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dish Red - K-ARTIST

Reddish Red

2025
비단에 채색
165 x 215 cm

About The Work

김훈규는 고려불화와 비단 채색 기법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의 욕망과 모순을 동물의 형상에 투영해 회화적 우화로 구축해 왔다. 또 작가는 ‘시점’을 화두로 삼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를 한 화면 안에 그려냄으로써, 이야기가 소멸하는 현대사회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변주해 나간다.

김훈규는 어린 시절 본 일본 애니메이션과 같은 이미지를 비단에 채색하여 동서양, 과거와 현재, 현실과 판타지가 한데 뒤섞인 독보적인 화면을 구사해 왔다. 작가는 신화나 전설, 민담에 자주 등장하는 의인화된 동물을 귀여운 캐릭터로 표현하여 계층 구조의 심화, 역사와 이데올로기처럼 우리 사회에서 어려워하고 터부시하는 주제를 다뤄 왔다.

이처럼 섬세하면서도 복잡한 화면을 통해 작가는 “결국은 이게 다 우리의 삶이다, 내가 살고 있는 실제 세계다”라는 것을 담고자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그림은 개인이 서로 부딪히는 현실 속에서 운명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혼란과 공포, 에너지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국에서 영국으로 이주하며 작가는 여러 ‘관점’ 사이의 차이를 느끼게 된 것을 계기로, 세계 곳곳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여러. 분야에 걸쳐 일어나는 ‘갈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국가, 시대, 각자가 처한 위치에 따라 같은 사건이나 상황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보며, 다양한 관점 및 해석의 동시성을 작품의 중심으로 삼았다.

혼돈과 질서, 안과 밖, 하나의 신념과 다른 신념이 끊임없이 부딪히는 김훈규의 회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무엇이 옳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한다. 즉, 작가는 작품을 통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안에 내재한 구조와 모순을 관객 스스로 다층적으로 읽고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개인전 (요약)

김훈규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The Prayers》(페로탕 서울, 서울, 2025), 《Enemy of My Enemy Is My Enemy》(High Art, 파리, 2023), 《Big Picture: Another Universe from the Past》(E-Werk, 프라이베르크, 독일,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작가는 《쉿!》(북서울미술관, 서울, 2023), 《Egress (with Sharif Farrag)》(High Art, 아를, 프랑스, 2021), 《환상속의 그대》(Various Small Fires, 서울, 2021), 《Korean Eye》(Saatchi Gallery, 런던, 2020), 《Invitation to the Rave》(Nunnery Gallery, 런던, 2018), 《Painting Now》(HIX Art, 런던, 2018)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Works of Art

인간 사회의 욕망과 모순을 드러내는 알레고리 회화

주제와 개념

김훈규의 회화는 정치적 알레고리에서 출발한다. 2018년 런던 The Approach에서 열린 첫 개인전 《Eight Universes and The Machine》(The Approach, 런던, 2018)에서 그는 여덟 개의 평행 우주를 여덟 점의 회화에 걸쳐 창조하며, 그 세계들을 하나의 거대한 기계 —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 가 통제하는 구조로 상상했다.

이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더 빅 픽처'(2018- ) 프로젝트는 한국의 설화와 정치사, 민속을 SF 서사와 결합해 하나의 거대한 유니버스를 구축해 나가는 장기적 작업으로, 작가가 겪은 2016~17년 촛불혁명의 경험과 그 이후 한국 사회가 마주한 변화에 대한 성찰이 짙게 배어 있다.
 
이듬해 파리 High Art에서 연 개인전 《Pure War》(High Art, 파리, 2019)는 폴 비릴리오의 저서 『Pure War』에서 제목을 가져와, 전쟁을 인류사의 지속적인 주인공으로 다룬다. 석기부터 생화학, 핵무기, 유전자에 이르는 무기의 진화 과정을 십이지의 열두 동물에 대입한 이 연작은, 갈등의 영속성에 기댄 세계 경제와 기술관료적 정치 체제라는 문제의식을 화면 안에 압축했다. 김훈규의 작업이 초기부터 순진해 보이는 귀여움과 날카로운 진단 사이를 오간다는 평가는 여기서부터 이미 뚜렷하다.
 
런던으로 이주하며 작가는 같은 사건이나 상황이 국가와 시대, 개인이 처한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고, 이는 '관점'이라는 화두로 이어졌다. 《Enemy of My Enemy Is My Enemy》(High Art, 파리, 2023)는 역사를 하나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수많은 관점이 짜낸 태피스트리로 규정하며, 누가 서사의 저자가 되어왔는가라는 질문과 끝없는 전쟁이라는 개념을 나란히 다룬다.

같은 해 한국에서 참여한 단체전 《쉿!》(북서울미술관, 2023)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홍콩의 정치 상황, 팬데믹과 미디어, 감시체제 등 훨씬 더 동시대적이고 전지구적인 갈등으로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
 
2025년 페로탕 서울에서 열린 국내 첫 개인전 《The Prayers》(페로탕 서울, 2025)에 이르러 작가의 관심은 정치와 역사를 넘어 종교와 신념이라는 영역으로 확장된다. 그는 종교를 이성 바깥에서 인간의 약점과 욕망을 정당화해온 힘으로 바라보며, 기독교와 불교, 천주교, 이슬람교는 물론 러버덕에게 제사를 지내는 가상의 러버덕교까지 나란히 등장시킨다. 정치적 신념이 종교와 다를 바 없이 작동하는 방식을 탐구해온 그의 시선은, 결국 사회 구조에서 출발해 인간 내면의 믿음과 욕망을 들여다보는 데까지 다다른 것이다.

형식과 내용

김훈규 작업의 매체적 기반은 고려불화의 전통 기법이다. 비단을 석채(石彩)로 물들이고, 그 위에 식물성 안료를 겹겹이 올려 완성하는 방식은 원단 자체를 염색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도 되돌릴 수 없다. 《Eight Universes and The Machine》에서부터 이어져 온 이 기법은 이후에도 변함없이 그의 작업 전체를 지탱하는 뼈대가 되어 왔다.
 
화면 속 등장인물은 늘 인간이 아니라 학자, 예술가, 노동자 등 사회적 위치를 상징하는 혼종 동물들이다. 초기 작업에서는 창이나 유리 패널의 형태로 화면 일부에 등장하던 다른 세계로의 창이, 2021년 이후로는 여러 시공간이 한 화면 안에 겹쳐지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옥상 위의 점심 식사〉(2022), 〈다소 불안한 요가 동호회〉(2023) 같은 작품에서 위, 아래, 정면의 시점이 동시에 중첩되면서 화면은 거의 추상화에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2023년을 전후해서는 재료 또한 확장된다. 〈House for Rent〉(2023), 〈Whitenoise Leading the Birds〉(2023), 〈Right People Right Place Right Time〉(2023) 등에서 합성 보석이 비단과 안료 사이에 새롭게 자리를 잡았고, 화면은 고려불화와 지브리 애니메이션, 히에로니무스 보스와 피터르 브뤼헐의 세계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밀도로 채워졌다.
 
2024년부터는 '컬러 페인팅'(2024- ) 연작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서울을 담은 〈Into the Red〉(2024), 런던을 담은 〈Into the Purple〉(2024), 파리를 담은 〈Into the Blue〉(2024)는 작가 스스로 일종의 단색화 연작이라 부르지만, 하나의 색을 오래 쌓아 올려 수행성을 드러내는 기존 단색화의 문법과는 반대로, 여러 색이 부딪히고 섞이며 하나의 거대한 색으로 응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색채 실험은 이듬해 《The Prayers》의 'The Prayers'(2025) 연작으로 이어져, 붉은색과 파란색이 기독교와 천주교를, 초록색이 이슬람교를, 노란색이 러버덕교를 가리키는 방식으로 색 자체가 종교적 도상이 되었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훈규는 색과 색의 충돌 자체를 화면의 동력으로 삼는다. 여기에 고려불화의 정교한 채색 기법과 일본 애니메이션, SF적 세계관이 뒤섞이면서,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그림을 귀여우면서도 비판적이고, 삽화적이면서도 진단적인 예외적 존재로 규정한다.
 
2021년 로스앤젤레스 Various Small Fires에서 열린 단체전 《환상속의 그대》(Various Small Fires, 2021)에서 그는 마르셀 뒤샹상 후보에 오른 줄리엔 크루제, 아론 가버-마이코브스카 등과 나란히 소개되며 국제적인 동시대 미술 담론 안에 자리를 잡았다. 2023년 북서울미술관의 《쉿!》에서는 웡핑, 탈라 마다니와 함께 귀여움을 통해 날카로운 사회 비판을 전하는 작가로 묶였는데, 이는 김훈규가 한국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국경을 넘어 통용되는 시각 언어를 구사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런던 The Approach에서의 첫 개인전부터 파리 High Art에서의 두 차례 개인전(《Pure War》, 《Enemy of My Enemy Is My Enemy》), 독일 프라이베르크 E-Werk에서 열린 《Big Picture: Another Universe from the Past》(E-Werk, 프라이베르크, 2019), 그리고 서울 페로탕에서의 국내 첫 개인전까지, 그의 행보는 국제적으로 계속 확장되어 왔다. 2024년에는 프리즈 서울과 프리즈 런던에 연이어 참여해 출품작이 모두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Works of Art

인간 사회의 욕망과 모순을 드러내는 알레고리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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