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경은 근대와 현대를
통과하며 주류에서 밀려난 장소, 사건, 욕망을 카메라로 추적해왔다. 사진을 전공하기 전 환경공학을 공부한 이력은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바탕이 된다. 환경, 인간, 기술의
관계를 다루던 경험은 이후 인간이 만든 환경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모순, 개발과 쇠락이 남긴 잔여적
풍경을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졌다. 그는 사진이 사회적 메시지를 직접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의미가 없는 것들, 의미의
나머지들, 중립적으로 포기된 것들’에 주목하며 사진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여지를 탐색해왔다.
초기 작업의 중요한 축이 되는 작품 〈510kilometer〉(2021) 작가가 사진으로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질문하던 시기에 시작되었다. 곽동경은 4대강 사업이 한창이던 낙동강 줄기를 따라 부산에서 안동까지 걸으며 촬영했고,
그 과정에서 사진 안에 사회적 메시지를 “욱여넣는” 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험했다. 그러나 이 작업 이후 그의 시선은 분명한 주장이나 서사보다, 말해지지 않은 채 남겨진 풍경의 결락으로 이동한다. 2019년부터
본격화된 '나머지 정리'(2021) 연작은 열차 운행이 드문
민둥산역 인근 철도아파트처럼 개발과 쇠락의 틈에 남겨진 장소들을 담는다. 재개발을 요구하는 소란은 화면
밖에 있고, 사진 속 장소와 사물은 그저 자기 시간 안에 조용히 놓여 있다.
개인전 《틸틸미틸》(플랜비 프로젝트 스페이스, 2021)은
곽동경이 십여 년간 촬영해온 작업을 '510kilometer', 'LAND Landscape'(2021) 연작, '나머지정리', '날숨'(2021)
연작 등으로 나누어 보여준 첫 개인전이었다. 전시 제목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 『파랑새』
속 남매 틸틸과 미틸에서 가져온 것으로, 가까이에 있지만 쉽게 발견되지 않는 희망의 감각과도 연결된다. 'LAND Landscape'는 유년 시절 아버지를 졸라 놀이공원에 갔던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사적인 향수나 레트로의 감상으로 기울지 않는다.
〈LAND Landscape #7〉(2021), 〈LAND Landscape #2〉(2021) 등에서 작가는 쇠락한 놀이공원을
흐린 날씨와 낮은 채도 속에 담으며, 과거의 장소가 아니라 흐르는 시간 안에 남아 있는 장소를 보여준다. 〈날숨 #1〉(2021)으로
대표되는 '날숨' 연작에서는 렌즈 앞에 숨을 불어넣어 촬영한
바다를 통해, 역사적 서사를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인간사의 바깥에서 오래 지속되어온 자연의 평온한 표면을
바라본다.
이후 곽동경의 작업은 산업 이동과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새로운 식민지적 공간을 향해 확장된다. '슬롯'(2021–2024) 연작은 폐광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설립된 강원랜드와 그 주변 지역을 배경으로, 콤프 포인트, 관광 개발, 도박
중독, 저당 잡힌 차량, 인공적으로 조성된 관광지 같은 요소를
통해 지역 경제의 이면과 오작동을 추적한다.
〈하이원 그랜드호텔 메인타워 스탠다드룸, 정선군 사북읍〉(2022), 〈저당 잡힌 차량들, 정선군 사북읍〉(2024) 등에서 보이는 풍경은 극적인 사건보다
조용한 정적에 가깝지만, 그 안에는 석탄에서 관광으로 이동한 산업 구조와 일확천금의 욕망, 개발의 실패가 복합적으로 놓여 있다. 《공백을 채우십시오》(대전시립미술관, 2025)에서 이 연작이 공백의 장소와 미시사의 문제
안에서 읽힌 것처럼, 곽동경의 사진은 거대한 역사보다 그 사이에 끼인 작은 장소들을 통해 시대의 구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