

작품의 이미지는 현장에서 그린 드로잉과 사진, 오랫동안 수집한 사물의 형태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나무, 건물, 동물, 바위 등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를 개별 단위로 나눈 뒤 기억 속 감각과 정서에 따라 다시 배열한다.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 관찰한 대상이 같은 화면에서 만나는 가운데 시점과 비례, 원근은 유동적으로 조정되고 일부 형상은 과장되거나 생략된다. 실제 경험을 세밀하게 기록하려는 태도와 심상을 반영해 장면을 변형하려는 충동이 공존하며, 현실의 어느 곳과 닮았으면서도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없는 풍경이 완성된다. 

평면의 구조 역시 관찰자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관매화산금’과 ‘소소경’ 연작에서는 여러 시점에서 포착한 장면을 수평으로 이어 붙이고, 화권처럼 길게 펼쳐진 화면을 따라 관람객의 시선이 이동하도록 구성했다. 최근에는 정형적인 사각 틀을 벗어난 변형 캔버스와 병풍의 구조를 연상시키는 수직 설치를 활용해 작품과 전시 공간의 관계를 확장한다. 패널 사이의 연결부와 시점의 변화가 완전히 감춰지지 않기 때문에 관람객은 이미지의 연속성뿐 아니라 관찰이 중단되고 다시 시작되는 과정까지 경험하게 된다. 

화면을 채우는 꽃과 새, 곤충, 개, 사슴, 도시 건물은 각각 구체적인 기억과 상징을 품으면서도 단일한 의미로 고정되지 않는다. 초기의 다두견과 뱀이 불안과 분열된 자아를 강하게 드러냈다면, 이후의 자연물은 관찰자와 기억의 매개이자 작은 존재를 애도하고 돌보는 서사의 주체로 확장되었다.

사물 사이에 생략된 인과관계와 비현실적인 배치는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을 겹쳐 읽을 수 있는 여백을 남긴다. 진민욱의 회화는 세밀하게 묘사된 형상과 느슨하게 열린 서사를 결합하며, 조용한 수수께끼처럼 현실과 기억, 관찰과 상상 사이를 오간다. 

지형도와 지속성

진민욱의 작업은 시기마다 관심의 초점과 화면의 분위기가 달라졌지만, 개인이 자신과 타자, 주변 세계의 관계를 감각하는 방식을 꾸준히 탐구해 왔다. 2011~2012년에는 개와 뱀, 다두의 생명체를 통해 고립과 불안, 분열된 자아를 드러냈고, 2014년 무렵에는 경험과 기억의 편린을 일상의 사물과 자연물로 재구성하는 풍경에 집중했다.

2017년 이후에는 관찰자의 몸과 이동, 시간의 흐름이 시각 경험에 개입하는 과정이 부각되었으며, 최근 작업에서는 산책과 관찰이 사별과 애도, 유년의 장소를 되짚는 서사로 깊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앞선 작업을 중단하고 새 주제로 옮겨가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문제의식이 관찰과 기억, 관계와 이야기의 층위를 더하며 확장되는 흐름을 이룬다. 

비단과 먹, 안료를 사용하는 제작 방식도 작업 전반을 잇는 중요한 축이다. 진민욱은 세필과 배채, 반복적인 채색을 통해 투명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면을 만들고, 구체적인 관찰에서 얻은 동식물의 형태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동시에 단일한 사각 화면에 머물지 않고 여러 화폭을 이어 붙인 횡형 화면, 변형 캔버스, 병풍 구조를 연상시키는 설치로 형식을 넓혀왔다. 재료와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숙련은 유지하면서, 화면의 형태와 전시 방식은 관람객의 이동과 시선이 작품 안에 개입하도록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진민욱은 한국화의 재료와 회화적 어법을 동시대 도시의 경험과 연결한다. 작가는 체류하거나 지나온 장소, 생활 반경에서 만난 꽃과 새, 곤충, 나무, 바위, 건물을 기록하고, 그 안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면서도 충분히 관계 맺지 못하는 상황을 발견한다. 도시 풍경은 배경으로만 제시되지 않으며, 작은 생명과 사물이 서로의 존재를 드러내는 관계의 장이 된다.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과 정서는 이 풍경 안에 스며들어 동시대의 생활환경과 내면의 감각을 함께 담아낸다. 

진민욱의 지속성은 특정 소재나 구도를 반복하는 데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작은 존재를 발견하고, 걷고, 관찰하고, 기억하며, 흩어진 대상 사이에 이야기를 만드는 태도가 작업을 관통한다. 최근에는 『시경』의 시구와 화조의 상징을 개인적인 사별과 유년의 기억에 연결하며, 오랫동안 다뤄온 자연의 이미지를 애도와 존재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하고 있다.

Works of Art

움직이는 시선이 만들어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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