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 K-ARTIST

미로

2022
석기질 점토, 나무
가변설치

About The Work

이소영은 근원 공간과 정체성에 대한 여성주의적 사유를 바탕으로 추상 조형과 설치 작업을 전개해 왔다. 작가는 고정된 땅에서 흩어지는 존재들의 움직임과 경로를 탐구하며, 물질과 신체가 맞닿으며 발생하는 촉각, 소리, 반복과 수행의 과정을 하나의 예술언어로 삼아 존재의 흔적을 기록한다. 

이소영의 작업은 우리가 뿌리를 둔 공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물리적 공간과 가상공간이 뒤섞인 오늘날, 주체에게 ‘고정된 장소’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에 대한 물음을 가져오며, 주체가 어디에 뿌리내리고 어떤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조각과 설치로 탐구해 왔다. 

이소영은 흙, 석기질 점토, 백자, 나무, 오크, 수조, 영상, 디지털 프린트, 수행적 행위 등을 결합하며, 근원 장소와 주체, 그리고 공동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가변적인 관계의 감각을 형상화한다. 특히 흙을 빚어 조각을 제작하고, 부수고, 다시 짓는 행위를 통해 생성과 소멸,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하는 과정 자체를 드러낸다. 따라서 따라서 균열과 침식, 붕괴와 재결합의 물질적 운동은 작품의 형식을 넘어 그 자체로 내용이 되며, 과정의 움직임과 리듬, 그리고 형성의 시간 자체에 주목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이소영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그 경계를 공유하는 공동체, 그리고 개인의 정체성 사이의 관계를 묻는다. 물질과 신체의 반복적인 접촉과 마찰을 통해 전개되는 그의 작업은 삶의 공간과 사회 속에서 수많은 존재들과의 만남과 충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되고 소멸하는 관계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주체’를 완결된 존재가 아닌, 관계와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유동적 상태로 제안한다.

개인전 (요약)

이소영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끝난 길 만들기》(스페이스 빔, 인천, 2025), 《부시지기 쉬운 도시》(공간 불모지, 인천, 2023), 《화분으로부터》(인천서구문화회관 아트갤러리, 인천, 2022), 《Unrooted》(청라블루노바홀, 인천, 2022)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이소영은 《유리:창 | Glass: Beyond the Window》(갤러리 메일란, 서울, 2025), 《Pieces of Us》(갤러리 도잉아트, 서울, 2024), 《어느정도 예술공동체 부기우기 미술관》(울산시립미술관, 울산, 2023), 《수선의 발》(갤러리아쉬, 파주, 2020), 《청주국제공예공모전》(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청주,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이소영은 New Taipei City Yingge Ceramics Museum(대만, 2026), 인천아트플랫폼(인천, 2025), 예술나루 레지던시(인천, 2024) 등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 작가로 선정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이소영의 작품은 양구백자박물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물질과 신체의 교환으로 기록하는 존재의 흔적

주제와 개념

이소영은 근원 공간과 정체성에 대한 여성주의적 사유를 바탕으로, 주체가 어디에 뿌리내리고 어떤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조각과 설치로 탐구해왔다. 초기 개인전 《코라(Chora)로의 회귀》(김세중미술관, 2019)에서 작가는 ‘코라’라는 여성적 공간을 통해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해체되고 다시 생성되는 과정임을 드러냈다.

이 시기 작업은 탯줄, 배꼽, 어머니의 젖가슴을 연상시키는 형상들을 통해 주체가 타자와 분리되기 이전의 원초적 공간을 상상한다. 이소영에게 여성성은 특정한 이미지나 생물학적 조건이 아니라, 기존의 언어와 사회구조를 다시 쓰기 위한 사유의 방식에 가깝다.
 
이러한 관심은 《배꼽 간격 - 장소의 기록》(CoSMo40, 2020)에서 개인과 공동체, 장소의 관계로 확장된다. 작가는 ‘배꼽’이라는 신체적 기호를 통해 타인에게서 비롯되었지만 분리되어 남아 있는 존재의 흔적을 다룬다. ‘우리’라는 공동체의 감각이 더 이상 단단한 동일성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시대에, 이소영은 도시와 공동체, 개인의 정체성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거리와 간격을 조형적으로 바라본다.

이후 《Unrooted》(청라블루노바홀, 2022)와 《화분으로부터》(인천서구문화회관 아트갤러리, 2022)에서는 ‘화분’을 매개로 뿌리내림과 이동의 문제를 다룬다. 〈Unrooted Pots_1〉(2021), 〈Unrooted_2〉(2021)는 존재의 기반이 고정된 땅이 아니라, 선택되고 이동하며 다시 놓일 수 있는 장소임을 보여준다.
 
2023년 이후 작가의 질문은 도시와 소멸, 형성 중인 조각의 시간으로 옮겨간다. 개인전 《부서지기 쉬운 도시》(공간 불모지, 2023)에서 이소영은 재개발과 순환 속에서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도시의 구조를 흙의 생성과 붕괴로 표현했다. 〈부서지기 쉬운 도시 1〉(2023), 〈부서지기 쉬운 도시 2〉(2023), 〈부서지기 쉬운 도시 3〉(2024)는 도시와 인간의 삶이 견고한 기반 위에 놓여 있다기보다, 끊임없는 이동과 해체, 재구성의 과정 속에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끝난 길 만들기》(스페이스 빔, 2025)에서는 인천의 도로 끝, 항만, 제방, 갯벌 같은 경계지대를 탐색하며, ‘끝난 길’이라는 공간 이미지를 다시 짓고 부수는 반복의 과정으로 되돌린다. 〈Walking on Mudflats〉(2024)는 갯벌 위를 걷는 신체와 흙, 밀물의 움직임을 통해 사라지는 흔적과 형성 직전의 시간을 포착하는 작업이다.

형식과 내용

이소영의 작업은 흙, 석기질 점토, 백자, 나무, 오크, 수조, 영상, 디지털 프린트, 수행적 행위 등을 결합하며 조각의 범위를 확장한다. 작가는 완성된 형태의 조각보다, 물질과 신체가 접촉하고 마찰하며 형상이 생겨나거나 사라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코라(Chora)로의 회귀》에서 흙은 여성적 공간과 원초적 감각을 담는 재료로 사용되었고, 《배꼽 간격 - 장소의 기록》에서는 신체의 흔적인 배꼽을 통해 장소와 공동체의 관계를 공간 안에 배치했다. 이 시기 조각은 추상적이지만 신체적이며, 특정한 서사를 설명하기보다 접촉, 분리, 거리, 관계의 감각을 형상화한다.
 
《화분으로부터》에서 등장하는 화분은 작가의 주제를 일상적 사물로 구체화한 중요한 형식이다. 화분은 식물이 이동하고 다른 장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오브제이자, 존재의 좌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장치가 된다. 작가는 화분을 전시장에서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분양하여 각자의 생활 공간 안에 놓인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를 통해 조각은 고정된 전시물에서 벗어나 타인의 삶 속으로 이동하고, 작품의 장소 역시 하나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여러 생활 세계로 분산된다. 이 과정은 주체와 장소, 사물과 관계가 함께 변화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부서지기 쉬운 도시》와 《끝난 길 만들기》에서는 흙의 물성이 작업의 중심으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흙으로 벽돌이나 건축적 요소를 만들고, 이를 다시 부수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조각은 견고한 결과물이 아니라, 무너지고 다시 뭉쳐지는 시간의 흔적으로 존재한다. 〈부서지기 쉬운 도시 2〉에서 백토와 아크릴 수조는 도시의 취약성과 순환을 보여주는 장치가 되며, 〈Let Me Go Somewhere〉(2023)는 석기질 점토를 통해 삶과 공간, 이동의 감각을 조형화한다.

《끝난 길 만들기》에서 작가는 인천의 경계지대에서 발견한 풍경과 사물의 건축적 요소를 수집하고, 조각을 만들고 부수고 다시 짓는 반복 행위를 통해 형상 이전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그의 작업에서 균열, 침식, 붕괴, 재결합은 단순한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작품의 내용 그 자체가 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소영의 작업은 흙이 지닌 시간성, 촉각성, 수행성을 중심으로 도자 작업을 한다. 그는 흙을 형태를 고정하기 위한 재료로만 다루지 않고, 신체와 장소, 관계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매개로 사용한다. 유사한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들이 도자의 물성이나 조형적 완결성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면, 이소영은 흙이 마르고 갈라지고 부서지고 다시 뭉쳐지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과 장소의 유동성을 사유한다. 그의 조각은 완성된 오브제라기보다, 존재가 생성되고 흩어지고 다시 연결되는 시간의 장면에 가깝다.
 
이소영은 여성적 공간과 신체의 문제에서 출발해 공동체와 장소, 뿌리내림과 이동, 도시의 취약성과 경계지대로 관심을 넓혀왔다. 작가는 주체의 원초성과 정체성의 해체에서 출발하여, ‘우리’와 ‘나’ 사이의 간격을 도시와 공동체의 문제로 확장했다. 또한 고정된 장소에서 벗어난 뿌리내림의 가능성을 제안하고, 도시적 삶의 불안정성과 조각의 시간성을 연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소영은 조각을 견고한 형상이 아니라, 형성 중인 상태와 사라지는 흔적을 다루는 언어로 발전시켜 왔다. 이소영의 작업의 특정 장소의 경계와 이동, 지역적 풍경이 뿌리내린 맥락은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의 작업세계는 앞으로도 흙과 신체, 장소와 이동, 조각과 수행 사이를 오가며 존재의 흔적을 기록해나갈 것이다.

Works of Art

물질과 신체의 교환으로 기록하는 존재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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