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나씨의 활동은 일러스트레이션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개되어 왔다. 초기에는 간결한 흑백 드로잉과 브랜드·출판·음악 분야의 협업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고, 같은 시기부터 전시 공간에서 자아와 타인의 관계를 다루는 독립적인 작업을 꾸준히 발표했다.
이후 한지와 먹을 중심으로 한 회화 작업의 규모와 밀도를 확장하면서, 그래픽 이미지의 명료함과 필묵의 물질성을 함께 지닌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이러한 이력은 일러스트레이션에서 회화로 단선적으로 이동한 과정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유통과 감상 환경을 오가며 자신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검증해온 궤적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을 장기간 관통하는 축은 반복되는 인물과 흑백의 화면, 그리고 자아·타자·경계에 관한 질문이다. 2010년대 중반의 작업에서 이미 수많은 ‘나’와 ‘너’가 반복과 중첩을 통해 관계의 어려움과 내면의 변화를 드러냈으며, 이후에도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파동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같은 형상과 재료를 유지하면서도 고립, 불안, 모호함, 애정, 위로, 균형처럼 관계에서 파생되는 감정의 여러 국면을 차례로 살핀다. 지속성은 특정한 상징을 반복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익숙한 조형 어휘를 통해 변화하는 삶의 조건을 새롭게 묻는 방식에서 형성된다.
작업의 외형은 이러한 지속성 안에서 점차 확장되었다. 초기의 펜, 마커, 잉크 드로잉은 비교적 작은 종이 위에 인물과 관계를 압축했으나, 최근에는 한지 위에 먹과 아크릴릭을 사용한 대형 회화로 이어지고 있다. 인물의 수와 공간적 깊이가 늘어나고, 검은 배경은 호수·동굴·돌·눈과 같은 자연적 풍경으로 확장되면서 내면의 감정을 둘러싼 환경까지 화면에 포함한다. 작품의 크기와 전시 형식이 달라져도 절제된 색채, 반복되는 선, 모호한 인물의 몸짓은 유지되어 초기 드로잉과 최근 회화 사이에 분명한 연속성을 만든다.
최근 작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관계를 바라보는 정서적 방향에 있다. 이전에는 자신과 타인 사이의 선을 지키며 고독 속 자유를 탐색했다면, 현재는 경계가 흐려질 때 생기는 두려움과 해방감, 타인에게 기대고 서로를 돌보는 가능성으로 관심이 이동했다. 이는 과거의 질문을 폐기한 변화가 아니라,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오랫동안 탐구한 결과로 나타난 심화에 가깝다.
무나씨의 작업은 확립된 시각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경험과 관계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를 갱신하며, 반복과 변주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작업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