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세서리 기행’ 시리즈 - K-ARTIST

‘액세서리 기행’ 시리즈

2016
피그먼트 프린트
42 x 29 cm

About The Work

오세린은 원본과 복제, 실제와 가상, 새것과 버려진 것처럼 이분화된 범주에서 경계를 찾아내어 가치관이 충돌하는 지점을 공예와 오브제, 영상, 텍스트 작업으로 드러낸다. 그는 주로 평범해 보이는 일상과 사회를 작동시키는 인식에 질문을 던지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공간에 연출하며, 작업을 통해 기존의 서사를 해체하고 이미지를 혼합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오세린의 작업은 현장 리서치와 노동집약적인 제작 과정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특히 그는 공예의 제작 기술을 개념적 장치로 탁월하게 전환한다. 금속공예와 도자를 주요 매체로 활용하는 작가는 몰드, 복제, 주조, 소성, 표면 처리 같은 공예적 공정을 통해 원본성, 가치, 생산, 폐기라는 사회적 질문을 구체적인 물질로 옮긴다. 

따라서 오세린은 단순히 공예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재료 실험을 하는 것에서 나아가 시장과 공장, 자본주의적 유통망, 생태 복원과 산업 폐기에 대한 리서치를 작업에 결합함으로써, 사회 구조와 물질의 순환이 교차하는 지점을 가시화한다. 

우리의 일상과 주변에서 출발한 오세린의 작업은, 익숙한 대상을 기존의 인식 구조로부터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이분법적 범주와 같은 사회적 기준들을 재고하게 만든다. 이분법의 단단한 경계를 허물어 낸 자리 위에 지어 올린 오세린의 작품들은, 그 틈새에 감추어진 질문들과 숨겨진 의미를 드러내며 ‘반짝거림’ 이면의 현실과 마주하게 한다. 

개인전 (요약)

오세린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숲 온도 벙커》(바이파운드리, 서울, 2022), 《반짝임을 나열하는 방식》(세움아트스페이스, 서울, 2018), 《싱글채널비디오-오세린》(경남도립미술관, 창원, 2017)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오세린은 《Neo-Animism》(THE THIRD, 서울, 2026), 《무인공장》(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서울, 2025), 《한국 현대 도자공예: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4), 《장식 너머 발언》(서울공예박물관, 서울, 2024), 《아시아 공예 레지던시 아카이브전: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편》(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오세린은 2024년 월간도예 올해의 작가 11인에 선정되었다.

레지던시 (선정)

오세린은 Taoxichuan Art Center(경덕진, 중국, 2025),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창작스튜디오(서울, 2024), Babaran Segaragunung Culture House(욕야카르타, 인도네시아, 2023), 중국미술학원 국가대학과학기술원 Phoenix Creative(항저우, 중국, 2016) 등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오세린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Taoxichuan Art Center, 푸른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원본과 복제, 가치와 폐기의 경계

주제와 개념

오세린은 원본과 복제, 진짜와 가짜, 가치와 폐기, 자연과 인공처럼 서로 반대되는 듯 보이는 범주 사이에서 작업의 출발점을 찾는다. 작가는 이분법적 구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경계가 실제로는 얼마나 불안정하고 유동적인지 보여준다. 초기의 ‘모방과 속임수’(2009-2012) 연작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남대문시장과 명동의 액세서리 가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저가 장신구와 가짜 보석을 수집하고, 이를 복제·재조합해 세상에 하나뿐인 반지와 브로치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값싼 복제품은 유일한 예술 작품이 되고, ‘가짜’는 오히려 ‘진짜’의 권위를 획득한다. 〈모방과 속임수 No.2009-16〉(2009), 〈모방과 속임수 No.2011-25〉(2011) 등은 소비 사회에서 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믿어지는지를 묻는 작업이다.
 
오세린의 관심은 이후 가짜 사물 자체에서 그것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구조로 확장되었다. ‘액세서리 기행’(2016) 연작과 〈새들은 날기 위해 머리를 없앤다〉(2016-2018)는 중국 이우와 베트남 동반산업단지 등 저가 액세서리 생산 현장을 따라가며 만들어졌다. 여기서 작가는 “진짜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공장과 시장, 노동자와 사업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던진다.

개인전 《반짝임을 나열하는 방식》(세움아트스페이스, 2018)에서 선보인 ‘베트남 프로젝트’(2018)는 이러한 질문을 더 실험적인 방식으로 밀고 나간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원본 디자인을 베트남 공장의 대량생산 시스템 안에 투입하고, 그 결과물이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관찰했다. 이 작업에서 원본과 복제품의 관계는 단순한 위계가 아니라, 서로를 비추고 교란하는 구조가 된다.
 
2022년 개인전 《숲 온도 벙커》(바이파운드리, 2022) 이후 작가의 시선은 인간이 만든 가치 체계에서 생태와 비인간 존재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아연 광산 개발과 낙동강 열목어 복원 사업을 둘러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 〈광산의 녹는점〉(2022), 〈흐르는 숲〉(2022)은 인간이 자연을 관리하고 복원한다고 믿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라진 줄 알았던 낙동강 열목어가 인간의 계획 바깥에서 살아 있었을지 모른다는 가정은, 작가의 작업 안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와 인간 중심적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최근 2인전 《Neo-Animism》(THE THIRD, 2026)에서 발표한 〈불에서 나온 것들〉(2026)은 징더전의 도자 산업과 폐기된 도자기에서 출발해, 생산과 검수, 탈락과 폐기의 기준을 다시 묻는다. 이처럼 오세린의 작업은 소비 사회의 가짜 장신구에서 출발해, 산업과 생태, 폐기된 사물의 감각적 생명력으로 점차 넓어져 왔다.

형식과 내용

오세린의 작업은 현장 리서치와 노동집약적인 제작 과정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작가는 공장, 시장, 산업단지, 광산, 도자기 생산지처럼 사물이 만들어지고 이동하고 버려지는 장소를 직접 찾아간다. 그러나 그 결과를 단순한 기록으로 제시하지 않고, 금속 주조, 왁스 캐스팅, 슬립 캐스팅, 세라믹 소성, 3D 프린팅, 영상, 사진, 텍스트를 결합해 다시 물질화한다.

‘모방과 속임수’ 연작에서는 수집한 액세서리를 실리콘 몰드로 복제하고, 복제된 파편들을 재조합한 뒤 은으로 주조해 장신구이면서 조각인 오브제를 만들었다. 〈모방과 속임수 No.2011-25〉는 장식품의 과도한 반짝임과 복잡한 형태를 통해 욕망의 구조를 물리적인 덩어리로 보여준다.
 
‘베트남 프로젝트’에서는 작가의 손으로 만든 원본과 공장의 대량생산 기술이 하나의 작업 안에서 충돌한다. 원본에는 다이아몬드, 진주, 유색 보석, 18K 금이 사용되었고,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 샘플에는 모조 큐빅과 에폭시, 황동과 아연이 사용되었다.

〈베트남 프로젝트: 메이킹 필름〉(2018)과 〈베트남 프로젝트 메이드 인 베트남 (01-06)〉(2018)은 이 차이를 감추지 않고 오히려 전면에 드러낸다. 작가는 고급 재료와 저가 재료, 수공적 제작과 공장 생산, 원본과 판매용 샘플이 서로 맞물리는 과정을 통해 ‘진짜’가 재료의 값이나 제작 방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숲 온도 벙커》에서 작가는 금속공예 중심의 언어에서 도자와 3D 프린팅이 결합된 조각으로 나아간다. 작품의 하단부는 비정형의 글레이즈드 세라믹으로, 상단부는 게임이나 영화에 쓰인 오픈 소스 공간 모델링 데이터를 변형한 PLA 3D 프린팅 매스로 구성된다. 자연적 재료와 인공적 재료, 유기적 형태와 직선적 구조, 유약의 매끄러운 광택과 자동차 도료 같은 아크릴 페인트의 입자감이 한 작품 안에서 맞부딪힌다.

〈광산의 녹는점〉, 〈흐르는 숲〉은 실제 생태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실의 풍경이라기보다 보이지 않는 틈새, 혹은 인간이 상상할 수밖에 없는 가상의 서식지를 형상화한다. 최근 〈불에서 나온 것들〉에서는 슬립 캐스팅과 로스트 왁스 캐스팅을 다시 호출하면서, 도자 산업에서 탈락한 사물과 싸구려 액세서리의 장식성을 연결한다. 버려진 것들은 기능을 잃은 폐기물이 아니라, 감각과 장식을 통해 다시 인식될 수 있는 표면을 얻는다.

지형도와 지속성

오세린은 공예의 제작 기술을 개념적 장치로 탁월하게 전환한다. 금속공예와 도자를 주요 매체로 활용하는 작가는 몰드, 복제, 주조, 소성, 표면 처리 같은 공예적 공정을 통해 원본성, 가치, 생산, 폐기라는 사회적 질문을 구체적인 물질로 옮긴다.

많은 작가들이 공예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재료 실험을 시도하지만, 오세린은 여기에 시장과 공장, 자본주의적 유통망, 생태 복원과 산업 폐기라는 실제 장소의 리서치를 결합한다. 그의 작업에서 반짝임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욕망과 노동, 모방과 소외가 겹쳐 있는 표면이다.
 
오세린은 가짜 액세서리라는 작은 사물에서 출발해 그것을 둘러싼 거대한 시스템을 추적해왔다. ‘모방과 속임수’ 연작이 소비 욕망과 원본성의 문제를 장신구의 형태로 압축했다면, ‘액세서리 기행’ 연작과 〈새들은 날기 위해 머리를 없앤다〉는 그 사물이 만들어지는 생산 현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베트남 프로젝트’는 작가가 직접 공장 시스템 안에 개입한 사례였고, 《숲 온도 벙커》는 산업 개발과 생태의 관계를 상상적 조각으로 확장한 전환점이었다.

이후 〈불에서 나온 것들〉은 징더전의 도자 산업과 폐기된 도자기, 조선 시대 괴석도의 형식을 연결하며 작가가 지속적으로 다뤄온 ‘가치 밖으로 밀려난 사물’의 문제를 새로운 재료와 형식으로 이어간다. 오세린의 작업은 공예, 조각, 리서치 기반 작업, 생태적 상상력 사이에서 계속해서 확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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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과 복제, 가치와 폐기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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