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숨 #2 - K-ARTIST

날숨 #2

2021
피그먼트 프린트
25.4 × 16.9 cm

About The Work

곽동경은 근대와 현대를 통과하면서 주류에서 탈락한 역사와 그 과정에서 생긴 굴절된 욕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회가 낳은 이분법적 존재들에 주목해 온 그는, 그 둘의 간격을 좁히거나 때로는 넓히는 작업을 통해 그러한 갈등의 한 가운데 서 있기를 지향한다.

곽동경의 사진은 풍경을 다루지만,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기념적 장소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이 구축한 환경과 그 환경이 남긴 잔여물을 관찰한다. 그의 사진은 개발 비판이나 폐허의 미학에 머물기 보다는, 오히려 의미가 과잉된 장소에서 의미를 덜어내고, 이미 소외되거나 포기된 장소가 어떤 모습으로 계속 존재하는지를 바라본다. 이때 사진은 문제가 지나간 뒤 남은 표면을 오래 응시하는 장치가 된다.

곽동경은 자신의 의도와 연출을 최소화하고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진 안에 남겨진 정적과 결락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의미를 읽어내도록 한다. 이러한 그의 사진은 거대한 사건의 중심보다 그 주변부에 남겨진 조용한 구조를 통해, 선명하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 현실의 역설을 계속 들여다보게 한다. 

개인전 (요약)

곽동경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Cherry Orange Plum》(캡션 서울, 서울, 2024), 《틸틸미틸》(플랜비 프로젝트 스페이스, 서울,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곽동경은 2025 부산국제사진제 《피부 아래; 열과 막》(일산수지, 부산, 2025), DMA 캠프 2025 《공백을 채우십시오》(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25), 《문제는그게아닌거같은데요》(공간 힘, 부산, 2023; 탈영역우정국, 서울, 2022), 《두꺼비집》(새공간, 서울, 2021)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곽동경은 시사IN이 진행하는 ‘2024 올해의 사진’ 참여 사진가로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의미의 나머지들’을 담는 사진

주제와 개념

곽동경은 근대와 현대를 통과하며 주류에서 밀려난 장소, 사건, 욕망을 카메라로 추적해왔다. 사진을 전공하기 전 환경공학을 공부한 이력은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바탕이 된다. 환경, 인간, 기술의 관계를 다루던 경험은 이후 인간이 만든 환경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모순, 개발과 쇠락이 남긴 잔여적 풍경을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졌다. 그는 사진이 사회적 메시지를 직접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의미가 없는 것들, 의미의 나머지들, 중립적으로 포기된 것들’에 주목하며 사진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여지를 탐색해왔다.

초기 작업의 중요한 축이 되는 작품 〈510kilometer〉(2021) 작가가 사진으로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질문하던 시기에 시작되었다. 곽동경은 4대강 사업이 한창이던 낙동강 줄기를 따라 부산에서 안동까지 걸으며 촬영했고, 그 과정에서 사진 안에 사회적 메시지를 “욱여넣는” 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험했다. 그러나 이 작업 이후 그의 시선은 분명한 주장이나 서사보다, 말해지지 않은 채 남겨진 풍경의 결락으로 이동한다. 2019년부터 본격화된 '나머지 정리'(2021) 연작은 열차 운행이 드문 민둥산역 인근 철도아파트처럼 개발과 쇠락의 틈에 남겨진 장소들을 담는다. 재개발을 요구하는 소란은 화면 밖에 있고, 사진 속 장소와 사물은 그저 자기 시간 안에 조용히 놓여 있다.

개인전 《틸틸미틸》(플랜비 프로젝트 스페이스, 2021)은 곽동경이 십여 년간 촬영해온 작업을 '510kilometer', 'LAND Landscape'(2021) 연작, '나머지정리', '날숨'(2021) 연작 등으로 나누어 보여준 첫 개인전이었다. 전시 제목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 『파랑새』 속 남매 틸틸과 미틸에서 가져온 것으로, 가까이에 있지만 쉽게 발견되지 않는 희망의 감각과도 연결된다. 'LAND Landscape'는 유년 시절 아버지를 졸라 놀이공원에 갔던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사적인 향수나 레트로의 감상으로 기울지 않는다.

〈LAND Landscape #7〉(2021), 〈LAND Landscape #2〉(2021) 등에서 작가는 쇠락한 놀이공원을 흐린 날씨와 낮은 채도 속에 담으며, 과거의 장소가 아니라 흐르는 시간 안에 남아 있는 장소를 보여준다. 〈날숨 #1〉(2021)으로 대표되는 '날숨' 연작에서는 렌즈 앞에 숨을 불어넣어 촬영한 바다를 통해, 역사적 서사를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인간사의 바깥에서 오래 지속되어온 자연의 평온한 표면을 바라본다.

이후 곽동경의 작업은 산업 이동과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새로운 식민지적 공간을 향해 확장된다. '슬롯'(2021–2024) 연작은 폐광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설립된 강원랜드와 그 주변 지역을 배경으로, 콤프 포인트, 관광 개발, 도박 중독, 저당 잡힌 차량, 인공적으로 조성된 관광지 같은 요소를 통해 지역 경제의 이면과 오작동을 추적한다.

〈하이원 그랜드호텔 메인타워 스탠다드룸, 정선군 사북읍〉(2022), 〈저당 잡힌 차량들, 정선군 사북읍〉(2024) 등에서 보이는 풍경은 극적인 사건보다 조용한 정적에 가깝지만, 그 안에는 석탄에서 관광으로 이동한 산업 구조와 일확천금의 욕망, 개발의 실패가 복합적으로 놓여 있다. 《공백을 채우십시오》(대전시립미술관, 2025)에서 이 연작이 공백의 장소와 미시사의 문제 안에서 읽힌 것처럼, 곽동경의 사진은 거대한 역사보다 그 사이에 끼인 작은 장소들을 통해 시대의 구조를 바라본다.

형식과 내용

곽동경의 사진은 풍경을 다루지만,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기념적 장소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그는 시간성과 상징성을 가능한 한 걷어내고, 스펙터클한 장면보다 밋밋하고 연속적인 것들을 오래 바라본다. 피그먼트 프린트로 제작된 〈나머지정리 #5〉(2021), 〈나머지정리 #3〉(2021), 흑백 필름으로 낙동강을 따라 걸으며 촬영한 단채널 영상 〈510kilometer #1〉 등은 모두 사진이 메시지를 직접 설명하기보다, 장소가 놓인 상태를 보여주는 쪽에 가깝다. 작가는 자신의 의도와 연출을 최소화하고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진 안에 남겨진 정적과 결락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의미를 읽어내도록 한다.

'나머지정리' 연작은 제목처럼 전체를 설명하는 중심값보다 계산 뒤에 남는 ‘나머지’에 시선을 둔다. 철도아파트, 개발을 기다리는 장소, 방치된 구조물과 그 곁에 자라는 나무는 사회적 논쟁이나 개발 욕망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이미 지나간 산업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사이에 정지해 있는 풍경으로 나타난다. 이때 사진은 다큐멘터리의 직접적인 고발보다 낮은 목소리에 가깝다. 무엇이 문제인지 말하기보다, 문제가 남긴 형태와 침묵을 바라보게 만드는 방식이다.

'LAND Landscape' 연작에서 곽동경은 쇠락한 놀이공원을 촬영하면서 흐린 날이나 안개 낀 날을 선택하고, 채도를 낮추거나 후반 작업을 통해 원하는 색을 조정한다. 이 과정은 감상적 회고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놀이공원을 과거에 갇힌 장소가 아니라 현재의 시간 속에서 서서히 낡아가는 풍경으로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틸틸미틸》에서 함께 제시된 '날숨' 연작 역시 렌즈 앞에 불어넣은 숨이라는 매우 단순한 물리적 개입을 통해 바다 이미지를 흐리게 만들지만, 그 효과는 장식적이기보다 보는 행위의 호흡과 거리를 드러내는 데 가깝다.

'슬롯' 연작에서는 사진의 형식이 한층 더 건조하고 관찰적인 태도로 이동한다. 강원랜드 호텔 객실, 주변 관광 시설, 방치되거나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간, 저당 잡힌 차량들은 모두 카지노 산업을 둘러싼 지역 경제의 구조를 암시하지만, 사진은 그 장면을 과장하거나 극화하지 않는다. 이 연작은 2025 부산국제사진제 《피부 아래; 열과 막》(일산수지, 부산, 2025), DMA 캠프 2025 《공백을 채우십시오》, 《문제는그게아닌거같은데요》(공간 힘, 2023) 등에서 논의된 도시, 공백, 동시대 자본주의, 감각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곽동경의 사진은 장소의 표면을 차분히 기록하면서도, 그 표면 아래 흐르는 산업의 이동과 욕망의 구조를 함께 감지하게 만든다.

지형도와 지속성

곽동경은 환경공학에서 사진으로 이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이 구축한 환경과 그 환경이 남긴 잔여물을 관찰한다. 그의 사진은 개발 비판이나 폐허의 미학에 머물기 보다는, 오히려 의미가 과잉된 장소에서 의미를 덜어내고, 이미 소외되거나 포기된 장소가 어떤 모습으로 계속 존재하는지를 바라본다. 이때 사진은 문제가 지나간 뒤 남은 표면을 오래 응시하는 장치가 된다.

《틸틸미틸》의 여러 연작에서 그는 사적인 기억, 사회적 사건, 지역 개발의 실패, 자연의 표면을 다루면서도 과도한 서사화를 경계하는듯 보인다. 'LAND Landscape'에서 놀이공원은 잃어버린 유년의 상징으로 고정되지 않고, '나머지 정리'에서 방치된 건물은 개발의 피해를 설명하는 표지로만 환원되지 않는다. '슬롯'에서도 강원랜드 주변의 풍경은 카지노 산업의 비극을 직접적으로 극화하기보다, 자본과 관광, 지역 경제가 엇물리며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운 정적을 보여준다.

곽동경은 사회적 메시지 이후에 남는 장소와 감각을 탐색했다. '날숨' 연작을 통해서는 역사적 서사보다 더 오래된 자연의 표면을 통해 사진이 말하지 않고도 작동할 수 있는 방식을 보여주고, '슬롯' 연작을 통해서는 산업 이동과 자본주의의 구조를 지역의 구체적인 장면으로 끌어왔다. 곽동경은 언론사 시사IN이 진행하는 ‘2024 올해의 사진’ 참여 사진가로도 선정되었다. 이러한 이력은 그의 작업이 지역과 산업, 개인의 기억과 공적 역사, 사진과 영상의 경계를 오가며 더 넓은 장면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그의 사진은 거대한 사건의 중심보다 그 주변부에 남겨진 조용한 구조를 통해, 선명하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 현실의 역설을 계속 들여다보게 할 것이다.

Works of Art

‘의미의 나머지들’을 담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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