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연대기 - K-ARTIST

실패의 연대기

2017-2018
바인더에 아카이브

About The Work

문상훈은 작가 겸 기획자로 우리 사회 속 소수자를 억압하고 분리하는 것은 무엇인지, 넘지 못한 경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해 왔다. 그는 퍼포먼스와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경유하며 소수자의 목소리와 실패의 감각, 사라지고 있는 것의 정서를 연결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문상훈의 작업은 레즈비언, 퀴어, 여성-소수자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 보이지 않게 밀려나거나 오해되고, 또 어떤 조건 속에서 다시 말해질 수 있는지를 묻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영상, 사진, 설치, 퍼포먼스, 아카이브 등 다양한 매체를 경유하는 작업을 통해 레즈비언의 존재와 커뮤니티, 퀴어한 몸과 성별 표현, 실패와 익명성, 경계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오고 있다. 

문상훈은 퀴어 정체성이 실제로 관계 맺고 말해지고 오해되며 사라지는 방식을 작업의 구조로 가시화한다. 많은 퀴어 작업이 정체성의 가시화나 역사적 아카이브에 집중한다면, 문상훈은 그 사이에 있는 어색함, 실패, 망설임, 익명적 위로, 환상과 현실의 간극을 놓치지 않는다. 

작가 자신의 몸과 자전적 서사를 경유하면서 가려져야 했던 소수자의 존재를 미술과 일상의 맥락 속에 연결시키는 문상훈의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오늘날의 경계들을 다시 점검하게 만들며, 그것이 배제하고 억압해온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개인전 (요약)

문상훈이 개최환 개인전으로는 《No Future》(공간:일리, 서울, 2021), 《넌 이 전시를 못 보겠지만》(연무지개x오손도손, 수원, 2020), 《우리는 끝없이 불화할 것이다》(킵인터치, 서울, 2019)가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문상훈은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아트선재센터, 서울, 2026),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서울, 2025),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국제갤러리, (투게더)(투게더), 서울, 2025), 《씨 뿌리는 여자들》(공간:일리, 서울, 2020), 《퀴어락》(합정지구, 서울,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문상훈은 2018년 스페인 FABER Residency의 입주 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Works of Art

비가시화된 존재들의 감각을 연결하는 예술

주제와 개념

문상훈의 작업은 레즈비언, 퀴어, 여성-소수자의 삶이 어떤 방식으로 보이지 않게 밀려나거나 오해되고, 또 어떤 조건 속에서 다시 말해질 수 있는지를 묻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개인의 몸과 관계, 커뮤니티 안에서 오가는 말, 만남과 실패의 감각을 통해 경계의 문제를 다룬다.

〈실패의 연대기(Chronicles of My Failure)〉(2017-2018)와 〈Unknown Fax〉(2017-2018)에서 드러나듯, 문상훈은 완성된 성공의 서사보다 실패, 전달되지 못한 메시지, 어긋난 소통의 상태에 주목해왔다. 이러한 관심은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익명적 관계와 퀴어한 몸의 문제로 나아간다.

문상훈의 첫 개인전 《우리는 끝없이 불화할 것이다》(킵인터치, 2019)는 미술사와 제도 안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레즈비언의 존재를 전면에 놓는다. ‘손 Genital’(2019) 연작은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연인들이 서로의 손을 촬영한 사진 작업으로, 레즈비언 관계에서 손이 지니는 감각적·성적 의미를 드러낸다.

유형학적 사진처럼 보이는 이 작업은 동시에 성기 중심으로 성과 관계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기준에 질문을 던진다. 〈Hello, Strangers〉(2018)는 위치추적기를 통해 작가와 익명의 타인이 한 달 동안 어느 순간 서로를 스쳤는지 확인하는 작업으로, 레즈비언의 만남이 갖는 기대와 거리, 우연성과 불확실성을 함께 드러낸다.

2020년 개인전 《넌 이 전시를 못 보겠지만》(연무지개x오손도손, 2020)은 레즈비언 커뮤니티 안에서 떠돌던 익명의 목소리를 전시공간으로 옮긴 작업이다. 작가는 전애인에게 차단당한 레즈비언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돌아오지 않는 누군가를 찾고,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위로받는 문화를 전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어두운 전시공간의 녹음 장치에는 관객들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그곳에는 몸 없이 목소리와 말만이 남는다. 이 작업에서 레즈비언은 외부의 관음적 시선이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상실을 나누며 익명성 속에서 연결되는 존재로 나타난다.

《No Future》(공간:일리, 2021)에서 문상훈의 관심은 레즈비언 커뮤니티와 관계의 문제에서 몸 자체가 놓인 경계로 이동한다. 작가는 불법과 합법, 정상과 비정상, 보통과 이상한 것의 차이를 묻고,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를 몸에 직접 실현해보고자 한다. 

〈No Future: Beards〉(2021)는 수염 이식 상담 과정과 이상적 자아에 대한 욕망을 다루며, 지정 성별과 성별 표현, 남성성과 비남성성 사이의 복잡한 위치를 드러낸다. 이때 몸은 고정된 정체성의 증거가 아니라, 사회적 기준과 개인적 욕망이 충돌하고 다시 조정되는 장소가 된다.

형식과 내용

문상훈은 영상, 사진, 설치, 퍼포먼스, 아카이브, 전시 기획을 오가며 작업을 전개해왔다. 이들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매체보다, 어떤 관계와 상황을 어떤 형식으로 드러낼 것인가의 문제다. 

〈Hello, Strangers〉는 단채널 영상과 위치 데이터, 계약서 형식을 통해 익명의 타인과 스칠 가능성을 시각화하고, 〈Sense of Touch〉(2018)는 촉각과 몸의 감각을 영상 매체로 다룬다. 〈FUTURE QUEER IS HERE〉(2019)는 아크릴에 네온사인을 설치한 포토 스팟으로, 관객이 “미래의 퀴어가 여기 있다”는 문장 아래에서 사진을 찍게 하며 퀴어성이 이미지로 소비되고 확산되는 방식을 작업 안으로 끌어들인다.

‘손 Genital’ 연작은 여러 촬영자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고, 트레이싱지에 프린트된 사진으로 제시되었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레즈비언 커플을 직접 촬영 대상으로 삼기보다, 서로가 서로의 손을 찍도록 구조를 만든다. 촬영자와 모델이 연인 관계 안에서 서로 바뀌고 겹치는 방식은 레즈비언 섹슈얼리티를 외부의 시선으로 재현하는 대신, 관계 내부의 감각과 시선을 통해 드러내는 형식으로 작동한다. 손은 접촉의 도구이자 감각의 기관이며, 동시에 성기 중심의 관습적 성 개념을 흔드는 이미지가 된다.

《넌 이 전시를 못 보겠지만》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과 익명의 목소리가 전시의 주요 재료가 된다. 테이블 위에 놓인 녹음 장치, 어두운 공간, 관객이 남기는 메시지는 전시를 하나의 고해소이자 발신되지 못한 말들의 장소로 만든다. 이 작업은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문화와 감정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이 직접 익명의 목소리를 남기고 다른 목소리를 상상하게 만든다. 여기서 전시는 완결된 오브제를 보여주는 공간이라기보다, 보이지 않는 관계와 말들이 잠시 모이고 사라지는 장소로 기능한다.

《No Future》에서는 작가 자신의 몸이 더 직접적인 매체가 된다. 타투, 수염 이식 상담, 어머니의 잔소리, 수어통역 영상은 모두 몸과 규범의 관계를 드러내는 장치로 구성된다. 작가가 닮고 싶어하던 이상 자아의 이미지를 몸에 새기는 행위는 이상향을 외부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피부라는 경계 위에 새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형식은 드랙킹 퍼포머 ‘존존슨’으로 활동했던 경험, 《레즈비언!》(별관, 2019)과 《실패전》(플랜비프로젝트스페이스, 2020) 같은 기획 활동, 그리고 《DRAGx여성국극》의 기획 및 각색 참여와도 연결된다. 문상훈에게 예술은 이미지 제작만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고 관계를 만들고 공동체의 장면을 구성하는 실천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문상훈은 작업을 통해 레즈비언의 존재와 커뮤니티, 퀴어한 몸과 성별 표현, 실패와 익명성, 경계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오고 있다. 실패와 미전달의 감각, 익명의 만남을 중심으로 관계의 불확실성을 탐구하기도, 《우리는 끝없이 불화할 것이다》에서는 레즈비언의 손, 만남, 미래의 퀴어 이미지를 통해 미술사와 사회 안에서 비가시화된 존재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후 《넌 이 전시를 못 보겠지만》에서는 온라인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전시공간으로 옮겼고, 《No Future》에서는 작가 자신의 몸을 통해 정상성과 비정상성, 남성성과 비남성성, 미래와 불가능성의 문제를 다뤘다.

작가는 퀴어 정체성이 실제로 관계 맺고 말해지고 오해되며 사라지는 방식을 작업의 구조로 가시화한다. 많은 퀴어 작업이 정체성의 가시화나 역사적 아카이브에 집중한다면, 문상훈은 그 사이에 있는 어색함, 실패, 망설임, 익명적 위로, 환상과 현실의 간극을 놓치지 않는다. 〈Hello, Strangers〉에서 만남은 끝내 완전히 성사되지 않고, 《넌 이 전시를 못 보겠지만》에서 메시지는 수신자를 확신하지 못한 채 남겨지며, 《No Future》에서 미래는 낙관적 약속이 아니라 몸 위에 새겨지는 불투명한 질문으로 나타난다.

문상훈은 작가이자 기획자로서 개인 작업과 공동체적 실천을 함께 이어왔다. 《레즈비언!》은 퀴어여성운동과 레즈비언 문화의 기록을 전시의 장으로 불러내며, 미술 제도 안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레즈비언 예술과 활동의 계보를 다시 보게 했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 미술아카이브, 국제갤러리 등과 같은 주요 기관의 전시 안에서 작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문상훈은 몸과 관계, 커뮤니티와 아카이브 사이에서 계속 어긋나고 다시 연결되는 감각을 통해 퀴어한 삶의 형식을 더 넓게 실험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Works of Art

비가시화된 존재들의 감각을 연결하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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