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월동 판타지 - K-ARTIST

송월동 판타지

2025
세라믹, 디지털 전사지
36 x 31 x 52 cm

About The Work

엄기성은 개인의 감각과 기억이 물리적 경계와 충돌할 때 드러나는 내면의 상태를 조형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해왔다. 특히 그는 변화하는 도시 풍경 속 재개발 지역, 철거 예정지, 원도심, 음지 공간 등 불완전한 장소들에서 탈락하거나 소멸해가는 대상들 사이에 남겨진 감각과 흔적을 해체와 복원의 과정을 통해 탐구한다.

엄기성의 작업은 도자를 중심으로 생활 폐기물, 스티로폼, 스테인리스, 합성수지, 장난감, 네온, 금과 은, 디지털 전사지, 레진, 종이, 철사, 에폭시 등을 자유롭게 결합한다. 이때 작가는 도예를 기능적 공예나 물성 중심의 조형으로 한정하지 않고, 도시와 사물, 기억과 정체성을 다루는 확장된 언어로 사용한다. 그의 작업에서 도자는 버려진 오브제, 도시의 폐허, 재개발의 흔적, 이주와 혼종의 감각을 담는 매개체가 된다. 

이처럼 흐릿하고 불안정한 선 위에서 엄기성은 구체적 형태로 말해지지 않은 감각, 사라지는 것들의 고요한 목소리를 더듬으며,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물질적 기념비이자, 잊혀가는 것들을 붙잡기 위한 조형적 저항으로서의 작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그의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물리적‧개념적 경계가 흐려지는 모호한 과정 속에서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새롭게 형성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한다. 

개인전 (요약)

엄기성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탁본수집 프로젝트 01 – 사이트 레코즈》(부연, 부산, 2026), 《흐릿한 경계의 잔상들》(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5), 《불완전한 하모니》(아트숨비센터, 서울, 2021), 《Unbalanced Harmony》(마루누마 예술의 숲, 아사카, 일본,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엄기성은 《현장의 증거: 세 개의 시제》(임시공간, 인천, 2026), 《2025 플랫폼 아티스트 : 열하나의 말들》(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5), 《마루누마 예술의 숲 5주년기념 한일교류전》(주일한국문화원, 도쿄, 2024), 《일상의 풍경》(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김해, 2023), 《내방의 창》(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윈도우갤러리,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엄기성은 인천아트플랫폼(인천, 2025), 춘천예술촌(춘천, 2024),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김해, 2023), 마루누마 예술의 숲(아사카, 일본, 2019)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 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Works of Art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물질적 기념비

주제와 개념

엄기성은 불완전한 이미지와 사물, 장소에 남겨진 감각을 조형 언어로 번역해왔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이태원 우사단길과 앤틱 거리, 버려진 가구와 빈티지 오브제, 일상의 폐기물을 수집하며 도자와 결합했다.

첫 개인전 《성장하는 거실》(하트 갤러리, 2019)은 작은 전시공간을 작가의 작업실이자 리빙룸처럼 전환한 전시로, 작품 〈Hommage to PAIK〉(2019), 〈The head〉(2019) 등을 통해 도자와 영상, 조명, 수집품이 뒤섞인 사적이고도 낯선 공간을 만들었다. 이 시기 작업에서 버려진 사물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쓰임을 잃은 뒤에도 남아 있는 취향, 기억, 정서의 흔적으로 작동한다.
 
2021년 개인전 《불완전한 하모니》(아트숨비센터)에서 이러한 감각은 보다 적극적인 조형 실험으로 확장된다. 엄기성은 도자 퍼니처, 가면을 모티프로 한 오브제, 스티로폼과 도자를 결합한 입체 조형물을 통해 예술과 쓰임, 전통 도예와 대중문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경계를 넘나든다.

작품 〈TERRIBLE 혼종〉(2021)은 스스로의 작업을 “끔찍한 혼종”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내며, 〈KAT〉(2021)는 도자의 무게와 유약의 광택, 스티로폼의 가벼움과 덩어리감을 결합해 익숙한 이미지가 낯선 조형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태원의 다문화적 풍경과 버려진 사물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규정할 수 없는 정체성”을 조형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에 가깝다.
 
2025년 이후 엄기성의 관심은 사물의 혼종성에서 도시의 경계와 장소의 소멸로 이동한다.  《흐릿한 경계의 잔상들》(인천아트플랫폼, 2025)은 인천 원도심과 재개발 예정지, 철거 예정지에서 감지한 시간의 파편과 물리적 잔상을 다룬다. 〈폐허된 문명-한남3구역〉(2025), 〈송월동 판타지〉(2025), 〈균열된 표면〉(2025), 〈재구성된 풍경-한남3구역〉(2025) 등은 재개발과 철거의 풍경 속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불안정한 감각을 세라믹의 균열, 표면, 전사 이미지로 옮긴 작업이다.

이어 《탁본수집 프로젝트 01 – 사이트 레코즈》(부연, 2026)에서 작가는 탁본을 통해 장소의 피부와 자신의 신체를 맞대며, 사라지는 공간을 물질적 기록으로 되살린다. 그의 작업은 결국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흔적으로 남으며, 그 잔상이 어떻게 다시 조형이 되는지를 묻는다.

형식과 내용

엄기성의 작업은 도자를 중심으로 생활 폐기물, 스티로폼, 스테인리스, 합성수지, 장난감, 네온, 금과 은, 디지털 전사지, 레진, 종이, 철사, 에폭시 등을 자유롭게 결합한다. 《불완전한 하모니》에서 선보인 도자 테이블과 스툴, 샹들리에 형태의 작업들은 장식성과 실용성을 지니지만, 실제로는 공예품보다 하나의 조형적 오브제에 가깝다. 작가는 도자의 표면에 NAG CHAMPA, VOYAGER, COVID-19, ITAEWON, ASAKA 같은 키워드를 낙서하듯 배치하며, 장식과 메시지, 취향과 시대적 감각을 한 표면 위에 겹쳐 놓는다.
 
작가는 흙의 무게와 한계를 의식하면서도, 그 한계를 다른 재료와의 결합을 통해 확장해왔다. 〈KAT〉는 2020년 작업 〈TAL(NEO SCULPTURE)〉의 연장선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도자와 스티로폼이라는 상반된 재료를 함께 사용한다. 무겁고 단단하며 유약의 광택을 지닌 도자와, 가볍지만 큰 덩어리감을 만들 수 있는 스티로폼은 한 작품 안에서 서로 다른 질감과 밀도를 만든다.

〈TERRIBLE 혼종〉 역시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 몸처럼 결합한 작업으로, 작가가 지향하는 엉성함, 기괴함, 유머, 불완전한 조화의 감각을 드러낸다. 여기서 혼종성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와 사물, 정체성이 한 공간 안에서 부딪히고 공존하는 방식이다.
 
2025년 이후 작업에서는 재료적 실험이 장소의 기록 방식과 연결된다. 《흐릿한 경계의 잔상들》에서 작가는 재개발 지역의 균열과 파편, 사라진 동선, 무너진 구조물의 인상을 세라믹과 디지털 전사지, 유약의 균열로 옮긴다. 〈균열된 표면〉은 흙과 유약이 만날 때 발생하는 갈라짐을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유리에 낸 균열과 먹의 흔적을 통해 파괴와 상처의 감각을 시각화한다.

《탁본수집 프로젝트 01 – 사이트 레코즈》에서는 탁본이 새로운 조형 방법론으로 등장한다. 〈송월동 적토〉(2026)는 지질학적 샘플을 평면으로 치환한 작업이며, 〈Terra-Cart〉(2026)는 채굴된 점토, 철판, 바퀴, 사운드, 사진 등을 결합해 장소가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처럼 엄기성의 형식은 도자 오브제에서 출발해 설치, 표면, 기록, 사운드, 이동하는 조형으로 넓어진다.

지형도와 지속성

엄기성의 작업은 도예를 기능적 공예나 물성 중심의 조형으로 한정하지 않고, 도시와 사물, 기억과 정체성을 다루는 확장된 언어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엄기성은 도자를 버려진 오브제, 도시의 폐허, 재개발의 흔적, 이주와 혼종의 감각을 담는 매개로 사용한다. 그의 작업에서 도자는 균열과 휘어짐, 엉성한 결합, 낙서 같은 표면을 통해 불안정한 상태를 드러낸다. 이러한 불완전성은 미숙함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과 아직 정의되지 않은 것을 붙잡기 위한 방식이다.
 
엄기성은 사적 공간과 취향의 수집에서 출발해 점차 도시의 구조와 시간의 잔상으로 시야를 넓혀왔다. 《성장하는 거실》이 작가의 리빙룸과 작업실, 수집품과 도자를 결합한 개인적 세계였다면, 《불완전한 하모니》는 이태원의 다문화적 환경과 버려진 오브제를 통해 혼종적 정체성을 조형화한 전시였다.

이후 단체전 《일상의 풍경》(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2023)에서는 서울과 김해 진례에서의 서로 다른 일상을 도자 표면 위에 이미지로 옮겼고, 《흐릿한 경계의 잔상들》과 《탁본수집 프로젝트 01 – 사이트 레코즈》에서는 재개발, 철거, 원도심의 변화 속에서 사라지는 장소의 감각을 기록하고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인천아트플랫폼, 춘천예술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마루누마 예술의 숲 등 국내외 레지던시 경험도 그의 작업이 장소와 이동, 지역의 기억을 다루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앞으로의 작업 역시 도자와 조각, 탁본과 아카이빙, 도시 리서치를 오가며 사라지는 장소와 불완전한 존재의 감각을 더 넓은 지형 위에서 다루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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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물질적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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