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월일가 - K-ARTIST

호월일가

2017
캔버스에 아크릴
270 x 500 cm

About The Work

나오미는 특정 장소의 역사적 사건과 현재의 풍경을 교차시키며, 이를 둘러싼 개인의 구술 기록, 문헌, 설화 사이에서 장소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비교 연구한다. 이때 수집한 이미지가 장소, 이데올로기, 시대에 따라 어떻게 번안되고 사라지는지 발견하고 추적하며, 그 과정에서 수집한 기록과 기억의 파편들을 디오라마 형식의 회화적 장면으로 시각화한다.

나오미는 현장 리서치와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고 재배치한 다음, 전통 회화 기법으로 거대한 화면을 완성시킨다. 순지, 삼베, 분채 같은 전통 회화 재료로 제작되는 나오미의 회화는 전통 동양화의 답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가주의, 소수민족의 문화적 소거, 여성의 서사처럼 지금의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또한 병풍의 물리적 구조를 차용하는 것에서 시작해 여러 폭의 캔버스를 이어붙인 대형 디오라마 형식을 취함으로써 공간적 연출 효과를 내어 관객이 발 딛고 있는 현실을 다른 장소가 되도록 한다. 

사료를 토대로 하는 역사적 사실 또는 추측,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에 작가의 환상을 더한 상상의 정원에서 관객은, 작가가 펼쳐낸 내러티브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각자만의 상상을 더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중첩된 그의 회화는 단순한 풍경화를 넘어 거대한 서사적 무대로서 제시된다. 이를 통해 나오미는 특정한 역사적 맥락을 지닌 장소와 그 곳의 사람들이 공유했던 정서를 현대의 시점으로 소환해 재해석함으로써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낸다.

개인전 (요약)

나오미가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바다의 가장자리로부터》(인천아트플랫폼/부연, 인천, 2025), 《바다의 가장자리로부터》(스페이스 빔, 인천, 2024),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TINC, 서울, 2023)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나오미는 《북아현동의 기호들 2026》(누크갤러리, 서울, 2026), 《As She Descends》(아란야아트센터, 칭황다오, 중국, 2025), 《DMZ OPEN 전시: 통로》(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파주, 2024), 《소원을 말해봐》(북서울미술관, 서울, 2024), 《Korea in Color: A Legacy of Auspicious Images》(샌디에이고 미술관, 캘리포니아, 미국, 2023), 《Summer Love》(송은,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나오미는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레지던시(2026),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2),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2017-2018)의 입주 작가로 활동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나오미의 작품은 Sigg Collection, OCI미술관, 고려대학교 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다층적 서사가 중첩되는 무대로서의 회화

주제와 개념

나오미의 작업은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들을 향한 오래된 관심에서 출발한다. 〈용오름〉(2014)에서부터 작가는 화면 가득 상징과 기호를 채워 넣으며, 세월호 참사처럼 동시대를 관통한 사건의 흔적을 아주 작은 리본 하나로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 시기 작가에게 회화는 크고 작은 사건을 기록하는 매체였고, 특히 인위적으로 멸종된 한반도 호랑이는 〈라이거와 타이곤의 초상〉(2017), 〈정호기征虎記〉(2019) 등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상실된 존재를 향한 작가 자신의 자기 투영으로 자리잡았다.
 
2017년 무렵 시작된 극장 연작은 이러한 관심을 장소성으로 확장시킨 계기였다. 1930년대 무대미술가 원우전의 금강산 스케치에서 출발해, 폐관한 서울 청계천의 바다극장과 인천 미림극장을 무대 삼은 《동시상영》(바다극장/미림극장, 2018)에서 작가는 극장을 현실과 이상 세계 사이를 오가는 장소로 재해석했다. 이때 작가에게 과거는 도피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되비추는 모델이었고, 이러한 태도는 이후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원칙이 된다.
 
2019년 이후 나오미의 관심은 개별 장소에서 해항 도시라는 지역 단위로 확장된다. 인천에서 중국 단둥항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바탕으로 한 전시 《상상의 정원에 진짜 두꺼비들을》(송은아트큐브, 2020)과 '연안해방'(2019-) 프로젝트는 해안선의 매립과 소멸이라는 공통된 현상을 한국과 중국의 접경 지역에서 비교하며 추적한다.

이 무렵부터 작가는 조선족 설화나 북한 설화집처럼 공식 역사에서 배제된 소수자의 서사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River of shadows》(탈영역우정국, 2021)와 같은 작업은 이러한 관심이 국경을 넘는 소수민족 정체성의 문제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2022년 개인전 《파시波市_Lost village on the sea》(아트스페이스 보안3, 2022)를 기점으로 작가의 주제의식은 바다의 신들과 여성/여신 서사로 뚜렷하게 옮겨간다. 맥아더 장군을 바다의 신으로 모시는 무신도와 단군신화 속 웅녀가 중국에 거대한 석상으로 세워진 사연을 함께 엮은 〈바다의 신, 바다를 건너간 신〉(2022)에서, 작가는 신격화라는 현상 자체가 시대의 결핍과 욕망을 비추는 거울임을 포착했다.

이후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TINC, 2023), 《바다의 가장자리로부터》(스페이스 빔, 2024; 인천아트플랫폼/부연, 2025)에 이르러서는 마조, 심청, 영등, 맹강녀처럼 바다를 매개로 전승되어 온 여성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며, 이는 최근 중국에서 참여한 단체전 《As She Descends》(아란야아트센터, 2025)에서 확인되듯 아시아 여성의 서사라는 보다 넓은 지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형식과 내용

나오미의 회화는 재료의 변화를 통해서도 그 궤적을 읽을 수 있다. 초기에는 순지나 장지 위에 분채와 금분을 사용하는 전통 채색화의 문법을 따랐으나, 화면의 규모가 커지면서 종이 대신 삼베나 아사 같은 직물로 지지체를 바꾸기도 했다. 유화처럼 안료를 표면에 얹는 대신 지지체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을 고수해왔으며, 최근에는 평면성과 공간감을 동시에 살리기 위해 비단이라는 반투명한 재료로도 실험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재료 선택은 단순한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화면 안에 과거와 현재, 실재와 상상을 겹쳐 놓으려는 작가의 서사적 의도와 맞물려 있다.
 
형식적으로 눈에 띄는 지점은 병풍에서 디오라마로 이어지는 전개다. 병풍의 물리적 구조를 그대로 사용한 〈상상의 정원에 진짜 두꺼비들을〉(2019) 같은 초기 작업은, 〈파시波市_Lost village on the sea〉(2022)에 이르러 여러 폭의 캔버스를 이어붙인 대형 디오라마 형식으로 발전한다. 폭과 폭 사이에 남겨진 미세한 틈은 단순한 이음매가 아니라 장면과 장면을 가르는 일종의 막으로 기능하며, 관람객이 그 틈새에서 저마다 다른 서사를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보더리스 사이트》(문화역서울 284, 2021)에서 아치형 벽면 전체를 채운 〈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2020-2021)나, 《바다의 가장자리로부터》에서 6폭 병풍으로 제작된 〈Graceful Ghost, to My Mothers〉(2025)는 회화가 그 자체로 하나의 무대이자 공간 장치가 되는 지점을 잘 보여준다.
 
내용의 층위에서 나오미는 근현대 사진, 개인의 구술 채록, 지역 문헌과 설화라는 이질적인 자료들을 한 화면 안에 나란히 배치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파시波市〉에서는 일제강점기 동양포경주식회사의 대청도 고래잡이 기록과, 매립으로 사라져 가는 현재의 철새 서식지 이미지가 같은 화면에 공존하고, 〈바다의 신, 바다를 건너간 신〉에서는 이정자 만신의 구술 인터뷰와 단군신화, 한국전쟁의 기억이 하나의 서사로 엮인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시간과 이야기를 충돌시키는 방식은 다큐멘터리적 사실성과 회화적 허구를 동시에 품은, 나오미 특유의 화면 구성 원리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매체 자체도 확장되고 있다. 정지된 회화 이미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서사를 담기 위해 작가는 영상 〈연불신불煙火神火〉(2023), 사진, 오브제 〈물고기탈〉, 그리고 책 『우리는 세상 밖으로 떨어질 수 없다』(2024)와 같은 출판물로도 작업의 형식을 넓혀왔다. 회화를 하나의 정지된 필름처럼 인식하게 되었다는 작가의 최근 언급은, 앞으로 정지 이미지와 움직이는 이미지를 오가는 작업이 더 본격화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나오미의 작업이 갖는 독자성은 아카이브적 리서치와 전통 회화 기법이 결합되는 방식에 있다.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고 재배치하는 작업은 동시대 미술에서 낯선 방법론은 아니지만, 나오미는 이를 개념적 진술이나 사진, 오브제로만 남기지 않고 순지, 삼베, 분채 같은 오랜 회화 재료를 통해 손으로 그려낸 거대한 화면으로 완성한다는 점에서 다른 결을 지닌다.

전통 채색화 기법을 활용하는 다른 작가들이 대체로 그 형식 자체의 향수나 장식성에 머무는 것과 달리, 나오미는 같은 재료와 기법으로 국가주의, 소수민족의 문화적 소거, 여성의 서사처럼 지금의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작가의 경로를 되짚어 보면, 극장이라는 폐쇄적이고 사적인 무대에서 출발해 인천과 단둥을 잇는 연안 지역으로, 다시 마조와 심청, 맹강녀가 넘나드는 아시아 전체의 바다로 관심의 반경이 점차 넓어져 온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작가 개인의 기억은 지역의 기억으로, 지역의 기억은 국경을 넘나드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회화라는 매체가 시공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작가 자신의 말처럼, 나오미에게 확장은 곧 화면 안에 더 많은 시간대와 장소를 함께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일이었다.
 
앞으로도 나오미는 지금까지의 리서치 기반 작업 방식을 아시아 각국으로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근대화의 경험을 공유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와 설화 속에서 또 다른 모티프를 찾겠다는 작가의 말이나, 회화와 병행해 출판과 영상으로 매체를 넓혀가는 최근의 흐름을 보면, 나오미의 작업은 하나의 회화 연작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매체를 넘나드는 장기적인 이야기 프로젝트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다만 그 다음 목적지가 구체적으로 어디일지는, 작가 스스로도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성질의 것일 테다.

Works of Art

다층적 서사가 중첩되는 무대로서의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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