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곁 - K-ARTIST

겉과 곁

2021
면 혼방목에 아크릴릭
38 x 45.5 cm

About The Work

이해민선은 도시와 자연, 사물과 신체, 생명과 비생명 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의 조건을 오래 관찰해 왔다. 작가가 주목하는 대상은 대체로 중심에서 밀려난 것들이다.

각목, 비닐, 끈, 스티로폼, 장판, 흙더미, 철거 현장의 잔해, 오래 놓여 있던 화분의 흔적처럼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쳐지는 사물들이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사물들은 단순한 소재로 수집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접촉, 쓰임과 방치의 과정을 품은 존재로 다루어진다.

이때 사물은 인간의 삶을 대신하는 은유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과 비인간, 생명과 사물,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떠받치는 장면을 통해 존재의 불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드러낸다. 작가는 버려지고 낡은 것들 안에서 무력함이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고 다시 연결될 수 있는 힘을 발견한다. 작가는 “모든 것이 동등한 물질 세계”라는 감각 속에서 재료를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닌 사물로 대하며, 화면 안의 이미지를 다시 물질적 실존의 문제로 끌어온다. 

이처럼 이해민선의 작업은 사물의 취약함과 지속성, 접촉과 흔적, 부재와 현전을 통해 동시대 개인이 세계 안에서 존재하는 방식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그의 회화는 작고 연약한 것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며 남아 있는 순간을 포착한다.

개인전 (요약)

이해민선은 2004년 갤러리 창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아트스페이스 휴,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아마도예술공간, 합정지구, 페리지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작업 세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그룹전 (요약)

이해민선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금호미술관, 뮤지엄산, 광주비엔날레,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비롯해 에스더 쉬퍼(서울), 타데우스 로팍(서울), 쾨니히 텔레그라픈암트(베를린)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해민선은 2021년 종근당 예술지상을 수상했으며, 2026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6》 선정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레지던시 (선정)

이해민선은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와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에 입주했으며, 호주 아시아링크 아트 스페이스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립미술관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이해민선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구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하나은행, 삼성화재, 농부로부터(구 쌈지), 파마리서치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가까스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하여

주제와 개념

이해민선의 작업은 도시와 자연, 사물과 신체, 생명과 비생명 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의 조건을 오래 관찰해온 회화적 실천이다. 초기의 ‘도면-드로잉’은 건축 도면, 설계도, 기호를 조합해 도시를 살아 있는 유기체의 내부처럼 바라보는 방식에서 출발했다.

이 시기 작가는 도시화와 자본주의적 시스템 속에서 개인과 사물이 어떻게 배치되고 의존하게 되는지를 탐구했으며, ‘덜 죽은 자들’이라는 표현을 통해 살아 있으나 온전히 살아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존재들의 상태를 드러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후에도 지속되며, 작가의 화면 안에서 존재는 언제나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서로 기대고 묶이며 가까스로 유지되는 상태로 나타난다. 

작가가 주목하는 대상은 대체로 중심에서 밀려난 것들이다. 각목, 비닐, 끈, 스티로폼, 장판, 흙더미, 철거 현장의 잔해, 오래 놓여 있던 화분의 흔적처럼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쳐지는 사물들이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사물들은 단순한 소재로 수집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접촉, 쓰임과 방치의 과정을 품은 존재로 다루어진다.

특히 〈고요한 삶: 침전물〉에서 사라진 화분의 흔적은 부재의 표시가 아니라 사물의 시간이 남긴 침전물로 해석된다. 이해민선에게 사물은 기억을 잃은 잔해가 아니라, 한때의 온기와 관계, 변화의 시간을 간직한 물질적 증언이다. 

이해민선의 독자성은 사물을 통해 개인의 존재 조건을 읽어내는 방식에 있다. 작가가 그리는 사물들은 스스로 서 있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끈과 지지대, 주변 환경에 의해 가까스로 버티는 존재들이다. ‘직립식물’에서 나무와 각목, 비닐과 끈이 서로 기대며 만들어내는 형상은 연약한 존재가 어떻게 외부 조건 속에서 몸을 세우는지를 보여준다. 이때 사물은 인간의 삶을 대신하는 은유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과 비인간, 생명과 사물,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떠받치는 장면을 통해 존재의 불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드러낸다. 작가는 버려지고 낡은 것들 안에서 무력함이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고 다시 연결될 수 있는 힘을 발견한다. 

최근 작업에서 이러한 사유는 사물의 표면을 넘어 이미지와 물질의 관계로 확장된다. 인화지 위에 아크릴을 얹는 작업은 이미지가 사물을 대체하는 과정을 따르기보다, 이미지와 지지체가 서로 저항하고 부딪히는 상태를 드러낸다. 작가는 “모든 것이 동등한 물질 세계”라는 감각 속에서 재료를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닌 사물로 대하며, 화면 안의 이미지를 다시 물질적 실존의 문제로 끌어온다.

이처럼 이해민선의 작업은 사물의 취약함과 지속성, 접촉과 흔적, 부재와 현전을 통해 동시대 개인이 세계 안에서 존재하는 방식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그의 회화는 작고 연약한 것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며 남아 있는 순간을 포착한다.

형식과 내용

이해민선의 회화는 사물을 재현하는 방식보다 사물이 화면 위에서 어떤 상태로 다시 발생하는지에 집중한다. 초기의 도면 드로잉은 건축 평면도와 기호, 선의 조합을 통해 도시를 이미지화했으며, 이후 작업에서는 각목, 끈, 비닐, 호스, 스티로폼 같은 사물들이 화면 안에서 서로 연결되고 기대며 새로운 형상으로 나타난다.

작가의 화면에서 사물은 독립적으로 놓이지 않고, 배경과 지지대,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얻는다. 이 때문에 그의 그림은 풍경, 정물, 초상, 설치적 구성의 경계를 오가며,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회화의 구조로 끌어들인다. 

작가의 형식적 특징은 재료와 표면을 다루는 태도에서 두드러진다. 사진을 화학약품으로 녹여낸 잉크로 풍경을 다시 그리거나, 인화지 위에 아크릴 물감을 여러 차례 얹어 희미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이미지와 물질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화면은 매끄럽게 완성된 환영을 제공하기보다, 물감과 지지체가 서로 밀어내고 버티는 과정을 노출한다. 특히 최근의 인화지 작업에서 반광 표면은 붓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이 저항감은 사물이 세계 안에서 버티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회화의 표면은 이미지를 담는 바탕이자, 그 자체로 완강한 물질로 작동한다. 

내용의 측면에서 이해민선은 풍경 속에 놓인 사물의 상태를 통해 사회적 조건과 개인의 감각을 함께 다룬다. 철거 현장, 외곽의 공사장, 동네 화단, 버려진 장판, 임시로 묶인 식물 같은 장면들은 일상의 주변부에서 발견된 풍경이지만, 작가의 화면에서는 동시대적 삶의 불안정한 구조를 암시한다.

사물은 임시방편으로 고정되고, 감싸이고, 묶인 채 놓여 있으며, 그 상태는 개인이 외부 조건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는 모습과 겹쳐진다. 이해민선은 이러한 장면을 극적으로 과장하지 않고, 낮고 조용한 시선으로 관찰한다. 그 결과 화면에는 사회적 서사와 물질적 감각, 개인적 기억이 함께 축적된다. 

또한 그의 작업은 반복적으로 ‘무게’와 ‘질감’을 통해 보이지 않는 감정의 상태를 구성해왔다. 흙더미, 돌무더기, 깁스, 침전물, 덮개와 같은 형상들은 화면 안에서 작고 연약하지만 단단한 존재감을 갖는다. 작가는 사물의 외형을 명확히 설명하기보다 그것이 지나온 시간, 접촉의 흔적, 남겨진 감각을 화면에 옮긴다. 이 과정에서 회화는 보는 대상의 재현에 머물지 않고, 사물의 존재 방식과 작가의 신체적 노동이 만나는 장이 된다.

이해민선의 형식과 내용은 분리되지 않는다. 무엇을 그리는가의 문제는 어떤 표면 위에, 어떤 재료로, 어떤 힘과 속도로 그리는가의 문제와 함께 작동하며, 그 결합이 그의 회화를 밀도 있게 만든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해민선의 작업은 매체와 형식이 변화해왔음에도, 사물과 세계가 만나는 경계의 장면을 관찰해왔다는 점에서 뚜렷한 지속성을 지닌다. 초기의 도면 드로잉은 도시와 건축의 구조를 기호와 선의 조합으로 바라보았고, 이후에는 동네의 식물, 철거 현장의 잔해, 외곽의 공사장, 버려진 사물들로 시선이 옮겨갔다.

그러나 그 변화는 단절이라기보다 관찰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는 과정에 가깝다. 도시의 구조를 조망하던 시선은 사물의 표면과 접촉의 흔적으로 내려오고, 작가는 그 안에서 여전히 세계를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힘과 관계를 읽어낸다. 

작업의 흐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가까스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다. ‘덜 죽은 자들’에서 살아 있으나 죽음의 과정에 놓인 존재들, ‘직립식물’에서 끈과 지지대에 기대어 서 있는 사물들, ‘덩어리’와 ‘바깥’에서 임시적인 풍경 속에 놓인 질감과 무게, 최근의 ‘고요한 삶’에서 사물이 남긴 침전물과 잔열은 모두 불완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존재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완성된 형태나 분명한 기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해민선은 버려지고 낡고 사라져가는 것들이 여전히 어떤 시간을 품고 있으며,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존재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음을 꾸준히 보여주어 왔다. 

또 하나의 지속성은 사물의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다. 작가는 사물을 개별적인 대상으로 고립시키기보다, 그것이 무엇에 기대고 무엇과 닿아 있으며 어떤 환경 속에서 버티는지를 살핀다. 끈, 철사, 호스, 지지대, 덮개 같은 요소들은 단순한 부속물이 아니라 사물들이 서로 연결되고 의존하는 방식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이러한 관심은 ‘물과 밥’의 동네 산책, ‘가로수’의 프로타주, 깁스를 관찰하고 다시 만드는 최근 작업으로 이어지며, 접촉과 경계, 상태 변화에 대한 작가의 감각을 계속 확장해왔다. 

최근 작업에서 이해민선은 사물의 외부 조건을 관찰하는 데서 더 나아가, 회화 자체가 사물과 같은 조건을 갖는지를 묻는다. 인화지 위에 반복적으로 아크릴을 얹는 방식은 이미지가 화면에 쉽게 안착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고, 이 저항은 작가가 오랫동안 다뤄온 사물의 불안정한 존재 방식과 맞물린다.

결국 그의 작업에서 회화는 세계를 설명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세계 안의 사물들과 함께 버티고 남는 물질이 된다. 도시의 도면에서 출발해 직립하는 사물, 바깥의 풍경, 침전물과 깁스에 이르기까지 이해민선의 작업은 연약한 존재들이 서로 기대고 흔적을 남기며 지속되는 방식에 대한 긴 탐구로 이어지고 있다.

Works of Art

가까스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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