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shoot you down² - K-ARTIST

i'll shoot you down²

2019
나무 프레임에 유채
100 x 80.3 cm

About The Work

함미나는 기억 깊은 곳에서 길어올린 불완전하고 모호한 얼굴들과 풍경들을 그림에 담아 왔다. 작가는 개인적 경험 및 일련의 사건들과 그로 인해 현재까지 잔존하고 있는 복합적인 감정을 인물을 통해 포착한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상황 속 목소리와 체온, 냄새, 빛과 색감처럼 언어로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들을 화면 위에 포착한다. 그의 회화는 강렬한 색채의 대비와 독특한 붓질이 특징적이다. 색채는 감정의 깊이와 밀도를 드러내고, 번지고 흐르며 물성을 강조하는 붓질은 개인적 기억과 감정이 뒤섞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기억과 감정은 선명한 형상보다는 모호하고 유동적인 흔적으로 드러나며, 관람자로 하여금 감각의 층위에 깊이 몰입하게 한다. 함미나는 그의 회화의 주된 대상인 ‘인물’의 얼굴 마저 흐릿하고 모호하게 표현하여 그 정확한 감정을 읽을 수 없게 한다. 흩날리는 붓질과 축적된 물감으로 얼룩진 얼굴들은 여러 겹의 감정과 분위기의 층위로 이루어진 풍경처럼 다가온다.

따라서 함미나의 작업은 어린 시절의 사건과 이후 이어진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특정한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불완전한 기억과 감정의 흔적을 시각화하는 데에 가깝다. 즉, 그의 회화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감정의 집합체로, 그 자체로서 강력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또 대비되는 색감과 강조된 선, 번짐과 공백이 공존하는 화면 구성과 절제되거나 생략된 인물의 표정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며 각자의 내면에서 피어 오르는 감정의 이미지를 덧입혀 보게 만든다.

개인전 (요약)

함미나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바다위 Badawi》(피비갤러리, 서울, 2026), 《은신처》(갤러리 이알디, 서울, 2024), 《ID Picture》(갤러리 이알디, 부산, 2023), 《Backwater》(갤러리 이알디, 서울, 2022), 《Where Would I Be》(갤러리 이알디, 부산, 2020), 《Idleness》(별관, 서울,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함미나는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꺼야》(수원시립미술관, 수원, 2025), 《Personal Gestures》(피비갤러리, 서울, 2024), 《SMALL PAINTINGS - MY BIJOU!》(김리아갤러리, 서울, 2024), 《Goodbye to Love: Conversation of all those whose lips are sealed》(Marres Maastricht, 네델란드, 2023), 《다중시선》(금호미술관, 서울, 2023), 《나너의 기억》(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불완전한 기억과 감정의 흔적들

주제와 개념

함미나의 작업은 어린 시절의 기억, 특정한 사건 이후 오래 남아 있는 감정,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흐릿해진 인물과 풍경을 회화로 다시 불러오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상황 속 목소리, 체온, 냄새, 빛, 색감처럼 선명하게 설명되기 어려운 감각들을 화면 위에 남긴다.

유년 시절 바닷가에서 안경을 벗고 바라본 흐릿한 풍경, 동해와 부산에서 보낸 시간, 해안가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러시아 선원들의 기억은 그의 회화 안에서 반복적으로 되돌아오는 출발점이다. 이러한 기억들은 구체적인 인물의 초상이라기보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 남아 있는 감정의 덩어리로 나타난다.
 
초기 작업에서 함미나는 흐릿한 얼굴과 불분명한 표정, 뒤틀린 몸의 감각을 통해 기억의 불완전성을 다루었다. ‘Node of Sleep’(2018) 연작은 수면장애와 피로, 무의식적으로 몸을 비트는 행위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의지와 무관하게 꺾이고 눌리는 신체의 상태를 인물 형상으로 옮긴다.

이 시기의 화면에서 인물은 자신이 누구인지 분명히 말하지 않으며, 감정 역시 명확하게 읽히지 않는다. 작가는 인물의 눈과 표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기보다, 흐릿한 색, 구불거리는 붓질, 덩어리진 형상을 통해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투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개인전 《Where Would I Be》(갤러리 이알디, 부산, 2020)와 《Backwater》(갤러리 이알디, 서울, 2022)를 거치며 작가의 인물들은 보다 분명하게 ‘어딘가에서 와서 어딘가로 향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성별, 국적, 출신이 모호한 아이들은 작가의 기억 속에 고립되어 있던 형상들이자, 아직 정착하지 않은 정체성과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겹쳐진 존재들이다.

특히 Trigger(2021)에서 총은 위협이나 폭력의 도구가 아니라,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 용기, 희망의 장치로 제시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연약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불확실한 환경 안에서 방어하고 버티며 스스로의 방향을 찾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2023년 개인전 《ID Picture》(갤러리 이알디, 부산) 이후 함미나의 작업은 인물의 정체성과 기록의 문제를 더 직접적으로 다룬다. ‘ID Picture’ 연작은 증명사진, 졸업앨범, 실종 포스터, 무인 사진기 이미지처럼 한 사람을 특정한 순간에 붙잡아두는 형식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 2024년 개인전 《은신처》(갤러리 이알디, 서울)에서는 산딸기를 따던 기억, 외할머니의 토마토밭, 토마토와 레몬 숲을 지키는 아이들의 이미지를 통해 환상과 현실, 욕심과 무욕이 섞인 유년의 장면을 펼친다.
 
최근 개인전 《바다위 Badawi》(피비갤러리, 2026)에 이르면 이러한 관심은 이동, 표류, 세대의 계승, 상처와 회복의 문제로 확장된다. ‘인간 번데기’(2025) 연작, ‘바다위’ 연작, ‘날개짓’ 연작은 한 존재가 고정된 이미지로 기록되는 순간과, 그럼에도 계속 이동하고 변화하는 삶의 감각을 함께 보여준다.

형식과 내용

함미나의 회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흐릿하고 뭉개진 인물의 형상이다. 작가는 인물의 성별, 나이, 국적, 표정을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고, 색과 빛, 움직임, 덩어리로 대상을 다시 구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어린 시절 안경을 벗고 바라본 세계의 인상과 연결된다.

형태는 흐려지고 색은 번지며,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처럼 다가온다. i'll shoot you down²(2019), 〈안아줘〉(2018), 〈Backwater〉(2019) 등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인물들은 구체적인 초상이라기보다 특정한 감정 상태가 잠시 형상화된 장면에 가깝다.
 
작가는 유화의 물성을 활용해 감정의 밀도와 기억의 혼탁함을 화면에 남긴다. 대조적인 색감, 두껍거나 흐르는 붓질, 번짐과 공백이 공존하는 화면은 인물이 놓인 심리적 상태를 직접 설명하지 않고 분위기로 전달한다. ‘Node of Sleep’ 연작에서 회오리치듯 일렁이는 배경은 수면 이후의 피로와 몽롱한 감정을 시각화하고, 꺾이고 비틀린 인물의 몸은 잠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불안정한 상태를 드러낸다. 함미나의 회화에서 붓질은 단순한 표현 기법이 아니라, 기억이 몸을 통과하며 남긴 흔적에 가깝다.
 
《Backwater》와 《ID Picture》에서는 회색빛 인물과 총을 든 아이들의 이미지가 중요한 축을 이룬다. 작가는 아이들의 피부를 차갑고 회색에 가까운 색으로 표현하며, 이들이 감정적으로 과잉 노출된 존재가 아니라 냉철하고 단단한 태도를 가진 존재처럼 보이게 한다. ‘Trigger’ 연작의 인물들은 총을 들고 있지만, 그 총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목표를 향해 겨냥하는 상징적 장치다.

〈함께〉(2023)처럼 불꽃이나 파도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은 험난한 상황을 피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거나, 함께 걸어 들어가는 연대의 감각을 보여준다. 이 시기 작업에서 청소년기와 유아기의 인물들은 정체되어 있기보다 어디론가 튀어나갈 듯한 에너지를 지닌 존재로 표현된다.
 
최근 《바다위 Badawi》에서는 재료와 설치 방식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기존의 유화에 목탄, 콘테, 파스텔, 한지 등이 더해지면서 화면은 더 이상 하나의 완결된 이미지로만 존재하지 않고, 번지고 지워지고 접히며 시간 속에 놓인 과정처럼 보인다. 〈인간 번데기〉(2025)는 나비 표본, 증명사진, 실종 포스터를 떠올리게 하며, 특정한 순간에 고정된 존재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포착한다.

반면 ‘바다위’ 연작에서는 인물이 바다 위를 표류하는 모습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날개짓’ 연작에서는 접히거나 구겨진 한지가 나비의 얇은 날개처럼 회화 표면에 물리적 층위를 만든다. 동일한 크기의 작품들이 벽면을 따라 이어지는 전시 구성은 개별 작품을 하나의 장면으로 분리하기보다, 이동하는 시간과 감정의 흐름으로 읽게 만든다.

지형도와 지속성

함미나의 작업은 기억을 다루지만,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몸과 감정 안에 남아 있는 잔여감을 회화로 옮긴다. 이 점에서 그의 인물들은 초상화의 대상이라기보다 기억과 감정이 잠시 머무는 장소에 가깝다. 얼굴이 흐릿하고 표정이 절제되어 있기 때문에, 관람자는 그 인물을 누군가로 특정하기보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통해 다시 읽게 된다. 함미나의 회화가 조용하면서도 오래 남는 이유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상태를 화면의 색, 물성, 공백으로 붙잡기 때문이다.
 
함미나의 작업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유년 이미지는 길을 잃은 경험, 흐릿하게 보였던 사람들, 해안가에서 마주친 낯선 얼굴들, 피로와 불면, 실종 포스터나 증명사진을 떠올리게 해 불안과 보호, 상처와 회복이 함께 놓인 장면을 이룬다. 《은신처》의 ‘숲’ 연작이나 ‘숨바꼭질’(2024) 연작은 평온한 안식처와 놀이의 순간을 다루지만, 그 안에서도 환상과 현실, 욕망과 무욕의 감정이 동시에 작동한다. 그는 유년을 안전한 기억으로만 되돌리지 않고, 현재의 감정과 다시 연결되는 복합적인 장소로 만든다.
 
또 하나의 독창성은 함미나가 인물 회화를 통해 ‘정체성’보다 ‘상태’를 그린다는 점이다. 그의 인물들은 누구인지보다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의 화면 속 인물들은 유목과 정착, 기록과 상실, 이동과 고정, 현재와 기억 사이에 놓이곤 한다. 이러한 흐름은 작가가 인물 회화를 통해 하나의 고정된 자아를 그리기보다, 시간 속에서 흔들리고 이동하며 계속 다시 구성되는 존재의 감각을 탐구해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베두인, 바다 위, 모나크 나비, 번데기, 표본, 실종 포스터의 이미지를 겹쳐낸 최근 작업은 개인의 기억을 더 넓은 이동과 생존의 서사로 확장한다. 이렇듯 함미나의 작품세계는 흐릿한 기억의 인물에서 출발해, 이동하는 존재와 불확실한 시대의 감정으로 더 넓게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화면은 사라진 것을 붙잡는 동시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감정과 장소를 향해 계속 이동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Works of Art

불완전한 기억과 감정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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