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아홉 조각의 부곡하와이-1984년 J로부터 - K-ARTIST

아흔 아홉 조각의 부곡하와이-1984년 J로부터

2022
캔버스에 아크릴
10 x 15 cm (99개)

About The Work

최가영은 현실과 이상의 관계에 대한 물음을 바탕으로, 경험해 본 적 없는 것에 대한 낭만과 연출된 환상을 회화라는 매체로 표현한다. 작가는 여행, 타인의 기록, 사진, 엽서, 디지털 이미지, 인터뷰, 인터넷 리서치 등을 통해 자신이 가본 적 없거나 이제는 경험할 수 없는 장소를 수집하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상과 오해, 그리움과 거리감을 회화로 옮긴다. 

풍경을 다루는 많은 회화가 실제 장소의 관찰이나 기억의 재현에 기반한다면, 최가영은 ‘장소에 도달하기 이전의 상태’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 그는 풍경을 눈앞에 있는 자연이나 도시의 장면으로 고정하지 않고, 누군가가 보내온 사진, 검색된 이미지, 사라진 테마파크의 기록, 가공된 과일 이미지처럼 매개를 거쳐 전달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산수화의 사생 전통과 디지털 이미지 시대의 간접 경험을 함께 품는다. 손으로 그린 회화는 이미지의 진실성을 보증하기보다, 실제와 상상,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렇듯 최가영의 작업은 먼 곳의 대상에 관해 리서치한 것을 바탕으로 현실과 개인, 사회를 비유하고 상상해서 만든 서사를 회화와 입체로써 전달한다. 비일상성과 이상향에 대한 현실적 욕망을 표현하는 그의 회화는, 현실과 이상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동시에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보게 한다.

개인전 (요약)

최가영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후르츠 푸딩 Furutsu Jelly》(오시선, 서울, 2023), 《후르츠 Furutsu》(갤러리조선, 서울, 2023), 《Survival in Fantasy》(금호미술관, 서울, 2022), 《세르비아의 산, 채석장, Венчац》(공간 형, 서울,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최가영은 《방금 전의 소문과 오래된 증거로부터》(챔버, 서울, 2025),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경기도미술관, 안산, 2025), 《드로잉그로잉》(아트스페이스 보안, 서울, 2025), 《Transurfing》(노블레스 컬렉션, 서울, 2025), 《쇼케이스: 정원술》(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3), 《지워진 기억조차 리듬을 남긴다》(우석갤러리, 서울,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최가영은 2021년도 금호영아티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최가영은 인천아트플랫폼(2023), 후지요시다 도-소 아티스트 레지던시(2019), 타오후아탄 제5회 국제 예술가 레지던시(2019) 등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Works of Art

경험해 본 적 없는 것의 낭만과 연출된 환상에 대하여

주제와 개념

최가영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장소와 시간을 회화로 다룬다. 작가는 여행, 타인의 기록, 사진, 엽서, 디지털 이미지, 인터뷰, 인터넷 리서치 등을 통해 자신이 가본 적 없거나 이제는 경험할 수 없는 장소를 수집하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상과 오해, 그리움과 거리감을 회화로 옮긴다.

초기 개인전 《FOUND_쉽게 찾은 풍경》(갤러리도스, 2017)에서 그는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마주한 풍경과 자신의 내면적 이상향을 결합했다. 〈달과 폭포〉(2017), 〈we welcome you〉(2017), 〈밤바다-섬〉(2017) 등에서 자연은 실제 장소의 기록이 아니라, 산수화적 전통과 개인적 환상이 겹쳐진 이상적 풍경으로 나타난다.

이후 《세르비아의 산, 채석장, Венчац》(공간 형, 2020)에서 작가는 ‘가보지 않은 장소를 그리는 일’ 자체를 작업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세르비아인 작가 M이 보내온 사진과 인터넷 자료를 바탕으로 벤차스 산을 그리던 중, 그 풍경이 순수한 자연이 아니라 채석장의 흔적을 품은 장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작업은 전환된다.

〈세르비아의 산 - Marija Curk로부터(A Serbian Mountain-from Marija Curk)〉(2020), 〈산, 채석장 - Marija Curk로부터(A Mountain, a Quarry-from Marija Curk)〉(2020), 〈Венчац의 하얀 대리석-Vukasin Stancevic로부터(White Marbles in Venčac-from Vukasin Stancevic)〉(2020)는 모두 사진으로 전달된 풍경과 실제 장소의 변화, 그리고 작가의 상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다룬다. 이때 풍경은 더 이상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정보와 상상, 오해와 발견이 겹쳐진 장소가 된다.

《Survival in Fantasy》(금호미술관, 2022)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연출된 환상’과 그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했던 사람과 사물의 문제로 확장된다. 작가는 해외 중고거래 웹사이트에서 우연히 수집한 한 장의 엽서에서 출발해, 1984년 부곡하와이에서 영국으로 보내진 기록을 따라간다.

〈아흔 아홉 조각의 부곡하와이-1984년 J로부터(99 Pieces of Bugok Hawaii-From J in 1984)〉(2022)와 Curtain Call(2022) 등은 작가가 태어나기 이전의 시간, 지금은 폐업해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 그리고 그곳에서 ‘한국의 하와이’라는 판타지를 만들기 위해 노동했던 외국인 댄서와 열대 식물의 존재를 소환한다. 이 작업에서 환상은 현실과 분리된 도피처가 아니라, 누군가의 노동과 생존을 통해 유지된 무대이자 삶의 조건으로 나타난다.

2023년의 《후르츠 Furutsu》(갤러리조선, 2023)와 《후르츠 푸딩 Furutsu Jelly》(오시선, 2023)에 이르면 최가영은 열대 식물과 과일을 통해 이국적 환상이 일상에서 어떻게 가공되고 소비되는지를 탐구한다. 〈Selenicereus Costaricensis〉(2023), 〈A Hawaiian Summer Dream 5〉(2023) 등에서 열대 과일과 식물은 신선한 자연물이라기보다, ‘후르츠 칵테일’이나 ‘후르츠 믹스’처럼 과일의 풍미를 흉내 내는 가공품의 감각과 연결된다.

작가는 달콤하고 화려한 이미지 뒤에 놓인 공허함과 생존의 방식을 함께 바라본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이상향을 향한 낭만에서 출발해, 가보지 못한 장소의 사생, 사라진 장소의 기록, 연출된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왔다.

형식과 내용

최가영의 작업은 회화를 중심으로 하되,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장면처럼 구성하는 설치적 방식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초기 작업에서는 한지에 수묵채색을 사용해 산수화의 전통적인 요소를 끌어오면서도, 아이슬란드의 이국적 풍경과 밤하늘, 무지개, 달, 불꽃처럼 개인적 상징성을 지닌 이미지를 결합했다.

〈달과 폭포〉, 〈we welcome you〉, 〈밤바다-섬〉에서 번지고 스며드는 한지의 물성은 실제 풍경의 재현보다 비현실성과 낭만의 감각을 강화한다. 작가가 그리는 풍경은 눈앞에 있는 장소의 객관적 기록이 아니라, 여행의 기억과 상상, 이상향에 대한 바람이 뒤섞인 내면의 장면이다.
 
《세르비아의 산, 채석장, Венчац》 이후 작가는 사진과 인터넷 이미지, 타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현장감을 상상하며 그리는 방식을 발전시킨다. 직접 본 적 없는 장소를 그리기 위해 작가는 M과의 대화, jpg 파일, 검색 이미지, 지명에 관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회화적 장면을 구성한다.

〈세르비아의 산 - Marija Curk로부터〉가 채석장을 생략한 산의 이미지에 가깝다면, 〈산, 채석장 - Marija Curk로부터〉와 〈Венчац의 하얀 대리석-Vukasin Stancevic로부터〉는 자연 풍경 안에 숨어 있던 채석의 흔적을 전면으로 가져온다. 이 과정에서 회화는 ‘본 것을 그리는’ 매체가 아니라, 보지 못한 것에 접근하기 위해 자료와 상상을 조합하는 방법이 된다.
 
《Survival in Fantasy》에서는 회화가 설치와 무대의 형식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엽서, 인터뷰, 답사, 기록물을 통해 부곡하와이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그 장소를 물리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현재의 조건 속에서 다시 구성한다. 화면 위를 스치는 듯한 붓질은 부곡하와이의 구체적 외형보다 그곳에 대한 잔상과 그리움, 시간의 흐릿함을 드러낸다.

동시에 실제 무대 위에 설치된 회화들은 관객이 그림 사이를 거닐 수 있도록 배치되어, 관람자가 이상적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무대 뒤편의 이야기와 마주하게 한다. 이때 회화는 단일한 평면으로 완결되지 않고, 관객의 이동과 전시 공간의 연출을 통해 하나의 경험적 장면이 된다.
 
최근 《후르츠 Furutsu》와 《후르츠 푸딩 Furutsu Jelly》에서는 회화와 입체 설치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후르츠 Furutsu》가 야자수, 열대 과일, 통조림 체리 같은 이미지를 통해 ‘연출된 열대성’과 가공된 달콤함을 그렸다면, 《후르츠 푸딩 Furutsu Jelly》는 그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설치 경험을 제안한다.

회화 속 과일 조각들은 거대한 입체 형태로 확대되고, 관객은 통조림 시럽 속을 헤엄치는 또 다른 ‘후르츠’가 된 듯한 상황에 놓인다. 이처럼 최가영은 회화의 이미지가 전시장 안에서 어떻게 공간화되고, 관람자의 몸을 통해 다시 경험될 수 있는지를 꾸준히 실험해왔다.

지형도와 지속성

최가영은 경험의 공백을 자료와 상상으로 메우는 대신, 그 공백 자체가 만들어내는 거리감과 오해, 낭만과 불안을 작업의 동력으로 삼는다. 여행지의 풍경, 세르비아의 채석장, 부곡하와이, 열대 식물과 과일은 모두 현실에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대상이지만, 작가에게 도달하는 과정에서는 이미 사진, 엽서, 타인의 말, 인터넷 이미지, 기억, 환상의 층위를 통과한다. 그의 회화는 바로 이 간접 경험의 두께를 화면과 공간으로 번역한다.
 
풍경을 다루는 많은 회화가 실제 장소의 관찰이나 기억의 재현에 기반한다면, 최가영은 ‘장소에 도달하기 이전의 상태’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 그는 풍경을 눈앞에 있는 자연이나 도시의 장면으로 고정하지 않고, 누군가가 보내온 사진, 검색된 이미지, 사라진 테마파크의 기록, 가공된 과일 이미지처럼 매개를 거쳐 전달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산수화의 사생 전통과 디지털 이미지 시대의 간접 경험을 함께 품는다. 손으로 그린 회화는 이미지의 진실성을 보증하기보다, 실제와 상상,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최가영의 작업 흐름은 작업은 여행과 이상향의 풍경, 직접 가보지 않은 장소 등의 낭만에서 출발해, 환상의 생산 조건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문제로 이동해왔다. 그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계와 이미 사라진 장소, 그리고 현실 속에서 계속 연출되는 환상을 오가며, 회화가 어떻게 새로운 현장감과 서사를 만들 수 있는지 탐색해나가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Works of Art

경험해 본 적 없는 것의 낭만과 연출된 환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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