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익은 사실적인 묘사를 바탕으로 현실과 상상이 중첩되는 회화적 공간을 구축한다. 실제 도시 풍경과 실내 공간, 광고판, 미술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교차하며 익숙한 풍경을 낯선 장면으로 전환한다. 화면 속 각각의 요소는 독립된 의미를 갖기보다 서로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고, 관람자는 그 관계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구성하게 된다.
작가는 사진이 가진 객관성과 회화가 가진 상상력을 함께 활용한다. 실제 장소를 연상시키는 구체적인 공간과 인물들은 높은 재현성을 유지하지만,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 상징적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면서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장면이 형성된다. 이러한 구성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심리적 감각과 기억의 중첩을 시각화하는 방식에 가깝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광고판과 미술관, 전시장, 회화 속 회화 등 이미지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구조 자체를 화면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빌보드와 액자, 전시 공간은 또 다른 프레임으로 작동하며 회화의 평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서로 다른 이미지 층위를 연결하는 장치가 된다. 이를 통해 하나의 화면 안에는 현실 공간과 이미지 공간, 물질성과 환영이 동시에 공존하게 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포토리얼리즘 특유의 매끈한 표면을 넘어 회화적 물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마른 붓과 유분을 줄인 물감을 사용하여 화면의 질감을 강조하고, 가까이에서는 붓질의 밀도와 물질성이, 멀리에서는 장면의 공간감과 서사가 읽히도록 구성한다. 이처럼 서상익은 재현과 회화성, 이야기와 물질성이 균형을 이루는 화면을 통해 동시대 구상회화의 표현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