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야생화 - K-ARTIST

천사의 야생화

2023
캔버스에 유채
162.2 x 130.3 cm

About The Work

김보경은 선택의 순간에 생겨나는 미련이나 아쉬움, 지나간 장면의 여운과 감각의 어긋남에 주목해 왔다. 그는 흘러가는 시간과 다시 올 수 없는 공간에서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회화적 구조로 재조합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업은 회화와 드로잉, 설치를 넘나들며 감각의 밀도와 시간의 리듬을 시각화한다.

김보경의 작업은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장면들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들, 혹은 원래의 기능을 잃은 사물처럼 지나간 시간과 공간의 파편들을 모으고, 자르고, 변형하며 새로운 회화적 형상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하나의 새로운 풍경이자, 작가만의 조형 언어를 구성하는 요소로 제시된다.

화면의 구성은 이미지들이 지닌 감각적 리듬을 따라 이루어진다. 작가는 감각이 언제나 동일한 속도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며, 이러한 어긋남의 틈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각의 속도를 붙잡아 회화적 시간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하나의 장면은 기억 속에서 다른 구조로 변형되고, 그 구조는 다시 화면 안에서 새로운 리듬과 밀도로 재구성된다. 이처럼 지연되고 어긋나는 방식으로 구축된 그의 화면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의 미세한 흔들림과 잔상을 포착한다.

이러한 김보경의 회화는 디지털 이미지가 일상의 감각을 빠르게 바꾸는 시대에, 선택과 기억, 사물과 풍경, 우연과 균형이 어떻게 하나의 회화적 질서로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개인전 (요약)

김보경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풍경설계》(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5), 《우연적 질서》(아트플러그 연수, 인천, 2024),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균형》(동작아트갤러리, 서울, 2023)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김보경은 《흐르는 것들에 대하여》(갤러리박영, 파주, 2025), 《레이더: 세상을 감각하는 눈》(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4), 《Youth》(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2024), 《잔잔하게 휘몰아칠 때,》(갤러리호호, 서울, 2024), 《내부확장》(키미아트, 서울, 2023), 《퍼폼2019: 린킨아웃》(일민미술관, 서울, 2019), 《제3회 뉴드로잉 프로젝트》(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 2018)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김보경은 2024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활동하였으며, 같은 해 화랑미술제 ZOOM-IN Edition 5에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지나간 장면의 여운을 재구성하는 회화

주제와 개념

김보경의 작업은 오늘날 우리가 이미지와 관계 맺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패션 잡지, 인테리어 카탈로그, SNS, Reels, 구글 이미지처럼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시각 정보를 수집하고, 그중 특정한 형태와 색, 패턴을 선택해 화면 안에서 다시 조합한다.

초기 작업 〈8-2015〉(2015), ‘Layered color’(2017 전후) 연작, 〈Layered color 2017-4 (Recombination)〉(2017) 등은 이러한 출발점을 잘 보여준다. 이 시기의 작업에서 이미지는 특정 사물이나 장면의 재현이라기보다, 면과 선, 색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조각이며, 작가는 그것을 자신의 시선으로 다시 배열하며 하나의 회화적 구조를 만든다.
 
이후 김보경은 이미지 선택의 문제를 단순한 수집이나 기록의 차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무의식적 선택’과 ‘우연적 질서’의 문제로 확장해왔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균형》(동작아트갤러리, 2023)에서 그는 각기 다른 형태들이 서로의 경계에 기대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장면을 제시했다.

〈감각의 속도〉(2022), 〈무중력 속 확장〉(2022), 〈천사의 야생화〉(2023), 〈균형을 바라보는 정원의 새벽〉(2023)은 모두 이미지가 의식적으로 계획된 질서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감각과 우연한 선택, 그 선택 이후에 남는 심리적 리듬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드러낸다.
 
《우연적 질서》(아트플러그 연수, 2024)에 이르면 작가는 한 화면 안에 여러 시선과 장면이 공존하는 방식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잡지나 SNS에서 가져온 이미지는 편집 툴을 거치며 여러 버전으로 변주되고, 그중 선택된 일부가 다시 회화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우연한 질서-COLD〉(2024), ‘우연적 질서-BLANK’(2024) 연작, 〈가까스로〉(2024), 〈늦은 밤 솟아오른 생각〉(2024) 같은 작업은 하나의 이미지가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다른 장면들을 품은 복합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보경에게 화면은 이미지들이 단순히 나열되는 곳이 아니라, 수집과 편집, 선택과 보류, 무작위와 균형이 함께 작동하는 장소다.
 
최근 개인전 《풍경설계》(인천아트플랫폼, 2025)에서 작가의 관심은 디지털 이미지의 조형적 재구성에서 개인의 기억과 장소의 감각으로 더 깊이 이동한다. 부산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을 인천이라는 도시적 맥락 안에서 다시 떠올리며, 작가는 익숙함과 낯섦이 겹치는 풍경을 구축한다. ‘수미상관’ 연작, ‘해무’(2025) 연작, ‘침식’ 연작, 〈하얀 조각상 둘 혹은 셋〉(2024), 〈부스러진 벽 사이로〉(2024), 〈깊은 연못 수면 위〉(2024), 〈그물에 걸린 윤슬〉(2025)은 기억 속 장면과 현재의 풍경이 겹쳐질 때 생기는 불완전한 감각을 붙잡는다. 이처럼 김보경의 작업은 이미지의 조합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기억, 장소, 사물, 감정의 잔상까지 포괄하는 회화적 풍경으로 확장되어 왔다.

형식과 내용

김보경이 주로 사용하는 형식은 ‘콜라주 드로잉’이다. 작가는 패션, 인테리어, 예술 잡지 등에서 이미지를 찢어 조합하고, 그것을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한 뒤 다시 회화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이미지의 원래 기능은 약해지고, 색, 선, 면, 패턴 같은 조형 정보가 강조된다. 〈8-2015〉나 ‘Layered color’ 연작에서 볼 수 있듯, 작가는 완성된 광고 이미지나 카탈로그 이미지에서 특정 부분을 떼어내 원본과 다른 분위기와 구조를 만들어낸다. 수집된 이미지는 더 이상 출처의 맥락에 묶여 있지 않고, 회화 안에서 새로운 조형 언어로 작동한다.
 
이러한 방식은 ‘Convert A to B’ 연작과 Pieces Components(2018)를 거치며 매체 간 변환의 문제로 이어진다. 김보경은 하나의 이미지가 콜라주, 디지털 드로잉, 회화, 판화, 입체로 이동할 때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새롭게 생겨나는지를 관찰한다. 디지털 이미지가 좌표값이나 색상값으로 전환되고, 다시 손으로 그려진 회화가 될 때 완벽한 복제는 불가능하다. 작가는 바로 그 유실과 어긋남에 주목한다. 매끈하고 평평한 화면은 디지털로 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며, 이 차이 안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감각이 겹쳐진다.
 
2023년 이후 작업에서는 기하학적이고 평면적인 구조 위에 그림자, 볼륨, 반추상적 형상, 정물적 이미지가 더해지며 회화적 밀도가 높아진다. 〈감각의 속도〉는 형태가 의미로 고정되기 이전에 감각의 리듬으로 먼저 다가오는 순간을 다루고, 〈천사의 야생화〉는 아버지의 트로피에서 출발해 사라진 사물이 남긴 정서적 밀도를 추상적 형상으로 재구성한다.

〈원-테이블 아일랜드〉(2023), 〈여기에 핀 달의 꽃〉(2024)은 일종의 정물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루틴화된 일상 속에서 포착된 심리적 변화와 감정의 구조를 이미지로 풀어낸 작업이다. 이 시기 화면은 무작위로 흩어진 듯 보이는 형상들이 서로 미세한 긴장 속에서 균형을 이루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색채를 줄이고 목탄, 파스텔, 아크릴 과슈 등을 활용한 흑백 또는 낮은 채도의 화면이 두드러진다. ‘해무’ 연작은 지나간 장면이 현재의 풍경과 겹쳐질 때 생기는 선명함과 흐릿함의 감각을 목탄과 파스텔로 붙잡고, ‘침식’ 연작은 지워지고 덧붙여지는 형상의 변화를 따라간다. 〈하얀 조각상 둘 혹은 셋〉은 둘처럼 보이지만 셋의 잔상이 감지되는 불확정적 형상을 통해 형태의 경계를 묻고, 〈깊은 연못 수면 위〉는 표면과 심도 사이에서 사물의 위치가 계속 흔들리는 장면을 만든다.

색을 덜어낸 화면은 오히려 감각의 층위를 더 미세하게 드러내며, 김보경의 회화가 이미지의 화려한 조합에서 기억과 감정의 밀도를 탐색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보경의 작업은 동시대 이미지 환경을 다루면서도, 단순히 디지털 이미지의 과잉이나 소비를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이미지가 너무 많아서 사라지는 시대에, 왜 어떤 이미지는 오래 남고 어떤 장면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지를 묻는다. 이 질문은 초기의 콜라주 드로잉에서 시작해, 수집과 편집, 기억과 장소의 재구성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미지를 고르는 순간, 고르지 않은 이미지가 남기는 미련, 선택 이후에 발생하는 어긋남과 불균형을 회화의 중요한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비슷하게 이미지 수집과 콜라주를 사용하는 작가들이 매체 비평이나 시각문화의 차용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면, 김보경은 그 과정을 개인의 감각과 심리적 리듬으로 되돌려놓는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를 어디서 가져왔는가보다, 그것이 작가의 손과 시선을 거치며 어떤 속도와 질감으로 다시 구성되는가이다. 디지털 편집 툴, 잡지 이미지, SNS에서 출발한 장면들은 화면 안에서 새로운 균형을 얻고, 무작위의 선택은 숙련된 조형 감각 안에서 질서로 전환된다. 이 점에서 김보경의 회화는 디지털 이미지의 빠른 순환과 손으로 그리는 회화의 느린 시간을 동시에 품는다.
 
콜라주 드로잉과 색면 실험에서 출발해 매체 변환과 입체 작업을 거쳐 무의식적 선택, 균형, 사물의 재탄생, 감각의 속도에 집중해온 작가는 최근 이미지와 시선의 다중성을 다루거나 도시와 기억, 장소와 향수, 흑백의 감각으로 작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의 화면은 점차 외부 이미지의 재조합에서 내면의 풍경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여전히 이미지의 선택, 변환, 어긋남, 균형이라는 일관된 관심이 놓여 있다. 김보경은 디지털 이미지가 일상의 감각을 빠르게 바꾸는 시대에, 선택과 기억, 사물과 풍경, 우연과 균형이 어떻게 하나의 회화적 질서로 남을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탐색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Works of Art

지나간 장면의 여운을 재구성하는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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