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의 작업은 오늘날
우리가 이미지와 관계 맺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패션 잡지, 인테리어
카탈로그, SNS, Reels, 구글 이미지처럼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시각 정보를 수집하고, 그중 특정한 형태와 색, 패턴을 선택해 화면 안에서 다시 조합한다.
초기 작업 〈8-2015〉(2015),
‘Layered color’(2017 전후) 연작, 〈Layered color 2017-4 (Recombination)〉(2017) 등은
이러한 출발점을 잘 보여준다. 이 시기의 작업에서 이미지는 특정 사물이나 장면의 재현이라기보다, 면과 선, 색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조각이며, 작가는 그것을 자신의 시선으로 다시 배열하며 하나의 회화적 구조를 만든다.
이후 김보경은 이미지
선택의 문제를 단순한 수집이나 기록의 차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무의식적 선택’과 ‘우연적 질서’의 문제로
확장해왔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균형》(동작아트갤러리, 2023)에서 그는 각기 다른 형태들이 서로의 경계에 기대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장면을 제시했다.
〈감각의 속도〉(2022), 〈무중력 속 확장〉(2022), 〈천사의 야생화〉(2023), 〈균형을 바라보는 정원의
새벽〉(2023)은 모두 이미지가 의식적으로 계획된 질서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감각과 우연한 선택, 그 선택 이후에 남는 심리적 리듬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드러낸다.
《우연적 질서》(아트플러그 연수, 2024)에 이르면 작가는 한 화면 안에 여러 시선과
장면이 공존하는 방식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잡지나 SNS에서
가져온 이미지는 편집 툴을 거치며 여러 버전으로 변주되고, 그중 선택된 일부가 다시 회화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우연한 질서-COLD〉(2024), ‘우연적 질서-BLANK’(2024) 연작, 〈가까스로〉(2024), 〈늦은 밤 솟아오른 생각〉(2024) 같은 작업은 하나의 이미지가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다른 장면들을 품은 복합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보경에게 화면은 이미지들이 단순히 나열되는 곳이 아니라, 수집과 편집, 선택과 보류, 무작위와
균형이 함께 작동하는 장소다.
최근 개인전 《풍경설계》(인천아트플랫폼, 2025)에서 작가의 관심은 디지털 이미지의 조형적
재구성에서 개인의 기억과 장소의 감각으로 더 깊이 이동한다. 부산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을 인천이라는
도시적 맥락 안에서 다시 떠올리며, 작가는 익숙함과 낯섦이 겹치는 풍경을 구축한다. ‘수미상관’ 연작, ‘해무’(2025) 연작, ‘침식’ 연작, 〈하얀 조각상 둘 혹은 셋〉(2024), 〈부스러진 벽 사이로〉(2024), 〈깊은 연못 수면 위〉(2024), 〈그물에 걸린 윤슬〉(2025)은 기억 속 장면과 현재의 풍경이 겹쳐질 때 생기는 불완전한 감각을 붙잡는다. 이처럼 김보경의 작업은 이미지의 조합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기억, 장소, 사물, 감정의
잔상까지 포괄하는 회화적 풍경으로 확장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