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감각 - K-ARTIST

지금의 감각

2021
종이에 먹, 아크릴릭
40.9 x 53 cm

About The Work

무나씨의 작업은 ‘나’라는 존재를 붙잡고자 하는 욕망과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 사이에서 출발한다. 불교의 ‘무아’와 타인을 부르는 호칭인 ‘씨’를 결합한 작가명은 스스로를 타자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그러나 작가는 자아를 완전히 지운 이야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관계 맺는 세계가 확장될 때 개인으로서의 ‘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구한다.

그의 작업에서 자아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흔들리는 존재이다. 또한 타자는 자아와 대립하는 독립적 존재가 아니라, 나를 비추고 변화시키는 거울이자 영향력으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관계를 소유나 합일이 아닌, 차이를 유지한 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불안정한 접촉의 장으로 바라본다.

무나씨는 한지와 먹을 중심으로 아크릴 물감과 잉크를 사용해 흑백 화면의 밀도와 질감을 구축한다. 선명한 검은 면과 번지고 스며드는 먹의 흔적은 명확한 경계와 모호한 감정 상태를 동시에 드러낸다. 제한된 재료와 색채는 오히려 먹의 농담과 중첩, 번짐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표현 가능성을 강조하며 내면의 움직임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감정을 해결하거나 규정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 안에 머물며 변화의 흐름을 관찰하는 태도에 주목한다. 불안과 위로, 애정과 두려움은 서로 얽힌 채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지속되고, 이러한 감정의 흐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확장된다. 화면을 마주한 관객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며, 개인의 내면은 서로 연결되는 공동의 정서적 공간으로 이어진다.

개인전 (요약)

무나씨는 2010년 브레인 팩토리 갤러리를 시작으로 2015년 대림미술관 디 프로젝트 스페이스, 2017년 싱가포르 케이플러스 아트 스페이스, 2018년 홍콩 아트 프로젝트 갤러리, 2020년 부산현대미술센터, 2021년과 2022년 에브리데이몬데이, 2022년 홍콩 갤러리 어센드, 2024년 파리 갤러리 바지외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무나씨는 2009년 갤러리 정미소를 시작으로 2014년 뉴욕 미국 일러스트레이션 미술관, 2015년 파리 24비 갤러리, 2017년 루마니아 라테랄 아트스페이스와 뉴욕 스포크 아트, 2018년 파리 에스파스 코민과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 2019년 디뮤지엄, 2022년 서울미술관과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무나씨는 2013년과 2014년 YCN 프로페셔널 어워드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무나씨는 2017년 노르웨이 쿤스트나르후셋 메센, 태국 컴펑, 미국 아츠 레터스 앤 넘버스, 프랑스 카막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여정으로서의 회화

주제와 개념

무나씨의 작업은 ‘나’라는 존재를 붙잡으려는 시도와 그 존재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출발한다. 작가명은 불교의 ‘무아’와 타인을 부르는 호칭인 ‘씨’를 결합해 스스로를 타자화하려는 의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는 작업을 거듭할수록 자아를 완전히 지운 이야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했고, 자신이 관계 맺는 세계가 넓어질 때 개인으로서의 ‘나’가 조금씩 옅어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 무나씨의 자아 탐구는 고정된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벗어나, 여러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생겨나고 흔들리는 복수의 자아를 관찰하는 일로 이어진다. 

무나씨의 화면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두 명 이상의 인물은 나와 타자, 또는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여러 자아를 동시에 가리킨다. 그는 초기부터 안과 밖, 나와 너, 주체와 객체를 가르는 경계에 관심을 두었으며,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 형성된 자아가 관계가 끝난 뒤에도 ‘또 다른 나’로 남는다고 보았다.

타자는 자아의 반대편에 선 독립된 존재에 머물지 않고, 내가 나를 인식하도록 되비추는 거울이자 내면을 변형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관점은 관계를 합일이나 소유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서로의 차이를 견디면서 영향을 주고받는 불안정한 접촉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의 작업에서 경계가 지니는 의미는 시간에 따라 변화해왔다. 이전의 그림에서는 타인과 자신 사이에 선을 긋고 고독 속에서 자유를 지키려는 태도가 두드러졌다면, 최근에는 그 선이 흐려지거나 사라질 때 발생하는 두려움과 해방감을 함께 다룬다. 결혼 이후 두 인물이 서로 기대고 감싸며 균형을 이루는 장면이 늘어난 것도 이러한 변화와 연결된다. 관계는 개인을 침범할 수 있는 위험인 동시에 고립된 마음을 다시 흐르게 하는 계기가 되며, 자유는 혼자 남는 상태뿐 아니라 타자와의 경계가 느슨해진 자리에서도 발견된다. 

최근 무나씨는 감정을 해결하거나 명확히 규정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물며 움직임을 관찰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마음은 물결처럼 타인에게 스며들고 되돌아오며, 불안과 위로, 애정과 두려움은 서로 분리되지 않은 채 형태를 바꾸어 지속된다. 작가가 그림을 통해 기대하는 공감 역시 특정한 해석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관객이 화면 속 인물과 관계를 바라보며 자신도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음을 감각하는 순간, 지극히 사적인 내면은 다른 삶과 연결되는 공동의 정서적 장으로 확장된다. 

형식과 내용

무나씨는 한지와 먹을 중심으로 아크릴 물감과 잉크를 더해 흑백 화면의 농도와 질감을 조율한다. 짙고 균일한 검은 면은 형상을 선명하게 분리하며 시각적 긴장을 만들고, 물에 희석된 먹은 종이 위에서 번지고 스며들며 예측하기 어려운 흔적을 남긴다. 명확한 경계와 모호한 확산이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하면서, 감정이 또렷하게 감지되는 순간과 말로 규정되지 않은 상태를 함께 드러낸다. 제한된 재료와 색채는 화면을 단순화하는 동시에 먹의 농담, 번짐, 중첩이 만들어내는 넓은 표현의 폭을 강조한다. 

작품에 반복되는 인물은 단순한 윤곽,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 크고 길게 늘어진 귀를 지닌다. 이들의 시선은 관람객을 직접 향하기보다 화면 밖이나 아래쪽 깊은 곳을 향하며, 표정을 읽으려는 시도를 미묘하게 비껴간다. 비워진 얼굴과 절제된 몸짓은 특정 인물의 서사를 약화하고 관람객이 자신의 감정과 관계를 투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검은 호수, 깊은 어둠, 비현실적인 공간 속에서 인물들은 서로 마주하거나 외면하고, 기대거나 감싸며, 반복과 중첩을 통해 개인의 몸을 관계의 구조로 확장한다. 

그의 화면은 경험을 직접 재현하기보다는 감정의 성질을 몸의 동작과 공간적 관계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형성된다. 작가는 낯선 경험을 대화와 글쓰기를 통해 정리한 뒤, 그 감정에 어울리는 움직임과 질감, 무게와 방향을 상상한다. 여기서 떠오른 이미지는 현실적인 사건의 설명을 벗어나 인물들의 거리, 자세, 접촉과 시선으로 압축된다. 구체적인 서술을 생략한 장면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으며, 관람객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를 구성하도록 이끈다. 

화면을 이루는 섬세한 선들은 오랜 시간 반복해서 긋는 노동을 통해 축적된다. 작가는 붓질에 제작의 시간을 담고자 한 획씩 선을 쌓으며, 이 반복을 명상과 수련, 마음을 가라앉히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멀리서는 고요하고 정제된 검은 형상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백, 수천 개의 선이 표면의 밀도와 결을 형성한다. 내면의 혼란을 견디며 지속한 붓질은 감정의 떨림이 점차 파문과 형상으로 번지는 과정을 물질적으로 보여주고, 제작 행위 자체를 작품의 내용으로 끌어들인다. 

지형도와 지속성

무나씨의 활동은 일러스트레이션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개되어 왔다. 초기에는 간결한 흑백 드로잉과 브랜드·출판·음악 분야의 협업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고, 같은 시기부터 전시 공간에서 자아와 타인의 관계를 다루는 독립적인 작업을 꾸준히 발표했다.

이후 한지와 먹을 중심으로 한 회화 작업의 규모와 밀도를 확장하면서, 그래픽 이미지의 명료함과 필묵의 물질성을 함께 지닌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이러한 이력은 일러스트레이션에서 회화로 단선적으로 이동한 과정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유통과 감상 환경을 오가며 자신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검증해온 궤적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을 장기간 관통하는 축은 반복되는 인물과 흑백의 화면, 그리고 자아·타자·경계에 관한 질문이다. 2010년대 중반의 작업에서 이미 수많은 ‘나’와 ‘너’가 반복과 중첩을 통해 관계의 어려움과 내면의 변화를 드러냈으며, 이후에도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파동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같은 형상과 재료를 유지하면서도 고립, 불안, 모호함, 애정, 위로, 균형처럼 관계에서 파생되는 감정의 여러 국면을 차례로 살핀다. 지속성은 특정한 상징을 반복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익숙한 조형 어휘를 통해 변화하는 삶의 조건을 새롭게 묻는 방식에서 형성된다. 

작업의 외형은 이러한 지속성 안에서 점차 확장되었다. 초기의 펜, 마커, 잉크 드로잉은 비교적 작은 종이 위에 인물과 관계를 압축했으나, 최근에는 한지 위에 먹과 아크릴릭을 사용한 대형 회화로 이어지고 있다. 인물의 수와 공간적 깊이가 늘어나고, 검은 배경은 호수·동굴·돌·눈과 같은 자연적 풍경으로 확장되면서 내면의 감정을 둘러싼 환경까지 화면에 포함한다. 작품의 크기와 전시 형식이 달라져도 절제된 색채, 반복되는 선, 모호한 인물의 몸짓은 유지되어 초기 드로잉과 최근 회화 사이에 분명한 연속성을 만든다. 

최근 작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관계를 바라보는 정서적 방향에 있다. 이전에는 자신과 타인 사이의 선을 지키며 고독 속 자유를 탐색했다면, 현재는 경계가 흐려질 때 생기는 두려움과 해방감, 타인에게 기대고 서로를 돌보는 가능성으로 관심이 이동했다. 이는 과거의 질문을 폐기한 변화가 아니라,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오랫동안 탐구한 결과로 나타난 심화에 가깝다.

무나씨의 작업은 확립된 시각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경험과 관계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를 갱신하며, 반복과 변주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작업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Works of Art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여정으로서의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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