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 K-ARTIST

구덩이

2025
단채널 비디오(3D 애니메이션, 아카이브 및 재연 이미지), AI 생성 음성
8분 15초
About The Work

신경진의 작업은 기술을 새로운 매체나 도구로 제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의 관심은 기술이 인간의 삶과 감정, 노동과 기억을 어떠한 방식으로 조직하고 재구성하는가에 있다. 조각과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작업을 시작한 그는 물리적 장치와 프로그래밍,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기술의 외형적 진보보다 그 이면에 작동하는 권력 관계와 인식 체계, 그리고 기술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존재 조건을 비판적으로 탐구해 왔다.

 특히 측정 가능한 변수와 예측할 수 없는 결과 사이의 간극은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이다. 그는 과학적 방법론을 차용하면서도 과학의 객관성과 완전한 예측 가능성을 신뢰하기보다, 작은 오차와 우연성, 비합리성이 기존 체계의 균열을 드러내는 계기라는 점에 주목한다.

신경진은 기술에 대한 낙관이나 비관 어느 한쪽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에게 기술은 비판의 대상인 동시에 새로운 상상력과 사유를 촉발하는 조건이다. 조각, 영상, 데이터, 알고리즘, 이론 연구는 그의 작업 안에서 서로 긴밀하게 결합하며, 예술적 실천과 학술적 연구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작동한다. 결국 그의 작업은 기술적 환경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신체, 노동과 관계 맺기가 어떠한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는지 질문하며, 동시대 사회에서 인간의 주체성과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개인전 (요약)

신경진은 공근혜갤러리(2013, 서울), 나이트 갤러리(2015, 로스앤젤레스), 더 언마인드(2025, 홍콩) 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신경진은 《강원국제트리엔날레 2024》(2024), 《현대 블루 프라이즈+》(2027, 베이징)를 비롯해 선전미술관(2024), 서울시립미술관(2013) 등 국내외의 비엔날레와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여왔다.

수상 (선정)

신경진은 대교문화재단 젊은 작가상(2006)을 수상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신진작가지원 프로그램(2013)에 선정되었다.

Works of Art

기술적 환경 속 인간의 감정과 신체, 노동

주제와 개념

신경진의 작업은 기술을 새로운 매체나 도구로 제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의 관심은 기술이 인간의 삶과 감정, 노동과 기억을 어떠한 방식으로 조직하고 재구성하는가에 있다. 조각과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작업을 시작한 그는 물리적 장치와 프로그래밍,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기술의 외형적 진보보다 그 이면에 작동하는 권력 관계와 인식 체계, 그리고 기술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존재 조건을 비판적으로 탐구해왔다.

작가가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질문은 인간이 기술적 환경 속에서 어떠한 주체로 형성되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초기 작업인 〈비너스를 흉내내기〉, 〈피라미드 프로젝트〉, 〈지구의 표본〉은 측정과 분류, 통계와 규칙이라는 근대적 인식 체계가 인간의 몸과 세계를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실험적으로 탐색한다.

특히 측정 가능한 변수와 예측할 수 없는 결과 사이의 간극은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이다. 그는 과학적 방법론을 차용하면서도 과학의 객관성과 완전한 예측 가능성을 신뢰하기보다, 작은 오차와 우연성, 비합리성이 기존 체계의 균열을 드러내는 계기라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작업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은 더욱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데이터가 자본주의의 핵심 자원이 된 시대에 인간의 감정과 경험마저 채굴과 추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The Unmined》 프로젝트는 디지털 노동, 데이터 식민주의, 정동 컴퓨팅과 생성 알고리즘을 연결하며, 인간의 감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측정되고 상품화되는지를 탐구한다.

자본주의적 가치 체계 속에서 무가치하거나 비생산적인 것으로 취급되는 감정들을 다시 수집하고 가시화하는 그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노동과 데이터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적 경험의 잉여와 불확정성을 복원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신경진은 기술에 대한 낙관이나 비관 어느 한쪽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에게 기술은 비판의 대상인 동시에 새로운 상상력과 사유를 촉발하는 조건이다. 조각, 영상, 데이터, 알고리즘, 이론 연구는 그의 작업 안에서 서로 긴밀하게 결합하며, 예술적 실천과 학술적 연구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작동한다. 결국 그의 작업은 기술적 환경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신체, 노동과 관계 맺기가 어떠한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는지 질문하며, 동시대 사회에서 인간의 주체성과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형식과 내용

신경진의 작업은 조각을 출발점으로, 조각,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프로그래밍, 데이터 시각화, 생성 알고리즘, 3D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횡단하며 작업의 형식을 구축해왔다. 이러한 매체의 확장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기 위한 실험이라기보다, 인간과 기술, 물질과 정보, 신체와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론에 가깝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 매체는 주제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특정한 인식 체계와 사회적 관계를 드러내는 구조로 기능한다.

초기 작업에서는 측정과 복제, 규칙과 오차를 조각적 장치로 전환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비너스를 흉내내기〉에서는 18세기 포인팅 머신을 변형하여 자신의 신체를 측정하고, 〈피라미드 프로젝트〉에서는 고대 기하학의 비례 체계를 인간의 신체 치수로 치환한다.

또한 〈지구의 표본〉에서는 통계 자료와 지리적 데이터를 결정 구조를 연상시키는 조각적 형태로 재구성한다. 과학적 모델과 수학적 원리, 객관적 데이터는 그의 작업에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체계가 지닌 임의성과 한계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퍼포먼스와 영상 역시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웃으면서 자살하기〉에서 웃음가스를 이용해 의식의 미세한 변화를 경험하거나, 〈Gray Hive〉에서 반복적인 노동과 고립의 구조를 수행적으로 구현하듯, 그의 퍼포먼스는 몸의 표현성보다 신체가 특정한 조건과 규칙 안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에 가깝다. 여기서 몸은 감정을 표현하는 주체인 동시에 사회적 규범과 기술적 조건이 새겨지는 매개체가 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생성 시스템과 조각적 사고가 더욱 긴밀하게 결합한다. 웹 스크래핑, 감성 분석, 절차적 모델링, 인공지능 음성 등 계산적 방법론은 더 이상 작업의 기술적 배경이 아니라 형식 그 자체를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특히 《The Unmined》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디지털 환경에서 추출된 감정을 조각, 데이터 시각화, 영상 설치로 변환하며, 비물질적인 데이터와 물리적 조각 사이를 왕복하는 새로운 조형 언어를 구축한다.

이처럼 신경진의 작업은 연구와 프로그래밍, 조각과 퍼포먼스, 데이터와 물질이 서로 침투하는 복합적인 형식을 통해 동시대 기술 환경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장을 마련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신경진의 작업은 조각에서 출발해 영상, 설치, 프로그래밍, 데이터 시각화, 생성 알고리즘으로 매체를 확장해왔지만, 그 중심에는 일관된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조직하기 위해 구축해온 측정 체계와 기술적 시스템에 주목해왔으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오차와 우연성, 그리고 규범으로 포착되지 않는 특수한 상태들을 탐구해왔다. 초기의 신체 측정 프로젝트에서 최근의 데이터 기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시스템이 인간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그리고 인간은 그 체계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재구성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질문해왔다.

이러한 관심은 신체, 기술, 데이터라는 서로 다른 소재를 관통하며 전개된다. 초기 작업에서 몸은 규격화된 측정 체계에 개입하는 가변적 요소로 등장했다. 이후 독거노인의 삶과 꿀벌의 생태를 결합한 〈Gray Hive〉에서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사회적 규칙과 생물학적 질서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인프라 속에서 추출되고 상품화되는 감정과 노동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작업의 대상과 형식은 변화했지만, 기술과 제도가 생산하는 질서와 그 바깥에서 발생하는 인간적 경험 사이의 긴장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뚜렷한 연속성을 지닌다.

신경진의 작업 지형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론 연구와 예술 실천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비판이론, 포스트디지털 담론, 뉴 머티리얼리즘, 디지털 노동 연구 등을 적극적으로 참조하며, 연구 과정에서 축적된 문제의식을 작품의 구조와 형식으로 전환한다. 학술 연구와 창작은 서로를 보완하는 병행적 활동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실천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개별 작품의 결과물에 머무르기보다 장기간에 걸쳐 축적되는 연구 프로젝트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최근의 작업은 인공지능과 생성 시스템, 비인간 행위성(nonhuman agency), 데이터 식민주의와 같은 동시대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며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역시 기술 환경 속에서 인간의 존재 조건을 질문하고, 측정 가능한 체계와 환원될 수 없는 인간적 경험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려는 초기의 관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신경진의 작업은 기술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매체와 연구 주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려는 일관된 탐구를 지속해온 장기적 프로젝트로 이해될 수 있다.

Works of Art

기술적 환경 속 인간의 감정과 신체,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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