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탑 - K-ARTIST

이미지의 탑

2026
리넨에 아크릴릭
90.9 × 60.5 cm

About The Work

이세준은 강렬하고 대담한 색채를 바탕으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형상들을 한 화면 안에 공존시키며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비일상적인 이미지와 물질적 요소들의 병치, 그리고 서로 다른 시각 언어의 충돌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사물과 풍경, 형상들로 가득한 그의 화면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탐구하려는 관심에서 출발한다. 작가에게 세계란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끊임없이 만나고 충돌하며 변화하는 유동적인 관계망이다. 이러한 인식은 여러 주제와 소재를 구상과 비구상의 형식으로 중첩된 화면으로 나타나며, 관람자로 하여금 하나의 장면을 단일한 시선으로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이세준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회화의 형식과 세계의 구조를 연결해 왔다. 그는 세계를 다양한 존재와 사건, 감각이 상호작용하며 변화하는 거대한 유기체로 바라보며, 회화 역시 그러한 관계와 움직임을 담아낼 수 있는 열린 장으로 이해한다. 이에 따라 그의 작업은 화면 안에 여러 층위의 이야기와 이미지가 공존하도록 하며, 회화가 지닌 형식적·개념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간다.

이처럼 이세준은 회화를 고정된 결과물이 아닌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유기적 존재로 바라본다. 그의 작업은 재현의 차원을 넘어 회화가 무엇을 담아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세계를 사유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나아가 작품은 관람자의 경험과 해석이 개입하는 순간마다 새로운 의미와 관계를 생성하며, 저마다의 서사와 세계를 펼쳐 보이는 열린 장으로 기능한다.

개인전 (요약)

이세준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Picturescape》(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25), 《가능세계의 그림들》(평택 북부문화예술회관, 평택, 2024), 《마침내 너와 내가 만나면》(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23), 《메타픽션》(공간 황금향, 서울, 2023)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이세준은 《풍경을 이루는 순간들》(OCI미술관, 서울, 2026), 《그날의 이야기》(벗이미술관, 용인, 2025), 《Euphoria》(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파주, 2025), 《궤적을 연결하는 점들》(고양시립 아람미술관, 고양, 2024), 《제23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3), 《이것은 나(너)의 그림이(아니)다》(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22) 등의 단체천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세준은 제1회 KSD미술상 대상(2019) 등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이세준은 금천예술공장(2025),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2022-2024),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0) 등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이세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평택시문화재단, 오산시립미술관, 양주시청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세계로서의 회화

주제와 개념

이세준의 작업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질문은 그리기라는 행위 자체를 세계의 구조에 대입해보려는 구체적인 시도로 이어진다.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는 완결된 하나의 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물과 이미지, 기억과 관념, 감각과 서사가 충돌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적 구조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하나의 장면을 명확하게 재현하기보다, 여러 이야기가 동시에 발생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태를 화면 위에 구축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떠내려오는 것들〉(2015)과 〈우리는 무엇을 불태웠는가〉(2015)처럼 여러 캔버스를 연결하거나 확장한 초기 작업에서부터, 작가는 세계를 전체로 붙잡고자 하는 욕망과 그 욕망이 필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함께 드러내왔다.
 
2014년 무렵부터 이세준은 관객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각자의 세계관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자료 수집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 안에서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구성한다는 사실을 회화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세계관》(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9)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전시다.

종교와 신화, 장르 소설, 영화, 개인이 만든 설정 등 서로 다른 우주관과 세계관은 작가의 화면 안에서 충돌하고 병치되며, 124개의 그림으로 구성된 〈77억 가지 신의 이름〉(2019)은 각자의 믿음과 상상이 어떻게 하나의 회화적 설치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구상적 장면과 추상적 붓자국, 그려진 스티커와 실제 스티커가 뒤섞인 화면들은 우리가 동일한 세계에 살고 있어도 저마다 다른 세계를 보고, 다른 기준으로 그것을 믿거나 우스워한다는 사실을 시각화한다.
 
이세준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세계 전체를 담으려는 열망을 품으면서도, 동시에 그 열망의 불가능성을 작업의 구조 안에서 스스로 증명해간다는 데 있다. 개인전 《마침내 너와 내가 만나면》(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3)에서 선보인 〈안티 플롯_스페이스 아케이드〉(2019-2023)는 13점의 회화가 하나의 거대한 장면처럼 연결되지만, 그 전체를 한 번에 인식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관람자는 작품 앞을 이동하며 부분과 부분을 차례로 만나고, 그 사이에서 스스로 연결을 상상한다. 이 구조는 작가가 세상의 모든 것으로 존재할 수 없고, 타인의 경험을 온전히 감각할 수도 없으며, 따라서 ‘세상의 모든 것을 그리기’라는 기획은 언제나 미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미완성은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그의 회화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최근의 작업에서 이러한 사유는 ‘가능세계’와 ‘이미지의 전환’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가능세계의 그림들》(평택 북부문화예술회관, 2024)은 현실과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하는 철학적 개념을 회화의 구조로 가져온 전시다. 〈가능세계의 그림_랍스터 편지〉(2024), 〈가능세계의 그림들〉(2024), 〈너를 떠올린 모든 순간들〉(2024) 등에서 작가는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 실제 경험한 것과 이미지로 전달받은 것, 개인적 감정과 거대한 서사를 한 화면 안에 함께 놓는다.

〈너를 떠올린 모든 순간들〉은 친구와 연인, 가족과 주고받은 사진들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누군가에게 풍경을 찍어 보낸다는 행위가 이미 그 사람의 부재를 전제한다는 감정을 담고 있다. 작가에게 이러한 소재들은 때로 회화에 관한 더 큰 이야기를 끌어내는 맥거핀처럼 작동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사소한 사진과 메시지, 눈사람처럼 귀엽지만 소멸을 예정한 이미지, 우주의 탄생과 죽음 같은 거대한 시간은 그의 화면 안에서 같은 무게로 놓이며, 세계가 거대한 서사와 개인적인 감정의 동시적 충돌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형식과 내용

이세준의 회화는 강렬하고 대담한 색채, 특히 형광안료와 원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색면, 구상과 비구상이 한 화면 안에 뒤섞이는 구조로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의 화면은 단순히 화려하거나 복잡한 이미지의 집합이 아니다. 작가는 큰 붓질과 작은 세필 묘사, 우연히 만들어진 물감의 흔적과 의도적으로 그려 넣은 구체적 이미지를 한 화면에 함께 배치한다.

물감을 짜서 밀어낸 거친 터치와 가까이 붙어 하나하나 따낸 섬세한 묘사가 나란히 놓일 때, 화면에는 서로 다른 신체 감각의 전환이 발생한다. 멀리서 전체 형태를 잡는 감각과 가까이에서 디테일을 완성하는 감각, 즉 회화를 배우고 그리는 과정에서 반복되는 두 시선의 차이가 그의 화면 안에서 극대화된다. 이 충돌은 장식적 과잉이 아니라, 회화의 신체성, 물질성, 환영성, 서사성, 장식성을 동시에 작동시키려는 방법이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여러 점의 캔버스를 이어 붙이며 회화의 물리적 규모와 서사적 범위를 확장했다. 2012년 서울시립미술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인 첫 개인전에서부터 그는 캔버스를 계속 이어 붙여 대형 회화를 구성했고, 이러한 방식은 이후 다중 캔버스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무엇을 불태울 것인가》(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5)의 〈우리는 무엇을 불태웠는가〉처럼 여러 패널로 구성된 작업은 한 화면 안에 세계의 복수성을 담으려는 시도였다.

이후 《세계관》에서는 실재 스티커와 그려진 스티커, 구상적 풍경과 추상적 붓질, 종교·신화·대중문화적 이미지가 함께 작동한다. 〈악어와 함께〉(2019)처럼 캔버스에 그린 뒤 자르고 겹겹이 붙이는 방식은 이미지와 레이어가 서로 가리고 드러나는 실제 두께를 만들며, 평면이라는 회화의 조건을 물리적으로 확장한다.
 
2020년경부터 본격화된 ‘브릿지’ 작업은 이러한 조형 언어를 시간성의 문제로 확장한다. 작가는 과거에 그린 두 점의 그림 사이에 새로운 캔버스를 두고, 양쪽에서 오는 이미지가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그린다. 이후 그 결과물에서 다시 한 점을 빼고 새로운 캔버스를 끼워 넣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최초의 이미지는 점차 사라지고 이미지의 흔적만 남는다. 작가는 이 상태를 “이미지의 유전자”처럼 설명한다.

〈계절의 사이에서〉(2024)는 기존 이미지들이 여러 차례 변형되고 교체되면서 원본이 사라지고, 파편적 이미지의 계보만 남는 구조를 보여준다. 〈서클1-1〉(2020-2024) 역시 브릿지에서 파생된 이미지와 새로운 캔버스들이 원형으로 배열되며, 보이지 않는 시간의 축적을 물리적 형태로 드러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렸는가보다, 이미지가 어떻게 이동하고 파생되며 다른 이미지와 관계를 맺는가이다.
 
단체전 《제23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2023)에서 선보인 〈Beyondscape〉(2022-2023)와 〈Painted Painting〉(2023)은 이러한 실험을 한 단계 더 밀고 나간다. 두 작품은 각각 네 점의 캔버스로 구성되어 전시 기간 중 위아래, 좌우의 위치가 바뀌며 설치되었다. 관람 시점에 따라 같은 작품이 다른 구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Beyondscape〉가 풍경화라는 장르의 소재, 구도, 붓질, 픽처레스크한 요소를 분해하고 재조합하며 ‘풍경화’라는 개념 자체를 그림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Painted Painting〉은 회화라는 매체 자체를 소재로 삼는다. 이 작업은 사계절의 형식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면서도, 회화가 가진 재현성, 신체성, 장식성, 상징성, 서사성, 물질성을 한 화면 안에 끌어들인다.
 
이후 《Picturescape》(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5)에서 작가는 한 그림에서 다음 그림으로 넘어가는 순간의 잔상과 리듬에 주목한다. 관람자가 앞서 본 풍경을 완전히 잊지 못한 채 다음 장면을 받아들이는 그 미세한 지체가, 그의 회화에서는 이미지 간의 공명으로 나타난다. 전시장에 놓인 각 캔버스는 고정된 하나의 그림이라기보다 자율적으로 증식하고 서로 반응하는 개체로 기능하며, 회화가 평면이라는 물리적 조건 안에서도 얼마나 넓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세준의 작업은 회화가 여전히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집요하게 이어간다. 사진과 디지털 이미지가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시대에, 회화는 오히려 오래 머물고 반복해서 다시 볼 수 있는 매체가 될 수 있다. 작가의 화면은 한눈에 다 읽히지 않고, 부분과 전체가 서로 다른 속도로 작동한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추상적 풍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작은 사물, 기억의 조각, 낯선 색면, 구체적인 이미지, 다른 작품에서 흘러온 흔적들이 차례로 발견된다. 이 점에서 그의 회화는 빠른 이미지 소비에 맞서는 느린 이미지의 구조를 가진다.
 
동시대의 많은 회화가 이미지의 파편성이나 디지털 환경의 시각성을 다루지만, 이세준의 독특함은 그것을 표면적인 스타일로 소비하지 않고 회화의 구조 자체로 만든다는 데 있다. 그는 온라인에서 수집한 이미지, 친구가 보내온 사진, 여행의 장면, 일상의 메시지, SF적 상상력, 종교와 신화, 미술사의 형식까지 모두 회화 안으로 끌어들이지만, 그것들을 하나의 명확한 서사로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결론이 언제 날지 알 수 없는 귀납의 과정을 견고하게 구조화한다.

브릿지 작업에서 원본 이미지가 사라지고 흔적만 남는 일, 위치 변경 실험에서 하나의 작품이 관람 시점마다 다른 얼굴을 갖는 일, 〈안티 플롯_스페이스 아케이드〉가 하나의 작업이면서 동시에 전체를 한 번에 보여주지 않는 일은 모두 이러한 태도의 구체적 실현이다. 작가는 세계를 다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불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리는 쪽을 택한다.
 
그의 작업은 2010년대의 확장형 다중 캔버스에서 2019년의 세계관 수집, 2020년 이후의 브릿지와 이동 가능한 회화, 2024년의 가능세계, 2025년의 이미지 간 공명과 풍경 개념으로 이어지며 꾸준히 변화해왔다. 그러나 이 변화는 매번 새로운 주제를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회화가 세계를 어떻게 담고, 연결하고, 다시 다르게 보이게 할 수 있는지를 반복해서 갱신하는 과정에 가깝다.
 
최근에 참여한 단체전들을 살펴보면, 《그날의 이야기》(벗이미술관, 2025)에서 그의 작업은 파편화된 기억과 비선형적 서사를 다루는 회화로 읽혔고, 《Euphoria》(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2025)에서는 일상과 비일상, 중요하거나 의미 없는 이미지가 뒤섞인 캔버스의 퍼즐로 소개되었다.

《해변의 아인슈타인》(갤러리로윤, 2026)에서는 서로 다른 질서와 감각이 교차하는 경계의 순간과 연결되고, 《불의 씨앗》(시안미술관, 2026)에서는 재난 이후의 기억과 회복의 문제를 다루는 전시 맥락 안에 놓인다. 이처럼 그의 회화는 개인적 이미지의 축적에서 출발하지만, 전시의 맥락에 따라 기억, 경계, 재난, 공동체, 가능세계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세준은 특정한 형식에 고정되기보다, 이미지가 어떻게 연결되고 이동하며 다시 세계를 구성하는가를 더 넓은 전시 구조 안에서 실험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회화라는 오래된 매체가 아직 유효한지 묻는 작가에게, 그 답은 완결된 명제가 아니라 계속 갱신되는 화면과 전시의 구조 속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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