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훈은 영상, 사진, 설치, 퍼포먼스, 아카이브, 전시 기획을 오가며 작업을 전개해왔다. 이들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매체보다, 어떤 관계와 상황을 어떤 형식으로 드러낼 것인가의 문제다.
〈Hello, Strangers〉는 단채널 영상과 위치 데이터, 계약서 형식을 통해 익명의 타인과 스칠 가능성을 시각화하고, 〈Sense of Touch〉(2018)는 촉각과 몸의 감각을 영상 매체로 다룬다. 〈FUTURE QUEER IS HERE〉(2019)는 아크릴에 네온사인을 설치한 포토 스팟으로, 관객이 “미래의 퀴어가 여기 있다”는 문장 아래에서 사진을 찍게 하며 퀴어성이 이미지로 소비되고 확산되는 방식을 작업 안으로 끌어들인다.
‘손 Genital’ 연작은 여러 촬영자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고, 트레이싱지에 프린트된 사진으로 제시되었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레즈비언 커플을 직접 촬영 대상으로 삼기보다, 서로가 서로의 손을 찍도록 구조를 만든다. 촬영자와 모델이 연인 관계 안에서 서로 바뀌고 겹치는 방식은 레즈비언 섹슈얼리티를 외부의 시선으로 재현하는 대신, 관계 내부의 감각과 시선을 통해 드러내는 형식으로 작동한다. 손은 접촉의 도구이자 감각의 기관이며, 동시에 성기 중심의 관습적 성 개념을 흔드는 이미지가 된다.
《넌 이 전시를 못 보겠지만》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과 익명의 목소리가 전시의 주요 재료가 된다. 테이블 위에 놓인 녹음 장치, 어두운 공간, 관객이 남기는 메시지는 전시를 하나의 고해소이자 발신되지 못한 말들의 장소로 만든다. 이 작업은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문화와 감정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이 직접 익명의 목소리를 남기고 다른 목소리를 상상하게 만든다. 여기서 전시는 완결된 오브제를 보여주는 공간이라기보다, 보이지 않는 관계와 말들이 잠시 모이고 사라지는 장소로 기능한다.
《No Future》에서는 작가 자신의 몸이 더 직접적인 매체가 된다. 타투, 수염 이식 상담, 어머니의 잔소리, 수어통역 영상은 모두 몸과 규범의 관계를 드러내는 장치로 구성된다. 작가가 닮고 싶어하던 이상 자아의 이미지를 몸에 새기는 행위는 이상향을 외부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피부라는 경계 위에 새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형식은 드랙킹 퍼포머 ‘존존슨’으로 활동했던 경험, 《레즈비언!》(별관, 2019)과 《실패전》(플랜비프로젝트스페이스, 2020) 같은 기획 활동, 그리고 《DRAGx여성국극》의 기획 및 각색 참여와도 연결된다. 문상훈에게 예술은 이미지 제작만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관계를 만들고 공동체의 장면을 구성하는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